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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 가끔 선생님들로부터 듣던 말이 있어요.


"우리가 학생이었을 때에는 타임지를 읽으며 공부했어!"


나이 많으신 선생님이실수록 이 말을 하셨던 것 같아요. 우리보고 공부를 지지리 안 하고, 얼마 되지도 않는 것 가지고 낑낑거린다고 하시며 저런 말을 하시곤 하셨어요.


사실 수업 시간 뿐만 아니라 '외국어로 된 신문'을 읽는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일종의 '로망'이자 '외국어 실력의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될 정도에요. 요즘이야 그런 게 별로 없지만, 제가 어릴 때에만 해도 괜히 허세잡는 캐릭터들은 꼭 영자 신문을 들고 있었죠. 그리고 허세임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거꾸로 들고 읽거나 엉터리로 소리내어 읽구요.


그에 비해 국어 교과서는 아주 하찮은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요. 이런 '교과서는 하찮고, 신문 보는 것은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자리잡게 된 데에 대해 개인적으로 국어 교과서는 한국어를 아는 한국인이 한국어 교과서를 보았기 때문이고, 외국 신문은 어떤 외국어든 한국인에게 접근장벽이 낮지 않은 외국어가 없다 보니 더욱 대단해보이는 것이라 보고 있어요. 하지만 반대로, 다른 나라의 모국어 교과서를 읽는다면? 결과는 재미있어요. 지금까지 몇 종류의 교과서들을 읽어보았는데 절대 1학년 것도 쉽지 않아요. 어설프게 공부해서는 초등학교 1학년 것도 보기 쉽지 않죠. 이유는 당연해요. 이미 웬만한 말을 할 줄 아는 아이들이 배우는 책인데 거기에 아주 말 처음 배우는 아기들이 공부할 내용만 줄 리는 없으니까요. 초등학교 1학년생의 문제라면 어휘가 부족한 것이지, 문법면에서 크게 부족한 것은 아니거든요. 설마 초등학교 1학년 애들이 '나 친구 집에서 놀고 올게'라는 말조차 못 하겠어요.


요즘 아랍 국가의 국어 교과서 - 즉 아랍어 교과서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랍 국가에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노력으로 될 일은 아니고, 노력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해 보았어요. 바로 인터넷에서 검색해 다운 받기.


보기만 해도 미간에 주름이 잡히는 글자들과 오랜만에 씨름하며 결국 알제리 국어 (아랍어) 교과서 1, 4, 5권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찾아내었어요. 2, 3권은 링크가 있기는 한데 이미 삭제된 것 같더군요. 사실 이 교과서가 알제리 것이라는 것을 알고 받은 건 아니에요. 그냥 아랍어 교과서 1~5권이라고 되어 있어서 인터넷으로 구했는데, 구하고 보니 알제리 교과서였던 것이었어요.


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1권. 아랍 국가의 교과서에 흥미가 생긴 이유는 이 지역은 양층언어현상 때문에 일상 생활에서 표준 아랍어로 대화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어요.




가장 첫 장은 정말 쉬웠어요. 이건 그냥 웃으며 보는 것. 이건 우리나라의 아랍어 교과서 초반 난이도랑 거의 비슷해요. 만약 아랍어를 처음 공부하는 사람이 있다면, 교재로 써도 될 정도. 조금 문제라면 저 '6살'. 저게 문법적으로 설명하기엔 조금 어려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딱 저거 하나 제외하면 정말로 쉽고 무난한 편.



그러면 그렇지.


아랍어 공부해보신 분들이라면 난이도가 금방 파악되실 거에요. 짚어주어야할 문법 사항이 한 두 개가 아니에요. 저건 절대 초급자용 교재로는 쓸 수 없는 난이도. 딱 5페이지 넘어가니 난이도가 급상승이네요. 관계절을 언제 배우더라...만약 아랍어 처음 배우는 학습자를 대상으로 이 교재를 쓴다면 참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될 거에요.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딱 5장 넘기자마자 천당에서 지옥으로.


개인적으로 왜 외국어로써의 아랍어가 어려운 언어인지 잘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내용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닌데, 이걸 문법적으로 접근하면 답이 없어요. 그런다고 무조건 생암기만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현지에서 살며 현지인들과 이야기한다는 전제 조건에서야 이 역시 좋은 방법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의 무조건적인 생암기는 오히려 흥미만 떨어트릴 뿐이니까요. 문제는 그렇다고 어려운 문법 빼면 아랍어로 뭐 할 말이 없어요. 맨날 '저는 00입니다. 저는 학생입니다. 아버지는 기술자이고, 어머니는 선생님입니다.' 이것만 반복하게 되니 또 흥미가 떨어지구요.


다른 나라, 다른 언어들의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들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네요. 다른 나라, 다른 언어들의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도 아마 외국인이 초기에 가지고 보기에는 꽤 어려울 거 같기는 한데요. 그리고 다른 아랍 국가의 국어 교과서들도 이럴까요?


p.s. 날이 추워서 집에만 틀이박혀 있으니 소재 고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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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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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랍어는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배우긴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저도 예전에 아랍어를 공부했었는데
    지금은 깨끗하게 다 잊어버렸네요ㅜㅜ 바꿔 얘기하면 그곳 사람들도 우리만을 무지 어렵겠죠?
    추우셔서 밖을 못 나가시는 군요..이해 됩니다. 도쿄는 그나마 따뜻한 편이지만 그래도 실내만 돌아다니네요..
    감기조심하세요!!

    2013.01.05 08: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지금 아랍어 거의 완벽히 잊어버렸어요 ㅋㅋ;; 그리고 우리가 배우기 어렵다는 것은 그 역도 성립할 거에요. 두 언어가 서로 닮은 구석이 정말 없기 때문에 일에서 백까지 다 새롭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라 쉽게 배울 수 없다는 말이니까요 ㅎㅎ 그런데 제 생각에는 아랍인들이 한국어 배우는 속도가 한국인이 아랍어 배우는 속도보다는 빠를 거에요. 아랍 애들이 생암기는 엄청 잘하거든요 ㅎㅎㅎ 정말 암기 실력은 대단하더라구요. 코란 암송이 그쪽을 많이 발달시키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장화신은 삐삐님께서도 감기 조심하세요. 특히 따님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시구요. ㅎㅎ

      2013.01.05 09:44 신고 [ ADDR : EDIT/ DEL ]
  2. 컥~아랍어~~영어라도 잘하고 싶은데...외국어는 어려워요~!!
    즐거움이 가득한 주말 보내세요.^^

    2013.01.05 11: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외국어를 공부하고 있는데 너무 어려워요...정말 끝이 안 보이는 거 같아요. 게다가 하나 공부하면 왜 다른 외국어 공부한 것을 까먹게 되는지 ㅠㅠ
      릴리밸리님께서도 기쁜 주말 보내세요^^

      2013.01.05 11:39 신고 [ ADDR : EDIT/ DEL ]
  3. 잘 보고 갑니다 ~ ^^
    좋은 하루를 보내세요~

    2013.01.05 15: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ㅋㅋㅋㅋㅋㅋㅋ 일본에서 교복입은 초딩들이 책 읽고 있길래 슬금 쳐다 봤더니
    한문이 잔뜩 있어서
    대단하다고 생각한적 있는데 말이죠 ㅋㅋㅋㅋㅋ ^^

    2013.01.05 23: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러게 말이에요. 우리가 열심히 공부했다고 으쓱하고 있는데 현지 코찔찔 학교도 못 들어간 애보다 못 하는 거 볼 때마다 당연하기는 한데 기분이 참 묘해지더라구요 ㅋㅋ

      2013.01.06 20:20 신고 [ ADDR : EDIT/ DEL ]
  5. 핑핑 돕니다!!
    전 아랍어를 알파벳 하나하나 구별하는 것부터가 무리예요.... 하하하

    2013.01.05 23: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꼭 아랍어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죠 ㅎㅎ 아마 다른 나라 교과서들도 이렇지 않을까요? 심지어는 영어 교과서도요 ㅎㅎㅎ

      2013.01.06 20:20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