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미분류

나의 세 번째 디카 - 삼성 VULL WB500

좀좀이 2013. 4. 1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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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불편하든 말든 P880에서 다른 카메라로 바꿀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문제는 전원부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었어요. 전원부에 문제가 생겨서 카메라가 켜졌다 안 켜졌다 했어요.


'이러다 카메라 아예 못 켜는 거 아니야?'


사진은 예쁘게 잘 찍어주었기 때문에 그 어떤 불만족도 다 참아낼 수 있었지만, 전원부에 고장이 생긴 건 보다 원초적인 문제였어요. 7박 35일 여행 말기에는 이 문제가 엄청 신경쓰였어요.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여행 다니는 동안 아예 켜지지 않는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전원부에 문제가 있는 디카를 들고 다시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은 아예 없었어요.


수리를 해서 계속 써? 아니면 그냥 하나 다시 사?


참 고민되는 문제였어요. 하나를 사느냐, 아니면 수리해서 계속 쓰느냐...


일단 어떤 디카가 새로 나왔는지 검색을 해 보았어요. 검색에서 제가 고려한 것은 일단 무조건 24mm 지원.


"이거 가격 괜찮네?"


24미리를 지원해주고 크기는 컴팩트 디카인 카메라를 하나 찾았어요. 그것은 바로 삼성 VULL WB500.


일단 크기가 작다는 것과 24미리를 지원해준다는 것은 매우 마음에 들었어요. 게다가 가격도 나쁘지 않았어요. 이제 남은 것은 색감.


"어휴..."


카메라의 특성을 파악하고 싶었는데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도저히 카메라의 특성을 파악할 수 없었어요. 그 이유는...


사용기가 너무 많아!!!!!


제가 입국하기 전에 이 카메라를 가지고 삼성에서 무슨 이벤트를 했었어요. 그래서 온통 이 카메라가 좋다는 글로 도배되어 있었어요. 왠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떠오르는 상황이었어요. 인터넷에서는 DB의 양과 정보의 질이 필연적으로 함수관계가 나타나지 않는데 이 경우도 역시 적용되고 있었어요. 이벤트 때문에 카메라 찬양하는 글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된 평가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너무 까칠하게 구는 게 아니라, 세상에 장점만 있는 디지털 카메라가 존재할 리가 없으니까요. 리뷰만 보면 DSLR을 그냥 가볍게 밟아주실 신급 컴팩트 디카의 탄생이라 해도 될 지경이었어요.


일단 사용하던 P880이 고장이 났고, wb500 가격이 나쁜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단 구입하기로 했어요. 아무리 성능이 거지같다 하더라도 24mm 지원에 그 가격이면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했거든요. 게다가 P880을 썼기 때문에 '설마 그거보다 더 불편하겠어?'라는 생각도 있었어요. P880의 크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작은 카메라를 쓰고 싶기도 했고, 사진만 멀쩡히 찍히면 된다는 생각 외의 것은 그다지 고려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해서 구입한 wb500.


그리고 이 카메라는 황당한 사건을 겪은 카메라가 되고 마는데...


출시된지 얼마 되지 않아 후속 모델인 wb550 등장...


지금 생각해 보아도 그냥 웃을 뿐이에요. 제게 wb550이 너무 일찍 등장한 것은 오히려 좋았어요. 그 덕분에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시장에서는 무수히 많은 리뷰만 잔뜩 남기고 조용히 퇴장한 모델이 되어버렸어요.


일단 색감을 확인해 보는데...




미묘하네...


뭔가 확 와닿지는 않는 색이었어요. 그렇다고 싫은 건 아닌데...좋은 것도 아니고...하여간 미묘. 좋다고 하기엔 뭔가 부족하고, 부족하다고 하기엔 나쁘지 않고...그랬어요. 확실히 결과물만 놓고 보면 P880에 비해 마음을 잡아끄는 느낌은 부족했어요.


이제 사진에 대한 열정이 확 식어버렸기 때문에 그냥 쉽게 들고 다니며 쓸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만족했어요. 카메라 기계 자체에는 그래서 별 불만이 없었어요. 그냥 평범한 컴팩트 디카라고 생각하고 쓰면 무난하게 잘 쓸 수 있는 디카였어요.


문제는 카메라 자체가 아니라 다른 데에 있었어요.


먼저 전용 배터리를 쓰는데 정작 충전기는 없다는 것. 카메라에 케이블을 이어서 직접 카메라를 충전하라고 하는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가 있었어요. 일단 이러면 장기 여행을 갈 때에 당연히 불편해요. 배터리 용량이 너무 커서 충전기 따위는 잊고 살아도 되는 정도도 아닌데, 충전기 없이 카메라에 전선을 바로 이어서 충전하라고 하면 이게 신경쓰일 수 밖에 없어요. 배터리 충전은 배터리 충전대로 하면서 사진은 사진대로 찍을 수 있어야 하는데 충전중이면 사진을 못 찍으니까요. 이 문제는 결국 다른 회사에서 만든 충전기를 구입하면서 해결했어요.


다음 문제는 펌웨어 업그레이드 하려면 반드시 서비스센터에 가야한다는 것. 왜 귀찮게 이렇게 해놓았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알아서 펌웨어 업그레이드 받으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서비스센터 가서 받게 해서 귀찮지만 서비스센터 갈 일이 가끔 있었어요.






이 카메라를 가지고 간 여행이 바로 '겨울강행군'. 몰타에도 이 카메라만 들고 갔어요. 우즈베키스탄에도 들고 갔구요. 일단 작으니까 가방 한쪽에 쑤셔넣고 다니다 찍고 싶으면 찍곤 했어요.


지금도 그러려니 하면서 그냥 잘 쓰고 있는 카메라에요. 비록 w1을 쓸 때처럼 항상 들고 다니며 이것저것 마구 찍는 그런 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종종 들고 다니기는 해요. 문제는 들고만 다닐 뿐 꺼내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지만요...이러니 나날이 사진을 찍는 손이 발로 퇴화해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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