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석탄의 길 (2022)

석탄의 길 2부 23 - 강원도 삼척시 등록문화재 제298호 삼척 도경리역

좀좀이 2023. 4. 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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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평교 앞에서 왼쪽 영동선 철로를 따라가는 길로 들어갔어요. 이 길은 운탄고도1330 9길이 아니었어요. 운탄고도1330 9길은 마평교를 건너가야 했어요.

 

이대로 철도와 작별하기 아쉽기 때문입니다.

 

운탄고도1330 8길부터 시작된 여정. 운탄고도 8길 시작 도계역부터 운탄고도 9길 마평교 지점까지는 오십천 따라 걷는 길이기도 하지만 영동선 철로와 같이 걸어가는 길이기도 해요. 저는 원래 기차와 철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쪽에 별 관심 없어요. 하지만 운탄고도1330 8길부터 철로와 계속 같이 걷다 보니 철로와 그새 정이 들었어요. 정이 든 친구와 이대로 작별하기 아쉬웠어요. 도경리역은 도경리역이 궁금해서 가는 것도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철로와 함께 더 걷기 싶은 마음도 있기 때문에 가는 길이었어요.

 

'결국 도경리역에 가네.'

 

지난번 여행이 떠올랐어요. 그때 신기역에서 동해역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 안에서 도경리역을 봤어요. 빗방울 잔뜩 맺힌 열차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도경리역 사진을 찍으며 좋아했어요. 삼척시 마지막 영동선 기차역인 도경리역 사진을 찍으면서 여기는 이걸로 되었다고 속으로 소리쳤어요. 그런데 그렇게 기차 타고 지나가며 본 걸로 충분하다고 여겼던 도경리역을 기차 타고 지나가며 본 지 얼마 채 되지 않아서 직접 두 발로 걸어서 가고 있었어요.

 

마평교에서 왼쪽 길로 들어가자 피암터널이 나왔어요.

 

 

조금 더 걸어가자 도경 버스 정류장이 나왔어요.

 

 

"여기는 버려진 정류장인가?"

 

 

 

도경 버스 정류장은 버려진 버스 정류장 느낌이었어요. 도경리역도 버려진 기차역이고 도경 버스 정류장도 버려진 정류장이었어요. 도경동 자체가 어쩌면 정말로 소외된 지역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경동은 심지어 운탄고도1330에서도 완전히 벗어난 지역이었어요. 오십천변 동네도 아니었구요. 어떻게 보면 외진 곳이라고 해도 될 동네였어요. 그 동네에 기차역이 있었어요.

 

 

새로 만들어진 도경 버스 정류장이 있었어요. 도경 버스 정류장을 지나 계속 걸었어요.

 

"오르막이네?"

 

길은 산을 향해 이어졌어요. 산으로 올라가는 꼬불꼬불한 길을 올라갔어요.

 

 

 

길을 걸어가다 옆을 보니 레미콘 공장이 보였어요.

 

 

구글맵으로 보면 여기에 성황레미콘, 성창레미콘, 드림레미콘 공장이 있다고 나와 있어요. 카카오맵에서 성황레미콘, 성창레미콘, 드림레미콘을 검색해보면 성창레미콘만 성창건설로 이 위치에 있다고 나와요. 이로 미루어보아 저 레미콘 공장은 성창레미콘일 거에요.

 

큰 길에서 산으로 올라가는 조그마한 급경사 오르막길로 들어갔어요.

 

 

표지판이 나왔어요.

 

 

표지판은 2개였어요. 위에 있는 표지판은 등록문화재 제298호 삼척 도경리역까지 800m 남았다는 표지판이었어요. 아래 표지판은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배벵이굿 경기민요 예능보유자 집이 있다는 안내 표지판이었어요.

 

"문화'재' 아닌가?"

 

나의 한국어 실력을 의심하게 만드는 표지판.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배벵이굿 경기민요 예능보유자 집 표시판을 보면 '문화재'가 아니라 '문화제'라고 되어 있었어요. 문화재는 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인류 문화활동의 소산이고, 문화제는 문화 축제에요. 그러니 저건 문화'제'가 아니라 문화'재'가 맞아요. 그러나 표지판에 문화제라고 나와 있어서 순간 제 한국어 실력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살짝 의심했어요. 당연히 제가 맞고 문화제라고 써놓은 저 표지판이 틀린 거였어요.

 

 

"아우, 더워!"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은 후 외투를 벗고 가디건을 입은 셔츠 소매를 그대로 걷어부쳤어요. 다시 외투를 입고 배낭을 메었어요. 훨씬 살 만 했어요. 도경리역 가는 도로는 좁고 급경사에 꼬불꼬불한 길이었어요. 역까지 가는 길이 등산하는 길이었어요.

 

"이러니 도경리역이 폐역되지."

 

나무위키를 보면 '영동선 역 중에 삼척시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역이다. 도로를 통한 서울 방향 접근이 불편했을 시절에는 나름대로 삼척 시내의 영동선 내 관문역으로 기능했을 법도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렇게 되지는 못하고 산골짜기의 작은 역으로 남았다'라고 나와 있었어요. 이건 이쪽에 와보지 않은 사람이 대충 지도만 보고 써놓은 말일 거에요. 삼척의 관문 역할을 할 위치가 아니었어요.

 

삼척의 관문 역할을 할 기차역이라면 차라리 미로역이 훨씬 더 나았어요. 미로역도 삼척 시내에서는 멀지만요. 도경리역은 역까지 가는 길 자체가 좁고 급경사 비탈길에 등산로라고 해도 될 길이었어요. 큰 차가 다니기 매우 고약한 길이었어요. 외진 산 속에 있는 기차역이니 폐역 당해도 이상할 것 없었어요. 도경리역에서 삼척시내로 가려면 제가 걸어가고 있는 길을 반드시 걸어가야 했어요. 우회로 같은 것도 없었어요. 그러니 삼척 사람들이 굳이 도경리역을 이용하러 올 이유가 하나도 없었어요. 차라리 버스 타고 동해역 가는 게 더 나을 거였어요.

 

 

울창한 수풀과 나무 사이로 에메럴드색 지붕이 보였어요.

 

 

도경리역이었어요.

 

도경리역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길은 이번에는 내리막길로 바뀌었어요. 내리막길을 따라 줄줄줄 내려갔어요. 마을이 하나 나왔어요.

 

 

 

 

2022년 10월 21일 오전 10시 45분, 도경리역에 도착했어요.

 

 

 

도경리역 앞에는 마을 주민분들이 앉아서 잡담을 나누고 계셨어요.

 

"안녕하세요."

 

마을 주민분들께 인사를 드렸어요. 마을 주민분들께 운탄고도1330 따라 걸으며 여행하는 중에 도경리역 보러 왔다고 말씀드렸어요. 마을 주민분들과 잠시 대화를 나눴어요. 마을 주민분들 말씀에 의하면 이 동네는 예전에는 나름 여러 가구 사는 마을이었지만 20여년 전에 큰 홍수가 나면서 여러 집이 떠나갔다고 했어요. 20여년 전에 발생한 홍수로 한 집은 파묻히고 한 집은 떠내려갔다고 하셨어요.

 

강원도 삼척시 도경동에는 원래 주변에 광산이 없었다고 하셨어요. 도경리역이 폐역이 된 이유는 38번 국도 생기면서 사람들이 다 자가용을 타고 다니면서 승객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하셨어요.

 

또한 도경리는 교통이 불편해보이지만 하루에 버스가 몇 대 온다고 하셨어요. 도경리역 앞에 버스가 정차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교통이 그렇게까지 불편하지는 않다고 하셨어요.

 

"삼척 어디로 가요?"

"저기 시내로 가서 바닷가 따라 소망의 탑까지 가려구요."

"그쪽에 볼 거면 죽서루 있고, 정라항 가면 예전에 파도 피해서 언덕에 생긴 마을 있어요."

"아, 나릿골 감성마을이요?"

"예, 거기 볼 만 해요."

 

마을 주민분들께서 제게 삼척 시내에서 볼 것으로 죽서루와 정라항, 나릿골 감성마을을 추천해주셨어요. 나릿골 감성마을에 대해 파도 피해서 언덕에 생긴 바닷가 동네라고 말씀하셨어요.

 

도경리역을 둘러보기 시작했어요.

 

 

도경리역 입구에는 안내 표지판이 있었어요.

 

 

 

안내 표지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깊은 산속 감춰진 아름다움 도경리역

 

역 이야기

 

문화재가 된 영동선 철도역의 맏형

 

도경리역은 영동선 철암-묵호 구간에 위차한 역으로 영동선에서 가장 오래된 역이다. 철암선이 삼척탄전의 개발을 위해 개통되었던 1940년 8월 도경리역도 함께 영업을 개시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현재의 역사가 완공된 것은 1939년 5월이지만 일부 그보다 먼저 지어졌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인적이 적은 외진 곳에 위치하여 이용객이 줄어들면서 1997년 배치간이역이 되었다가 현재는 열차가 멈추지 않는다. 건축하적 의의와 희귀성 때문에 2006년 등록문화재 제298호로 지정되었다. 2009년 지붕과 창호를 보수하였지만, 여전히 소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품격이 묻어난다.

 

지역 이야기

 

한때는 삼척의 중요 교통시설로 역할

 

도경리역은 이웃 다른 마을보다 지세가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뜻으로 '돈경'으로 부르던 지명에서 유래된 이름의 역사답게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던 곳이다. 지금은 여객을 다루지 않지만, 과거 도경리역은 삼척시의 주요 교통시설로 이용자가 많은 곳이었다. 때문에 한 번에 많은 사람이 나갈 수 있는 측면 출입구를 별도로 두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그 노천 출입구가 역사의 다양한 조형의 재미와 여유를 더해준다. 비록 더 이상 승객이 열차를 기다리는 역은 아니게 되었지만, 여전히 열차들은 도경리역을 지나며 사람과 삶, 시간을 실어나른다.

 

도경리역 역사 안으로 들어갔어요.

 

 

승강장으로 가는 입구 위에는 '가족처럼 모시겠습니다 도경리 역장'이라고 적힌 액자가 걸려 있었어요.

 

승강장으로 가는 입구 문은 잠겨 있었어요.

 

 

 

 

 

 

 

 

 

 

 

 

도경리역 안에는 열차 시간표는 다음과 같았어요.

 

상행

열차번호 1698

무궁화

도착시각 18:27

출발시각 18:28

종착역 영주

 

하행

열차번호 1698

무궁화

도착시각 09:54

출발시각 09:55

종착역 강릉

 

도경리역은 마지막으로 여객 업무가 수행될 당시 무궁화호 열차가 하루에 상행 한 번, 하행 한 번 정차하는 기차역이었어요.

 

도경리역 안에 있는 여객 운임표는 다음과 같았어요.

 

영동선

영주 7900

봉화 7100

춘양 5800

녹동 5500

임기 5300

현동 5000

분천 4600

석포 3600

철암 3000

통리 2800

도계 2800

고사리 2800

하고사리 2800

마차리 2800

신기 2800

상정 2800

미로 2800

동해 2800

묵호 2800

옥계 2800

정동진 2800

안인 2800

강릉 3000

 

도경리역 안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왔어요.

 

 

'여기 철도는 어떻게 넘어가지?'

 

도경리역 안으로는 들어갈 수 있었지만 승강장으로 가는 문은 잠겨 있었어요. 도경리역 너머로 갈 방법이 없었어요. 도경리역 옆에 낮은 나무 판자로 만든 담장이 있었어요.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높이이기는 했지만 무단으로 넘어가면 벌금 내야 한다는 경고문이 있었어요.

 

도경리역을 다 봤어요. 이제 다시 마평교로 돌아갈 시간이었어요.

 

 

 

다시 큰 길로 돌아왔어요.

 

 

 

"기차다!"

 

무궁화호 열차가 철로를 지나갔어요.

 

 

 

기차가 지나간 후 철로 아랫쪽을 봤어요. 쌍굴다리가 있었어요.

 

 

"여기가 도경리역 맞은편으로 가는 길인가 보네."

 

쌍굴다리를 통과하면 도경리역 맞은편으로 이어지는 길이 쭉 있을 거였어요.

 

'저기는 도저히 못 가겠다.'

 

아직 운탄고도1330 9길이 많이 남아 있었어요. 운탄고도 9길을 완주할 생각이 없었다면 쌍굴다리도 들어가서 도경리역 맞은편까지 걸어봤을 거였어요. 그러나 운탄고도 9길을 완주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최우선이었어요. 시간은 문제 없었지만 다리와 발이 이제 많이 아팠어요. 쌍굴다리를 통과해서 도경리역 맞은편까지 갔다오려면 또 꽤 걸어야 했고, 그 길을 걷고 나면 다리와 발이 못 견디게 아플 거 같았어요. 그렇게 엄청 아픈 다리와 발로 소망의 탑 너머 삼척해수욕장까지 걸어갈 생각을 하니 끔찍했어요.

 

'굳이 안 가도 상관없잖아.'

 

레미콘 회사 앞을 가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어요. 가던 길 가기로 했어요.

 

 

 

다시 기차가 철로를 따라 제가 있는 쪽으로 달려왔어요.

 

 

 

이번에는 동해 산타 열차였어요.

 

"이게 마지막 열차네."

 

동해 산타 열차를 사진으로 찍으며 매우 아쉬웠어요. 저 기차가 이번 일정에서 보는 마지막 기차였어요. 마평교로 돌아가는 순간 철로와 작별할 거니까요.

 

'그래도 한 대 더 본 게 어디야.'

 

무궁화호 열차를 보며 마지막 열차라고 생각했는데 동해 산타 열차도 지나갔어요. 영동선 철도가 제게 남은 길 힘내서 걸으라고 기차 두 대로 응원해줬어요.

 

그래, 길은 이어진다.

 

아직 길 안 끝났어요. 여행 안 끝났어요. 아직도 한참 남았어요. 운탄고도 9길 다 걷고 추가로 삼척해수욕장까지 걸어가야 해요. 철도와 헤어지는 것은 아쉽지만 이 여행은 끝나려면 멀었어요. 철도와 헤어지는 아쉬움에 젖어서 여행 끝난 기분을 느낄 때가 아니었어요. 여행은 계속 되니까요. 잠시 떠났던 운탄고도 9길과 다시 만나고 삼척 바닷가까지 계속 같이 걸어야 하니까요.

 

 

 

 

 

 

 

마평교까지 거의 다 왔어요. 도로는 차가 질주하는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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