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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진주시 진주중앙시장 진주시외버스터미널 진주성 진주 냉면 맛집 하연옥 촉석루점

좀좀이 2023. 6. 15.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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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창원 여행을 마치고 다시 의정부로 올라가는 길이었어요. 경상남도 창원 여행은 매우 재미있었어요. 먹는 건 마산에서 먹고 구경하는 건 진해에서 구경하면 매우 알차고 즐거운 일정이 되겠다고 생각하고 창원 여행을 갔는데 이게 딱 맞아떨어졌어요. 진짜로 마산은 먹을 것이 여러 가지 있었고 맛있는 게 꽤 있었어요. 진해는 구경할 것이 많아서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놀기 좋았어요.

 

'돌아가는 길에 진주 갈까?'

 

진주시는 한때 매해 여름과 겨울이 되면 한 번씩 갔던 곳이었어요. 대학교 다니던 시절, 진주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 만나러 진주를 가곤 했어요. 그렇게 진주를 한동안 자주 갔지만, 친구가 졸업하고 진주시를 떠나면서 진주시를 안 가기 시작했어요. 진주에 아는 사람도 없고 혼자 가면 갔던 곳 또 가는 거에 혼자서 놀아야하니 재미없어서요.

 

그러다 지난해에 정말 모처럼 진주시에 갔어요. 이때는 통영에서 다음날 남해군으로 넘어가기 위해 중간에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갔었어요. 밤에 진주시에서 하룻밤 자고 나온 것이 사실상 전부였어요. 그래도 진주성과 남강은 봤어요. 진주성과 남강은 진주 오면 한 번은 보고 가는 곳이니까요. 숙소도 다음날 아침 일찍 진주로 넘어가기 위해 진주성 근처에서 잡았구요.

 

마산에서 진주로 버스를 타고 넘어가기로 했어요. 정말 오랜만에 낮에 진주시 중심가를 돌아다닌 후 의정부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마산에서 아침에 버스를 타고 진주시로 넘어왔어요. 진주성과 촉석루, 남강을 구경하자 슬슬 점심 먹어야할 때가 되어가고 있었어요.

 

'점심으로 진주 냉면 먹어볼까?'

 

예전에 한때 진주시를 여러 차례 와봤지만 진주시에서 진주 냉면 먹어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진주시에서 유명한 음식은 여러 가지 있어요. 그 이전에 진주시는 타지역과 음식 문화가 꽤 다른 곳이에요. 진주시가 방언도 인접 지역과 다르고 음식 문화도 인접 지역과 다른 곳이에요. 진주시는 진주시만의 특색이 있는 곳이에요. 그래서 진주시는 뭐든 다 특별해요.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대표적인 음식은 진주 비빔밥과 진주 냉면이 있어요. 이 중 진주 비빔밥은 먹어봤어요.

 

전라북도 전주 비빔밥이 아주 유명해지게 된 계기는 2000년대 초 한국 대표 음식을 선정할 때 전주 비빔밥이 선정되었기 때문이었어요. 당시 정부 차원에서 선정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래서 권위와 공신력이 꽤 있었어요. 이 당시야 인스타그램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SNS 홍보가 있었던 때도 아니었기 때문에 중앙일간지에 공공기관 차원으로 선정된 한국 대표음식에 전주비빔밥이 포함되었다는 것이 보도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홍보 효과가 있었어요. 이때를 기점으로 전주 비빔밥이 전국적으로 상당히 유명해졌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가 되었어요.

 

이 당시 잘 안 알려진 이야기가 있는데, 바로 이 한국 대표 음식을 선정하기 전에 비빔밥은 전라북도 전주 비빔밥과 경상남도 진주 비빔밥이 유명했어요. 물론 그 당시에도 전주 비빔밥이 더 유명하기는 했지만요. 그런데 전주 비빔밥만 한국 대표 음식으로 선정되자 진주시 사람들이 난리가 났어요. 진주 비빔밥도 유명하고 역사가 있는 음식인데 왜 전주 비빔밥만 선정되냐구요.

 

진주 비빔밥을 먹어본 이유도 이와 연관이 있어요. 진주에서 자취하던 친구 역시 진주 비빔밥도 엄청 유명하다고 하면서 제게 진주 비빔밥은 진주 오면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이라고 했어요. 반면 진주 냉면은 그 당시에 진주에서도 평이 그다지 좋지 않았어요. 당시 진주에 살고 있던 친구 말로는 그다지 특색 없고 비싸다고 했어요. 그래서 진주 냉면은 안 먹어봤어요. 친구가 진주 비빔밥은 원래 전주 비빔밥 못지 않게 유명하고 역사 있는 음식이라고 열변을 토하는데 진주 냉면은 시큰둥해서 친구의 말이 너무 믿음이 갔어요.

 

그렇게 해서 한때 진주 잘 놀러갈 때 안 먹어본 진주 냉면을 한 번 먹어보기로 했어요.

 

"하연옥 열었을 건가?"

 

경상남도 진주시 진주 냉면 맛집으로는 하연옥이 있었어요. 하연옥은 본점이 있고 분점이 있었어요. 이 중 하연옥 촉석루점은 진주중앙시장, 진주성, 촉석루, 진주시외버스터미널과 매우 가까웠어요.

 

하연옥 촉석루점으로 갔어요. 다행히 일찍 문을 열고 장사하고 있었어요.

 

 

 

하연옥 촉석루점 안으로 들어갔어요.

 

진주냉면을 주문하자 온육수가 나왔어요.

 

 

온육수는 가게 한 켠에 온육수통이 있었어요.

 

냉면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가게 내부 사진을 찍었어요.

 

 

드디어 진주 냉면이 나왔어요.

 

 

"양 많다!"

 

하연옥 촉석루점의 진주 냉면은 양이 상당히 많았어요. 세숫대야 냉면에 버금갈 정도로 상당히 많은 양이었어요. 진주에서 냉면만 먹고 갈 것이 아니라 다른 것도 먹고 싶어서 일반 냉면으로 주문했는데 양이 제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어요.

 

 

고명을 봤어요. 고명이 매우 화려했어요. 노른자 지단, 실고추, 오이와 더불어 고기, 그리고 육전이 올라갔어요.

 

"역시 진주야."

 

육전을 올린 것을 보며 웃었어요. 진주 음식 특징이 진주 냉면에서도 관찰할 수 있었어요. 진주시는 음식 문화가 상당히 독특한 지역이에요. 진짜로 진주 음식 문화만 독특해요. 진주 음식 문화에서 가장 특이하고 독특한 점은 바로 옆지역만 해도 조리를 끝낸 음식이 진주로 오면 한 번 더 어떤 조리과정을 거쳐요. 뭔가 재료를 더 쓰고 손을 한 번 더 대는 문화가 있어요.

 

진주 냉면에서 외관상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육전이었어요. 이것도 진주 음식 문화와 관련이 있어요. 타지역 냉면에서는 삶은 고기를 위에 올려줘요. 그것으로 끝이에요. 하지만 진주 냉면은 역시 진주 음식답게 삶은 고기가 아니라 손을 한 번 더 대고 재료도 더 들어가는 육전을 올려놨어요. 이는 진주 냉면 뿐만 아니라 진주에서 전에 먹었던 밀면에서조차 그랬어요.

 

진주 냉면을 먹기 시작했어요.

 

 

"이러니까 진주 민란 일어났지!"

 

맛을 보고 몇 입 먹자마자 입에서 이러니 진주 민란이 일어났다는 말이 튀어나왔어요.

 

조선 후기 임술농민봉기의 시발점이 된 진주 농민 봉기는 원래 부유한 지역이었던 진주시였지만, 탐관오리 진주 목사 홍병원과 경상 우병사 백낙신이 부정부패와 수탈을 저지르자 진주 사람들이 도저히 못 견디고 들고 일어난 사건이에요. 타지역에 비해 훨씬 살기 좋고 부유한 진주 지역에서 사람들이 탐관오리의 수탈에 폭발해서 민란을 일으켰다는 소식이 널리 퍼지자 남한 지역 도처에서 민란이 발생했어요. 저렇게 형편 나은 지역도 탐관오리 수탈에 못 살겠다고 들고 일어났다는 충격이 삼남지역과 경기지역까지 뒤흔들었어요.

 

하면옥 진주 냉면은 육수부터 다른 지역 냉면 육수와 맛이 완전히 달랐어요. 진주 냉면 육수는 고기 육수가 베이스이기는 했지만 여기에 해산물 향이 상당히 많이 첨가되어 있었어요. 건어물을 사용해 만든 육수와 고기 육수를 섞은 것 같았어요. 육수에서 해산물 향과 고기 향이 섞여 있었어요.

 

진주 냉면 맛은 상당히 화려했어요. 매우 다채로웠어요. 맛있는 것을 다 집어넣은 거 같은 맛이었어요. 면도 양이 많은데 고명도 엄청 수북히 올라가서 일반적인 잔치 음식 수준을 넘어섰어요. 온갖 맛있는 맛이 다 들어가 있었어요. 물냉면이라 맵지 않을 뿐이었어요.

 

진주 냉면 맛은 잔치 음식이 아니라 자랑 음식에 더 가까웠어요. 우리가 이렇게 부유하고 잘 나간다고 상대방 기 죽이려고 만들어서 대접하는 음식, 또는 먹는 데에 돈 펑펑 쓰며 오직 이 순간을 즐기자는 맛이었어요.

 

탐관오리의 맛!

 

진주 냉면 맛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탐관오리의 맛이었어요.

 

탐관오리가 백성들 수탈해서 저기 촉석루에서 이런 거 먹으며 놀았다는 거 아냐?

그러니 대체 얼마나 악랄하게 수탈했을 거야?

 

진주농민봉기가 왜 일어났는지, 임술농민봉기로 왜 급격히 확산되었는지 이해되고 말았습니다.

 

촉석루를 다녀온 후 먹으면 왜 진주 농민 봉기가 일어났는지 바로 이해되는 맛이었어요. 이건 전통 음식 중 잔치 음식도 아니고 잔치 음식을 뛰어넘은 자랑 음식이었어요. 평양 냉면, 함흥 냉면 따위와는 아예 차원이 다른 음식이었어요. 조선 시대 임금님도 이런 걸 먹을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어요. 육수만 해도 고기와 건어물 둘 다 써서 육수를 낸 맛이었고, 고명은 그냥 고기도 아니고 고기에 계란옷 입혀서 육전을 만들어 올렸어요. 여기에 오이, 무로 야채맛 더해줬고, 조류 빠지면 또 아쉽다고 계란 노른자 지단도 올렸어요. 조선 시대때 탐관오리들이 촉석루에서 흥청망청거리면서 이런 걸 맨날 먹었다고 생각해봐요. 보통 수탈로는 될 일이 아니었을 거에요.

 

조선왕조 600년 탐관오리의 진수가 담긴 맛이었어요. 논개고 김시민이고 싹 다 까먹고 오직 우리나라 최고의 탐관오리 투톱을 이루는 백낙신만 떠오르게 하는 맛이었어요.

 

물론 진주냉면은 한동안 맥이 끊겼다가 후에 복원된 음식이기 때문에 하연옥 진주냉면 맛과 백낙신 조병갑 맹활약하던 시절의 진주냉면 맛은 다를 거에요. 그러나 왠지 백낙신이 혼을 실어서 백성들을 수탈하고 착취하던 조선말에도 이런 맛일 거 같았어요. 진주 음식 문화 특징 및 전통 음식을 보면 충분히 가능성 있었어요.

 

진주 여행 간다면 반드시 촉석루 한 번 들렸다가 진주냉면 먹기 바래요. 정말 먹어보면 탐관오리의 맛이 뭔지 알 수 있어요. 맛이 정말 화려하고 맛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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