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석탄의 길 (2022)

석탄의 길 1부 03 - 경기도 의정부에서 시외버스 첫 차 타고 강원도 태백시 가기

좀좀이 2022. 12. 31. 13:54
728x90

갈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2022년 10월 4일 저녁. 깊은 고민에 빠졌어요. 석탄의 길을 찾아서 강원도 삼척시 도계부터 신기까지 운탄고도 8길을 따라 걷고 신기역에서 기차로 동해시로 가기로 결정했어요. 운탄고도1330이 아니라 진정한 석탄의 길을 찾아가는 여행이었어요. 계획은 다 짰어요. 심지어 태백시 가서 할 것도 다 정했어요. 일정 다 짰으면 그 다음에 남는 것이라고는 출발 준비만 하면 되었어요.

 

출발 준비라고 해봐야 짐 싸고 일찍 자는 것 뿐이었어요. 일정도 고작 2박3일 일정이었어요. 이 정도면 혹시 모르니 여벌의 옷을 챙기고 양말이나 세 켤레 쯤 챙기면 끝이었어요. 세면도구는 새벽에 집에서 나갈 때 샤워하고 화장실에서 챙겨 나와서 비닐봉지에 넣어서 가방에 쑤셔넣으면 되었어요. 국내여행이기 때문에 딱히 챙길 것이 없었어요. 국내여행이니까 급히 필요한 건 현지조달하면 되었어요.

 

중요한 것은 빨리 잠을 자는 것이었어요. 다음날 꼭두새벽에 일어나야 했어요. 첫날 일정은 태백시를 시내버스 4번 타고 둘러보는 일정이었어요. 태백시에서 24시간 찜질방 가서 잠만 자는 것이 아니라 태백시를 시내버스 4번 타고 한 바퀴 돌아야했기 때문에 늦게 가면 안 되었어요. 1분이라도 더 빨리 태백에 도착해서 일정을 시작해야 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기도 의정부에서 강원도 태백시 가는 시외버스 첫 차를 타야 했어요.

 

"다음에 갈까?"

 

날씨가 안 좋을 예정입니다.

비가 퍼부을 예정입니다.

특히 동해시 날씨는 완전히 망할 예정입니다.

 

일기예보를 보면 당연히 10월 5일에 안 가야 했어요. 2022년 10월 5일 일기예보를 보면 날씨가 영 안 좋았어요. 태백시는 비가 내릴 수도 있고 안 내릴 수도 있었어요. 이건 괜찮았어요. 2022년 10월 6일 일기예보를 보면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은 비가 소량 내릴 예정이었어요. 진짜 최악의 문제는 2022년 10월 6일 동해시 일기예보였어요. 여기는 비가 엄청 퍼붓고 풍랑주의보까지 있었어요.

 

태백, 도계는 어떻게든 돼. 태백, 도계라면 도박 한 번 들어가도 괜찮은 일기예보야. 우리나라 일기예보 올해 여름에 유독 잘 안 맞았어. 지난 번 도계 여행에서 한 번 맞아떨어지는 바람에 비 맞으며 다니기는 했지만 그건 오직 한 번. 게다가 강수량도 보면 별로 없어. 이 정도라면 괜찮아.

 

그렇지만 동해는 달라. 여기는 비가 무섭게 퍼부을 예정에 풍랑주의보까지 나와 있어. 여기는 무조건 비 만난다고 봐야 해. 그렇다고 동해시 말고 다른 곳으로 도망칠 수도 없어. 신기역 들어가는 순간 무조건 퇴로는 동해시 확정. 동해나 삼척이나 날씨 똑같으니까 신기역 가는 순간 동해시에 폭풍이 몰아치든 말든 무조건 동해시로 가야만 해.

 

날씨만 보면 안 가는 게 맞는 상황. 하지만 태백 통리 5일장을 보려면 무조건 가야 했어요. 만약 10월 5일에 태백시에 가지 않으면 통리장을 보려면 10월 15일에 태백을 가야 했어요. 여행 일정이 하루 이틀 수준이 아니라 무려 열흘이나 뒤로 밀렸어요. 딱 이틀만 뒤로 미루면 날씨 좋을 때 다녀올 수 있을 텐데 그게 안 되었어요. 궂은 날씨를 무릅쓰고 강행 돌파하든가 열흘 뒤로 일정을 미뤄야하는 극단적인 선택지 뿐이었어요.

 

버스타고 어플에서 의정부에서 태백시 가는 시외버스 예약 페이지까지 들어갔어요. 저녁 7시가 넘었어요. 이제 의정부에서 태백시 가는 시외버스표를 예매하는 순간 무조건 다음날 태백시로 가야 했어요. 취소 수수료가 꽤 많이 나올 거였기 때문이었어요. 아직 버스표를 예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택권이 있었어요. 열흘 뒤에 갈지 바로 다음날 갈지 택일해야 했어요.

 

"가!"

 

 

2022년 10월 4일 밤 7시 30분, 2022년 10월 5일 새벽 5시 50분 의정부발 태백행 시외버스를 예매해버렸어요. 돌이킬 수 없어요. 무조건 가요. 다음날 태백 가서 태백시 한 바퀴 둘러보고 그 다음날에는 폭우가 쏟아지든 말든 운탄고도 8길을 걷고 신기역에서 동해시로 넘어가서 동해시에서 미스터리한 곳의 비밀을 풀고 석탄의 길을 완성할 거에요. 끝났어요. 밖에는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어요. 이 비는 아마 다음날 새벽쯤 그칠 거였어요. 의정부는 쓸 데 없이 10월 5일부터 날씨가 개고 계속 좋을 예정. 정작 제가 가야 할 태백과 도계, 동해가 날씨가 계속 안 좋을 예정이었어요.

 

가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준비를 해야 했어요. 먼저 스마트폰 앱테크 어플을 싹 다 껐어요. 배터리 소모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했어요. 그 다음에는 코레일 어플을 설치했어요. 저는 항상 버스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코레일은 가입도 안 했어요. 정말 기차를 타고 가야 할 일이 있다면 기차역에 가서 표를 구입했지만, 기차 타고 가야 할 일이 있었던 것이 몇 년 전 일인지도 모르겠어요. 기차는 정말 이용 안 하기 때문에 코레일은 가입도 안 했어요. 다른 사람과 기차 여행 갈 때는 코레일 가입한 사람이 제 것까지 예매하고 제가 돈을 주는 식으로 해결했어요. 이번에는 신기역에서 동해역까지 기차를 타고 가야 했어요. 신기역에 역무원이 있어서 현장발권 가능한지도 모르겠고, 언제 신기역에 도착할지 정확히 알지 못했어요. 도보로 도계역에서 신기역까지 갈 거라 대략적인 도착 예정시간은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시간을 정하기 애매했어요. 정확한 시간을 정해버리면 그 시간에 맞춰서 타임어택으로 걸어야할 수도 있었어요. 그건 무리였고 싫었어요. 그래서 드디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코레일 어플을 설치하고 코레일 가입을 했어요. 가입만 하고 표를 예매하지는 않았어요. 어차피 신기역에서 동해역 가는 기차는 표가 매우 널널할 거였어요.

 

"자야겠다."

 

새벽에 일어나서 샤워하고 짐싸서 의정부 경전철 첫 차를 타려면 일찍 자야 했어요. 자리에 누웠어요. 스마트폰 알람을 새벽 3시 30분에 맞췄어요.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서 정신 차리고 씻고 새벽 5시까지 의정부 경전철역으로 가야 했어요. 의정부 경전철역에서 의정부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는 동오역으로 가는 경전철 첫 차는 새벽 5시 4분에 있었어요. 이걸 타야 했어요.

 

버스 시각이 새벽 5시 50분이었기 때문에 그 다음 경전철인 새벽 5시 14분 차를 타도 되기는 했지만 5시 14분 차를 타고 가는 것보다 여유롭게 새벽 5시 4분 차를 타고 가는 게 나았어요. 의정부 시외버스 터미널이야 한두 번 가본 게 아닌데다 터미널도 매우 조그마해요. 안에서 헤멜 일은 전혀 없어요. 그래도 여유로운 게 좋았어요. 동오역에서 의정부 시외버스 터미널로 이어지는 육교와 길이 미끄럽기 때문에 급히 달리고 싶지 않았어요. 만약 5시 14분 차를 타고 가려고 하다가 실수로 놓쳐버리면 그 다음에는 정말로 버스 시간 맞춰서 가기 위험해지기 때문도 있었어요.

 

잠 안 옴.

노력해도 안 옴.

 

잠이 안 왔어요. 평상시에는 잠을 자려고 하면 언제든 잘 잤어요. 잠 못 자는 일은 극히 드물었어요. 그렇지만 잠이 진짜 안 왔어요. 잠을 빨리 자려고 누워서 스마트폰을 봤어요. 누워서 스마트폰 보면 금방 잠들곤 했어요. 누워서 스마트폰 봐도 잠이 안 왔어요. 억지로 눈을 감았어요. 아무 생각 안 하고 멍하니 있었어요. 그러나 잠은 오지 않았어요. 그렇게 멍하니 눈 감고 누워 있다가 눈을 떠서 몇 시인지 확인하기를 반복했어요.

 

밤 10시쯤에서야 간신히 잠들었어요. 얼마 안 가서 또 깨어나버렸어요. 몇 시인지 봤어요. 밤 11시 반이었어요. 스마트폰으로 볼 거 없는지 인터넷을 하는데 강릉에 있는 공군기지에서 폭발이 발생했다고 온갖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다 난리였어요. 사람들은 현무 미사일 실사격이 오발나서 아군 기지로 떨어져 폭발한 거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었어요. 강릉쪽은 상당히 시끄러웠어요.

 

'동해 여행가려고 하니까 뭐 터지네.'

 

다시 잠을 청했어요. 아주 얕은 잠을 자다 깨다 반복했어요. 평소에는 드러누우면 바로 잘 자는데 이날만큼은 잠이 너무 안 왔어요. 그래도 조금씩 선잠을 잤기 때문에 마음은 조금 편했어요. 아예 한숨도 못 자면 다음날 돌아다닐 때 조금 부담스러워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눈 붙이고 돌아다니면 어쨌든 잠을 잤다는 생각 때문에 잠이 몰려오는 것을 자고 일어난 지 몇 시간 지나서 아직 잘 시간 되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버텨낼 수 있어요.

 

따르르르르릉!

 

'3시 30분이네.'

 

스마트폰 알람을 껐어요. 2022년 10월 5일 새벽 3시 30분이었어요.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깊이 잠든 게 아니라 선잠 들었다가 스마트폰 알람 소리 때문에 깬 거라 잠기운이 심하게 남아 있지 않았어요. 일어나서 먼저 방 안을 간단히 청소했어요. 청소를 마치고 나서 샤워를 했어요. 샤워하고 나올 때 칫솔, 치약, 면도기를 챙겨서 나왔어요. 샴푸까지는 들고 가지 않아도 되었어요. 그거야 정 안 되면 비누로 해결해도 되었어요. 찜질방에서 자고 나올 때는 세숫비누로 머리 감고, 동해시에서 게스트하우스에서 자고 나올 때는 아마 샴푸가 있을 거였어요. 없으면 편의점 가서 하나 사서 쓰면 될 일이었어요.

 

'옷 챙기자.'

 

창문을 열어봤어요. 기온이 훅 떨어졌어요. 의정부 새벽 공기가 꽤 쌀쌀했어요.

 

태백은 춥다.

태백은 여름에도 춥다.

 

거긴 그냥 추운 동네야.

 

올해 여름에 태백시를 한 번 가봤어요. 친구 때문에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거의 스쳐지나가듯 가기는 해야 했지만 태백역에서 나와서 황지시장과 황지연못은 봤어요. 싹싹 더운 여름인데도 태백시는 추웠어요. 태백시는 우리나라 다른 곳들과 달랐어요. 한여름에도 선선한 곳이에요. 푹푹 찌는 의정부에서 갑자기 태백 넘어가자 쌀쌀한 공기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었어요. 늦여름에도 그랬는데 지금은 가을. 의정부 새벽 공기가 쌀쌀했어요.

 

'옷 좀 잘 챙겨가야겠다.'

 

태백은 추운 동네. 태백은 강원도 사람들도 인정하는 유독 추운 지역이에요. 도계도 따뜻할 거 같지 않았어요. 도계도 산지에요. 일기 예보를 보면 태백보다는 매우 따스한 지역이기는 하지만 도계도 태백과 마찬가지로 첩첩산중에 위치한 곳이었어요. 도계에서 신기까지 전부 산골짜기였어요. 의정부가 이렇게 새벽에 쌀쌀한데 태백, 도계는 더 하면 더 했지, 덜 할 리 없었어요.

 

의정부에서는 아직 날이 온화하고 살짝 더운 느낌이 들 때도 있어서 셔츠는 소매를 접어서 입고 그 위에 외투를 걸치고 다녔어요. 이건 의정부에서 이야기였어요. 태백은 방한준비를 해야 했어요. 아주 두껍게 입고 갈 것까지는 없었어요. 그래도 10월초였어요. 10월초에 태백 가는데 두꺼운 패딩 걸치고 갈 일은 없어요. 대신 셔츠 소매를 접지 않고 그 위에 카디건을 걸치고 외투를 입었어요.

 

'혹시 모르니까.'

 

정말 최악의 상황도 가정했어요. 10월초인데 태백이 너무 추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어요. 다음날 도계에서 걷기 시작해야 하는데 도계도 너무 쌀쌀할 수 있음을 떠올렸어요. 이런 정말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서 외투 내피를 가방에 집어넣었어요. 만약 정말 너무 쌀쌀하다면 가방에서 외투 내피를 꺼내서 외투 안에 장착하고 입고 돌아다니면 훨씬 안 추울 거였어요.

 

"생수 넣어야지."

 

올해 새로운 자취방으로 이사할 때 서울 사는 친구가 집들이라고 놀러왔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친구가 제게 제주 삼다수 500mL 한 박스와 두루마리 휴지 한 박스를 집들이 선물이라고 줬어요. 자취방에서 생활하는 동안 생수를 뜯어서 마실 일이 없었어요. 집에서야 수돗물 마시면 되었어요. 여행 중에는 물도 사서 마셔야 했어요. 특히 도계부터 신기까지는 진짜 아무 것도 없는 지역이었어요. 여기는 물을 반드시 챙겨가야 했어요. 여행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방에 있는 삼다수 500mL 두 통을 배낭에 넣었어요. 태백에서 목마르면 가게 가서 사서 마시고, 챙겨가는 생수 2통은 다음날 도계에서 신기 걸을 때 마실 물이었어요.

 

"물 들어가니까 무겁네?"

 

500mL 생수 두 통을 넣기 전까지는 배낭이 매우 가벼웠어요. 그러나 생수 2통을 집어넣자 배낭이 무거워졌어요.

 

여분의 양말과 속옷을 넣고 슬리퍼를 집어넣었어요. 슬리퍼는 가져가면 편해요. 만약 걷다가 발이 너무 아프면 슬리퍼로 갈아신고 걸을 계획이었어요. 신발이 아직 발에 익지 않아서 많이 걸으면 발이 매우 아팠어요. 신발 길이는 발에 맞았지만 볼이 너무 좁아서 많이 걸으면 발 뼈가 아팠어요. 그래서 만약 걷다가 너무 아프면 슬리퍼로 갈아신고 살살 걸을 생각이었어요. 이 외에 게스트하우스 갔을 때 슬리퍼 있으면 여러 모로 편해요. 우산도 집어넣었어요.

 

"출발!"

 

마지막으로 모든 전원을 하나씩 끄고 빠뜨린 것 없는지 확인했어요. 완벽했어요. 마지막으로 자취방 불을 끄고 밖으로 나갔어요.

 

'우산 안 써도 되겠다.'

 

밤새 내리던 비는 거의 그쳤어요. 완전히 그쳤다고 하기에는 부슬비가 아주 조금 내리고 있었어요. 부슬비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안개비 수준이었어요. 이 정도라면 굳이 우산 안 꺼내도 되었어요. 의정부 경전철역으로 우산 쓰지 않고 걸어갔어요.

 

2022년 10월 5일 새벽 4시 55분. 경전철 의정부역에 도착했어요.

 

 

경전철 의정부역으로 올라갔어요.

 

 

의정부 경전철역 주변 거리는 매우 조용했어요.

 

 

개찰구를 통과했어요. 경전철 의정부역에서 의정부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는 동오역으로 가려면 의정부 시청 방향으로 가는 경전철을 타야 했어요. 오직 방향만 보면 발곡역으로 가는 경전철을 타야 할 거 같지만 아니에요. 동오역이 있는 반대방향인 시청 방향 경전철을 타고 가야 해요. 왜냐하면 의정부 경전철은 의정부역에서 시청과 흥선역을 들러서 의정부 번화가 외곽을 돌아서 가기 때문이에요. 발곡역 방향으로 타면 동오역이 아니라 엉뚱한 회룡역으로 가버려요.

 

 

'이 시각부터 타는 사람들 있네.'

 

2022년 10월 5일 새벽 5시 4분, 의정부 경전철이 경전철 의정부역에 들어왔어요. 경전철을 탔어요. 안에는 첫 차인데도 탑승객들이 있었어요.

 

경전철은 의정부시청역, 흥선역, 의정부중앙역을 지나갔어요. 2022년 10월 5일 새벽 5시 11분, 동오역에 도착했어요.

 

 

동오역에 도착해서 열차에서 내렸을 때였어요.

 

"방송 뭐야?"

 

동오역에서 의정부역으로 돌아가는 탑석행 열차가 역에 들어오고 있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어요. 이건 이상할 거 없었어요. 그 다음이 웃겼어요. 안내 방송에서 첫 차가 아니라 오늘의 막차가 들어오고 있다고 나왔어요.

 

"지금 막차 뭐야?"

 

당연히 방송이 잘못 나왔어요. 이제 첫 차 다니기 시작했는데 무슨 막차가 들어와요.

 

 

동오역에서 나왔어요.

 

 

의정부가 하천 산책로 정비는 정말 잘 해놨다.

서울보다 훨씬 잘 해놨다.

 

의정부는 하천 산책로 정비를 매우 잘 해놨어요. 의정부를 흐르는 중랑천 산책로 뿐만 아니라 지류인 부용천 같은 작은 하천도 산책로 정비를 잘 했어요.

 

"이거 물 많이 불어난 거 맞나?'

 

 

동오역에서 의정부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다리 위에서 하천을 봤어요. 새벽에 비가 내려서인지 물이 많이 불어 있었어요. 헷갈렸어요. 분명히 하천 물이 불어나 있었지만 별로 안 불어난 것처럼 보였어요.

 

올해 여름에 비가 해도 해도 너무 많이 왔어.

 

부용천 물은 많이 불어 있었어요. 물이 많이 불어난 것이 맞는데 별로 안 불어난 것처럼 보였어요. 2022년은 여름부터 10월까지 비가 너무 자주 내리고 많이 내렸어요. 하천 물이 매우 많이 불어났고, 한 번은 백석천은 산책로까지 크게 범람해서 산책로에 토사와 나뭇가지 같은 것이 수북히 쌓이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이게 많이 불어난 건데도 많이 불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였어요. 부용천에 물이 항상 이 정도는 차 있었던 것처럼 보였어요.

 

 

2022년 10월 5일 새벽 5시 20분, 의정부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어요.

 

 

터미널 안으로 들어갔어요.

 

 

 

식당과 가게는 아직 문을 안 열었어요.

 

 

의정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2층은 한 번도 안 가봤어요. 예전에는 2층에도 매표소가 있었다고 해요.

 

'왜 의정부에서 태백행 버스가 있지?'

 

지난 번에 태백 갈 때에 이어 두 번째로 의정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태백시 가는 버스를 타는 거였어요. 그때도 궁금했고 지금도 궁금했어요. 의정부에서 속초 가는 버스는 있어요. 강릉 가는 버스는 없어졌어요. 춘천 가는 버스도 없어졌어요. 그러나 태백시 가는 버스는 여전히 있어요.

 

'군대를 강원도로 가는 사람들 때문에 있는 건가?'

 

의정부 터미널 가보면 철원 방향 버스가 매우 발달해 있어요. 예전에 의정부에 306 보충대가 있었을 때, 306 보충대에서 제일 최전방으로 가면 철원 백골부대로 갔다고 해요. 지금도 철원에서 군생활하는 군인장병이 의정부 시내에서 종종 보여요. 더 나아가 철원은 사실상 의정부 생활권이에요. 철원은 강원도이기는 하지만 강원도보다는 의정부와 교류가 더 많은 지역이에요.

 

의정부에서 태백 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 같은데 태백행 버스는 있었어요. 태백 직행이 아니라 원주, 제천, 고한을 거쳐서 태백으로 가는 버스이기는 하지만요. 중간 경유지에서 새로운 손님을 태우고 간다고 해도 의정부에서 원주 가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의문이었어요.

 

 

 

의정부 시외버스터미널 9번 홈으로 가봤어요. 제가 타고 가야 할 버스가 정차해 있었어요. 의정부 시외버스터미널 9번 홈은 홍천, 인제, 원통을 거쳐 속초로 가는 버스와 원주, 제천, 영월, 고한, 태백을 가는 버스를 타는 곳이에요. 인제, 원통은 군인들의 한이 서린 땅이지만, 이 플랫폼은 그래도 나아요. 4번홈은 철원 동송, 와수리 가는 플랫폼이에요. 숫자도 4번이고 여기가 바로 진짜 군인들의 한이 서린 플랫폼이에요.

 

 

다시 밖으로 나왔어요. 역시 조용했어요.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서 의자에 앉았어요. 버스 탑승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어요.

 

2022년 10월 5일 새벽 5시 40분. 제가 타고 가야 할 의정부에서 출발해서 원주, 제천, 사북-고한을 들려서 태백으로 가는 버스에 탑승했어요.

 

 

"우리나라는 버스가 너무 고급이야."

 

의정부에서 태백까지 시외버스로 약 4시간 소요되요. 버스 타고 꽤 가야 해요. 그래도 이 좌석이면 이동 시간에 비해 엄청나게 고급이에요. 비행기, 기차와는 비교가 아예 안 되게 고급이에요. 이래서 버스를 좋아해요.

 

의정부에서 출발해서 원주, 제천, 사북-고한을 들려서 태백으로 가는 버스는 원주, 제천, 사북-고한에서 승객을 태우고 출발해요. 원주와 제천에서는 휴게시간이 꽤 있어요. 이미 한 번 타본 버스 노선이라 잘 알고 있었어요.

 

새벽 5시 50분, 버스가 출발했어요. 버스가 의정부를 빠져나갔어요. 창밖으로 의정부 24시간 카페인 이디야커피 의정부 장암역점이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봤어요.

 

오늘 무슨 날이오?

뭐 죄다 태백 놀러가는 날이오?

 

길이 왜 이렇게 막혀?

 

지난 번과 달리 서울에서 차가 엄청나게 막혔어요. 차가 제대로 달리지 못했어요. 제가 탄 버스도 새벽 교통체증에 꽉 끼어 있었어요. 분명히 전에 이 노선 버스를 탔을 때는 원주까지 막힘없이 매우 잘 달렸어요. 그러나 이날은 유독 교통체증이 심해서 버스가 빌빌거리며 달렸어요. 속력을 낼 만하면 앞에 차가 막혀서 못 가고, 속력을 낼 만하면 앞에 차가 막혀서 못 가기를 반복했어요.

 

 

"하늘 개는데?"

 

버스에서 살짝 잤다가 일어났어요. 아침 7시 30분이었어요. 창밖을 봤어요. 구름 사이로 불그죽죽 노르스름한 눈부신 햇살이 보였어요.

 

'그러면 그렇지. 일기예보가 맞을 리가 없잖아.'

 

이 날씨가 태백까지 이어지기를 바랬어요. 중부권은 이날부터 날이 화창하게 갤 예정이었어요. 태백쪽은 흐리고 비가 내릴 수 있다고 했어요. 일단 원주는 날이 개고 있었어요.

 

아침 7시 40분. 원주에 도착했어요. 상당히 많이 지연되었어요. 원래는 원주 터미널에서 꽤 오래 정차하고 휴게시간도 많지만 이날은 버스가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휴게시간 없이 바로 출발했어요.

 

 

2022년 10월 5일 아침 8시 28분, 제천 터미널에 도착했어요. 원주 터미널에서 휴게 시간 없이 바로 달려서 제천 터미널로 왔기 때문에 제천 터미널은 대충 제 시각에 도착했어요. 기사분께서 화장실 다녀오고 싶은 사람은 다녀오라고 했어요. 버스에서 잠시 내렸어요. 내려서 기지개 켜고 몸을 조금 푼 후 다시 버스에 올라탔어요.

 

강원도 원주시 갔다가 충청북도 제천시로 온 버스는 이제 다시 강원도로 들어갈 거였어요. 영월군, 정선군을 지나 태백시로 쭉 달릴 거였어요.

 

버스가 출발했어요. 충청북도에서 빠져나와 드디어 강원도 영월군으로 들어왔어요.

 

 

"풍경 장난 아니잖아!"

 

영월군부터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어요. 뾰족한 산의 연속이었어요. 깎아지른 절벽도 등장했어요. 다른 지역이라면 우리 지역 최고의 명소, 우리 지역의 금강산 소리 들을 풍경이 이름도 없이 지천으로 굴러다니고 있었어요.

 

지난 번에 버스 타고 태백 갈 때는 친구와 같이 갔었어요. 그때 친구가 자기가 창가쪽에 앉겠다고 하더니 앉아서 쿨쿨 자버렸어요. 날씨도 그때는 태풍이 그칠 때라 유리창에 빗방울이 맺혀 있었어요. 친구가 몸으로 창 밖 제대로 못 보게 방해하고 있었고, 유리창에 빗방울도 많이 맺혀 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았어요. 만약 그때 제가 창가에 앉았으면 창밖 풍경 보고 엄청 감탄했을 거고, 지금 이렇게까지 놀라지는 않았을 거였어요.

 

'무슨 경상남도에 산골 보러 가?'

 

친구는 제게 경상남도에 산 보러 여행가자고 하고 있었어요. 강원도 산골은 봤으니까 경상남도 산골 보러 가자고 하고 있었어요. 뭘 알고 가자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강원도 산골은 가봤으니까 자기 안 가본 경상남도 산골 가자는 거였어요. 친구가 제게 경상남도 산골로 여행가자는 이유는 뭘 알고 가는 것도 아니고 서사가 있는 곳을 찾아가자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무슨 산을 올라가자는 것도 아니었어요. 이 친구는 등산 아예 못 해요. 체력이 저질이라 못 올라가는 수준이 아니라 산 자체를 못 다녀요. 그러니까 경상남도에 있는 산을 가자는 것도 아니고, 뭘 알아보고 좋아보여서 그거 보러 가자는 것도 아니었어요. 오직 하나 - 자기 안 가본 곳 찍어보자고 같이 가자고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 거는 너나 혼자 올해 많이 가라고 했어요.

 

산이 있는 멋진 풍경 보려면 강원도 가야 해요. 이건 반박절대불가에요. 저도 설악산 다 올라가봤고 지리산도 다 올라가봤어요. 경상남도 산골도 가봤고 강원도 산골도 가봤어요. 이건 비교 불가 수준으로 강원도 산골 풍경이 경상남도 산골 풍경을 압살해요. 게임 자체가 안 되요. 이게 어느 정도 차이가 나냐 하면 남자라면 쭉쭉빵빵한 미녀들 보다가 갑자기 후덕한 중년 아주머니 보는 기분이고, 여자라면 초근육질 미남들 보다가 갑자기 중년 배불뚝이 아저씨 보는 기분이에요. 뭐 취향이 그쪽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보통은 강원도 산골 여행 갔다가 긴 텀을 두지 않고 경상남도 산골 여행 가면 진짜 눈에 안 들어와요.

 

버스는 계속 산속으로 들어갔어요. 강원도 깊이 들어가고 있었어요. 버스가 달릴 때마다 계속 덜걱 덜걱 소리가 났어요. 덜걱 덜걱 소리에 맞춰서 미세한 진동이 있었어요. 버스를 타고 가는데 기차 타고 가는 것 같았어요.

 

정선군이 가까워질 수록 날이 다시 흐려져갔어요. 사북고한 버스터미널은 그때나 이번이나 똑같이 매우 우중충했어요. 사북역 쪽은 번쩍번쩍한데 사북고한 터미널 쪽은 모텔 같은 것이 있기는 하지만 진짜 축 처지고 무거운 분위기였어요.

 

가자!

태백 다 와간다!

 

 

버스가 경사진 오르막길을 쭉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태백시에 들어왔어요. 귀가 먹먹해졌어요.

 

해발 900미터 돌파!

 

버스가 해발 900미터를 돌파했어요. 태백시 진입할 때 해발고도 900미터 표지판을 봤어요. 버스가 빠르게 경사로를 올라가고 있어서 사진으로 촬영하지는 못했어요. 버스가 고도를 쭉 올리며 빠르게 달렸기 때문에 귀가 먹먹했어요. 입 닫고 하품을 해서 계속 귀에 바람을 넣어줬어요.

 

해발 1000미터도 거의 돌파했을 거에요. 이때부터 순식간에 쫙 아래로 내려갔어요. 아래로 내려꽂아버리다시피 고도를 급하게 낮췄어요. 태백시 황지연못 앞에는 태백시 황지동 해발고도가 새겨져 있고 온도계가 부착되어 있는 석비가 있어요. 이 표지석에 새겨진 해발고도가 680m에요. 그러니까 거의 해발 300m를 한 번에 확 내려오는 내리막길이었어요.

 

 

버스가 경사진 길을 다 내려왔어요. 이제 평탄한 길로 황지동에 있는 태백버스터미널로 갈 일만 남았어요.

 

비 안 온다!

 

하늘이 우중충하기는 했지만 비는 안 내리고 있었어요. 날씨 우중충한 것은 좋아요. 비만 안 내리면 되었어요. 날이 좋지는 않았지만 비가 안 내렸기 때문에 이 정도라면 충분히 돌아다닐 만한 날씨였어요. 비만 안 내린다면 사진 찍기는 매우 좋은 날씨였어요.

 

 

2022년 10월 5일 오전 9시 54분, 태백버스터미널에 도착했어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