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교과서 리뷰/아랍어

아제르바이잔 초등학교 1학년 아랍어 교과서

좀좀이 2026. 3. 2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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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외국의 아랍어 교과서는 중앙아시아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의 초등학교 아랍어 과목 1학년 교과서에요.

 

투르크메니스탄의 아랍어 교과서를 구한 후였어요.

 

"그러면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아랍어 교과서 있지 않을까?"

 

타지키스탄 아랍어 교과서는 이미 구했어요. 투르크메니스탄이 아랍어 교과서가 있는데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인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도 아랍어 교과서가 있을 것 같았어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도 무슬림이 많은 중앙아시아 국가이고, 아랍어는 UN 공용어 중 하나이니까요.

 

다시 인터넷을 열심히 찾아봤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은 아랍어 교과서가 보이지 않았어요. 초중고 교육 과정에 아랍어가 없어 보였어요. 계속 검색하고 교육과정을 찾아보며 알아봤지만 안 보였어요. 이렇게 안 나온다면 아마 없는 것일 거였어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즈베키스탄은 초중고 교육 과정에서 아랍어 과정이 없었어요. 아랍어 교과서라면 특히 우즈베키스탄이 없는데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이 있을 거 같지 않았어요. 각 국가마다 사정이 있고 특징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 세 나라 중 가장 아랍어 교과서가 있을 만한 국가는 우즈베키스탄이었어요. 그런데 우즈베키스탄에 아랍어 교과서가 없다면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은 확률적으로 있을 확률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되었어요.

 

"여기는 없나 보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의 아랍어 교과서를 찾아보는 건 포기했어요. 단순히 과목명만 뒤져본 것이 아니라 교육 과정에 아랍어가 있는지 함께 찾아봤는데 검색 결과가 없다면 그건 없다고 봐야 했어요.

 

"잠깐만, 아제르바이잔은 있을 건가?"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어요. 아제르바이잔이었어요. 튀르키예도 아랍어 교과서가 있고 투르크메니스탄도 아랍어 교과서가 있는데 아제르바이잔이 아랍어 교과서가 없다? 이상했어요. 그럴 거 같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제르바이잔 아랍어 교과서를 찾아봤어요.

 

"있네?"

 

아제르바이잔은 아랍어 교과서가 있었어요. 어렵지 않게 구했어요.

 

"뭐지?"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은 아랍어 교과서가 있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은 아랍어 교과서가 없다

 

지도를 보면 납득이 가요.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은 이란과 국경을 접하고 있고, 타지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요. 반면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은 러시아와 훨씬 더 가깝구요. 그러나 단순히 지리적 요인 만은 아닐 거였어요.

 

지리적으로 보면 과거 소련 시절 변방들이라고는 하지만, 이 중 아제르바이잔은 아무리 변방이라고 해도 소련에서 상당히 중요한 거점 중 하나였어요. 그러니 단순히 변방이라고 치부할 문제는 아니었어요.

 

소련 시절 자국어 사용 비율과 관련 있는 거 아닐까?

 

제 추측은 소련 시절 자국어 사용 비율 및 러시아어 보급 수준과 관련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아제르바이잔은 아무리 소련 시절 주요 거점 중 하나라고 하지만 애초에 아제르바이잔인 비율이 엄청나게 높았고, 아제르바이잔어도 활발히 사용된 지역이었어요. 러시아어 보급 문제를 떠나서 아제르바이잔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 수 자체가 엄청나게 높았어요. 카프카스 3국 모두 자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 비율이 엄청나게 높았던 지역이에요.

 

투르크메니스탄과 타지키스탄은 러시아어 보급이 꼴찌를 두고 경쟁하던 국가들이에요. 타지키스탄은 변방에 워낙 험지라서 러시아어 보급이 잘 이뤄지지 못 했고, 투르크메니스탄은 투르크멘인들이 러시아어를 상당히 거부하는 경향이 심했어요. 그래서 투르크메니스탄과 타지키스탄은 소련 전체에서 러시아어 보급률 및 러시아어 화자 비율 꼴찌를 찍던 나라들이에요.

 

반면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은 러시아어 보급이 꽤 많이 된 지역이에요.

 

이렇게 놓고 보면 독립 후 모국어 및 외국어 교육에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은 선택지가 제한되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모국어도 공부해야 하고 러시아어도 공부해야 하니까요. 반면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은 애초에 모국어 화자 비율이 엄청나게 높았기 때문에 외국어 교육에서 선택지가 훨씬 더 많고 자유롭다고 볼 수 있어요. 특히 아제르바이잔과 투르크메니스탄은 독립 후 러시아어 배척이 매우 강력히 일어난 국가들이에요.

 

어린이와 청소년이 학습하는 데에 두뇌와 시간은 제한되어 있고,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은 당장 모국어와 러시아어 - 이렇게 두 언어를 학습해야 하니 다른 외국어 교육을 추가로 시키는 건 무리가 따를 거라고 쉽게 유추할 수 있어요. 러시아인들이 아랍어를 배울 리는 거의 없을 테니까 아랍어 과목이라면 카자흐어, 키르기스어, 우즈베크어를 모국어로 하는 학생들이 주요 대상일 텐데, 이들은 이미 기본적으로 모국어와 러시아어를 배워야 하니까요. 게다가 영어 교육까지 고려하면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은 이미 기본적으로 배워야 할 언어가 3개에요. 그러니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은 아무리 선택 과목이라 해도 외국어 과정을 추가로 더 집어넣고 발전시키기 어렵다는 거에요. 이미 3개 언어를 학습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 가지 언어를 더 공부하라고 하면 인지 과부하에 오히려 극도의 비효율만 발생하니까요. 모국어는 모국어대로 보급해야 하고, 러시아어는 러시아어대로 배워야 하고, 여기에 영어도 교육시켜야 하는데 여기에서 뭐 하나 뺄 자리가 없다는 거에요.

 

반면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은 모국어 화자 비율 자체가 높기 때문에 모국어도 가르치고 보급해야 한다는 부담이 훨씬 적은 데다 영어 교육을 강조한다 하더라도 러시아어 교육 대신 다른 외국어 교육을 시켜도 되는 형편이고, 또는 영어 교육을 강화하더라도 학습자가 다른 쪽 비중을 줄이거나 러시아어 학습을 선택 안 한다 해도 별 문제는 안 된다는 거에요.

 

단순 신앙심의 강도 보다는 이쪽이 더 그럴싸해보였어요.

 

아제르바이잔 초등학교 1학년 아랍어 교과서는 이렇게 생겼어요.

 

아제르바이잔 초등학교 1학년 아랍어 교과서

 

책 표지를 보면 앞에는 남자 아이가 웃고 있고, 뒤에는 여자 아이가 웃고 있어요. 둘 다 매우 어린 아이들이에요. 그래서 이것만 봐도 이게 중학교 1학년이 아니라 초등학교 1학년 책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물론 그 이전에 아제르바이잔은 중학교 1학년이라는 말 자체를 교육 과정, 교과서 학년 표기에서 사용하지 않구요.

 

 

아제르바이잔 초등학교 1학년 아랍어 교과서 속표지는 위와 같아요.

 

여기에서 중요한 문구는 바로 이것이에요.

 

كتاب اللغة العربية (لغة أجنبية أساسية) للصف الأول في مدارس التعليم العام

 

해석하면 '일반 교육 학교 1학년용 아랍어(기초 외국어) 교과서'라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진짜 아랍어 교과서 맞아요. 게다가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이구요. 중요한 건 바로 이 책이 '기초 외국어' 교재라는 점이에요.

 

단, 이렇다고 해서 아제르바이잔인들이 초등학교 1학년부터 아랍어를 배우고 아랍어를 유창하게 한다고 생각하면 오해에요. 과목만 존재하고 실제 선택하는 사람이 매우 적을 수도 있거든요. 교육 과정에 아랍어가 있는 것과 그것을 얼마나 선택하고 배우는지는 또 완전히 별개 문제에요. 마치 한국도 중학교 생활외국어, 고등학교 제2외국어 모두 아랍어 과목이 있지만 실제 교과 과목 중 아랍어를 선택하는 사람은 중학교는 아예 없고 고등학교 역시 진짜 한 줌에 불과한 것처럼요.

 

 

그 다음에 목차가 나와요. 이 점도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에요. 아제르바이잔은 소련 문화의 영향으로 목차가 책 맨 뒤에 있어요. 그런데 아제르바이잔 초등학교 1학년 아랍어 교과서는 목차가 책 앞에 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본문이 시작되요.

 

 

이렇게 단원마다 연습 문제도 있어요.

 

 

먼저 여기도 역시 한국어 '그리고, ~와', 영어 'and'에 해당하는 و 를 띄어쓴 경우가 보였어요. 붙여서 쓴 경우도 있고 띄어서 쓴 경우도 있었어요.

 

그리고 틀린 글자가 은근히 있었어요. 아랍어 공부할 때 함자 ء 가 있는 알리프 ا 가 있고, 함자가 없는 알리프가 있어요. 이게 상당히 차이가 커요. 함자는 자음으로, 숨을 한 번 끊는 소리에요. 목구멍을 닫으며 막는 소리에요. 함자가 있는 알리프는 반드시 목구멍을 닫으며 숨을 끊어야 하고, 함자가 없는 알리프는 어두에 쓰일 때는 함자 발음을 해주지만, 앞에 단어가 있으면 아무 소리 없고 그 다음 자음과 연음이 되요. 그래서 함자가 있는 알리프는 '함자툴 카트이' (끊어 읽는 함자), 함자가 없는 알리프는 '함자툴 와슬' (이어서 읽는 함자)로 구분해요.

 

이거는 의외로 아랍인들, 전공자, 전문가들도 꽤 곧잘 틀리는 부분이에요. 함자툴 와슬 - 함자가 없는 ا 로 써야 하는데 함자툴 카트이 - 함자가 있는 أ 로 쓰는 일이 상당히 잦아요. 대표적으로 파생동사 7~15형의 완료, 정관사 ال, 이름 اسم 등 함자툴 와슬을 써야 하는데 이걸 함자툴 카트이로 잘못 쓰는 일이 무지 많아요. 이 오류가 여기저기에서 발견되었어요.

 

오타난 것을 그대로 저 역시 원문 보존 차원에서 그대로 쓰기는 했지만, 상당히 신경쓰였어요.

 

글자는 대체 어디에서 배워?

 

아제르바이잔 초등학교 1학년 아랍어 교과서를 보며 든 의문점이 하나 더 있었어요. 글자 익히는 과정이 책에 아예 없었어요. 글자를 다 안다는 가정하게 진행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 책은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요. 그러니까 교육 과정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글자 배우는 과정이 아예 없었어요.

 

"얘네들은 이렇게 하면 글자 하나도 못 읽을 텐데?"

 

아제르바이잔은 아랍 문자를 사용하지 않아요. 아제르바이잔어 중 이란 북부는 지금도 아랍 문자를 이용해서 표기해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란의 사례이지, 아제르바이잔의 사례가 아니에요. 아제르바이잔에서 아제르바이잔어는 라틴 알파벳으로 표기해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아랍 문자를 습득' 같은 건 아제르바이잔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에요. 아랍 문자 자체를 아예 안 쓰는데요.

 

'설마 글자책 따로 있나?'

 

한 가지 추측해볼 수 있는 것은 글자 익힘책이 따로 있을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중앙아시아 쪽 모국어 교과서를 보면 글자 익힘책이 따로 있는 경우가 꽤 있어요. 국가마다 alifbe, harplyk 등 '글자책'이 있어요. 이 글자책이 1학년 전체 교과서인 국가도 있고, 글자책은 글자책대로 배우고 국어는 국어대로 배우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니 순수하게 글자만 익히는 글자책이 따로 있을 수도 있었어요. 왠지 이럴 거 같기는 했어요. 글자책이 전혀 안 보였지만, 책에서 나오는 아랍어 난이도, 그 이전에 글자 배우는 과정이 전혀 없는 모습을 보면 글자책이 있어야 말이 되었기 때문이었어요.

 

아제르바이잔 초등학교 1학년 아랍어 교과서는 문법 난이도가 높은 편이었어요. 복수도 나오고 접미인칭대명사도 나오고 약동사도 나오고 나올 것 다 나왔어요. 아무리 아무 것도 모르고 생암기로 외운다고 해도 난이도가 있는 편이었어요. 지문은 매우 짧지만 나오는 문법은 여러 가지 나왔기 때문이었어요. 게다가 체계적으로 문법을 설명하고 훈련하는 과정도 책에 없었구요.

 

그래서 제가 내린 추측은 글자 암기 과정에서 쓰는 책은 별도로 있을 것이란 것이었어요. 그리고 마치 모국어 습득 과정처럼 일단 생암기부터 시키고 보는 식으로 가구요. 정말 어쩌면 이 책은 아제르바이잔인들이 아랍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아제르바이잔에서 살고 있는 아랍인들이 선택하는 과목이라고 가정하고 만든 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 그러면 납득이 안 되었거든요. 아무리 아제르바이잔어에 아랍어원의 단어가 많다고 해도, 아제르바이잔어가 페르시아어 문법을 차용한 문법을 활발히 사용해서 다른 튀르크 언어들에 비해 아랍어 습득에 유리한 점이 크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아제르바이잔어와 아랍어는 어족부터 다르고 상당히 엄청나게 다른 언어에요. 아제르바이잔어에 많은 영향을 끼친 페르시아어도 아랍어와 어족부터 다른 상당히 다른 언어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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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 초등학교 1학년 아랍어 교과서 지문 및 한국어 해석은 위의 구글 블로그 링크로 들어가면 볼 수 있어요.

 

아제르바이잔 초등학교 1학년 아랍어 교과서는 이것저것 많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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