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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창원 마산 전통 아구찜 맛집 - 마산 아구찜거리 진짜초가집 건아구찜

좀좀이 2023. 2. 1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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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하면 아구찜

아구찜하면 마산

 

마산 와서 마산의 명물 부림시장 625 떡볶이를 먹은 후였어요. 아침 겸 점심으로 떡볶이를 맛있게 잘 먹었으니 잠시 소화시키며 경상남도 창원 마산을 구경하면서 돌아다니기로 했어요. 마산은 구경거리가 크게 있는 도시는 아니에요. 애초에 마산은 관광도시가 아니라 공업도시니까요. 하지만 한나절 정도라면 돌아다니면서 구경할 것이 있어요. 그렇게 관광이 발달한 도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볼 것 하나도 없는 도시는 아니에요.

 

마산에서 가볼 만한 곳으로는 마산 어시장이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알다사피 마산도 나름 해안 도시에요. 그렇지만 마산 번화가라 할 수 있는 지역에서 보는 바다는 상당히 답답하고 바다 느낌이 하나도 없어요. 마산 구시가지에 마산항이 있어서 마산항 가면 바다를 볼 수 있지만 마산항이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마산항 자체는 그렇게 볼 것이 없어요.

 

마산항 근처에는 마산 어시장이 있어요. 마산 어시장이 바로 마산에서 가볼 만한 곳이에요. 마산 어시장은 규모가 꽤 커요. 재미있는 점은 옆동네 진해는 탁 트인 바다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이지만 어시장이 없어요. 진해 어부들이 잡은 생선들도 아마 다 마산 어시장으로 들어올 거에요. 마산 어시장은 규모가 꽤 크기 때문에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바다와 붙어 있기는 하지만 바다와 안 붙어 있는 느낌도 있구요.

 

마산항 바로 옆쪽에는 마산 장어구이거리, 마산 어시장 횟집거리, 마산 어시장 복요리 거리, 그리고 마산 아구찜 거리가 있어요. 무려 거리까지 조성되어 있는 장어구이, 회, 복요리, 아구찜이 마산 가서 먹어봐야할 음식, 마산을 대표하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 거에요.

 

이 음식들 중 독보적으로 마산을 대표하는 음식은 바로 아구찜이에요. '마산'이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음식이 아구찜이니까요. 예전부터 마산 아구찜은 전국적으로 매우 유명했어요.

 

아주 오래 전에 경상남도로 대학교를 진학한 친구를 만나러 경상남도로 놀러온 적이 있었어요. 그때 친구가 마산 가서 아구찜 한 번 먹자고 해서 마산을 갔었어요. 그게 이번 이전에 제 인생에서 유일하게 마산을 가본 거였어요. 그 당시 친구가 마산으로 아구찜을 먹으러 가자고 할 즈음에 언론에서 마산 아구찜 관련 기사가 여러 개 올라오면서 마산 아구찜에 관심이 꽤 높아졌던 때로 기억해요.

 

'마산 왔으니 당연히 아구찜은 먹고 가야지.'

 

마산까지 왔는데 다른 음식이라면 모르겠지만 아구찜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 없었어요. 아구찜만큼은 반드시 먹어야 했어요. 장어구이, 복요리, 회는 마산에 거리가 조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게 마산을 대표하는 음식인지 잘 모르겠어요. 바닷가에 어시장이 있으니까 해산물 관련 식당이 많은 것은 당연해요. 아구찜도 해산물 요리이기는 하지만 이것은 특별하게 마산을 대표하는 음식이에요.

 

마산 어시장을 쭉 둘러봤어요. 역시 어시장은 아침에서 점심 즈음에 돌아다녀야 재미있어요. 제가 간 때는 어시장이 그렇게 재미있을 시각이 아니었어요. 어시장 구경하려면 배가 들어오고 상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아침이나 관광객들이 횟감 사러 오는 시각에 와야 해요. 제가 간 시각은 둘 다 해당되지 않았어요. 게다가 날씨도 춥지는 않았지만 비가 올 수도 있어보이는 하늘이었어요. 바닷가 동네에서는 비 올 때는 회를 안 먹어요. 이유는 비가 내릴 때는 생선이 쉽게 상하고, 두 번째로 안 상했다 해도 비린내가 더 강해요. 그래서 비 내리는 날에는 바닷가 동네에서 회가 별로 인기 없어요.

 

"아구찜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어시장을 다 둘러봤어요. 아구찜을 먹으러 가기로 했어요. 예전에 친구와 갔었던 집을 다시 가기로 했어요. 그 당시에는 블로그를 안 하는 정도가 아니라 블로그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을 때였어요. 그래서 기억을 되짚어가며 어디인지 찾기 시작했어요. 아구찜 거리에 있기는 했는데 무슨 골목으로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어요. 친구를 따라가며 근사하게 생긴 아구찜 가게 많은데 왜 하필 골목으로 들어가는지 의아해했었어요.

 

"여기다!"

 

 

찾았어요. 아직도 그대로 있었어요. 골목길로 살짝 들어가야 있는 것까지 그대로였어요. 바로 진짜초가집이었어요.

 

가게 안으로 들어갔어요.

 

"아구찜 지금 되나요?"

"예."

"아구찜 소짜 하나 주세요."

"말린 건데 괜찮으세요?"

"예."

 

'그걸 왜 물어보시지?'

 

뭔가 조금 이상했어요. 아주 오래 전 일이기는 하지만 친구와 여기 왔을 때는 그런 것을 물어보지 않았어요. 어쨌든 제일 작은 것으로 주문했어요. 아구찜 제일 작은 것은 2만원이었어요. 여기에 공기밥을 추가했어요. 공기밥은 1000원이었어요.

 

 

'어떻게 변한 게 하나도 없지?'

 

아주 오래 전 친구와 왔을 때와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메뉴판을 봤어요. 아구찜 소짜를 주문하자 직원분께서 말린 건데 괜찮냐고 왜 물어보셨는지 알게 되었어요. 아구찜이 있고 생아구찜이 있었어요. 둘이 따로 있었어요.

 

 

아구찜이 나왔어요.

 

 

당신은 타임머신이 존재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이 아구찜을 먹으면 당신은 2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경상남도 창원 마산 아구찜 맛집인 마산 아구찜거리 진짜초가집 식당의 아구찜은 건아구찜이에요. 메뉴 보면 생아구찜이 따로 있어요. 제가 주문한 것은 건아구찜 - 메뉴판 상에서는 '아구찜'이었어요. 이것이 2만원짜리에요.

 

2만원짜리 소짜이지만 아구는 꽤 들어 있었어요. 중요한 것은 생아구가 아니라 말린 아구였어요. 생아구와 말린 아구 맛 차이는 이게 과연 같은 생선인지 안 믿길 정도로 맛 차이가 엄청나게 컸어요. 생아구로 만든 아구찜, 아구탕을 먹어보면 살이 흐물흐물한 거 같지만 탱탱해요. 생아구로 만든 음식에서 아구 껍질은 쫄깃하고 씹는 맛이 참 좋아요. 반면 말린 아구는 전반적으로 독해졌어요. 살은 탱탱한 느낌 없이 찢어먹는 맛이었고, 껍질은 매우 질겨졌어요. 생아구로 만든 음식 속 아구 먹는 맛이 장난도 치고 약올리기도 하며 노는 맛이라면 말린 아구로 만든 아구찜 속 아구 먹는 맛은 아구를 두들겨패며 스트레스 푸는 맛이었어요.

 

대신 아구찜 속 건아구는 척추를 씹어먹을 수 있었어요. 척추는 씹을 때마다 과자 씹을 때 소리가 입에서 바로 고막을 흔들며 전해졌어요. 그래서 가시 발라낼 것은 별로 없었어요.

 

가장 중요한 양념 맛. 양념 맛에서 타임머신을 탄 기분을 느꼈어요.

 

단맛이 하나도 없다.

아예 없다.

 

진짜초가집 아구찜은 된장맛과 고춧가루 매운맛의 범벅이었어요. 고춧가루를 된장으로 갠 맛이었어요. 구수한 맛과 매운맛이 중심이었어요. 짠맛은 그렇게 강하지 않았어요. 매워서 두 입 연속 먹기 힘들어서 한 입 먹고 밥 한 번 먹고 물 한 번 마시고 다시 한 입 먹어서 짠맛이 입안에 축적될 수 없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짠맛은 그리 강한 편이 아니었어요.

 

정말 중요한 맛의 핵심은 단맛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었어요. 쌉쌀한 맛이 살짝 있고 맵고 된장향도 느껴졌지만 단맛은 철저히 없었어요. 정말 아주 오래 전 - 20년전 시골 밥상 같은 맛이었어요.

 

한국 음식은 백종원씨의 마리텔 출연으로 대변혁을 겪었어요. 이때 모든 음식에서 단맛이 폭주했어요. 백종원씨의 마리텔 출연으로 인한 설탕의 폭주가 절정이던 시기에는 식당 가서 뭘 먹어도 이게 반찬에 밥을 먹는 건지 설탕물에 밥을 먹는 건지 분간 안 될 정도로 온통 설탕 도배였어요. 식당 음식은 기본적으로 집밥보다 맛을 더 강하게 잡아요. 그런데 백종원씨의 마리텔 출연에서 백종원씨가 요리 비법이라며 설탕 팍팍 쓰라고 한 것이 전국적으로 크게 알려지면서 전국 집밥 자체가 다 과거에 비해 달아졌고, 식당은 집밥보다 맛이 더 강해야 하니 설탕이 폭주해버렸어요.

 

설탕의 대폭주 시대는 대충 정리된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로 완전히 회귀한 것은 아니에요. 지금도 여전히 음식 만들 때 설탕을 과거에 비해 상당히 많이 사용해요. 맛 자체가 상당히 강해졌어요. 백종원씨의 마리텔 등장으로 인해 전국 음식 맛이 얼마나 강해졌냐 하면 이 이전의 서울 식당 음식 맛을 보려면 과거에 맛이 밋밋하기로 악명높았던 충청도 가서 식당 음식 먹으면 되요. 맛이 밋밋하던 충청도 음식이 백종원씨의 마리텔 등장으로 인해 맛이 강해지면서 과거 서울 식당 음식맛이 되었어요. 서울 식당 음식 맛은 설탕 폭주의 시대가 끝났어도 과거에 비해 훨씬 달고 짜요.

 

이렇게 전국적으로 음식이 '단맛 극대화'라는 변화를 겪었지만, 진짜초가집 아구찜은 이 대변혁을 완전히 피했어요. 그러니 오늘날 단맛에 쩔어 있는 현대인들 기준으로 보면 엄청나게 어색한 맛이었어요. 저도 먹고 타임머신 타고 20년 전으로 돌아간 줄 알았어요.

 

여기에 마산 아구찜이 원래는 말린 아구로 만들던 음식이었지만, 수도권쪽의 영향으로 인해 이제는 생아구로 만드는 음식으로 바뀌었다고 해요. 원래 아구 요리 자체가 아구를 살짝 말려서 만들어요. 진짜 싱싱한 아구를 그대로 끓이고 찌면 살이 다 흐물흐물 녹아버려서 먹을 게 없거든요. 하지만 가볍게 조금 말리는 수준이지, 아주 바짝 건조시키지는 않아요. 마산 아구찜은 완전히 바짝 말린 아구로 만들다가 수도권쪽 영향으로 인해 이제는 대부분 생아구로 만들고 있다고 해요. 생아구로 만든 아구찜이 타지역 사람들에게 반응도 훨씬 더 좋다고 하구요. 그래서 진짜초가집에도 생아구찜이 따로 있기는 하지만, 원래 옛날에 마산에서 처음 만들어진 아구찜은 말린 아구로 만든 아구찜이었어요.

 

그러니 건아구로 만든 아구찜 자체도 타임머신 타고 간 맛인데 여기에 단맛 하나도 없고 된장 냄새 풀풀 올라오는 맛이니 이것도 타임머신 타고 간 맛이었어요. 친구와 20년 전에 먹었던 그맛과 단 하나도 안 변했어요. 이건 박제 수준을 넘어서 화석 수준의 맛이었어요.

 

진짜초가집에서 생아구찜이 아니라 아구찜 - 실제로는 건아구찜을 주문해서 먹을 거라면 흔히 알고 있는 아구찜과는 아예 다른 음식이라고 각오하고 주문하는 것이 좋을 거에요. 요즘 일반적인 아구찜 기대하고 아구찜 시켰다가 단맛 하나도 없고 말린 아구로 만든 아구찜 먹으면 처음에 충격이 상당할 거에요. 너무 적응 안 된다면 단맛 나는 탄산음료 주문해서 마셔가며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진짜초가집 아구찜 (건아구찜) 맛은 너무 열받고 머리 꼭지 돌아버릴 거 같을 때 원색적인 폭력으로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푸는 맛이었어요.

 

저는 맛있게 먹었어요. 오랜만에 오래 전 그 맛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가게에서 과거의 맛을 다시 봐서 매우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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