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고기 케밥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블로그로 교류하는 지인과 댓글로 이야기를 나누다 케밥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분께서 말씀하시는 케밥은 터키 케밥이었어요. 튀르키예 케밥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아주 오랜만에 양고기 케밥을 먹고 싶어졌어요.
튀르키예식 케밥 안 먹은 지 얼마나 되었지?
역병사태 전에는 간간이 튀르키예 케밥을 먹곤 했어요. 자주 사먹지는 않았지만 이태원 다섯 번 가면 그 중에 한 번은 터키 케밥을 사먹었던 거 같아요. 이태원 외에는 터키 케밥을 사먹지 않았어요. 제가 케밥을 먹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양고기를 먹기 위해서였어요. 케밥은 이제 우리나라에 매우 많이 퍼진 음식이에요. 그러나 양고기 케밥은 인기가 여전히 시원찮은지 대부분의 케밥집이 닭고기 케밥만 판매하고 있어요. 터키 양고기 케밥을 먹으려면 이태원 가야 해요. 그래서 이태원 갈 때 가끔 별미로 사먹곤 했어요.
그런데 이태원 자체를 안 간 지 꽤 되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 시작된 이후로 이태원은 거의 안 갔어요. 가더라도 잠깐 거리만 걷다가 돌아오곤 했어요. 이태원에서 뭘 사먹은 일 자체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어요. 한때 정말 자주 갔던 이태원이었지만 이태원이 매우 멀어졌어요. 예전만큼 특색있거나 꼭 거기를 가야하는 이유가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었어요.
터키식 양고기 케밥이 먹고 싶어지자 이태원에 한 번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제가 이태원 가서 터키 케밥 먹으러 갈 때 가던 식당이 있었어요. 야고만두 있는 후커힐 골목길 입구 쪽에 있는 미스터 케밥이었어요.
이태원은 사회적 거리두기 타격을 제대로 입었고, 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상권 자체가 매우 늦게 다시 살아나려고 하다가 또 폭삭 망했어요. 이태원 상권이 무너진 이유는 이태원 상권에 거품이 많이 끼었고, 과거만큼 특색있는 곳이 아니게 되었기 때문도 있어요. 이제는 꼭 외국 음식 먹으러 이태원에 가야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이태원 상권을 받쳐주던 수요 중 하나가 말레이시아 관광객들이었는데 이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시절에 거의 못 들어오면서 한 방에 훅 꺼졌어요. 그렇지 않아도 이태원은 지형적인 이유로 대중교통편이 참 불편해서 문화적 게토 역할 하던 곳이라 다른 상권과의 연계도 영 안 좋은데요.
이 때문에 이태원에 케밥 먹으러 가기 전에 아직도 있는지 한 번 확인해보기로 했어요.
"뭐야? 없어졌어?"
미스터 케밥이 없어졌어요. 야고만두도 없어졌어요. 충격이었어요. 미스터 케밥은 아주 오래되었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때 이태원에서 아주 잘 나가던 곳이었어요. 전성기 때는 이태원에 미스터 케밥 매장이 여러 곳이었어요. 그 중 거의 최초 매장이 야고만두 옆에 있는 매장이었어요. 미스터 케밥은 사장님이 엄청 뚱뚱하고 배가 무지 나왔었어요. 그러다 오랜만에 갔더니 아주 날씬해지셔서 못 알아볼 정도로 변해서 왜 그렇게 되었냐고 여쭈어보자 비만 때문에 수술 받으셨다고 하셨었어요. 그런 기억이 있는 가게였는데 없어졌어요.
"다른 곳 어디 있나 봐봐야겠다."
이태원에 있는 다른 케밥집을 찾아봤어요. 술탄 케밥은 있었어요.
"술탄 케밥 가야겠다."
제가 가던 미스터케밥이 없어졌기 때문에 술탄 케밥으로 가기로 했어요. 이태원으로 갔어요. 이태원에 도착하자마자 술탄 케밥으로 갔어요.
"여기는 처음이네."
술탄 케밥도 한두 해 장사한 식당은 아니에요. 여기도 생긴 지 몇 년 되었어요. 이태원의 터키 케밥 노포 소리 들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한두 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사회적 거리두기 때에도 계속 영업했던 곳이에요. 그리고 이태원에서 사람들이 많은 케밥집 중 하나에요.
술탄 케밥은 과거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항상 미스터 케밥 가서 먹었고, 술탄 케밥은 가볼 생각을 아예 안 했어요. 술탄 케밥을 안 가본 이유는 딱히 없었어요. 그저 미스터 케밥 가서 먹곤 했기 때문이었어요.
술탄 케밥 안으로 들어갔어요. 주문은 자동 주문 기계로 해야 했어요. 저는 톰빅 케밥을 양고기로 선택했어요. 톰빅 케밥 양고기는 8900원이었어요.
메뉴를 보면 또띠야 케밥이 있어요. 또띠야 케밥은 퓨전 같지만 라바쉬 대신에 또띠야를 사용했을 뿐이에요. 라바쉬와 또띠야는 생긴 것처럼 맛도 비슷해요.
사족이지만 집에서 케밥 만들어 먹고 싶으면 토르티야 사와서 만들면 되요. 한국식 케밥도 토르티야만 있으면 쉽게 만들어요. 토르티야에 구운 고기와 상추와 생양파 싸서 돌돌 말아서 먹으면 되거든요. 마트에서 양념 불고기 사와서 볶아서 넣어도 되요.
술탄 케밥 내부를 구경하며 제가 주문한 케밥이 나오기를 기다렸어요.
제가 주문한 톰빅 케밥 양고기가 나왔어요.
그래, 이 맛이야.
톰빅 케밥의 빵은 질기지 않았어요. 케밥 빵이 너무 질겨도 문제지만 너무 힘이 없어도 문제에요. 왜냐하면 먹다 보면 고기 기름과 야채즙이 섞여서 아래로 흐르기 때문에 빵이 너무 약하면 나중에 먹을 때 머리 아파져요. 술탄 케밥 톰빅 케밥은 빵이 너무 질기지 않고 맛있었어요.
양고기도 매우 잘 들어가 있었어요. 양고기 들어간 양이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양고기는 양고기 특유의 풍미가 부드럽게 퍼졌어요. 양고기에서 누린내는 안 느껴졌고 오직 고소한 양고기 맛만 느껴졌어요. 술탄 케밥도 믿고 가도 되는 식당이에요. 여기도 이태원에서 장사 꽤 잘 되는 케밥집이기 때문이에요.
양고기는 맛도 맛이지만 그보다 최우선적으로 장사 잘 되는 집으로 가야 해요. 양고기는 전부 수입산이라서 식당에서 구입한 양고기를 빨리 팔아서 소모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한국에서 식당들 사이에 양고기의 질적 차이는 기본적으로 없지만 회전이 느려서 양고기 재고 소모가 느려지면 보관 날짜가 길어져서 누린내가 갈 수록 심해져요.
케밥에 야채도 잘 들어가 있었어요. 고기 양과 야채 양의 비율이 좋았어요.
술탄 케밥 테이블에 비치되어 있는 케찹은 매운 케찹이었어요. 케밥을 절반은 그냥 먹고 나머지 절반은 매운 케찹을 뿌려가며 먹었어요. 매운 케찹을 뿌리자 다른 맛이 되었어요. 매콤한 맛이 더해졌고 새콤한 맛이 더 강해지면서 케밥 맛이 어우러졌어요. 이렇게 되자 배부르다 못해 배 터질 거 같아질 때까지 먹고 싶어졌어요. 그냥 먹는 맛이 샌드위치 계열의 맛이라면 케찹 뿌린 맛은 햄버거 계열의 맛에 가까웠어요.
술탄 케밥의 톰빅 케밥은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고기를 많이 넣어줬고, 야채와 양고기 맛의 비율이 마음에 들었어요. 이제부터는 이태원에 가서 케밥 먹을 때는 술탄 케밥 가서 먹기로 했어요. 다음에 또 가게 된다면 그때는 진한 맛을 느끼기 위해 또띠야 케밥으로 먹어볼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