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파주 장단콩 음식 맛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였어요. 이제 점심을 먹었으니 파주를 구경하다가 카페에 갈 차례였어요. 파주도 볼 곳이 여러 곳 있어요. 그리고 파주도 상당히 커요. 문산 쪽으로 가면 임진강도 볼 수 있어요. 금촌에는 모스크도 있어요. 저도 파주는 몇 번 가보기는 했지만 다 둘러보지 못했어요. 금촌 쪽만 조금 돌아다녀보고 헤이리 한 번 가본 것이 전부에요.

 

"이제 어디 가지?"

 

'이제 어디 가지?'라고 말한 순간이었어요. 아주 절묘하게 비가 퍼붓기 시작했어요. 파주로 넘어오는 동안 비가 쏟아졌고, 식당 들어갈 때 비가 멎었어요.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간간이 창밖을 봤어요. 밥을 먹는 중에 비가 한 차례 매우 거칠게 쏟아졌어요. 다행히 밥을 거의 다 먹었을 때 빗줄기가 멎었어요. 밥을 먹고 식당에서 나와서 친구 차로 이동하는 동안은 비가 안 왔어요.

 

친구 차에 셋이 탔어요. 이제 어디 갈 지 정해야 했어요.

 

"근처 괜찮은 카페 있나?"

 

아무리 봐도 비가 계속 올 것 같았어요. 일기예보에서는 하루 종일 비가 많이 내릴 거라고 하고 있었어요. 빗줄기가 그치기는 했지만 언제 또 쏟아질 지 알 수 없었어요. 하늘은 당장 비가 퍼붓기 시작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었어요. 파주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하기는 아무리 봐도 글렀어요. 괜히 밖에서 놀겠다고 했다가 비만 잔뜩 맞고 재미 하나도 없게 생겼어요.

 

파주에서 좋은 카페를 검색해봤어요. 대체로 문산쪽에 모여 있었어요.

 

"문산쪽으로 가볼까?"

"그럴까?"

 

친구가 차를 운전하기 시작했어요. 임진강변을 따라 카페로 갔어요. 하필 이날이 휴무였어요. 다시 다른 카페를 찾아야 했어요. 비는 좍좍 쏟아졌어요. 친구 차 안에서 다른 카페를 검색해봤어요.

 

"카페8794 있다."

"거기 가자."

 

망설일 시간이 없었어요. 바로 카페8794로 가기로 했어요. 저녁 6시를 넘어가면 저녁을 먹을 수 없었어요. 점심을 워낙 배부르게 먹었기 때문에 저녁 생각이 없기는 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어요. 만약 가볍게 밥을 먹고 싶다면 일찍 움직여서 저녁을 뭔가 먹어야 했어요. 그리고 망설인다고 답이 나올 것도 아니었어요. 어차피 비 와서 다른 곳 갈 수도 없었어요.

 

"여기 평 괜찮네."

"오늘 하지?"

"응. 오늘 해."

 

제일 중요한 것은 카페가 괜찮은지가 아니었어요. 당장 오늘 영업하는지 여부였어요. 다행히 영업중이었어요. 처음 갔던 카페에서 차로 이동하면 시간이 그렇게 많이 걸리지 않는 거리였어요. 그래서 카페8794로 가기로 했어요.

 

친구가 운전했어요. 금방 카페8794에 도착했어요.

 

"와, 비 퍼붓는다!"

 

비가 좍좍 퍼부었어요. 그래서 카페 정면 사진을 찍을 수 없었어요. 주차공간에서 거리 얼마 안 되는데 그 거리에서 우산 쓰고 가는 것은 귀찮았어요. 그리고 비가 제대로 퍼부으려고 주륵주륵 쏟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빨리 카페 안으로 들어가야 했어요.

 

카페8794 안으로 들어갔어요.

 

 

"여기 엄청 넓은데?"

 

카페8794는 창고형 카페였어요. 과거에 거대한 창고였던 건물을 카페로 개조한 곳이었어요. 내부 공간이 엄청 넓었어요. 좌석마다 떼어서 앉으라고 되어 있었지만 그런 안내가 없어도 사람들이 알아서 다 멀찍이 떨어져 앉고 있었어요. 매우 넓고 좌석이 많아서 다닥다닥 붙어서 앉아야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어요.

 

 

음료를 주문하고 카페 내부를 구경했어요.

 

 

카페에는 보드게임도 여러 종류 구비되어 있었어요. 음료 즐기면서 보드게임도 즐길 수 있었어요.

 

 

 

창고를 개조해 기본적으로 투박한 내부 느낌이 있는데 인테리어에 매우 많이 신경썼어요. 사진 찍으며 놀기 매우 좋게 생긴 카페였어요. 여러 전시물과 인테리어 소품이 없었다면 상당히 삭막할 공간일텐데 여기저기에 전시물과 인테리어를 잘 해놔서 크고 시원하고 널찍한 카페 분위기가 났어요.

 

 

저는 음료로 카페라떼를 주문했어요. 카페라떼는 맛이 괜찮았어요.

 

 

커피를 마시며 잡담하다가 친구가 말했어요.

 

"저기 보드게임 있던데 우리 보드게임할까?"

"보드게임 뭐 있어?"

"젱가."

"젱가하자!"

 

차를 운전한 친구가 카운터로 가서 젠가를 가져왔어요. 다른 친구는 젠가를 해본 적이 없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이건 자기한테 불리하지 않냐고 했어요.

 

"이게 뭐가 잘하고 못하고가 있어? 그냥 운으로 뽑는 건데."

 

이때부터 셋이서 젠가를 하기 시작했어요. 젠가를 처음 해본다는 친구가 첫 판을 졌어요. 그 다음판은 제가 졌어요. 그 다음부터는 젠가를 처음 해본다는 친구가 내리 졌어요. 단 한 판도 못 이겼어요. 저와 친구라고 젠가를 잘 하는 것은 아니에요. 애초에 젠가에 특별한 능력이나 기술은 거의 필요없어요. 기술이 필요하기는 한데 이건 솔직히 뽑을 때보다는 쌓을 때 중요해요. 뽑는 거야 뽑히는 거 뽑으면 되지만 쌓는 것은 아무렇게나 올리면 무너져요. 그런데 이것도 말만 그렇고 실제 해보면 잘 하고 못 하고 별 차이 없어요.

 

그래서 보통은 돌아가면서 지기 마련이에요. 그런데 희안하게 젠가 처음한다는 친구만 주구장창 졌어요. 계속 진 친구가 삐졌어요. 그러나 일부러 무너뜨리고 져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어요. 나중에는 제발 너 한 판만 이겨보라고 마지막 한 판만 더 해보기로 했어요.

 

박빙의 승부였어요. 도저히 뽑을 만한 것이 하나도 안 남아 있었어요. 여기에서 계속 지기만 하던 친구가 극적으로 나무토막을 뽑았어요. 이제 제 차례였어요. 이건 이길 방법이 없었어요. 뽑을 수 있는 자리가 두 곳 있기는 한데 어떻게 된 건지 앞에서 건드려봤을 때는 나무블럭 셋 다 꽉 눌려서 하나 빼면 전부 무너질 거였어요. 그러나 이거 외에는 아예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들 뿐이었어요.

 

제가 질 것은 확정이었기 때문에 손가락으로 나무토막을 탁 튕겼어요.

 

"어?"

 

분명히 앞서 몇 차례 건드렸을 때는 꽉 눌려서 절대 손대면 안 되는 나무블럭이었는데 방향이 틀어지며 삐져나왔어요. 위에 쌓으면서 무게 균형이 조금 달라진 모양이었어요. 축구 90분 다 끝나고 연장전 후반전 인저리 타임조차 다 끝나서 패배하기 직전에 터진 동점골이었어요.

 

"살았다!"

 

제가 뽑아낸 것은 정가운데 것이 아니라 모퉁이 것이었어요. 이 말은 제 바로 다음에 할 운전한 친구는 제가 뽑은 것의 정반대편을 뽑으면 된다는 거였어요. 그 전까지는 뽑을 수 있는 게 하나도 안 남아 있어서 제 턴에서 끝날 게 확정이었는데 나무블럭을 쌓으면서 무게 균형이 미묘하게 바뀌었는지 제 턴에서 뽑을 수 있는 나무 토막이 2개가 되었어요. 제가 그 중 하나를 뽑자 운전한 친구도 뽑을 것이 생겼어요. 운전한 친구도 무사히 잘 뽑았어요. 이로써 주구장창 지기만 했던 친구는 또 패배 확정.

 

당연히 계속 지기만 한 친구는 삐졌어요.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냉혹했어요. 더욱이 이것은 저와 운전한 친구가 다른 친구 약올리려고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었어요. 뽑히는 거 계속 뽑아서 위로 쌓아가는데 희안하게 지기만 한 친구가 계속 졌어요. 진짜 기적이라면 기적이었어요. 보통 젱가 하면 나중에는 돌아가면서 지기 마련인데 이렇게 한 명만 주구장창 지는 일도 있었어요. 희안하게 운이 그 친구한테만 안 따라줬어요.

 

모처럼 친구들과 오랜만에 젠가도 하면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어요.

 

파주 문산에서 카페를 찾는다면 카페8794가 있어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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