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잊혀진 어머니의 돌 (2022)

잊혀진 어머니의 돌 - 24 강원도 영월군 영월 장릉 노루조각공원

좀좀이 2022. 12. 13.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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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31일 오후 4시 10분 조금 넘어서 친구가 영월역을 향해 운전하기 시작했어요. 아주 이른 저녁으로 칼국수를 먹었기 때문에 영월역까지 시간이 아주 널널했어요. 급할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안 가본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여기까지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가는 길이었어요. 영월역까지 가는 길이 막힐 리 없었어요. 영월역까지 가는 길은 도로 상태도 괜찮은 편이었어요.

 

 

친구는 차를 매우 빠르게 운전했어요. 운전하면서 아주 즐거워하고 신났어요. 저는 당연히 엄청 무료했어요. 자동차 운전 게임하는 사람을 옆에서 멍하니 지켜보는 기분이었어요. 둘이 딱히 말이 없었어요. 친구가 고속으로 운전하는 차 안에서 버스 정류장 사진을 찍었어요. 마을 이름은 '개미촌'이었어요. 나중에 여행기 쓸 때 바로 조금 전까지 있었던 동네 자료를 찾을 때 함백 개미촌 정보를 찾으면 될 거였어요.

 

마을 이름 찾는 것이 제일 어렵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에요. 지금도 가끔 제게 여행기 쓸 때 자료 어떻게 찾냐고 메일을 보내서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웬만한 자료는 인터넷 뒤져보면 구할 수 있어요. 진짜 중요한 것은 '어디에' 있는지가 아니에요. '어디에' 있긴요. 인터넷에 웬만한 정보와 자료는 다 있는데요. 진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찾는지에요. 물론 검색하면 다 찾을 수 있기는 한데 검색을 열심히 해야 해요.

 

여행 다니기 전에 모든 걸 다 알고 갈 수는 없어요. 그래서 여행기 쓸 때는 추가적으로 정보와 자료를 찾아보는 작업이 필요해요. 이때 제일 중요한 것이 동네 이름이에요. 지명을 알아야 자료와 정보를 찾으니까요. 문제는 지명 - 특히 동네 이름 아는 것이 쉽지 않아요. 옛날에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동네 이름이 아예 없어진 곳도 수두룩해요. 과거에는 무슨 마을이라고 이름이 있던 동네가 이제는 동네 이름은 완전히 잊혀지고 행정구역명만 사용하는 지역이 허다해요. 이런 곳은 자료 찾으려고 하면 정말 어려워요. 동네 이름, 마을 이름부터 찾아야하기 때문이에요. 행정구역명으로 나와 있는 자료도 있고, 동네 이름 및 마을 이름으로 나와 있는 자료도 있어요. 그래서 동네 이름 모르면 동네 이름부터 찾아야하는데, 이게 해보면 꽤 어려워요. 유명한 곳, 지명이 아직까지 살아 있는 곳은 쉬운 편이지만 유명하지 않은 동네, 지명이 잊혀진 동네는 매우 어렵고 오래 걸려요.

 

다행히 바로 조금 전까지 있었던 마을 이름이 확실히 '개미촌'이라는 것을 버스 정류장 이름으로 확인했어요. 돌아가서 나중에 여행기 쓸 때 개미촌 칼국수집 할머니께 들은 이야기가 맞는지 조사해볼 때 바로 정보를 찾아볼 수 있게 되었어요.

 

 

친구는 계속 자동차를 운전하며 재미있어하고 있었어요. 여기가 반드시 자동차를 운전해야만 올 수 있는 곳인지 애매했어요. 지도를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왠지 예미역에서 자동차 없이 걸어와도 되는 곳 같았어요. 아무리 봐도 너무 빨랐어요.

 

"저기 차 세울 수 있어?"

"어디?"

"저 석상 찍고 가게."

 

예미오거리가 가까워졌을 때였어요. 친구에게 차 좀 잠시 세울 수 없냐고 물어봤어요.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예미리는 강원도 친구가 말한대로 정말 아무 것도 없는 곳이었어요. 예미역이 있었고, 예미오거리에 장구춤 추는 여성을 형상화한 석상이 있었어요. 예미역 사진은 찍었지만 예미오거리 석상 사진은 아까 찍지 못했어요.

 

"차 세울 만한 곳 안 보인다."

 

친구는 그대로 달렸어요.

 

'이놈은 대체 왜 영월에 가고 싶어하지?'

 

정말 쏘카 반납 시간이 촉박해서? 절대 아니었어요. 시간이 엄청나게 많이 남은 것은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빨리 영월역으로 달려가야할 정도로 촉박하지도 않았어요. 오히려 영월 가면 쏘카 반납 시간까지 꽤 남을 거였어요.

 

'영월 가봐야 아무 것도 없는데?'

 

영월역으로 빨리 돌아가봐야 할 게 아무 것도 없었어요. 시간만 애매하게 많이 남을 거였어요. 영월역 근처에서 할 만한 건 없었고, 이제 영월역 가는 중에 할 만한 것도 딱히 없었어요.

 

강원도 영월군 자체는 볼 게 많은 관광 지역이에요. 하지만 영월군은 매우 커요. 영월군 하나만 돌아다녀도 그게 하루는 꼬박 걸려요. 영월역 근처에서 볼 거라면 기껏해야 동강 하나 있어요. 그런데 영월역 근처에서 동강을 볼 건 아니었어요. 동강이 아름다운 강이기는 하지만 읍내에서 보는 동강은 서울에서 한강 보는 사람에게 그렇게까지 인상적인 풍경은 아니에요. 읍내에서 벗어나야 절벽, 산과 동강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이 있구요.

 

영월 읍내 장날이라면 시장 구경이라도 한다고 하는데 장날도 아니었어요. 영월 덕포 오일장은 4,9장이에요. 시장 구경을 할 것도 아니고, 영월 읍내 구경을 할 것도 아니었어요. 영월 읍내는 그렇게 볼 만한 게 있는 지역이 아니에요. 이건 아까 영월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파악되었어요.

 

내 인생 최악으로 재미없었던 여행이었던 영월 여행.

그 영월 여행을 이놈과 갔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었어요. 제 인생에서 최악으로 재미없었던 여행은 영월 여행이었어요. 그때 이 친구와 갔었어요. 영월로 여행을 간 이유는 강원도 시골 한 번 가보자는 이유 뿐이었어요. 영월에 뭐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고씨동굴이 영월에 있는 줄도 몰랐어요. 막연히 영월이 강원도에서 시골 지역이니 영월 한 번 가보자고 갔어요.

 

서울에서 영월에 도착했을 때는 늦은 저녁이었어요. 숙소는 모텔이었지만 말이 좋아 모텔이었지, 장급 여관이었어요. 좀 음침했고, 바닥에는 싯누런 장판이 깔려 있었어요. 이불을 펴고 누워서 자야 했어요. 이불은 눅눅했어요. 숙소를 잡고 밖에 나와서 거리를 돌아다녀봤어요. 정말 별 거 없었어요. 읍내라 가게가 있기는 한데 인상적인 것은 하나도 없었어요.

 

다음날 영월에 장릉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장릉으로 갔어요. 장릉과 청령포를 보고 나서 사람들이 매우 많은 식당에 가서 꽁보리밥을 먹고 돌아왔어요.

 

이게 끝이었어요. 진짜 심심했어요. 그때도 서로 대화가 별로 없었어요. 너무 재미없는 여행이었어요. 오죽하면 그 당시 한창 열심히 여행기 쓸 때라 국내 여행도 다녀오면 어떻게든 기록을 남기고 여행기를 썼는데 영월 여행은 너무 재미없어서 기록이 아예 없어요. 너무 재미없는 수준이 아니라 심각하게 재미없었어요. 이때 차라리 여행 가지 말고 숭실대에서 같이 살던 친구와 그 돈으로 놀았으면 무한대로 더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을 거에요.

 

아름다운 동강 풍경이 나타났어요. 아름다운 동강 풍경은 휙 지나가버렸어요. 이제 영월 읍내였어요. 영월 읍내는 진짜 볼 거 없는 곳이었어요. 예전에 왔었을 때와 달라진 게 별로 없을 거였어요. 그 이전에 영월 읍내 번화가는 뭘 기대하고 갈 곳이 아니었어요. 매우 유명한 재래시장이 있고 장날이 겹쳤다면 시장 구경하러 가겠지만 그것도 아니었어요.

 

'이놈 뭐지?'

 

친구는 영월 읍내 구경하고 싶다고 무턱대고 영월 읍내로 차를 몰고 있었어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어요. 영월 읍내 번화가는 딱히 볼 게 있는 곳이 아니에요. 우리나라 여행 조금 다녀보면 이 정도 견적은 바로 나와요. 아주 옛날부터 매우 큰 대도시였던 지역이 아닌 이상 번화가는 개발될 때 거의 다 비슷한 모습으로 개발되었어요. 구도심 정비도 대체로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특색없어요. 한국 관광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어디를 가나 번화가는 천편일률적인 모습이라는 점이에요. 한국의 번화가 대부분은 거의 비슷하고 특징이 없어요. 무시해도 되는 시차에 공장에서 찍어내듯 비슷한 구조로 번화가가 개발되었기 때문이에요. 전국 어디를 가나 아파트촌은 다 똑같이 생긴 것과 동일한 이유 때문이에요.

 

예전에 이 친구와 영월 여행 왔다가 제 인생 최악의 심심한 여행이 되어버렸던 이유도 영월에 뭐가 있는지 하나도 안 알아보고 무턱대고 영월 와서 영월 번화가에서 못 벗어났기 때문이었어요. 그 결과가 장릉, 청령포 보고 꽁보리밥 먹은 게 전부였어요. 읍내 번화가는 아무 특징 없고 볼 것도 없었어요. 친구는 우리나라 여기저기 여행 많이 가봤다고 했어요. 제주도에서도 여기저기 다니고 육지 올라올 일이 있으면 자기 자동차 몰고 툭하면 어디 갔다오곤 했어요. 여행 경험이 많다면 번화가는 가봐야 아무 것도 없다는 거 뻔히 알 거고, 예전에 한 번 저와 가봤으니 여기 번화가가 딱히 볼 거 없다는 걸 기억하고 있을 거였어요. 막연히 기억하고 있을 거라 추측한 것이 아니라 저한테 이미 몇 번 같이 영월 여행 갔을 때 찍은 사진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했었어요. 더욱이 바로 이날 아침에 영월역에서 나왔어요. 영월역에서 나와서 보자마자 여기는 볼 게 없는 동네라고 견적이 나왔어요. 영월 지도를 봤으니 눈이 달려 있다면 영월 읍내 번화가는 뭘 기대하고 다니는 곳이 아니라는 걸 알 건데 영월 읍내 구경하고 싶다고 영월 읍내로 차를 몰고 있었어요.

 

영월 읍내에 도착했어요. 당연히 시간이 남았어요. 영월 읍내에는 차가 꽤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영월 읍내에서 갈 만한 곳은 없었어요. 덕포시장은 장날이 아니라 볼 게 없었고, 영월 읍내 번화가는 볼 게 있을 리 없었어요. 이렇게 급히 영월 읍내 번화가로 오지 않아도 되었어요. 오히려 반대로 최대한 영월 읍내 번화가에 안 들어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어야 했어요.

 

결국 친구가 운전해서 간 곳은 장릉이었어요. 영월 읍내 번화가에서 갈 만한 곳이라고는 거기 뿐이었어요. 장릉 가는 길에 '마차리'라고 적힌 표지판이 보였어요. 마차리도 강원도 친구가 자기가 가본 정말 시골인 동네라고 말했었어요. 마차리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빠듯했어요.

 

 

장릉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어요.

 

"장릉 가자."

"장릉을 왜 가!"

 

친구는 장릉에 들어가자고 했어요. 당연히 반대했어요. 장릉은 전에 가봤어요. 그것도 이 친구와 가봤어요. 이럴 줄 알았어요. 영월 읍내 번화가 오면 갈 곳이 장릉, 청령포에요. 예전에 왔을 때 기억과 달라진 것이 없었어요. 영월은 읍내 번화가에서 벗어나야 볼 게 많은 지역이에요. 영월은 이 친구와 딱 한 번 와본 것이 전부였지만 읍내 번화가에 볼 것 없다는 건 이 친구와 같이 돌아다니며 제대로 확인했었어요. 영월도 관광으로 유명한데 영월 읍내 번화가에 아무 것도 없으면 어디에 볼 게 있겠어요. 다 영월 읍내 번화가가 아닌 곳에 들어가 있죠.

 

장릉이 아니라 장릉 근처에 있는 장릉노루조각공원으로 가자고 했어요. 장릉은 한 번 본 곳이었어요. 장릉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이 근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나 보고 가자고 했어요.

 

 

길을 따라 걸어갔어요. 장릉노루조각공원이 나왔어요.

 

 

강원도 영월 장릉 노루조각공원은 호수를 한 바퀴 둘러보며 걷는 곳이었어요.

 

 

"아이디어 좋네."

 

 

장릉노루조각공원으로 개를 데리고 와서 산책할 때는 목줄을 하고, 개 용변을 치울 봉투와 장갑을 챙겨서 오라는 내용이 붙어 있는 입간판이 있었어요. 아래에 있는 안내문은 '자전거 다니면 대략난감'이었어요.

 

 

제주도가 떠오르는 풍경이오.

 

"여기 제주도 화구호 비슷하게 생겼다."

 

강원도 영월 장릉노루조각공원에 있는 호수 모습은 제주도 오름에 있는 화구호와 비슷하게 생겼어요. 호수 주변은 고지로 둘러싸여 있었어요. 가운데 낮은 웅덩이에 물이 가득 고여 있었어요. 강원도 영월군은 화산지대와는 거리가 먼 지역이에요. 강원도에도 화성암 지대가 있기는 해요. 하지만 영월은 아니에요. 강원도에 있는 화성암 지대는 북쪽 철원 한탄간 유역 평야지대 및 그 일대에요. 강원도 영월군은 화성암 지대가 아니라 석회암 지대에요.

 

화산 지형과는 아예 연관없는 지역인데 영월 장릉노루조각공원은 제주도 오름에 있는 화구호와 매우 비슷한 모습이었어요. 아무 말 없이 사진만 보여주면서 '이거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이야'라고 보여주면 믿게 생겼어요.

 

 

 

영월 장릉노루조각공원에는 오리가 살고 있었어요.

 

 

'언제 영월 제대로 여행 가지?'

 

영월, 단양은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관광지에요. 영월은 옆동네 단양이 관광도시로 성공한 것을 보고 크게 자극받아서 더욱 관광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요. 제 추측에는 단양이 영월을 비롯한 강원도 남부 탄광지역이 석탄합리화정책 시행 후 싹 다 폭삭 망하는 것을 것을 보고 충격받아서 석회석 있을 때 미래 먹거리로 관광산업을 육성하기로 결심했을 거에요. 그래서 사력을 다해서 관광산업을 육성해서 성과가 잘 나오자 영월이 이에 자극받아 영월도 관광산업을 크게 육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강원도 영월, 정선, 태백, 삼척 일대 탄광지역이 석탄합리화정책으로 급속도로 몰락할 때는 이 지역에서 육성할 만한 대체 산업이랄 게 별로 없었어요. 국내여행하기 좋아진 것은 지극히 근래의 일이에요. 특히 시골지역은 자기 차 운전해서 가는 게 아니라면 엄두가 안 났어요. 버스가 언제 있는지 알기도 어렵고, 간신히 버스 시간과 노선 알아내어도 별로 없는 버스 시간을 놓치면 낭패 수준을 넘어서 하루 일정 전체가 끝장났어요.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도 별로 없었어요. 그나마 찜질방이 조금 큰 곳에는 있었어요. 그래서 국내여행 다니기 진짜 어렵고 돈도 많이 들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많이 바뀌었어요. 아직도 시골 버스 시간은 약간 부정확하지만 그래도 인터넷에서 버스 시간은 찾아볼 수 있어요. 도시 지역보다 사전에 교통 정보 및 숙소 정보를 보다 잘 찾고 준비를 조금 더 해야할 뿐이에요. 2년에 걸친 사회적 거리두기로 찜질방과 저렴한 게스트하우스가 많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이건 시간이 흐르면 다시 부활할 거에요.

 

영월도 한 번 제대로 여행 와보고 싶었어요. 영월은 사전에 준비를 정말 잘 하고 와야할 거였어요. 영월은 읍내 번화가에는 볼 게 없고 번화가에서 벗어나야 볼 게 있는 지역이었어요. 그리고 영월은 커요. 시골이기 때문에 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는 곳이 많을 거였어요. 예전이나 지금처럼 준비 하나도 안 하고 오면 읍내 번화가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서 아주 심심한 여행이 되겠지만, 준비를 잘 해서 온다면 여기도 매우 재미있는 여행을 즐길 수 있어보였어요.

 

 

 

 

 

 

장릉 노루조각공원은 산책하기 좋은 곳이었어요. 묘하게 제주도 온 기분이 들게 만드는 장소였어요.

 

장릉 노루조각공원 호수를 한 바퀴 다 돌은 후 다시 차로 돌아갔어요. 차를 타고 영월역 쏘카존으로 갔어요. 차를 주차하고 쏘카를 반납했어요.

 

 

 

맞은편 영월역 역전은 한적하고 조용했어요. 아주 예전에 석탄산업이 활황이었을 때는 여기도 매우 북적였을 거에요.

 

 

친구가 화장실에 가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화장실 가라고 했어요. 저도 영월역 안으로 들어갔어요.

 

 

영월역 스탬프 사진을 찍었어요. 영월역 스탬프 도안은 영월 동강 레프팅이었어요.

 

친구가 화장실에서 나왔어요. 아직 열차 시간까지 시간이 넉넉하게 남았기 때문에 잠시 영월역 맞은편 역전에 가서 걷기로 했어요.

 

 

 

영월역 앞 길을 건넜어요.

 

 

"닭강정 맛있겠다."

 

친구가 닭강정 파는 가게를 보더니 닭강정 먹고 싶다고 했어요. 저는 별 관심 없었어요. 먹으면 좋기는 한데 시간이 없었어요. 먹을 곳도 없었어요. 닭강정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열차 시간이 촉박했어요. 닭강정을 구입한다고 해도 먹을 곳이 문제였어요. 운좋게 바로 구입한다고 해도 닭강정을 먹으려면 기차 안에서 먹어야 했어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는 해제되었지만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여전히 시행중이었어요. 기차 안에서 닭강정 먹기에는 매우 눈치보였고, 마스크 썼다 벗었다 하면서 먹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어요.

 

"하나 살까?"

"야, 시간 없어."

 

이놈의 지능은 대체 몇일까.

 

친구에게 지금 닭강정을 살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유치원 어린이한테 설명하듯 차근차근 설명해줬어요. 친구는 정말로 왜 지금 닭강정을 구입하면 안 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미리 만들어놓은 닭강정을 상자에 넣어서 판매중인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제 닭강정 사려고 하면 닭강정 튀기는 동안 기다려야 했어요. 앞에 예약한 손님이 있다면 그 손님 것부터 다 튀기고 만들 때까지 기다려야 했구요. 기차 안에서도 아직은 뭐 먹는 것이 엄청나게 눈치보이고 신경쓰였어요. 닭강정 다 펼쳐서 먹을 분위기까지는 아니었어요.

 

멀쩡한 성인이라면 시간도 없고 먹을 곳도 마땅치 않아서 포기해야하는 걸 바로 알 수 있을 건데 친구는 전혀 몰랐어요. 모르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몰랐어요. 오히려 제게 왜 안 되냐고 따지고 들었어요. 지금 시간도 없고 먹을 장소도 마땅치 않아서 안 된다는 걸 대체 왜 설명해줘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설명해주고 안 된다고 납득을 시켰어요.

 

 

영월역 승강장으로 갔어요.

 

 

 

 

2022년 8월 31일 오후 5시 49분, 무궁화호 열차가 영월역으로 들어왔어요.

 

 

 

"내가 창가 자리 앉을래!"

 

친구가 또 창가 자리에 앉겠다고 했어요. 저도 창가 자리에 앉고 싶었지만 친구에게 양보해줬어요.

 

기차가 출발했어요. 18시 6분, 쌍용역에 도착했어요.

 

 

 

 

 

쌍룡역은 쌍용양회 영월공장에서 나오는 시멘트 물량을 담당하는 기차역이에요. 여객운송으로는 중요한 역이 아니지만 화물수송으로는 상당히 중요한 역이에요.

 

쌍룡역에 자갈이 산처럼 쌓여 있는 것을 사진으로 찍고 있었어요. 기차가 출발했어요. 맞은편 창문을 바라봤어요.

 

"저기를 찍어야했잖아!"

 

맞은편 창가에서는 쌍용C&E가 보였어요. 자갈무더기를 사진으로 찍을 것이 아니라 맞은편 쌍용C&E를 찍었어야 했어요.

 

기차는 계속 서울 청량리역을 향해 달렸어요. 이번에는 아세아시멘트 공장이 나왔어요.

 

 

아세아시멘트 공장 이후에는 딱히 인상적인 풍경이 없었어요.

 

 

2022년 8월 31일 오후 8시 6분, 청량리역에 도착했어요.

 

 

 

"어디 더 갈 곳 없나?"

"여기에서?"

 

청량리역에서 나왔어요. 친구는 어디 더 갈 곳 없냐고 물어봤어요. 청량리역 근처에서 갈 곳이라고는 딱히 없었어요. 종로 방향으로 걸어가면 청량리 청과 도매시장과 제기동 약령시장이 있었어요. 반대편으로 걸어가면 경희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가 있었어요. 이 외에 걸어서 갈 만한 곳은 없었어요.

 

"청량리 시장쪽이라도 갈래?"

"응, 가자!"

 

친구는 이번 여행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했어요. 벌써 여행이 끝나는 것이 너무 아쉽다고 했어요.

 

"우리 모레 여행 또 가자!"

"모레?"

 

친구는 당장 모레 여행을 또 가자고 졸랐어요.

 

"너 되겠냐?"

 

친구는 바로 다음날 병원에 갈 일이 있었어요. 친구가 병원 다녀온 다음날에 바로 여행을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들었어요. 친구는 이번 여행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엄청 흥분했어요. 벌써 여행 끝난 것에 대해 엄청나게 아쉬워하고 있었어요. 아무리 봐도 모레 여행 바로 또 가는 건 무리일 거 같은데 친구는 무조건 갈 수 있다고 큰소리치며 모레 여행 또 가자고 졸라대었어요.

 

'어디 갈 곳 있나?'

 

친구가 여행 재미있었다고 뒤늦게 엄청 흥분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어요. 그만큼 제가 재미있는 코스로 잘 골랐으니까요. 당연한 거였어요. 강원도 남부 탄광지대는 제가 계속 여기는 여행 가면 엄청나게 재미있겠다고 보고 있던 지역이었어요. 매우 재미있게 생긴 곳으로 가서 여행이 재미있었어요. 친구가 우리나라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녀봤다고 하기는 했어도 이런 식으로 이런 지역을 다니지는 않았을 게 뻔했어요. 아무리 저도 별로 알아보지 않고 갔다고 해도 웬만큼은 알아보고 갔어요. 전부터 언젠가 한 번 가봐야겠다고 간간이 보고 있던 곳이었으니까요.

 

그렇지만 바로 모레 갈 만한 곳은 하나도 안 떠올랐어요. 동해, 도계는 전부터 계속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곳이라 계속 관심갖고 조금씩 보던 지역이었어요. 그러나 그 외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알아본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기껏해야 삼척 해안지역이었어요. 그런데 삼척 해안지역은 기차로 갈 수 없고 거기에 뭐가 있는지 딱히 잘 알지 못했어요. 삼척 해안지역에 대해 잘 몰랐지만 왠지 동해시랑 많이 비슷할 것 같았어요. 그러면 삼척이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을 거였어요.

 

"봐서. 너가 그때도 가고 싶다고 하면. 그리고 갈 만한 곳 찾아지면."

"무조건 가지!"

 

친구는 큰소리쳤어요. 그러나 영 신뢰가 안 갔어요. 아주 높은 확률로 모레가 되어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면 안 간다고 할 거였어요. 이 친구는 항상 그랬으니까요. 이 친구의 말은 절반만 믿어야했어요.

 

어느덧 밤 9시가 되었어요. 제기동역까지 왔어요. 헤어져야할 시간이었어요. 친구는 2호선을 타고 가야 했기 때문에 용두역으로 가겠다고 했어요. 그러라고 했어요. 친구는 계속 제게 자기가 가야할 지하철역까지 같이 가달라고 말없이 보채었어요.

 

내가 왜?

내가 왜 너를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줘야 하는데?

 

친구가 너무 재미있는 여행해서 흥분되었다고 더 걷고 싶다고 해서 쓸 데 없이 제기동까지 걸어갔어요. 빨리 의정부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친구가 너무 더 걷고 싶어해서 별로 갈 생각도 없고 가봐야 재미도 없는 제기동까지 갔어요. 같이 제기동까지 걸어왔으면 되었지, 왜 제가 친구를 보내주려고 용두역까지 걸어가요. 용두역까지 가면 저는 1호선 타야 해서 다시 또 제기동역으로 돌아가거나 쓸 데 없이 별로 오지도 않는 2호선 지선 타고 신설동역까지 가서 1호선으로 갈아타야하는데요. 친구는 계속 자기를 용두역까지 데려다달라고 말없이 보채었지만 가라고 했어요.

 

저와 조금이라도 더 걷고 싶어서 보채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자기를 지하철역까지 데려다달라고 보채는 거였어요. 이런 건 연인들이나 하는 거고 이 친구를 왜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줘요. 잘 가라고 했는데 계속 안 가고 서서 무슨 강아지처럼 끼잉끼잉 흐응흐응 콧소리 내며 저를 쳐다보고 있었어요. 이게 과장이 아니라 오히려 대충 표현한 거에요. 그러나 같이 가줄 이유가 하나도 없었어요. 용두역 가서 무슨 청계천이라도 더 걷자는 것도 아니고 자기는 용두역까지 걸어가야 하니까 저한테 같이 가달라고 보채는 거였어요. 당연히 거절했어요.

 

친구한테 잘 가라고 하고 제기동역으로 들어갔어요. 1호선 지하철을 타고 의정부역으로 돌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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