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이 지나도 해석이 합의되지 않은 세계 명작
아직도 의견이 분분한 세계 명작 소설이 있다?
이거 진짜 대단한 거에요. 문제작이라고 하면 보통 등장 당시에나 붙는 수식어에요. 시간이 흘러가면 문제작 딱지는 희미해져요. 그런데 무려 80년 넘게 문제작 딱지를 그대로 달고 있는 소설이 있어요.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더 놀라운 것은 이게 세계에서 엄청나게 주목받고 사랑받는 소설인데 여전히 해석 및 분석에서 의견이 분분하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면 정말 굉장한 소설이에요. 상식적으로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수준을 넘어서 세계 명작 소설이라면 보통 한 가지 납득되고 보편적인 해석이 있어요. 사람들이 많이 읽는 수준을 넘어서 학계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치열한 논쟁 끝에 의견이 수렴되는 부분이 많이 생기고, 이는 '보편적인 해석'이라는 게 존재하게 만들어요. '다수설' 정도가 아니라 '이건 기본으로 삼자'라는 암묵적 동의가 있는 해석이 존재하게 된다는 거에요.
이런 소설이 있다고?
이렇게 너무나 굉장하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는 소설이 있어요. 누구나 다 한 번은 이름을 들어봤을 소설이고, 읽어본 사람이 넘쳐나는 소설이에요. 바로 프랑스 소설 중 알베르 카뮈가 1942년에 발표한 소설 이방인 L'étranger 에요.
알베르 카뮈 이방인 해설 3대 난제
알베르 카뮈 이방인이 왜 아직까지도 여전히 학계에서 '합의된 해설 및 해석'이 존재하지 않을까요? 이방인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아마 알 거에요. 이방인은 크게 세 부분이 크게 문제가 되요. 이 세 부분을 전부 단 하나의 사실-원리로 해설하는 데에 계속 실패했어요. 오죽하면 아예 각자 알아서 보고 느끼자는 식으로 읽히는 게 일반화되었고, 학계에서도 각 분야에서 제각기 따로 발전해서 그렇게 연구하는 것이 일반적이 되었어요.
그러면 대체 알베르 카뮈 소설 이방인 해설 3대 난제가 뭐일까요?
Aujourd'hui, maman est morte. Ou peut-être hier, je ne sais pas
첫 번째, 첫 시작 해설 문제에요. 알베르 카뮈 소설 이방인의 시작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시작 중 하나에요. Aujourd'hui, maman est morte. Ou peut-être hier, je ne sais pas. 바로 이 문장이에요. '오늘, 엄마가 돌아가셨다. 어제인가, 모르겠다.'에요. 이 문장이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충격적인 이유는 첫 문장이 아니라 두 번째 문장 때문이에요. 바로 Ou peut-être hier, je ne sais pas (어제인가, 모르겠다) 때문이에요. 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게 오늘인지 어제였는지 기억도 못 해요. 이 충격적인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가 첫 번째 난제에요.
첫 시작 해설 문제가 중요하면서 난제인 이유는 이 문장을 잘 해석해야 뫼르소 성격을 파악할 수 있거든요. 만약 첫 시작 세계 명작 통틀어서 최고로 논란거리인 두 번째 문장인 Ou peut-être hier, je ne sais pas를 제대로 해석 못 하면 전체를 완전히 이상하게 읽어버리게 되요. 이상하게 읽는 정도가 아니라 소설이 아예 미궁에 빠져버려요. 무조건 해석이 안 나오고, 캐릭터 기본 특성이 깨지는 부분이 등장해요. 그래서 Ou peut-être hier, je ne sais pas 를 어떻게 해설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매우 뜨거운 감자에요. 이게 해석이 안 되니 줄줄이 비엔나로 다 해석이 잘 안 나온다고 할 수 있어요.
재미있는 것은 모두가 이게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정작 진짜 문제인 Ou peut-être hier, je ne sais pas 를 기억하는 게 아니라 아무 문제 없는 Aujourd'hui, maman est morte 를 기억하고 있어요. Aujourd'hui, maman est morte 뒤에 사회 통념적인 슬픔의 묘사가 쏟아져 나왔다면 이 문장은 딱히 문제가 될 것도 아닌데요. 덕분에 Aujourd'hui, maman est morte 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어머니의 사망'이 되었어요.
Pour que tout soit consommé, pour que je me sente moins seul, il me restait à souhaiter qu'il y ait beaucoup de spectateurs le jour de mon exécution et qu'ils m'accueillent avec des cris de haine
두 번째, 제일 마지막 해설 문제에요. 알베르 카뮈 소설 이방인의 마지막은 Pour que tout soit consommé, pour que je me sente moins seul, il me restait à souhaiter qu'il y ait beaucoup de spectateurs le jour de mon exécution et qu'ils m'accueillent avec des cris de haine. 이 문장이에요. '모든 것이 완성되기 위해, 내가 덜 혼자라고 느끼기 위해, 나에게 남은 것은 나의 처형 날에 많은 구경꾼이 있기를 그리고 그들이 증오의 외침들로 나를 맞아주기를 바라는 것뿐이었다.'에요. 이거도 엄청나게 논란거리에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알베르 카뮈 초기 철학 3부작 중 하나에요. 알베르 카뮈 초기 철학 3부작은 소설인 이방인, 철학서인 시지프 신화, 희곡 칼리굴라에요. 이 셋이 한 세트에요. 그렇기 때문에 이방인은 단순히 소설이 아니라 알베르 카뮈의 초기 철학을 소설로 구현한 결과물이기도 해요.
알베르 카뮈는 자살에 절대 반대했어요. 허무주의도 싫어했구요. 알베르 카뮈 초기 철학을 아주 간단히 요약하자면 '삶의 의미를 상실하면 사람은 자살하는데, 이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삶의 의미를 완전히 잃은 상태에서 자기 자신이 중심이 되고 자기 자신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내서 극복해야 한다'라고 할 수 있어요. 깊게 들어가면 어렵고 복잡하지만, 한줄 상식으로 알아놓는다면 이 정도면 되요. 여기에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상태'가 바로 '부조리'이구요. 카뮈 철학에서의 부조리는 '이치에 맞지 아니하거나 도리에 어긋남. 또는 그런 일'이라는 일반적인 뜻과는 차이가 커요.
이방인은 카뮈 초기 철학을 소설로 구현한 결과물이고, 카뮈 초기 철학을 보면 이방인은 반드시 해피 엔딩으로 끝나야 해요. 무의미한 세상에서 자기 나름의 삶의 의미를 찾아서 다시 행복해져야 하거든요. 마치 시지프스가 결국 굴러떨어지고 무의미한 짓이 될 걸 알면서 돌을 정상에 올려놓기 위해 바위를 밀고 올라갈 때 그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고 행복해져야 하는 것처럼요. 절대 삶을 포기하면 안 되요. 어떻게든 의미를 찾고 행복해야 해요.
그런데 마지막 문장을 보면 오히려 사형을 기다리는 모습이에요. 사형을 기다린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건데, 이게 완전히 체념, 포기, 달관하는 느낌이에요. 카뮈는 허무주의를 싫어했는데, 정작 이 카뮈 초기 철학을 구현한 소설인 이방인은 맨 마지막 문장이 허무주의 느낌이 엄청나게 강해요.
이 뿐만이 아니에요. 맨 마지막 문단으로 더 넓혀서 보면 진짜 해설 및 해석이 상당히 어려워요. 프랑스어로 된 문장 자체는 딱히 어려울 거 없고 문법 난이도도 많은 공부를 요구하는 수준이 아닌데 해석이 진짜 잘 안 나와요. 왜냐하면 뭘 말하고 싶은지 파악이 잘 안 되거든요. 카뮈 철학에 맞춰서 깔끔한 해설이 나와야 하는데 마지막 문단을 보면 전혀 안 나와요. 기껏 맞춘다 싶어도 바로 저 마지막 자신의 처형을 담담히 기다리는 것 같은 모습 때문에 안 나와요. 그래서 더욱 뫼르소가 허무주의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게 있어요. 마지막에 카뮈 철학에 딱 맞아야 하는 부분에서 진한 허무주의의 냄새를 풍기고 해석이 제대로 안 되고 있으니까요.
많은 토론, 논쟁, 학술적 분석의 결과로 '보편적인 해설'이라는 것이 옛날에 나왔어야 하는데 여태 없고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는 이유가 바로 이 마지막 문장 해석 때문이에요. 카뮈 초기 철학이 어떻게 이 소설에서 깔끔히 구현되는지를 명쾌히 설명하는 해설이 나와야 '보편적인 해석'이라 할 수 있는데, 그게 이 마지막 때문에 안 되고 있거든요.
Alors, j'ai tiré encore quatre fois sur un corps inerte où les balles s'enfonçaient sans qu'il y parût.
그 다음 이 글에서 다룰 바로 세 번째 해설 문제가 바로 1부의 마지막인 1부 6장 Alors, j'ai tiré encore quatre fois sur un corps inerte où les balles s'enfonçaient sans qu'il y parût. 이 문장이에요. '그래서 나는 아무런 흔적도 없이 총알이 박힌 움직이지 않는 물체를 향해 네 발을 더 쏘았다.'라는 말이에요. 문장 자체는 엄청 쉬워요. 문법적으로 봐도 어려울 게 없어요. 이건 문장 자체 해석은 바로 위의 맨 마지막 문장에 비해 훨씬 쉬워요. 그러나 이건 아예 미스테리에요. 세계의 모든 문학에서 가장 유명하면서 아직도 해결이 안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달려들고 있는 영구미제 살인 사건이에요.
알베르 카뮈 이방인 아랍인 살인 사건 해설의 중요성
알베르 카뮈 이방인 아랍인 살인 사건 해설은 이 소설에서 3대 난제이면서 엄청나게 중요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 해결에 달려들었지만 아직도 명쾌한 답이 전혀 안 나오고 있어요. 사실 이것만 잘 풀면 마지막 문단 바로 전까지 쭉 달려갈 수 있어요. 이 사건을 잘 해석하고 마지막 문단에서 헛디딜 수도 있지만, 웬만해서는 마지막 문장을 카뮈 철학 구현이라는 점을 유지하면서 각자 해석하고 싶은 대로 제대로 해석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이 세 번째 문제인 알베르 카뮈 이방인 아랍인 살인 사건만 잘 해설할 수 있다면 되는데, 이게 지금도 안 되고 있어요.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전혀 안 되고 있어요. 이건 모두가 인정하는 객관적 사실이에요.
1. 소수파 - 고의적 살인
알베르 카뮈 이방인 아랍인 살인 사건에 대해 두 가지 설명 방법이 있어요. 첫 번째는 소수파로, 고의적으로 쏴서 죽였다는 설명이에요. 이러면 뫼르소가 죄책감이 없는 인물이 되요. 웃긴 게 이러면 나름대로 소설 2부가 해석이 되요. 카뮈 철학이 이 소설에서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지를 답하지 못 해서 문제이지, '캐릭터 특성 유지'라는 문학의 가장 기본적인 중심축으로 본다면 의외로 일관성이 잘 유지되요. 이는 소설에서 스토리상 설명 안 되는 난해한 부분이 단 하나도 없고 매우 깔끔하게 잘 설명할 수 있게 해줘요. 스토리를 매우 깔끔하게 잘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의 뜻은 인과관계가 잘 맞물려 있으며 비약없고 논리적이며 부드럽게 전개되는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된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진짜로 이렇게 보는 사람들도 없지 않아요.
이게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에요. 이게 학계에서도 진짜 있어요. 그게 바로 오리엔탈리즘 분석이에요. 고의적으로 쏴서 죽였기 때문에 사망한 아랍인의 배경화를 문제삼을 수 있고, 아랍인의 배경화를 토대로 이방인에 대한 오리엔탈리즘 시각의 비판이 가해질 수 있거든요. 이렇게 이방인을 문제삼고 비난한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에드워드 사이드에요. 이방인의 정치적 논란이자 정치적 난제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해요. 나머지 오리엔탈리즘 시각의 비판은 1인칭 소설의 기본 특성, 당시 실제 알제리 상황 등으로 깔끔하게 반박이 가능하지만, 주인공인 뫼르소가 고의적으로 죽였다면 아랍인의 배경화는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에요.
게다가 진짜 웃긴 사실은 이렇게 뫼르소의 아랍인 살인 사건을 고의적 살인 - 심지어 악의적 살인이라고 읽어도 이 소설에서 카뮈 철학의 구현을 찾을 수 있어요.
세상에 무관심함을 유지하며 사는 뫼르소는 오직 감각에만 충실한 인물이다. 그렇게 마구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감각에 충실하게 살다가 아랍인을 짜증난다고 죽여버렸다. 이후 재판은 변질되고 (이러면 무관심함이 더욱 빛남) 사형을 언도받았다. 사형 언도 후 어차피 모두 외롭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모두가 타인들이 정해 놓은 환경에 맞춰져서 사는 존재임을 느끼며 오히려 사형은 자신의 행위의 주체적 결과물임을 깨닫는다. 그는 스스로를 뜨겁게 사랑했음을 다시 떠올리고 사형당하는 날까지 열심히 살기로 결심한다. 살아있음 그 자체를 사랑한다면, 사형의 순간에 자신이 살아 있다는 감각과 자신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감각을 극도로 느끼는 황홀한 순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괜히 논란거리가 아니에요.
이와 관련된 글은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볼 수 있어요.
https://chamgnarun.blogspot.com/2026/01/blog-post.html
대부분이 잘 모르는 카뮈 이방인 비평과 해석에서 에드워드 사이드의 문화와 제국주의 저서에서
여행, 음식,식당,사회,지리에 관심 많은 블로그. 경험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chamgnarun.blogspot.com
2. 다수파 - 우발적 살인
반면, 다수파는 우발적 살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소설에서도 기본적으로 우발적 살인으로 이야기하는 분위기에요. 그런데 문제는 이게 우발적 살인으로 보기 매우 어려운 살인 사건이라는 점에 있어요.
첫 발 발사 후 충분한 안정 후 4연사
우발적 살인을 주장하는 다수파는 그날 햇볕이 너무 뜨거웠고, 하필 눈에 땀이 들어가는 바람에 근육이 수축하며 방아쇠를 당겼다고 해요. 이 해석 자체가 납득이 갈 만한 해석은 전혀 아니에요. 인간 신체 구조상, 그리고 당시 상황을 보면 그런 식으로 권총이 발사가 될 수 없고, 설령 발사가 된다 한들 절대 아랍인을 명중시킬 수 없어요. 억지를 써서 이게 말이 된다고 해도 아예 설명이 안 되는 사건이거든요. 괜히 난제가 아니고 아무도 못 푼 문제가 아니에요.
왜냐하면 첫 발을 그렇게 쐈다고 가정해도 이후 네 발을 쏘는 건 설명이 안 되요. 처음부터 5연사를 갈겨버렸다면 차라리 우발적 살인이라고 해석하기 쉬워요. 첫 발 발사에 당황해서 그대로 자동적으로 이어서 네 발을 쏴버렸다고 하면 납득할 만하거든요. 그 권총이 방아쇠를 가만히 쥐고 있기만 해도 알아서 자동 연사가 되는 권총이 아니었다고 해도 우발적이라면 오히려 가능해요. 총을 격발하고 사람이 사망했다는 사실에 당황해서 패닉에 빠져서 그대로 연사를 해버리는 일이 있거든요. 이 정도라면 그 당시에 이미 총은 있었고, 전쟁 참여자도 많았던 시대인 만큼 우연한 발사에 이은 패닉으로 단발이 아니라 연사를 한 거라 설명할 수 있어요.
하지만 소설을 보면 이런 케이스가 전혀 아니에요. 첫 발 발사 후 충분한 안정이 돌아온 후 4연사를 갈겨버렸어요. 그러니까 첫 발이야 어떻게 억지를 써서 우연이라고 우길 수 있지만, 그 뒤 안정을 찾고 발사한 4발은 우연이라고 우길 수도 없어요. 그래서 이 사건 전체가 지금까지도 전혀 해석되지 않고 있어요.
심지어는 뒤의 4발은 문학적 기교로 보자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진짜 책을 눈으로 봤는지 발가락으로 봤는지 모를 사람이구요. 왜냐하면 2부에서 뫼르소가 직접 다섯 발 발사했다고 하고, 법정에서도 이렇게 쐈다고 해요. 그러니까 한 발만 격발한 게 하니라 다섯 발을 격발한 거고, 첫 발 발사 후에 안정을 찾는 시간이 있었으며, 그 다음에 4발을 발사한 건 소설 속에서 엄연한 사실이에요. 이 자체를 부정하면 절대 안 되요. 그건 영원히 금지되어 있어요.
그래서 나온 해석이 문학적 장치로 보자는 견해에요. 요즘 대부분 이렇게 해석해요. 왜 네 발을 더 쐈는지 특별히 따지지 말고 그냥 다 묶어서 '우연한 사건'이라고 퉁치자는 거에요. 의도적 모호성과 서술적 공백으로 극적인 효과를 위해 이렇게 했다고 보자는 게 요즘 대체적인 의견이에요. 안 그러면 해석이 아예 안 나오고, 해석을 하기 위해서는 위의 '고의적 살인'으로 해석해서 사이코패스 해석 루트로 가야 하거든요.
소설 속 그날의 순간
이제부터 소설 속 그날의 정황을 살펴보도록 할께요. 먼저 뫼르소는 그날 레이몽의 친구 마송의 별장으로 마리, 레이몽과 함께 놀러갔어요. 여기에서 레이몽이 습격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어요. 이후 혼자 백사장으로 산책하러 나왔어요. 이때 레이몽이 복수하러 갈 때 뫼르소는 레이몽에게 권총을 쏘지 말라면서 레이몽의 권총을 받아서 자신이 갖고 있는 상태였어요.
Mais la chaleur était telle qu'il m'était pénible aussi de rester immobile sous la pluie aveuglante qui tombait du ciel.
하지만 열기가 너무 심해서 하늘에서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가만히 서 있기도 어려웠다.
먼저 나오는 상황이에요. 그날따라 햇볕은 엄청나게 뜨거웠어요. 그런데도 뫼르소는 해변으로 돌아가서 산책을 했어요.
C'était le même éclatement rouge.
그것은 똑같은 붉은 섬광이었다.
Sur le sable, la mer haletait de toute la respiration rapide et étouffée de ses petites vagues.
모래사장 위에서 바다는 자그마한 파도들이 빠르고 작게 숨을 쉬는 듯한 소리를 내며 헐떡였다.
Toute cette chaleur s'appuyait sur moi et s'opposait à mon avance.
그 모든 열기가 나를 짓누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고 있었다.
Et chaque fois que je sentais son grand souffle chaud sur mon visage, je serrais les dents, je fermais les poings dans les poches de mon pantalon, je me tendais tout entier pour triompher du soleil et de cette ivresse opaque qu'il me déversait.
그의 뜨거운 숨결이 얼굴에 닿을 때마다 나는 이를 악물고, 바지 주머니에 주먹을 꽉 쥐고, 온몸에 힘을 주어 태양과 그 태양이 내 몸을 뒤덮는 흐릿한 취기를 이겨내려 애썼다.
뫼르소는 엄청나게 뜨거운 햇볕 속에서도 계속 해변 산책을 했어요. 바로 다음 문장이 J'ai marché longtemps 이에요.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오래 걸었다고 나와요. 뫼르소는 시원한 샘까지 걸어가서 거기에서 쉬기로 했어요.
샘에 거의 다 왔을 때였어요. 레이몽을 습격한 무리 중 한 명이었던 아랍인이 샘에 미리 와 있었어요. 뫼르소는 그 아랍인이 샘에 돌아올 거라 예상하지 못 했어요. 자신 일행을 공격했던 아랍인이었기 때문에 졸지에 대치 상태가 되었어요.
Dès qu'il m'a vu, il s'est soulevé un peu et a mis la main dans sa poche.
그는 나를 보자마자 몸을 약간 일으켜 세우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Moi, naturellement, j'ai serré le revolver de Raymond dans mon veston.
당연히 나는 재킷 주머니에 있는 레이몽의 권총을 꽉 쥐었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대치 상태였어요. 이때 아랍인은 앉아 있었어요.
J'étais assez loin de lui, à une dizaine de mètres.
나는 그와 꽤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약 10미터 정도였다.
재미있는 점은 카뮈가 소설에 이 둘의 물리적 거리를 구체적으로 서술했어요. 뫼르소와 아랍인 사이의 거리는 약 10미터였어요.
이때 배경 묘사를 보면 뫼르소는 더위와 현기증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더욱이 꽤 많이 걸어왔기 때문에 그대로 돌아가기에는 힘들었어요. 뫼르소는 정말 간절하게 샘에서 쉬고 싶었어요.
J'ai pensé que je n'avais qu'un demi-tour à faire et ce serait fini.
나는 중간쯤에서 되돌아서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Mais toute une plage vibrante de soleil se pressait derrière moi.
하지만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는 해변 전체가 내 뒤로 펼쳐져 있었다.
뫼르소는 지금 이 대치 상황에서 아랍인이 자기를 향해 공격할 거 같지 않았어요. 자신이 여기에서 되돌아서서 돌아간다면 모든 건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판단했어요. 그런데 더위가 너무 심하고 현기증도 심해서 그대로 돌아갈 수도 없었어요. 조금 걸어온 것도 아니고 많이 걸어왔구요. 소설에서 직접 어지러웠다고 나오지는 않지만, 배경 묘사 등을 보면 충분히 매우 어지러웠다고 추측할 수 있어요.
J'ai fait quelques pas vers la source.
나는 샘 향해 몇 걸음 다가갔다.
그래서 뫼르소는 샘을 향해 몇 걸음 더 다가갔어요.
C'était le même soleil que le jour où j'avais enterré maman et, comme alors, le front surtout me faisait mal et toutes ses veines battaient ensemble sous la peau.
어머니를 묻었던 날과 같은 태양 아래, 그때처럼 이마가 특히 욱신거렸고 피부 아래 모든 혈관이 욱신거렸다.
이때 뫼르소는 이날의 자신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하는 태양이 어머니를 묻었던 날과 같은 태양 같다고 떠올렸어요. 그리고 그때처럼 이마가 특히 욱신거리고 피부 아래 모든 혈관이 욱신거린다고 느꼈어요.
À cause de cette brûlure que je ne pouvais plus supporter, j'ai fait un mouvement en avant.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타는 듯한 고통 때문에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Je savais que c'était stupide, que je ne me débarrasserais pas du soleil en me déplaçant d'un pas.
한 발짝 움직인다고 태양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는 걸 깨달았다.
Mais j'ai fait un pas, un seul pas en avant.
하지만 나는 한 걸음, 단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뫼르소는 아랍인이 자기가 그를 자극하지만 않으면 그가 자신을 공격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대로 되돌아가면 서로 아무 문제 없을 거라고 판단했어요. 그렇지만 그날의 태양은 견딜 수 없이 뜨거웠고 한참 걸어온 상태라서 샘에서 쉬기 위해 샘으로 걸어갔어요.
Et cette fois, sans se soulever, l'Arabe a tiré son couteau qu'il m'a présenté dans le soleil.
이번에는 아랍인이 일어서지도 않고 칼을 뽑아 햇빛 아래 나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아랍인은 앉아 있는 상태로 칼을 뽑아서 뫼르소에게 내밀었어요. 즉, 아랍인은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고 칼을 뽑아서 경고했어요.
La lumière a giclé sur l'acier et c'était comme une longue lame étincelante qui m'atteignait au front.
강철에 빛이 번쩍이자 마치 길고 번쩍이는 칼날이 내 이마를 내리치는 것 같았다.
Au même instant, la sueur amassée dans mes sourcils a coulé d'un coup sur les paupières et les a recouvertes d'un voile tiède et épais.
바로 그 순간, 눈썹에 맺혀 있던 땀이 갑자기 눈꺼풀로 흘러내려 따뜻하고 걸쭉한 막처럼 눈꺼풀을 뒤덮었다.
아랍인이 칼을 뽑아들어서 뫼르소를 겨냥한 순간, 햇볕이 칼날에 반사되어서 뫼르소의 눈을 찔렀어요. 바로 그때 뫼르소의 눈썹에 맺혀 있던 땀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뫼르소의 눈에 들어갔어요.
Je ne sentais plus que les cymbales du soleil sur mon front et, indistinctement, la glaive éclatant jailli du couteau toujours en face de moi.
이마에 내리쬐는 태양의 강렬한 햇빛과, 어렴풋이 내 앞에 놓인 칼에서 뻗어 나온 번쩍이는 검날 외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Cette épée brûlante rongeait mes cils et fouillait mes yeux douloureux.
이 빛나는 칼이 내 속눈썹을 갉아먹고 아픈 눈을 파고들었다.
눈에 땀이 들어가서 앞이 잘 안 보이고 따가운데 아랍인이 들고 있는 칼날에서 반사된 빛까지 뫼르소의 눈을 찔러대고 있었어요. 눈에 보이는 거라고는 밝다는 것과 날카롭게 찌르는 빛을 통해 파악한 칼날 뿐인 상황이었어요.
C'est alors que tout a vacillé.
그때부터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La mer a charrié un souffle épais et ardent.
바다는 뜨겁고 텁텁한 숨결을 내뿜었다.
Il m'a semblé que le ciel s'ouvrait sur toute son étendue pour laisser pleuvoir du feu.
마치 하늘이 완전히 열려서 불비가 쏟아지는 것 같았다.
이 순간 뫼르소에게 극도의 현기증이 찾아왔어요. 정신이 아찔해지는 순간이었어요.
Tout mon être s'est tendu et j'ai crispé ma main sur le revolver.
온몸에 긴장이 감돌았고, 나는 권총을 쥔 손에 힘을 더 주었다.
La gâchette a cédé, j'ai touché le ventre poli de la crosse et c'est là, dans le bruit à la fois sec et assourdissant, que tout a commencé.
방아쇠가 풀리고, 나는 매끈한 개머리판 아랫부분에 손을 댔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건조하면서도 귀청을 찢을 듯한 소리 속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총을 한 발 발사했어요. 어느 방향으로 어디에 발사했는지는 소설에 나오지 않아요. 바로 다음 문장이에요.
J'ai secoué la sueur et le soleil.
땀과 햇볕을 털어냈다.
J'ai compris que j'avais détruit l'équilibre du jour, le silence exceptionnel d'une plage où j'avais été heureux.
나는 내가 그날의 균형, 내가 행복했던 해변의 더할 나위 없이 고요한 분위기를 망쳐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총을 발사한 후, 뫼르소는 눈에 들어간 땀을 닦아냈고, ,극심한 현기증에서도 벗어났어요. 그리고 상황을 파악해요. 아랍인은 총을 맞고 죽어 있었어요.
Alors, j'ai tiré encore quatre fois sur un corps inerte où les balles s'enfonçaient sans qu'il y parût.
그래서 나는 아무런 흔적도 없이 총알이 박힌 움직이지 않는 물체를 향해 네 발을 더 쏘았다.
Et c'était comme quatre coups brefs que je frappais sur la porte du malheur.
그리고 이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네 번 짧게 두드리는 것 같았다.
중요한 점은 한 발을 쏘고 충분히 진정된 후에 아랍인이 첫 발에 즉사한 것을 보고 네 발을 더 발사했다고 소설에 명확히 나와 있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다수파인 우발적 살인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부분에 대해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얼버무리기만 해요. 게다가 여기까지 보면 알겠지만, 첫 발도 우연히 쏜 게 아니에요. 자기가 재킷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서 발사한 거에요. 소설을 보면 맨정신에 쏜 거 같지는 않은데 그게 순간 움찔해서 쏜 것도 아니에요.
프랑스 소설 알베르 카뮈 이방인 아랍인 살인 사건 정황 분석
우발적 살인이 맞는 거 같지만, 실제 알베르 카뮈 소설 이방인에서 이 아랍인 살인 사건을 읽어보면 우발적이라고 보기에도 어려워요. 극도의 현기증을 느낀 건 맞아요. 그런데 그 이상이 없어요. 현기증만 느꼈지, 실수로 발사했다고 전혀 볼 수 없는 상황이에요.

알베르 카뮈 소설 이방인을 보면 뫼르소와 아랍인은 10m에서 조금 더 가까운 정도에요. 왜냐하면 뫼르소가 아랍인을 발견했을 때가 10미터 정도였고, 여기에서 뫼르소가 아랍인이 있는 샘 쪽으로 더 걸어갔거든요. 소설 이방인을 보면 이렇게 10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뫼르소가 몇 걸음 더 걸어갔다고 해요. 뫼르소는 현기증이 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7~8미터 정도 거리라 추측할 수 있어요. 대치 상황임을 알고 걸어간 데에다 현기증과 해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평범한 보폭보다 매우 좁은 보폭으로 걸어갔을 테니까요.
또한 뫼르소와 아랍인은 지금 정면 대치중이에요. 여기에서부터 문제가 생겨요. 만약에 Tout mon être s'est tendu 를 근거로 움찔해서 쐈다면 총으로 아랍인을 맞출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조준선이 틀어져 버려요. 그래서 우연한 실수로 인한 발사로는 맞출 방법이 없어요.
아랍인과 정면 대치 중인데 Tout mon être s'est tendu 를 근거로 움찔한다고 상상해보세요. 이때 팔과 손이 어떻게 움직일까요? 팔은 위로 올라가요. 팔이 내려가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면 팔꿈치가 접히며 손이 위로 들려요. 아랍인은 앉아 있기 때문에 머리가 허리 아래에 있을 텐데 움찔해서 손이 들리면 거의 직각까지는 꺾일 거고, 그러면 아랍인보다 위를 쏘는 것이기 때문에 명중시킬 수 없어요.
더 심하게 움찔한다면 팔이 안으로 틀어지기 때문에 권총을 들고 있는 손도 몸통쪽으로 꺾여요. 정면 대치 중이기는 하지만 완전히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7~8미터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손이 몸통 쪽으로 조금만 기울어도 조준선이 아랍인을 완전히 벗어나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팔을 내린 상태로 현기증 때문에 안 쓰러지려고 온몸에 주먹 꽉 쥐다가 실수로 격발한 거라면 바닥을 쏴요. 아랍인이 있는 각도로 살짝 들어서 쏘는 게 이렇게 우연히 쐈다는 가정하에서는 성립할 수가 없어요. 사람 몸이 그렇게 생겼어요. 뫼르소의 오른팔이 일반인과 다른 장애가 있다고나 하지 않으면 이 상황에서 우연히 움찔하며 주먹 꽉 쥐다가 격발되었고 아랍인이 총에 맞았다는 건 말이 안 되요.
결정적으로 알베르 카뮈 소설 이방인은 실수로 발사했다는 말이 없어요. 소설을 보면 자기가 발사한 거에요. 우연히, 실수로 첫 발을 발사한 것이 아니라 뫼르소가 의도적으로 발사했어요.

또한 이상한 점이 하나 더 있어요. 첫 발은 뭐 어떻게 소설에서나 가능한 일이라 쳐도 현기증이 풀리고 눈에 들어간 땀도 닦는 충분한 시간을 기진 후에 4발을 시체에 쐈어요. 이게 진짜 기괴한 상황이고,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에요.
더 나아가, 이 4발이 다 아랍인 시체에 명중했어요. 2부 내용을 보면 스쳐지나간 것도 딱히 아닌 것 같아요. 왜냐하면 배심원 사이에서 '계획살인'이라는 말이 나오고, 검사도 이렇게 주장하거든요. 이로 미루어봤을 때 4발은 흩어진 형태가 아니라 옹기종기 모여서 예쁜 탄착군을 형성했다고 짐작할 수 있어요. 또한 예쁘게 탄착군을 형성하지 못 했다면 변호사는 뫼르소를 변호하기 매우 쉬웠을 거에요. 그냥 패닉 상태에서 난사한 거라고 주장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그것도 아니라서 이 부분에 대해 제대로 변호를 못 했던 것 같아요.
첫 발을 우연히 쐈다고 하면 시체는 7~8미터 떨어져 있을 거고, 어깨에 견착해서 온몸으로 총의 반동을 받아내는 것도 아니고 한 손으로 총을 들고 쏴서 한 팔로 반동을 다 받아내야 하는 권총으로 쏜 건데 예쁘게 탄착군을 형성시켰다면 뫼르소는 태생부터 타고난 명사수에요. 이게 쉽지 않아요. 그렇다고 해서 알베르 카뮈 소설 이방인에 뫼르소가 시체에 다가갔다는 말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땀을 털어내고 현기증에서 풀려난 후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곧 4발을 추가로 발사했어요.
7~8미터 떨어진 거리라면 아랍인이 쓰러져 있는데 이 아랍인이 단순히 엎드려 있는 건지 총 맞고 죽은 건지 완벽한 분간은 잘 안 되는 거리에요. 먼 거리는 아니지만 사망을 완벽히 확인할 거리는 아니에요. 아랍인이 새하얀 옷을 입고 총알이 완전히 관통해서 새빨간 피가 확실히 보이지나 않는다면요. 이렇게 보면 첫 발을 우연히 쏴서 가만히 있는 아랍인을 명중시킨 후, 그 자리에 서서 바로 아랍인의 즉사를 확인하고 4발을 탄착군을 형성시키며 명중시키기에는 매우 애매한 거리에요. 이러면 다가가서 확인부터 해야 해요. 그런데 소설에 다가갔다는 말이 없으니 뫼르소는 그 자리에 서서 바로 아랍인의 사망을 확인하고 예쁘게 탄착군을 만들며 4발을 더 발사한 거에요.
그러므로 이날 이 사건은 뫼르소에게 정말 재수 더럽게 없는 최악의 일이 벌어졌다고 추측하는 게 맞아요. 뫼르소의 예상과 완전히 벗어난 최악의 사건이며, 계획살인으로 해석될 일이 벌어졌다고 봐야 해요.
프랑스 소설 알베르 카뮈 이방인 아랍인 살인 사건 그 순간 첫 발 총성의 진실
그러면 제일 납득되는 상황은 무엇일까요? 그 순간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이것은 첫 발과 이후 네 발을 나눠서 봐야 해요.
먼저 단서는 뫼르소가 아랍인 시체를 향해 걸어갔다는 말이 없는데 다섯 발을 모두 퍼펙트하게 명중시켰다는 점이에요. 또한 첫 발 발사 후 아랍인이 죽은 것을 시체에 다가가지 않고 확실히 확인했다는 점이에요.
이 점을 토대로 보면 첫 발은 다음과 같이 재구성해볼 수 있어요.
1. 아랍인이 칼을 꺼내기는 했지만 뫼르소에게는 총이 있었어요. 당연히 이러면 총이 이겨요.
2. 뫼르소는 아랍인이 자신을 공격할 거라고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어요. 대치 상황 중이라서 혹시 모르니 총을 쥐고 있기는 했지만요. 만약 공격할 거라 봤다면 거기에서 더 걸어가지 않았을 거에요.
3. 뫼르소는 무조건 샘에 가서 쉬고 싶었어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어요.
4. 뫼르소가 멀쩡한 눈으로 본 마지막 아랍인은 바닥에 앉아 있었어요.
이 네 가지 상황을 토대로 유추할 수 있다는 건 고의적으로 쏴도 아랍인을 안 맞추고 샘을 차지할 방법이 있어요. 또한 인체 구조상 위배되지도 않는 방법이 있어요. 바로 정면 정조준 수평 위협 사격이에요. 즉, 자기 팔을 지면과 수평이 되도록 들어서 자기 몸과 직각을 이루게 해서 정면으로 쏘는 정면 정조준 수평 사격을 하는 방법이에요.

뫼르소가 멀쩡한 눈으로 본 마지막 아랍인은 바닥에 앉아 있었다고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의 앉은 키는 뫼르소와 아랍인 신장이 정확히 나와 있지 않아도 뫼르소가 팔을 몸통과 수직이 되고 지평면과 평행이 되도록 들어서 쏘면 정면으로 쏴도 조준선이 아랍인을 꽤 많이 벗어나서 아랍인을 아예 맞출 수 없어요. 아랍인이 아무리 거인이라고 해도 설마 앉은 키가 뫼르소 머리까지 오겠어요. 그건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죠.
정면 정조준 수평 위협 사격을 가한다면 허공에 쏘는 사격과는 비교가 안 되게 위협적인 사격이에요. 아무리 명중을 안 시키고 빗나가게 하더라도요. 팔을 조금만 내려도 바로 자기를 쏘게 되니까요. 심리적으로 엄청난 압박과 공포를 느끼게 되요. 게다가 아랍인이 들고 있는 것은 칼이에요. 아무리 둘 사이 거리가 지근거리라 해도 둘이 육박전을 벌일 만큼 가까운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완전히 제압당해요.
뫼르소는 여기에서 생각했을 거에요. 아랍인은 바닥에 앉아서 칼을 꺼냈고, 뫼르소를 겨냥했어요. 이 상황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동시에 자신이 샘을 차지하는 방법은 아랍인을 쫓아내야 해요. 그렇다면 자신의 권총으로 정면 정조준 수평 위협 사격으로 아랍인을 심리적으로 완전히 제압하고, 그 다음 눈에 들어간 땀을 닦으며 당장 쓰러질 것 같은 현기증이 조금 가라앉기를 기다린다면, 아랍인은 그 틈을 타서 도망칠 거에요. 즉, 총을 정면으로 겨냥해서 아랍인이 안 맞되 엄청난 위협이 되는 각도로 발사하고 그 각도를 유지하며 다른 손으로 땀을 닦으면 그동안 아랍인이 멍청하지 않은 이상 자신을 향해 달려들 수 없어요. 이러면 아랍인에게 남는 선택지는 그 자리에서 벌벌 떨고 있든가, 뫼르소가 여유롭게 정신 차리며 기회를 줄 때 도망치는 거에요.
뫼르소는 극도로 스트레스 받고 있는 상황이었고, 샘을 반드시 차지하겠다는 생각이었으니 정면 정조준 수평 위협 사격을 가해서 아랍인을 쫓아낼 생각이었을 거에요.
소설을 보면 뫼르소는 아랍인의 칼날이 자신의 눈을 찌른다고 느꼈지만, 그걸 아랍인이 진짜 자신에게 달려들어서 공격하는 거라 여겼다고 나와 있지는 않아요.

그러나 현실은 뫼르소의 예상과 완전히 틀렸어요. 뫼르소는 아랍인의 칼날에서 반사된 햇빛을 자신을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칼날에서 반사된 햇빛이라 여겼어요. 그런데 사실은 그게 진짜 아랍인은 진짜 뫼르소를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던 거였고, 뫼르소가 발사한 탄환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꼴이 되어버린 거에요. 7~8미터 떨어진 거리였으니 아랍인은 자기 생각에 먼저 달려가서 공격하면 되겠다고 판단한 셈이죠.
그냥 대치 상황이었다면 아마 아랍인이 섣불리 달려들려고 하지 않았을 거에요. 그런데 뫼르소는 눈에 땀이 들어가며 확실한 빈틈을 보였어요. 눈에 땀이 들어가면 앞이 제대로 안 보이는 상태가 꽤 오래 유지되고 땀부터 닦아내려 할 테니 그 틈을 노린 거에요. 그렇지만 뫼르소는 아랍인이 자기를 공격하지 않으니 위협 사격만 하면 될 거라 여겨서 총을 쐈고, 아랍인이 일어나서 달려들었기 때문에 제대로 명중해 버렸어요.
이러면 우연한 첫 발이 깔끔히 설명되요. 그리고 이후 4발을 뫼르소가 시체를 향해 움직이지 않고도 너무나 쉽게 명중시킨 것도 매우 쉽게 설명되요. 인체 구조상 뫼르소가 우연히 쏴서 아랍인을 맞추려면 아랍인이 일어나야 해요. 뫼르소가 아랍인을 총으로 조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아랍인이 앉아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어정쩡한 팔 각도로 조준하고 있는 상황이어야 해요. 그 각도에서는 몸이 움찔하는 순간 손이 올라가거나, 손이 몸쪽으로 틀어지거나, 손이 몸쪽으로 향하며 올라가기 때문에 정면에 앉아 있는 아랍인을 절대 명중 못 시키며 완전히 엉뚱한 곳으로 쏘게 되요. 그렇다고 아랍인의 칼에 반사된 햇빛이 자신의 눈을 찔렀다고 화나서 쐈다면 이건 진짜 고의적 살인이구요.
상황상 우연한 살인이 되려면 뫼르소는 정면 정조준 수평 위협 사격만 한 건데 하필 그때 아랍인이 일어나서 총에 맞아 죽었다고 해야 해요. 그리고 이후 4발을 고려하면 그냥 일어난 게 아니라 뫼르소 예상과 달리 뫼르소가 눈에 땀이 들어가서 눈을 찡그리는 순간 빈틈이라고 여겨서 뫼르소에게 달려들어야 하구요. 이래야 뫼르소의 예상과 달리 아랍인이 온몸으로 총알을 마중하러 나가서 총 맞고 죽는 상황이 발생해요.
프랑스 소설 알베르 카뮈 이방인 아랍인 살인 사건 그 순간 두 번째 발사 총성 4발의 진실
첫 번째 총격은 이런 우연이었어요. 이제부터 미스테리한 두 번째 발사 - 총성 4발의 진실이에요.
알베르 카뮈 소설 이방인을 보면 첫 발 발사 후 바로 다음 문장이 J'ai secoué la sueur et le soleil (땀과 햇볕을 털어냈다)에요. 첫 발을 발사한 후 충분히 상태가 가라앉고 진정될 여유를 가졌다는 거에요. 총성 및 반동 때문에 정신이 돌아왔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눈에 들어간 땀도 닦아내서 다시 앞을 제대로 보게 되었구요.
눈에 땀이 들어가면 땀만 닦았다고 바로 눈이 잘 보이지 않아요. 땀을 닦고 눈물이 나와서 눈을 씻어주고, 눈을 몇 번 깜빡여야 해요. 이러면 최소 30초는 걸려요. 극심한 현기증에 시달리고 있었던 점까지 고려하면 못 해도 이 정도는 걸렸을 거에요. 이렇게 여유를 부려도 되는 이유는 위에서 말했지만, 정면 정조준 수평 위협 사격을 가했다면 아랍인이 자신에게 달려들 확률은 아예 없어요. 진짜 총 맞겠다고 돌진하지나 않으면요. 그러니 위협 사격 후 아랍인에게 도망가라고 시간도 주고, 자기도 여유롭게 눈에 들어간 땀을 닦으며 현기증이 가시기를 기다리면 이후에는 자신이 샘을 차지할 수 있어요. 또한 자신이 총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아랍인 패거리는 샘 쪽으로는 얼씬도 안 할 거구요. 샘에서 쉬다가 레이몽에게 돌아가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면 레이몽도 고소해하겠죠. 모두에게 해피엔딩이에요.
그러나 뫼르소가 눈을 떴을 때 펼쳐진 장면은 바로 이거에요.

코앞에 널부러져 있는 아랍인 시체
아랍인을 죽일 생각도 없었고, 자기한테 권총이 있는데 설마 달려들겠나 싶었던 뫼르소에요. 아랍인이 진짜 그렇게 달려들 거라 봤다면 진작에 쏴서 쫓아버렸거나, 너무 힘들더라도 되돌아갔겠죠. 뫼르소 역시 되돌아갈지 고민하기도 했구요. 너무 힘들어서 못 돌아갔지만요. 그래도 아랍인이 싸우려 든다면 어떻게든 상황을 해결했을 거에요.
자신의 총을 맞고 아랍인이 죽었을 거라는 가정은 뫼르소의 머리 속에 아예 존재하지 않았어요. 뫼르소 머리 속에서 제일 최악이라면 아랍인이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였겠죠. 총 때문에 섣불리 도망갈 생각을 못 하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거였을 거에요. 자신이 아랍인을 죽일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는 거에요.
이 순간 뫼르소는 엄청난 충격을 받아요. 상상 가능한 일이 아예 아니었고, 자신은 이제 졸지에 사람을 죽인 살인자니까요. 이는 이성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충격이 아니에요. 이제부터 공포로 인한 반응적 공격성 (Reactive Aggression)이 나타나요.
이때부터 뫼르소에게 일어나는 일은 다음과 같아요.
먼저 뫼르소의 머리 속에서 이성적인 판단은 완전히 중단되요. 의학적으로는 충격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전두엽이 기능이 마비되고, 편도체가 뇌 기능을 장악해요. 아주 찰나의 순간 자신이 망했음을 느끼고 그대로 생각이 없어져 버려요. 이를 전문 용어로 편도체 하이재킹(Amygdala Hijack)이라고 불러요. 편도체 하이재킹이 일어나는 순간, 뫼르소는 더 이상 아랍인의 시체가 아랍인의 시체로 인식되지 않아요. 자신을 엄청난 충격으로 몰아간 모든 것, 그리고 지금 이 공포가 모두 하나로 합쳐지고, 그것이 온몸에서 감각으로 느껴져요. 뭔지는 몰라요. 그저 감각으로 느껴져요.
또한 편도체 하이재킹이 일어나기 직전에서 발생 초기에 고조된 신경 활동과 과도한 인식으로 인해 소리를 잘못 해석하거나 순간적인 이미지를 보거나 설명할 수 없는 존재감을 느끼기 시작해요. 그리고 편도체 하이재킹이 발생하면서 현실 검증 능력을 상실하고, 공포 및 죄책감 같은 내부 감정들이 외부 지각으로 투시되어 왜곡 인식이 강화되요. 지각 왜곡은 극대화되고 환각적 지각이 발생해요. 편도체 하이재킹은 인지적 왜곡을 서로 강화시켜요. 뫼르소는 이로 인해 태양과 아랍인 시체와 자신이 공포 등이 뒤섞여 자신을 공격하는 '공포스러운 태양'을 보게 되요.
이렇게 되는 순간 아랍인의 시체는 아랍인의 시체가 아니라 바로 이 감당할 수 없는 끔찍한 감각을 안겨주는 근원으로 파악되요. 뫼르소에게 이제 아랍인의 시체는 아랍인의 시체가 아닌 생존에 대한 즉각적 위협 그 자체에요. 그렇기 때문에 위협을 제거해야 한다는 본능이 폭발함과 동시에 그 대상을 어떻게든 치워버리고 싶다는 욕구만 존재하게 되요. 이건 생각이 아니에요. 감각이고 욕구에요.
이와 동시에 머리 속이 까매지는 느낌이 들어요. 시각을 통한 정보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면서 블랙아웃 현상이 발생해요. 또한 시야가 극도로 좁아지며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것만 엄청나게 눈에 들어와요. 또한 시각 정보가 제대로 처리되지 못 하고 있기 때문에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점묘법으로 그린 그림처럼 점들이 모인 것처럼 보여요.
이때 아드레날린이 노르아드레날린이 미친 듯이 폭주하는 상태에 들어가요. 머리 속이 하얗게 되는 게 아니라 까맣게 되요.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판단력은 마비되며 공포에 압도당해요. 모든 신경은 극히 곤두서고 예민해져요. 주변 자극이 엄청나게 예민하게 느껴지고, 자신의 몸에서 뛰는 맥박이 터질 것처럼 느껴져요. 관자놀이의 맥박이 쾅쾅 터져요.
이제부터 뫼르소에게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아랍인 시체 뿐이에요. 그런데 이게 아랍인 시체라고 인지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이렇게 만든 공포의 근원인 무언가로 느껴진다고 했어요. 소설에 명확히 나와요. 바로 태양이에요. 뫼르소는 이 '태양'을 당장 치워버리야 한다는 본능적 움직임에 완전히 지배된 상태에요. 이게 절대 생각이 아니에요. 마치 뜨거운 것을 만지면 반사적으로 손을 떼는 것과 같은 식으로 눈 앞에 있는 이 모든 혼돈과 공포의 대상을 없애버려야 겠다는 본능적 욕구만 남았다는 거에요.
그 순간 바로 총을 쏘기 시작해요. 이때 조준이 잘 안 될 수 있기는 한데 대신에 시각의 터널 효과로 인해 정확히 쏘려고 하는 대상만 보이기 때문에 거기에 집중해요. 근육이 떨리고 탄착군이 흐트러질 수 있지만 어차피 지근거리라면 이건 별 의미 없고, 오히려 눈에 그것만 들어오기 때문에 집중이 더 잘 되는 효과가 있어요. 완전히 총알이 벗어나거나 엉뚱한 데에 박히면 모르겠지만, 이렇게 지근거리에서 딱 그것만-특히 눈에 확 들어오는 상반신에 시선이 집중되면 아무리 흔들려도 당연히 명중이고, 이는 다 치명상이 되요.
이렇게 두 번째 사격에서 첫 발이 발사되는 순간, 뫼르소는 자신이 발사한 총의 소음과 반동에 자기가 놀라요. 그래서 또 발사해요. 이게 멈추지를 않아요. 왜냐하면 놀라서 총을 발사해서 발생한 소음과 반동에 자기가 놀라서 또 발사하는 식의 연속이거든요. 이 상태에 들어가면 자기가 총을 몇 발 쐈는지도 제대로 기억 못 하고 계속 쏴요. 그러나 패닉이 진정되면 이성이 돌아오고, 자기가 정확히 방아쇠를 몇 번 당겼는지는 몰라도 유추해낼 수 있어요. 자기가 정확히 방아쇠를 몇 번 당겼는지는 몰라도 소음 기억 등을 통해 몇 발이 발사되었다고 유추하는 방법도 있구요. 실제 소설을 보면 불행의 문을 짧게 네 번 두드리는 것 같았다고 해요.
그러면 이런 일이 드문 일인가 하면 의외로 일어나는 일이에요. 그런데 심리 기전은 같은데 다르게 나타나는 일이 있어요. 이렇게 공포를 느낄 때 공포의 대상이 쓰러진 대상에 집중되면 뫼르소처럼 시체에 난사하는 거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 전체라고 판단하면 주변 분출형으로 나타나요. 똑같은 심리 기전인데 뇌가 지각 초점을 어디에 고정시키는 지에 따라 방향이 완전히 달라져요. 영화에서 보면 사람을 죽인 후 갑자기 급격히 흥분하며 주변에 총을 난사하는 장면이 등장하곤 해요. 이게 바로 지금 뫼르소가 겪는 것과 같은 심리 기전으로 발생하는 일인데, 단지 지각 초점과 공포 대상 판단이 사방이라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뫼르소는 공포 대상이 아랍인 시체에 집중된 거구요.
이런 사례는 십중팔구 가중처벌, 계획살인으로 판단되요. 왜냐하면 외적으로만 보면 상대방이 사망한 것을 확실히 확인한 후에 발생하는 일이거든요. 상대방의 사망을 확실히 확인 후 다시 쏘기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확인사살이자 심각한 시체훼손으로 판단되요. 그래서 최악의 패닉 상황이라 할 수 있어요.
그나마 이걸 구분하는 방법이라면 두 번째 사격에서 탄착군 형성으로 판단 가능한 경우가 있어요. 여러 발 추가 사격을 했는데 그게 치명상과 다른 부위라면 - 예를 들면 엉덩이나 다리 같은 곳도 마구 쐈다면 치명상을 입히는 게 아니고 의도 해석이 매우 이상해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변호가 가능해요. 하지만 하필 지근거리에서 상반신에 시야가 집중되어서 거기만 집중적으로 쐈다면 답이 안 나와요.
그러니 뫼르소는 엄청나게 최악의 케이스가 되어버린 셈이에요. 운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없어요. 패닉에 빠지더라도 차라리 주변 공간 전체 - 아직도 위험하다고 판단했다면 주변에 총질 난사했을 테니 고의적이 아니라 우발적 사고에 이 충격을 감당 못 했다고 쉽게 변호할 수 있었을 거에요. 두 번째 사격이 신체 중 치명상이 아닌 곳으로 시작해서 거기에 집중되는 상태였다면 정면 가슴 한 발은 치명상이지만, 이후 4발은 의도 해석이 이상한 곳에 박혔으니 계획살인보다 시체훼손으로 갔을 거에요. 또한 너무 놀라서 거기에 쏴버렸다고 우길 수라도 있구요. 그러나 뫼르소는 하필 두 번째 사격도 치명상 자리에 쏘기 시작하는 바람에 빼도박도 못하고 계획살인이 되었어요.
이렇게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있어요. 바로 1부 6장 마지막 문장 Et c'était comme quatre coups brefs que je frappais sur la porte du malheur 이에요. 이렇게 패닉에 빠져서 공포로 인한 반응적 공격성 (Reactive Aggression)으로 불필요한 공격을 할 때, 청각 배제는 소리가 희미해지거나 무음 처리되는 현상인 청각 배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때 큰 소리는 작게 들리고, 패턴과 리듬에 집중해요. 그래서 권총 네 발을 발사하는 동안 노크하는 것 같다고 느낀 거에요. 단순히 비유가 아니라 패닉에 빠진 4발의 격발이라는 상징이에요.
이런 상태가 풀리면 뫼르소는 멍한 상태가 되요. 실제 이런 사건은 범죄자가 시체 은폐나 도주하려고 하지 않고 멍하니 서 있거나 탈진해서 쓰러져 버리는 경우가 일반적이에요.
이러면 그날의 진실이 풀려요. 또한 주변 사람들과 변호사가 처음에 정당방위라 쉽게 풀려날 거라 예상했던 것도 이해가 되요. 당시 식민지 알제리 상황에서 아랍인은 큰 차별 대우를 받았기 때문에 아랍인 한 명 죽인 게 별로 큰 문제로 여겨지지 않고 쉽게 정당방위로 풀려나곤 했던 상황도 있지만, 아랍인이 칼 들고 덤비다 쓰러진 모습에 뫼르소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시체 은닉 또는 도주하려는 기색을 안 보였다면 일반적인 계획살인을 벌인 살인자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으니까요.
뫼르소의 두 번째 총격의 진실은 윤리 붕괴, 스트레스 폭발, 생존욕구 폭발이에요.
아랍인 살인 사건 이후 시지프스의 저주에 빠진 뫼르소
이렇게 우발적 살인이라고 보면 그 이후 뫼르소는 상당히 유의미하고 높은 확률로 끔찍한 상황에 빠지게 되요. 바로 끔찍하고 만성적인 죄책감의 늪에 빠지게 되요. 시지프스의 저주에 걸려버려요.
2부의 뫼르소를 보면 1부 뫼르소와 다른 인물이 되어버려요. 이게 이방인에서 꽤 심각한 문제에요. 자산의 감각에 충실한 뫼르소가 갑자기 철학자처럼 되고, 완전히 무미건조해져요. 1부 6장 2번째 사격부터 소설은 알록달록한 색에서 갑자기 회색으로 바뀌어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방인을 읽다가 당황하는 부분이 괜히 1부 6장 마지막 아랍인 살인 사건이 아니에요. 두 번째 총성 4발부터 마른 낙엽 같은 느낌으로 바뀌어요. 그래서 1부만 좋아하고 1부의 뫼르소만 사랑하는 사람들도 꽤 있고, 2부만 좋아하고 2부의 뫼르소만 사랑하는 사람들도 꽤 있어요. 동일한 캐릭터에 시간도 순차적으로 흘러가는데 매니아가 1부 매니아와 2부 매니아가 따로 존재하는 희안한 소설이 바로 이방인이에요. 물론 1부와 2부 통틀어서 둘 다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기는 하나, 이들조차도 급격한 변화에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심지어 아예 1부는 감각적인 삶, 2부는 카뮈 철학의 부조리와 반항을 다룬 소설이라고 나눠보는 견해가 오히려 다수파이고 일반적이에요.
일단 먼저 제일 눈여겨볼 점은 사건의 원인에 진술할 때 '태양'이라고만 말해요. 뫼르소는 그날의 기억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의 기억 속에서 그날의 기억은 특이한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어요. 가장 먼저 2차 사격에서 자신이 쏜 것은 '자기를 공포에 빠뜨린 무언가'에요. 바로 그것이 태양이에요. 뫼르소의 기억 속에서 그날은 정말로 태양이 자신을 공격하고 있었다고 느껴요. 그리고 그 모든 것은 편도체,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의 폭주의 감각으로 기억해요. 무시무시한 태양이 자신을 죽이려 들었고, 자기는 거기에 생존 본능으로 공격한 거에요.
2부 전체 시간은 꽤 길어요. 그래서 분량상 1부에서의 감각적으로 생생하게 살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어려웠을 수도 있고, 감옥 독방에서 즐길 게 없고 지루하기만 하니 소설도 그렇게 되었을 수 있어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아무리 슬기로운 감방생활이라 해도 설명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점이에요. 자기 일인데 마치 남의 일 대하듯 대하는 모습이 매우 많아요. 그것이 재판이든 자신의 심리를 말하는 것이든요. '무감각한 뫼르소'는 2부 뫼르소의 대표적인 특징이에요.
뫼르소는 감옥에서 지내며 거기에 적응하고 잘 사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이상하게 변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요.
이렇게 변한 이유가 끔찍하고 만성화된 죄책감이라고 본다면 개연성이 생겨요. 1부 뫼르소와 2부 뫼르소의 차이는 작가가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하기 위해 캐릭터 일관성을 약간 희생시킨 것이 아니라, 끔찍하고 만성화된 죄책감에 시달리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끔찍하고 만성화된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람들 - 극단적으로는 가해자 유발 외상 후 스트레스 PITS (Perpetrator-Induced Traumatic Stress), 도덕적 손상(moral injury) 증상들과 비교했을 때 꽤 높은 일치를 보여요. PTIS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인 플래시백은 없지만, 자기 파괴적 행동은 어차피 망한 거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죽여달라고 방치하는 고차원적으로 나왔다고 해석할 수도 있으며, 세세한 부분에서는 심각하게 의심 증세라고 볼 만한 것들도 꽤 있어요.
진짜 가해자 유발 외상 후 스트레스, 도덕적 손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엄청난 죄책감과 후회, 자기 혐오 등에 시달릴 거고, 이 정신적 고통은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울 거에요. 또한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구요. 정말 모든 게 무의미해지는 카뮈 철학 부조리에 빠져드는 거고, 여기에서 소소한 노력들로 하루하루 버티지만 그건 오직 그 순간에 다시 찾아오는 끔찍한 죄책감과 후회, 자기 혐오 등에 괴로워하겠죠. 영원히 바위를 밀고 올라가야 하는 시지프스의 저주에 걸린 거에요.
그렇다면 2부에서 회색으로 느껴지는 뫼르소는 그나마 밝은 모습이고, 여백과 언급되지 않은 훨씬 긴 시간은 죄책감으로 시꺼멓게 썩어버린 뫼르소로 가득 차 있는 셈이에요.
이렇게 보면 2부 뫼르소의 모습을 많이 이해할 수 있어요. 그리고 1부와 2부 성격 차이에 강력한 개연성이 생기구요. 더 나아가 '선한 뫼르소'로 읽을 때 이방인 해석에서 근본적인 최대 난제인 '1부와 2부의 뫼르소 성격 변화' 문제와 '마지막의 카뮈 철학적 해결 구현 증명' 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열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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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 소설 이방인 해석 - 시지프스가 행복하다면 단두대 위 뫼르소 또한 반드시 행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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