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들 아까 걸어서 올라온다고 한 사람들 아니야?"
베트남 하노이 흐엉 띡 동굴 입구에서 서양인들을 보고 놀랐어요. 입구에서 본 서양인들은 아까 케이블카 정거장 입구에서 흐엉 띡 동굴까지 걸어서 올라가겠다고 한 서양인들이었어요. 그 서양인들이 흐엉 띡 동굴로 와서 흐엉 띡 동굴을 구경하고 있었어요. 한 시간 조금 안 걸려서 여기까지 왔어요.
'대체 어떤 길로 왔지?'
매우 궁금해졌어요. 케이블카 타고 올라오며 본 풍경으로 미뤄봤을 때 여기를 한 시간 안 걸려서 오는 건 가능할 것 같지 않았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말도 안 되게 짧은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서양인들이 진짜 와 있었어요. 한 시간 조금 안 걸려서 도착한 것 같았어요.
'서양인이 아니라 양놈 귀신인가?'
그럴 리 없었어요. 멀쩡한 사람이었어요. 멀쩡한 사람 보고 귀신이라고 하면 안 되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시간에 여기까지 올 방법이 없을 텐데 어떻게 왔는지 정말 신기했어요.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가 아니라 양놈들이 축지법 쓰신다였어요. 저 사람들은 분명히 점심도 제대로 못 먹었을 텐데 무슨 힘이 넘쳐서 여기까지 저렇게 빨리 올라왔는지 궁금했어요.
흐엉 띡 동굴로 걸어올라온 서양인들을 뒤로 하고 가이드를 따라서 케이블카를 타러 갔어요. 왕복 표를 끊었기 때문에 내려갈 때도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갈 거였어요. 제 차례가 되자 케이블카를 탔어요.
케이블카는 완전히 허공에 떠 있었어요. 아래를 보면 참 심란해졌어요. 제가 케이블카를 타고 간다는 사실에 너무 행복했어요.
'아까 저 서양인들은 이걸 또 걸어서 내려와야 할 거 아냐?'
올라갈 때 내려다본 풍경보다 내려갈 때 내려다보는 풍경이 더 아찔했어요. 올라오는 거야 체력이 있으니 올라온다고 해요. 그 사람들은 이걸 또 내려가야 했어요. 물론 내려가는 거야 무릎 건강 생각 안 하면 훨씬 빠르게 내려갈 수 있기는 해요. 그래도 이 험한 곳을 시간에 쫓기며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것은 사람 할 짓이 아니었어요.
케이블카에서 내렸어요. 가이드는 사람들을 티엔 쭈 사원으로 데려갔어요.
티엔 쭈 사원에 도착했을 때는 2014년 12월 25일 오후 3시 57분이었어요. 원래 퍼퓸 파고다 투어는 오후 6시에 하노이 도착이었어요. 하노이에서 보트 선착장까지 2시간 정도 걸렸어요. 제가 보트를 탄 선착장까지 2시간이었어요. 오후 6시에 투어가 끝나려면 지금 티엔 쭈 사원을 구경할 게 아니라 하노이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에 탑승하고 있어야 했어요.
"4시 30분까지 구경하고 오세요."
가이드는 한 시간 정도 티엔 쭈 사원을 구경하고 4시 30분까지 선착장으로 오라고 했어요. 가이드는 이렇게 사람들을 티엔 쭈 사원에 풀어놓고 사라졌어요.
'여기는 가이드가 일일이 설명 안 해주네?'
후에에서는 가이드가 웬만한 곳은 부지런히 따라다니며 설명해줬어요. 그러나 이번 투어에서의 가이드는 티엔 쭈 사원에서는 사람들에게 알아서 둘러보고 오라고 하고 자기는 선착장으로 갔어요.
티엔 쭈 사원으로 들어갔어요.
티엔 쭈 사원에 들어가자마자 당간지주와 오방기가 보였어요.
여기는 확실히 이국적인 느낌이 있었어요. 한자로 적혀 있는 것들이 꽤 보였지만, 제 상상 속의 베트남 이미지와 꽤 비슷한 모습이었어요.
어째서 이 투어는 퍼퓸 파고다 투어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획득했어요.
"이래서 퍼퓸 파고다 투어였구나!"
지도를 보고 제대로 알았어요. 여기는 정확히는 단독 사찰이 아니라 '사찰군'이었어요. 여러 절이 모여 있는 지역이었어요. 이 사찰군에 지금 있는 티엔 쭈 사원도 포함되어 있고, 케이블카 타고 올라갔던 흐엉 사원도 포함되어 있었어요. '템플 투어'가 아니라 '파고다 투어'인 이유는 이 사찰군을 '파고다'라고 부르기 때문이었어요.
티엔 쭈 사원을 계속 돌아다니며 구경했어요.
큰 향로가 있었어요.
꽤 중요한 법당 같아 보였어요. 현판에는 한자로 刹寶天香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오른쪽부터 읽으면 '향천보찰'이었어요. 香은 베트남어로 hương, 天은 베트남어로 thiȇn, 寶는 베트남어로 bảo에요. 刹은 베트남어로 어떻게 읽는지 못 찾았지만, 察이 sát이니까 刹도 sát일 거에요. 이렇게 보면 刹寶天香 은 hương thiȇn bảo sát 이라고 읽으면 될 거에요.
티엔 쭈 사원은 베트남어로 Chùa Thiên Trù 에요. 정확한 한자는 못 찾았지만, 한국어로 번역한다면 천주사에요. 추측하건데 Trù는 아마 呪일 거에요. 이러면 '하늘에 비는 절'이라는 말이거든요.
티엔 쭈 사원을 계속 돌아다녔어요.
처마에 풍경이 매달려 있었어요.
풍경 모양은 운판 모양이었어요.
"돌사자 귀엽네."
돌사자 두 마리가 서로에게 인사하고 있었어요.
티엔 쭈 사원 뒷편에는 작은 석굴이 여러 개 있었어요. 석굴에는 불단이 마련되어 있었어요.
티엔 쭈 사원 구경을 마쳤어요. 티엔 쭈 사원 입구로 갔어요.
당간지주 뒤에서 입구를 바라봤어요. 입구 양 옆으로 목탑이 서 있었어요. 들어올 때는 입구 양 옆에 있는 건물이 목탑인 줄 몰랐어요. 여기에서 바라보고서야 목탑임을 깨달았어요.
티엔 쭈 사원은 퍼퓸 파고다에서 가장 큰 절이에요. 매우 유명한 절이구요. 하지만 설명이 없으니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어요. 절 건물마다 건물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오히려 설명이랄 게 없었어요. 오죽하면 제가 나갈 때가 되어서야 입장할 때 입구 양 옆에 있던 건물이 목탑이었다는 걸 알았겠어요.
나중에 알아보니 티엔 쭈 사원은 1468년에 건립된 불교 사찰이에요. 티엔 쭈 사원은 인도차이나 전쟁 기간 중 프랑스군에 의해 파괴된 후, 1991년에 재건되었다고 해요. 티엔 쭈 사원은 흐엉 사원 축제의 개막식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고 해요. 그리고 베트남 전통 설인 뗏 다음날에 베트남인들이 여기로 소원을 빌러 많이 온다고 해요.
선착장으로 갔어요.
"아까 그 외국인들 왔네?"
다시 한 번 놀랐어요. 아까 그 서양인들이 버스에 도착해 있었어요. 이 서양인들은 흐엉 틱 동굴까지 올라갔다가 대충 보고 또 바로 내려온 모양이었어요. 매우 지쳐보였어요.
이제 돌아갈 때가 되었어요. 보트를 탔어요. 보트를 타고 다시 30여분간 옌강을 따라가야 했어요.
또 사진을 찍으며 갔어요.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어요. 동지 지난 지 얼마 안 되어서 해가 짧을 때였어요. 여기에 날도 흐렸어요. 그래서 빠르게 조도가 낮아지고 있었어요.
'퍼퓸 파고다 투어 진짜 잘 했어!'
너무 만족스러웠어요. 원래는 하롱 당일치기를 다녀올 계획이었어요. 하롱 당일치기 상품도 있기는 했어요. 그런데 상품 내용을 보니 온통 이동시간이고 실제 하롱을 제대로 구경하는 시간은 너무 짧았어요. 그래서 원래 처음 베트남 여행 계획을 짤 때는 하롱도 다녀오는 계획이 있었고, 마지막까지 하롱을 다녀올지 고민했지만 투어 상품 내용 보고 하롱은 과감히 포기했어요.
하지만 하롱에 안 가도 괜찮았어요. 퍼퓸 파고다 투어 중 옌강에서 보트 타고 보는 풍경도 너무 아름답고 신비로웠어요. 사진으로만 본 하롱과 매우 비슷했어요. 사실 둘이 비슷할 수 밖에 없어요. 할롱 베이도 카르스트 지형이거든요.
퍼퓸 파고다 투어는 여러 가지를 골고루 경험해볼 수 있었어요. 이 점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사람이 노를 젓는 배를 타고 나름의 정글 체험도 하고 케이블카도 탔어요. 석회동굴도 봤고, 동굴 사원도 봤고, 절도 봤어요. 투어에서 경험하는 게 여러 가지라서 속성 코스 같았어요. 베트남 여행에서 경험하지 못 했던 것을 쭉 경험시켜줬어요. 돈이 하나도 안 아까웠어요. 오히려 안 했다면 후회할 뻔 했어요.
'날씨만 좋았어도 엄청 좋았을 텐데.'
아쉬운 점은 투어 내용 자체가 아니었어요. 이날도 흐렸어요. 파란 하늘 아래에서 진행되었다면 너무 즐겁고 좋았을 거였어요. 풍경도 훨씬 더 아름다울 거고, 사진도 훨씬 더 예쁘게 찍혔을 거였어요. 하지만 날이 너무 흐렸기 때문에 사진이 너무 칙칙하게 찍혔어요. 나중에 여행기에 올라간 사진을 보고 사람들이 여기가 얼마나 아름답고 재미있는지 아마 잘 모를 거였어요.
보트가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오후 5시였어요. 보트에서 내리자 바로 버스를 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