일상 여행기/미분류

EBS 세계테마기행 몰타편을 본 소감 - 몰타 버스가 바뀌었다

좀좀이 2013. 6. 2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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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


제가 잠깐 머물렀던 곳이에요. 그때는 블로그를 열심히 하지도 않았고, 좀좀이 블로그는 아예 없었으며, 인터넷 속도가 느려서 인터넷은 거의 하지 않던 때였어요.


그래서 몰타에서의 기록은 거의 남긴 게 없었어요. 그래도 열심히 몰타를 돌아다녀서 남긴 것이 바로 이 블로그에 있는 몰타 방랑기. (http://zomzom.tistory.com/category/%EB%AA%B0%ED%83%80%20%EB%B0%A9%EB%9E%91%EA%B8%B0) 몰타 방랑기는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동안 작성했는데, 이때는 어떻게 해야 글이 티스토리 메인에 올라가는지도 모르던 시절이었어요. 나중에야 태그까지 제대로 다 집어넣었는데도 티스토리 메인에 글이 안 뜨면 문의 메일을 보내야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어쨌든 지금도 몰타 이곳 저곳을 소개한 몰타 방랑기는 이 블로그 속에서 계속 잘 살고 있어요.


제가 보면서 느끼는 '걸어서 세계속으로'와 '세계테마기행'의 차이는 크게 두 가지.


먼저 걸어서 세계속으로는 1화, 세계테마기행은 4화 구성이다보니 보여주는 양과 깊이에서 큰 차이가 나요. 나름의 특징과 재미가 있는데, 1화로 끝낼 경우, 구성을 잘못 하고 컨셉을 못 잡으면 정말 엉망이 되고, 4화로 할 때에는 잘못하면 늘어져서 지루해질 수 있죠.


두 번째로 걸어서 세계속으로는 나레이션으로 진행하는 쪽에 가까운 반면, 세계테마기행은 여행자가 직접 소개해주는 쪽이에요. 그래서 전자는 전체적으로 무난한 반면, 후자는 여행자에 따라 재미가 극과 극으로 갈려요. 세계테마기행은 여행자가 많이 아는 것보다 지루하지 않게 말을 잘 하는 게 재미를 좌우하는 요소로 크게 작용해요.


개인적으로 걸어서 세계속으로든 세계테마기행이든 모르는 곳을 보는 것보다는 제가 가보았던 곳을 보는 것을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예전에 내가 갔을 때는 이랬는데 저렇게 바뀌었구나, 저기는 아직도 여전하네' 이러면서 추억을 다시 떠올려보는 도구로 이용하는 편이죠. 예외라면 검은 아프리카. 검은 아프리카는 어렸을 때부터 가보고는 싶었는데 아직까지도 가보지 못했고, 직접 다녀오신 분들의 경험담도 많지 않은 편이라 검은 아프리카 관련 프로그램은 웬만해서는 다 신기해하고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몰타는 저도 여기저기 돌아다녀보았기 때문에 어떤 식의 구성이고, 어떤 것들을 보여줄 것인지 궁금해하며 보았어요.


몰타 역시 4회 구성이었는데, 각 화의 제목은 다음과 같아요.


시간이 멈춘 섬, 몰타 1부 - 지중해 위의 성채, 발레타

시간이 멈춘 섬, 몰타 2부 - 지중해의 맛, 몰타 참치

시간이 멈춘 섬, 몰타 3부 - 몰타의 푸른 보석, 고조

시간이 멈춘 섬, 몰타 4부 - 중세로의 초대, 임디나


일단 큰 구성은 발레타 - 마르샤슬록 - 고조섬 - 임디나. 큰 구성 자체는 무난했어요. '몰타'라는 곳 자체가 워낙 작다보니 동선을 어떻게 짜도 큰 문제는 없거든요. 단지 딱 시간 맞추어 가야하는 곳 몇 곳만 뺀다면요. 예를 들어 일몰 보러 가는 딩글리 절벽을 백주대낮에 간다든지 하는 것이요. 그런데 전체적으로 그런 것은 없었어요.


단, 이 리뷰에서 3부 고조섬은 제외에요. 고조섬은 저도 가본 적이 없어서 제대로 잘 찍었는지 아닌지 판단을 내릴 수가 없어요. 여기에서 다루는 것은 1,2,4부랍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자는 수중촬영전문가여서 몰타 바닷속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말도 지루하지 않게 하는 편이라 괜찮았어요.


전체적으로 크게 지적하거나 할 곳은 없었어요. 그리고 여행자가 보기 힘든 장면들도 비중있게 다루어서 몰타에 대해 궁금하다면 참고자료로 볼 만 했어요. 다른 건 몰라도 여행자가 참치 양식장에 배타고 갈 수는 없으니까요. 참치 양식장 뿐만이 아니라 다른 세세한 것들도 꽤 잘 나와 있었어요.


화면으로 보니 실제 보는 것보다는 거리가 다른 모습으로 보였어요. 발레타가 얼마나 건물이 복작복작하게 들어서 있는지는 화면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더군요. 하지만 이것은 직접 가서 보고 느끼지 않으면 느끼기 어려운 것이니 방송 자체의 흠이라고 짚어내기에는 무리.


굳이 아쉬운 점이라면 이왕 작은 섬 가지고 4회 만들 거라면 2차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 롬멜을 아프리카 전선에서 결국 후퇴하게 만들었던 결정적 원인인 몰타 항공전도 조금 다루어주고, 그 이전에 오스만 튀르크가 대대적으로 침공했던 The Great Siege 도 조금 비중있게 다루어주었으면 했던 것이었어요. 몰타 여행에서 필요한 역사적 지식은 바로 이 두 개이거든요. 특히 The Great Siege는 몰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라 이것이 무엇인지 조금 자세히 설명해주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기라고 한다면 90점. 9.5점은 바로 위에서 언급한대로 몰타 항공전과 The Great Siege에 대한 내용 때문이고, 0.5점은 그냥 취향의 차이에요.



제가 이 세계테마기행 몰타편을 보며 가장 인상깊게 보고 깜짝 놀랐던 것은 바로 이것이었어요.




이렇게 바뀌었어?!!!!!


저곳은 발레타 버스 터미널. 몰타의 모든 버스는 발레타를 중심으로 다른 곳으로 퍼지는 형태에요. 발레타 시내는 워낙 길이 좁고 복작거려서 그 안으로는 발레타 주민만이 차를 몰고 들어갈 수 있고, 그 외의 차량은 발레타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요. 버스 터미널이 발레타 입구에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에요.


제가 있을 때에만 해도 이런 버스가 돌아다녔어요.




굴러다니는 드럼통.


비하 발언이 아니라 오래된 버스라 직접 타 보면 바퀴달린 드럼통이 굴러다니는 것 같아요. 벨도 없어서 줄을 잡아당겨 종을 울려야 하고, 좌석은 좁디 좁아서 둘이 앉기에는 비좁아요. 게다가 노면 상태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흔들림. 버스의 아픔을 승객도 느낄 수 있는 그런 버스.


그런데 이 버스가 몰타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것 중 하나였어요. 관광기념품으로 파는 냉장고 자석에 이 버스도 있는 것을 보고 그냥 웃었지요.


버스 터미널도 말이 좋아 버스 터미널이지, 그냥 대충 팻말 세워놓고 알아서 가서 타는 그런 곳이었어요. 바닥에 1, 5센트짜리 동전들이 종종 떨어져 있어서 이걸 줍는 것도 나름의 버스 터미널을 이용할 때의 재미였죠.


그런 버스가 모두 신식 버스로 바뀌어 있었어요. 버스 터미널도 그 자리 그대로이기는 한데 예전에 비해 많이 정돈해 놓았구요.


발레타 입구에 있던 기사식당과 입구 근처에서 Date 라는 몰타 전통 도넛 파는 가게들도 다 없어졌을까?


개인적으로 이 방송을 보며 몰타의 버스가 바뀌었다는 것이 거기서 잠시 머물렀던 사람 입장에서 가장 인상깊고 신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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