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먹어본 한솥도시락 도시락은 동백 도시락이에요.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24시간 카페 두 곳을 돌아다닌 후였어요. 밤새 24시간 카페를 돌아다닌 후 카페에서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슬슬 집중력이 떨어져가는 것이 느껴졌어요. 처음 도착했을 때는 집중해서 글을 열심히 썼지만, 갈 수록 정신이 산만해지고 자꾸 멍하니 주변 풍경을 바라보거나 인터넷이나 하면서 허비하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이것은 집에 돌아갈 시간이라는 증거였어요.
"이왕 나왔는데 더 돌아다녀볼까?"
이날은 24시간 카페 돌아다니는 경로를 잘못 짰어요. 장한평역에 있는 24시간 카페를 먼저 갔었어야 했는데 청량리역 주변에 있는 24시간 카페를 먼저 갔어요. 청량리역 주변에 있는 카페를 먼저 간 후에 장한평역에 있는 24시간 카페를 갔더니 집으로 가는 길이 매우 멀어졌어요. 의정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돌아가야 했어요. 그런데 장한평역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러 가려면 지하철을 멀리 돌아서 1호선 역까지 환승하거나 청량리역이나 동묘앞역까지 걸어가야 했어요.
'조금 걷다가 들어가는 거도 좋지 않을까?'
장한평역은 처음 와봤어요. 이쪽은 진짜 아주 예전에 친구와 밤에 중랑천 따라 산책하다가 친구가 편의점 가고 싶다고 해서 중랑천 산책로에서 나왔다가 길 잘못 들어가서 한 번 와봤어요. 그거 말고는 와본 적 없는 동네였어요. 서울 여기저기 많이 다녀봤다고 해도 아직도 제가 제대로 가보지 않은 동네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어요. 그 중 하나가 장한평역 주변이었어요.
'대충 동묘앞역으로 걸어가면 되지 않을 건가?'
청량리역으로 바로 돌아가는 길보다는 장한평역에서 신설동, 동묘앞역 쪽으로 걸어가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좋아보였어요. 그게 더 재미있을 거였어요. 청량리역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도 재미있기는 하지만 청량리역 주변은 여러 번 돌아다녀봤어요. 그래서 동묘앞역 주변을 향해 걸어가기로 했어요.
동묘앞역으로 걸어가는 중이었어요. 서울 풍물시장이 나왔어요.
"저기 한 번 구경하고 가야겠다."
서울 풍물시장은 원래 지금은 DDP가 세워지고 없어진 동대문 운동장 자리에 있었어요. 청계천 일대 상가 및 노점상들을 청계천 복원 공사를 할 때 임시로 동대문 운동장에 모아서 서울 풍물시장을 만들었어요. 이후 동묘앞역 쪽에 제대로 건물을 지어서 이전한 것이 지금 서울 풍물시장이에요.
서울 풍물시장도 안 가본 지 꽤 오래되었어요. 서울 풍물시장으로 갔어요. 정말 오랜만에 오는 곳이었어요.
'예전보다 재미없는데?'
서울 풍물시장은 아주 예전에 왔었을 때보다 훨씬 재미없었어요. 뭔가 북적거리는 것도 훨씬 적어졌고, 시장에서 판매되는 것들도 그렇게 신기하지 않았어요. 서울 풍물시장이 하나도 안 신기했던 이유 중 하나는 요즘 레트로 카페, 소규모 공방 같은 것이 많이 생겨서 오래된 것 보고 신기하게 느끼는 맛이 줄어들었어요.
서울 풍물시장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어요. 발 가는 대로 걷기 시작했어요.
"한솥도시락 있다!"
멀리 한솥도시락이 보였어요. 한솥도시락은 제가 사는 동네에 없어요. 한솥도시락을 먹으려면 지하철 한 정거장을 걸어가야 했어요. 도시락 하나 먹자고 지하철 한 정거장 걸어가는 건 정말 아니라서 한솥도시락 매장에 안 갔어요. 그래서 한솥도시락 안 먹어본 지 매우 오래되었어요.
"오랜만에 한솥도시락 먹어야겠다."
한솥도시락 매장으로 갔어요. 매장 안에서 도시락을 먹을 수 있었어요.
"어떤 거 먹지?"
메뉴를 쭉 살펴봤어요.
"동백 도시락 먹어야겠다."
동백 도시락을 먹어보기로 했어요. 동백 도시락을 주문했어요.
한솥도시락 동백 도시락 가격은 5800원이었어요. 예전에는 한솥도시락에서 꽤 비싼 도시락이었는데 이제는 다른 비싼 도시락이 많이 나와서 보급형 도시락처럼 되었어요.
한솥도시락에서는 동백 도시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어요.
[베스트&스테디셀러 SINCE 2008] 연하고 부드러운 햄버그에 쫄깃한 떡을 넣은 떡햄버그와 탱글탱글한 식감이 살아있는 새우튀김, 호주산 소불고기, 한솥만의 명품 치킨, 해물 볼어묵, 각종 밑반찬은 물론 김, 타르타르소스가 들어간 도시락입니다.
한솥도시락 동백 도시락은 2008년에 출시된 도시락이에요. 아주 예전에는 한솥 도시락에서 가장 고급 도시락은 도련님 도시락이었어요. 그러나 동백 도시락이 등장하면서 도련님 도시락은 고급 도시락에서 뒤로 밀렸어요.
동백 도시락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이건 가격이 조금 비싼 거 아니냐는 평이 있었어요. 그렇지만 다 옛날 이야기에요. 요즘 한솥도시락 메뉴 보면 동백 도시락보다 비싼 도시락도 여러 종류 있어요.
한솥도시락 동백 도시락 열량은 787.6Kcal이에요.
"원래 동백 도시락이 이렇게 작았나?"
제 기억 속 동백 도시락과 조금 달랐어요. 내용물은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크기 보고 뭔가 이상했어요. 동백 도시락이 원래 이렇게 작았는지 의문이었어요. 만약 크기가 줄어든 거라면 물가가 올라서 그렇게 되었을 거에요. 예전 동백 도시락은 이것보다 더 크고 양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옛날에 도련님 도시락도 이것보다 크고 양이 많았는데요.
한솥도시락 동백 도시락에는 조미김과 타르타르소스가 제공되었어요.
콩조림은 콩과 땅콩 조림이었어요. 무난했어요. 급식 반찬 먹는 기분이 드는 맛이었어요. 옆에 있는 풀을 무친 것도 마찬가지였어요. 이건 짰어요. 단무지 무침은 무난했어요.
불고기는 양념이 싱거웠어요. 볶은 불고기가 아니라 끓인 불고기 같았어요.
튀김, 닭고기 등 모든 게 그냥 그랬어요.
내 추억이 파괴된드아아아아
한솥 동백이 퇴화한 걸까, 편의점 도시락이 진화한 걸까.
아니면 여기만 진짜 맛없게 만드는 걸까.
먹으면서 엄청나게 실망했어요. 양 줄어든 거야 그렇다 쳐요. 사진을 보면 밥에 광택이 하나도 없어요. 밥이 설었어요. 밥 잘못 지으면 맨 위의 밥은 밥이 되다 말아서 밥알이 푸석거리고 먹을 때 입안이 텁텁해져요. 바로 그 밥이었어요. 밥부터 아주 최악이었어요. 밥솥에 쌀 넣고 밥통에 표시된 만큼 물 붓고 취사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밥 잘 되는데 왜 이런 설익은 밥이 나왔는지 의문이었어요.
반찬도 하나같이 별로였어요. 솔직히 편의점 도시락 반찬이 훨씬 더 맛있었어요. 이걸 5800원 주고 사먹은 게 후회되었어요. 편의점 가서 5800원이면 맛있는 도시락 사먹어요. 물론 이때는 점심시간이라서 편의점에 도시락이 있었을지 모르겠지만요.
추억이 제대로 파괴되었어요. 이건 아니었어요. 물론 다른 한솥도시락 가서 먹었다면 달랐을 수도 있어요. 한솥도시락은 각 매장마다 직접 조리하기 때문에 편차가 존재할 수 밖에 없어요. 기계가 쾅쾅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요리를 사람이 직접 하니까 여기에서 맛 차이가 발생해요. 다른 한솥도시락 매장 가서 동백도시락 먹으면 맛있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제가 간 곳에서 제가 먹은 동백도시락은 진짜 아니었어요.
동백도시락 가격과 양을 보면 편의점에서 대충 4500원짜리 도시락 하나 사고 왕뚜껑 컵라면 하나 사서 먹는 게 훨씬 나았어요. 한솥도시락을 매장에서 먹으면 바로 만든 음식을 먹는다는 장점이 있는데, 제가 먹은 건 그런 거 없었어요. 바로 만든 음식이기는 하나 편의점 도시락보다 못했어요.
한솥도시락 동백 도시락은 편의점 도시락과 비교했을 때 애매했어요. 맛은 둘째치고 가격과 양에서 이게 편의점 도시락보다 우위인 점이 딱히 있나 싶었어요.
한솥도시락 동백 도시락은 추억은 추억으로 기억하고만 있어야한다는 사실을 알려준 도시락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