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뭐해?"
저녁이었어요. 서울에 올라온 친구가 연락을 해왔어요.
"집에 있어. 너는?"
"나는 강남 왔어."
"강남? 왜?"
"카메라 직거래하려구."
서울에 올라온 친구는 카메라 직거래를 하기 위해 강남에 가 있다고 했어요.
"너가 팔게?"
"아니. 카메라 사려구."
"왜?"
친구가 카메라를 구입한다고 하자 왜 구입하려고 하는지 궁금해졌어요. 친구는 이미 디지털 카메라를 갖고 있었어요. 디지털 카메라를 딱히 구입할 필요가 없는 친구였어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이기는 하지만 과거와 달리 이제 카메라 장비에 대한 열정은 많이 진정되었어요. 예전에는 카메라 열심히 알아보고 어떤 카메라가 좋은지 많이 알아보곤 했지만 그렇게 카메라 장비에 열광하는 시기는 지나가도 한참 지나갔어요.
"여행 가고 싶어서."
"여행? 어디?"
"올해 해외여행 한 번은 가야하지 않겠어?"
친구는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서 카메라를 구입할 계획이라고 했어요.
"우리 만날래?"
"강남? 이제 출발해서?"
"어. 너 괜찮으면."
"그래. 그러자."
친구와 강남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제가 강남 도착할 때면 아주 늦은 시각이 될 거였어요. 친구는 늦게 와도 괜찮다고 했어요. 서울인데 늦게까지 하는 식당 하나 없겠냐고 했어요. 친구가 괜찮다고 하자 잠깐 강남 가서 친구를 만나서 같이 아주 늦은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어요.
"어디로 가?"
"너 강남구청역으로 올 수 있어?"
"응."
친구가 강남구청역에서 만날 수 있냐고 물어봤어요. 그래서 좋다고 했어요. 친구와 강남구청역에서 만나기로 한 후 집에서 출발했어요. 강남구청역 도착하자 시간이 꽤 늦었어요. 친구는 자기가 중고로 구입한 카메라를 보여줬어요.
"너 진짜 해외여행 가게?"
"어. 나 해외여행 안 간 지 꽤 오래되었잖아."
"그래서 준비하는 거?"
"어. 유럽 가보고 싶어서."
친구는 유럽에 다시 가보고 싶다고 했어요.
"우리 밥이나 먹자."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는 영업시간 제한 조치 때문에 밥을 아예 먹을 수 없었어요. 일단 밥부터 빨리 먹은 후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어요. 친구와 식당을 찾아 압구정로데오역 쪽으로 걸어갔어요.
"식당 다 문 닫았는데?"
너무 늦게 왔어요. 식당들이 다 문을 닫았어요. 완전히 다 닫은 것은 아니었지만 친구가 치료받는 것이 있어서 친구가 못 먹는 것들이 있었어요. 문 열고 영업중인 식당들은 한결같이 친구가 먹는 것을 자제해야 하는 음식을 파는 곳이었어요.
그렇게 식당을 찾아 한참 걸었어요. 학동사거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어요. 지도를 보면서 식당이 몰려 있는 곳으로 갔어요. 역시 대부분이 문을 닫았어요. 그렇다고 김밥천국 같은 곳을 가기는 싫었어요. 기껏 친구 만나러 강남 와서 김밥천국 간다면 기분이 유쾌하지 않을 거였어요.
"저기 열었다."
도산뚝배기는 영업중이었어요. 메뉴를 봤어요. 점심 특선으로 소고기 국밥을 판매하고 있다는 입간판이 있었어요. 다른 입간판을 보면 소고기 국밥이 항시 판매하는 메뉴 같았어요. 친구와 들어가서 국밥을 파는지 물어보기로 했어요. 쇠고기 국밥은 점심 뿐만 아니라 저녁에도 판매한다고 했어요.
친구와 소고기 국밥을 주문했어요.
공깃밥, 깍두기와 고기를 찍어먹는 양념이 나왔어요.
쇠고기 국밥이 나왔어요.
"여기 맛 다 맞춰서 나왔다."
직원분이 빨간 양념장을 넣으면 매운 쇠고기 국밥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 알려주셨어요. 그런데 그냥 먹어도 충분히 맛있었어요. 오히려 양념장 넣으면 기본에 충실한 맛에 양념이 더해져서 제 취향은 아닐 거 같았어요.
국물은 매우 고소했어요. 고소한 국물이 술술 잘 넘어갔어요. 부드럽고 진한 쇠고기향이 느껴졌어요. 고소한 향이 국물을 계속 먹게 만들었어요. 추운 날에 국물만 보온물병에 담아서 가끔씩 홀짝이고 싶은 맛이었어요. 국물로도 맛있지만 국물만 마셔도 맛있었어요.
국밥 안에 들어가 있는 쇠고기도 꽤 부드러웠어요. 양념장을 찍어서 먹었어요. 잡내, 누린내가 하나도 없었어요. 양념장에 찍어먹어도 맛있고 고기만 먹어도 맛있었어요. 고기도 매우 실하게 잘 들어가 있었어요.
조금 먹다가 양념을 조금만 집어넣었어요. 직원분께서 양념을 넣을 때 아주 조금만 넣으라고 하셨어요. 매우 맵기 때문에 푹푹 넣으면 너무 매울 거라고 하셨어요. 직원분 말씀대로 양념을 조금만 넣었는데도 국물이 매우 얼큰해졌어요.
쇠고기 국밥을 깨끗하게 다 비웠어요. 국물을 다 비우자 뚝배기 맨 아래에 문구가 적혀 있었어요.
나만 몰랐네,
한그릇 비워내니 모자람 없는 내 인생이 행복한 것을.
뚝배기 안에 찍혀 있는 문구대로 참 행복했어요.
소고기 국밥을 맛있게 다 비운 후 가게 내부 사진을 찍었어요. 문 닫을 시간이 되어서 손님들이 다 빠져나갔어요.
서울 강남구 논현동 도산대로 쪽에서 식사할 곳을 찾는다면 도산뚝배기가 있어요. 소고기 국밥이 매우 맛있는 식당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