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로 다시 여행 왔다.
작년 가을에 속초에 온 이후 처음으로 속초로 여행을 갔어요. 아직 날짜로 보면 봄이지만, 날씨는 낮에는 여름이었어요. 날이 따스한 게 아니라 뜨뜻하니 동해안 놀러갈 때가 되었어요. 올해 첫 번째 동해안 여행은 가볍게 속초로 가기로 했어요. 제가 살고 있는 의정부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는 동해안 지역은 동해안 북부인 속초, 양앙과 강릉이에요. 이 중 강릉은 청량리에서 KTX를 타고 가야 해요. 속초와 양양은 동서울터미널 가면 버스가 많이 있어요. 속초는 의정부에서도 버스를 타고 갈 수 있구요. 아무 때나 가서 아무 때나 돌아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의정부에서 제일 부담없이 갈 수 있는 동해안 도시는 속초시에요.
속초 왔으면 홍게 한 마리 먹어야지!
강원도 속초시는 유명한 음식이 여러 가지 있어요. 속초시에서 유명한 특산품 중에는 홍게가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속초 가서 홍게를 먹어요. 홍게를 혼자 먹으려고 하면 가격이 부담스러워요. 그렇지만 홍게를 혼자 먹는 방법이 없지는 않아요.
홍게 라면 먹으면 됨.
혼자 여행할 때는 먹는 것에 대해 약간 머리를 굴려가며 다니는 게 좋아요. 여행을 가면 그 지역에서 유명한 것을 먹고 싶기는 하지만, 2인분 이상으로만 판매하는 곳이 매우 많거든요. 그래서 쇠고기가 유명한 곳은 육회비빔밥을 먹고, 해산물이 유명한 곳은 물회 같은 것을 먹는 식으로 약간 변형해서 먹어야 해요. 물론 돈 많고 많이 잘 먹는다면 혼자 2인분 시켜서 먹어도 되기는 하지만요.
홍게를 혼자 먹는 방법으로는 홍게 라면이 있어요. 홍게 비빔밥, 홍게 국수 같은 것도 있기는 하지만, 이것들은 파는 곳이 매우 드물어요. 반면, 동해안 대게 산지를 가보면 대게 라면, 홍게 라면 파는 식당은 쉽게 찾을 수 있어요. 그래서 홍게가 유명한 지역으로 혼자 여행을 가서 홍게를 먹고 싶다면 홍게 라면을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홍게 라면은 1인분으로 판매하니까요.
전에 강원도 속초시로 여러 번 여행을 갔었어요. 그때 홍게 라면을 먹어보지 못 했어요. 속초시에서 홍게 라면을 먹어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안 했어요. 제 인생을 통틀어서 2023년 12월에 울진 여행 갔을 때 후포항에서 처음 홍게라면을 먹어봤어요. 이때 전까지만 해도 홍게라면이 혼자 먹을 수 있는 음식인지도 몰랐고, 혼자 먹을 수 있는지 찾아보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속초시의 홍게 라면은 먹어본 일이 없었어요.
강원도 속초시에 도착했어요. 저녁을 먹고 돌아다니다 찜질방으로 갔어요. 찜질방에서 사우나를 즐긴 후 찜질방으로 들어가서 청초호 야경을 바라봤어요. 역시 여전히 아름다운 속초시 청초호의 야경이었어요.
이번 속초 여행은 계획하고 온 여행이 아니었어요. 원래는 화천군을 갔다가 춘천으로 가서 춘천에서 하룻밤 보낸 후 다음날 춘천을 구경하고 돌아올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춘천 도착하자 마음이 바뀌었어요. 춘천은 여러 번 가봤어요. 춘천 시내는 경춘선 전철 타고 가면 되요. 비록 골목길 영상을 촬영하지는 않았지만, 춘천으로 오기 전에 화천군 화천읍 읍내를 잠깐 돌아다녔어요. 화천읍 읍내를 본 후에 춘천으로 오자 춘천이 눈에 들어올 리 없었어요. 게다가 춘천 시내는 그렇게 엄청나게 특별하지는 않아요. 넓은 분지에 형성된 대도시라서 시가지 풍경은 다른 일반적인 시가지 풍경과 별 차이 없어요. 춘천 시가지야 평범한 대도시 풍경이고, 춘천 외곽이 예쁘기는 한데 당장 화천군 읍내를 보고 왔으니 산과 강이 어우러진 풍경이라면 이미 봤어요.
원래 계획대로 다음날 춘천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곳으로 가고 싶었어요. 순간 떠오른 곳이 바로 속초였어요. 춘천에서 속초로 시외버스를 타고 갈 수 있어요. 춘천에서 속초까지는 시외버스로 2시간 채 안 걸려요. 다음날은 영상을 촬영하지 않고 머리 비우고 그냥 돌아다니고 싶었어요. 이런 점에서도 속초가 딱이었어요. 춘천, 속초는 강원도의 다른 지역과 묶어서 가기 좋아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여행할 때 홍천, 화천, 양구 같은 강원도 북서부 내륙 지역은 춘천과 묶어서 가는 게 좋고, 고성, 양양, 인제 같은 강원도 북동부는 속초와 묶어서 가는 것이 좋아요. 속초는 고성, 양양, 인제 때문에라도 몇 번을 가야 하는 곳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골목길 영상 하나도 촬영 안 하고 돌아다녀도 좋은 도시였어요. 게다가 돌아오기도 편하구요.
강원도 화천군을 구경한 후 춘천으로 넘어오자 춘천에 대한 흥미가 완전히 식어버렸어요. 그래서 속초 가서 바다 구경하고 오기로 했어요. 춘천에서 버스를 타고 속초로 넘어갔어요. 당연히 속초 여행 계획 같은 건 하나도 없었어요.
'내일 뭐 먹지?'
속초는 계획하고 온 곳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온 곳이었어요. 그래도 왔으니 맛있는 것은 먹고 가야 했어요.
'속초에 홍게라면 1만원인 곳 있다고 했었는데?'
순간 떠오른 홍게라면. 강원도 속초시 속초중앙시장에 홍게라면을 1만원에 판매하는 매우 좋은 식당이 있다는 글을 본 기억이 떠올랐어요. 홍게라면은 대체로 13000~15000원쯤 해요. 그런데 속초시에서 속초중앙시장에 있는 식당 중 홍게라면을 1만원에 판매하는 식당이 있다고 했어요. 전에 속초중앙시장에 홍게라면을 1만원에 파는 식당 글을 보고 꼭 가보고 싶어했던 기억이 났어요.
"거기가 어디였더라?"
식당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시 검색해서 찾아봤어요. 어렵지 않게 찾았어요. 홍게 라면을 1만원에 파는 식당 이름은 속초홍게라면이었어요. 속초홍게라면은 속초중앙시장에 있었어요. 가게 위치는 찾기 쉬웠어요. 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메인 거리인 중앙시장로6길에서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며 오른쪽을 보면 골목 입구 근처에 있었어요.
"내일 여기 가야겠다."
속초홍게라면 영업시간은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라고 나와 있었어요. 속초시 식당들은 항구 도시답게 아침 일찍 장사를 시작해서 저녁 일찍 장사를 끝내는 편이에요. 속초홍게라면도 마찬가지였어요.
다음날이 되었어요. 네이버지도에는 속초홍게라면 영업시간이 아침 9시부터라고 나와 있었어요. 그렇지만 9시에 문 열자마자 가는 것보다는 대충 10시쯤 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느긋하게 일어나서 사우나를 실컷 즐기고 찜질방에서 9시 반 조금 넘어서 나왔어요.
찜질방에서 나와서 속초중앙시장으로 걸어갔어요. 아직 금요일 아침이라 속초중앙시장은 한산했어요. 이따 오후부터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할 거였어요. 그래도 아침부터 관광객들이 속초중앙시장에서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속초홍게라면에 도착했어요. 정확한 위치는 중앙닭강정 맞은편 골목이에요.
김밥도 맛있다는 평이 많았지만, 저는 혼자 왔기 때문에 오직 홍게 라면만 먹을 생각이었어요. 가게 앞에는 사장님 아주머니께서 앉아계셨어요.
"홍게라면 1인분도 되나요?"
"혼자 오시면 되요."
홍게라면 1만원은 가격이 너무 저렴했어요. 다른 곳은 다 아무리 저렴해도 12000원, 보통 13000~15000원쯤 하는데 속초수산시장 속초홍게라면만 홍게라면 가격이 1만원이었어요. 그래서 혹시 일종의 박리다매 전략처럼 1인분 가격은 저렴하지만 2인분부터 판매하는 식 아닌지 궁금해서 홍게라면 1인분만 주문 가능한지 여쭈어봤어요. 사장님 아주머니께서는 인원수대로 주문하면 되고, 혼자 왔다면 1인분으로 주문할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러면 홍게라면 1인분이요!"
저는 사장님 말씀대로 혼자 왔어요. 그래서 홍게라면 1인분을 주문했어요.
속초홍게라면 안으로 들어갔어요. 속초홍게라면 매장 안에는 테이블이 4개 있었어요. 모두 4인용 테이블이었어요. 식당 내부는 매우 깔끔했어요.
찬장에는 홍게라면에 밥을 넣고 만드는 죽인 홍라죽 만드는 방법이 나와 있었어요. 홍게라면도 먹고 싶었지만, 홍라죽은 반드시 먹어보고 싶었어요. 홍게라면 국물로 만든 죽이라는 특별함 이전에 라면 국물에 밥 넣고 죽 만들어 먹어볼 생각을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안 해봤거든요. 그래서 너무 궁금했어요.
"사장님, 홍라죽은 주문 어떻게 해요?"
"그건 다 드신 다음에 주문하시면 되요. 그런데 국물이 많이 남아 있어야 해요."
"예."
"손님들 중에는 처음에 국물이 너무 많다고 불평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나중에는 국물 너무 맛있다고 더 달라고 해요."
사장님께 홍라죽에 대해 여쭈어봤어요. 홍라죽은 홍게라면을 다 먹은 후 주문하면 된다고 하셨어요. 단, 국물이 많이 남아 있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손님들 중에는 처음에 국물이 너무 많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중에는 다 국물 너무 맛있다고 좋아하며 국물 다 먹고 국물 더 달라고 하곤 한다고 하셨어요.
홍게라면 다 먹고 홍라죽을 만들어 먹고 싶다면 국물을 아껴먹어야 했어요. 국물은 기본적으로 많이 주지만, 처음에는 많아 보여도 먹다 보면 별로 안 많고, 죽을 만들 거라면 국물 맛있다고 국물을 너무 퍼먹으면 안 되었어요.
제가 주문한 홍게라면이 나왔어요.
붉은 국물에 홍게가 기어나오려고 하는 모습이었어요. 홍게가 기어나오다가 파를 한 조각 뒤집어쓴 모습이 재미있었어요.
속초홍게라면은 라면은 신라면을 사용하고 있었어요.
밑반찬은 김치와 단무지가 나왔어요. 그리고 계란 국물이 따로 나왔어요. 계란 국물은 홍게라면이 끓을 때 국물에 뿌렸어요.
홍게라면이 팔팔 끓었어요. 먼저 국물을 맛봤어요.
"진짜 홍게라면이다!"
단순히 홍게가 들어가서 홍게라면이 아니었어요. 국물에서 홍게 향이 진하게 났어요. 일반 라면과는 아예 다른 맛이었어요. 국물이 정말 맛있었어요. 국물은 홍게 향이 진하게 느껴지고 시원했어요. 국물을 쭉 들이마시고 싶었어요. 사장님 아주머니께서 왜 처음에는 국물이 많지만 나중에는 손님들이 한결같이 국물까지 깔끔히 다 먹는다고 하시는지 이해되었어요.
저도 국물부터 시원하게 마시고 홍게라면을 먹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사장님 아주머니께서 해주신 말씀이 떠올랐어요. 홍라죽을 만들려면 국물이 많이 남아 있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국물 맛있다고 국물을 마구 퍼마시면 나중에 죽 만들 국물이 없을 거였어요. 그래서 국물은 쭉쭉 마시고 싶은 유혹을 꾹 참고 숟가락으로 떠서 조금만 맛봤어요.
홍게 다리를 하나 집어들었어요. 수율이 좋았어요. 발라먹을 살이 꽤 있었어요.
"라면부터 드세요. 면 다 불잖아요."
"아...예!"
사장님 아주머니께서 홍게 먼저 먹지 말고 라면 면발부터 불기 전에 건져먹으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홍게 다리 하나를 먹은 후 라면 면발부터 건져먹었어요. 라면 국물에서 홍게향이 진하게 났고, 이 국물이 면발에 잘 배어 있어서 면발도 맛있었어요.
면발을 다 건져먹은 후, 홍게를 먹었어요. 다리와 몸통 모두 살이 실하게 있었어요. 게맛살 비슷한 홍게 살코기 맛이 잘 느껴졌어요. 정말 홍게 대신에 홍게 라면 먹어도 되었어요. 홍게의 맛과 살을 즐기기 좋았어요.
라면과 홍게를 다 먹었어요. 이제 홍게라면 국물에 밥을 넣어서 만드는 홍라죽을 먹을 차례였어요.
사장님 아주머니께서 홍라죽을 만들어 주셨어요.
국물 아껴먹기 잘 했다!
홍라죽은 별미였어요. 진한 홍게향이 가득한 라면 국물로 만든 죽이라 매우 맛있었어요. 뜨거워서 냄비에 죽을 얇게 펴서 식혀서 먹었어요. 홍게라면도 맛있었고, 홍라죽도 맛있었어요. 홍게를 혼자 매우 잘 즐겼어요. 국물 맛있다고 국물을 마구 퍼먹지 않기를 잘 했어요. 국물을 열심히 먹었다면 홍라죽을 만들 국물이 매우 부족했을 거고, 그랬다면 홍라죽을 먹지 못했을 거에요.
속초 여행 가서 홍게라면을 먹고 싶다면 속초중앙시장에 있는 속초홍게라면을 추천해요. 특히 혼자 여행 갔다면 매우 추천해요. 홍게라면이 1만원이라 가격 부담도 없고 국물에서 홍게 향이 매우 진하게 났어요. 그리고 안에 들어간 홍게도 살이 실했어요. 여기에 라면 면발과 홍게를 다 먹은 후 홍라죽까지 만들어서 먹으면 혼자 즐겁게 홍게를 즐길 수 있었어요. 그리고 가게 영업 시간이 빠르기 때문에 늦은 아침으로 먹기에도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