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식당, 카페

경상북도 경주 황리단길 한옥 카페 오브스토리지

좀좀이 2021. 6. 11.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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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어디가 유명하지?"

 

경상북도 경주 여행을 가는 날까지 경주 여행 일정을 구체적으로 짜지 않았어요. 원래 여행 준비할 때 여행 일정을 빡빡하고 치밀하게 짜는 것을 상당히 싫어해요. 여행 일정 계획할 때 계획을 너무 세밀하게 짜면 여행 갔을 때 계획되로 안 되어서 오히려 스트레스만 엄청 받기 딱 좋기 때문이에요. 여행 가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고 어떤 곳이 더 마음에 들고 어떤 곳이 마음에 정말 안 들 지 모르는데 무턱대고 계획을 치밀하게 짜면 계획이 엉망이 되거나 만족도가 떨어지든가 둘 중 하나는 반드시 경험하게 되요. 그래서 여행 일정을 짤 때는 큰 틀을 짜고 여유 시간을 널널하게 주는 편이에요. 시간이 남으면 쉬면서 시간을 보내도 되고 구경을 더 하면서 시간을 보내도 되거든요. 여행 중 시간에 쫓기는 것만큼 짜증나는 일도 없어요.

 

그렇지만 경주 여행을 갈 때는 정말 제가 봐도 너무할 정도로 계획을 대충 짰어요. 사실상 여행 계획을 하나도 안 짜고 간다고 해도 될 지경으로 대충 정했어요. 오랜만에 가는 국내여행인데 여행 계획을 전처럼 열심히 짜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었어요. 오히려 국내여행인데다 경주는 워낙 유명한 관광도시니까 여행 계획 짜기 더 귀찮고 무의미하게 느껴졌어요.

 

동네 똥개도 자기 집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잖아.

 

저는 경주와 별 인연이 없어요. 중학교 수학여행때 갔던 것이 전부였어요. 그렇지만 그건 우리나라 지역을 세세히 나눠서 봤을 때 이야기였어요. 경주는 당연히 우리나라 도시에요. 우리나라 관광지 중 경주는 자료가 없어서 문제가 아니라 너무 넘쳐서 문제인 여행지에요. 뼈대 있고 족보 있는 관광도시니까요. 오늘도 매우 많은 사람들이 경주 여행을 가서 SNS와 블로그에 글과 사진을 올리고 있어요. 정보 찾는 것이 일이 아니라 이 무수히 많은 정보들 중에서 제가 찾는 정보를 골라내는 것이 일이었어요.

 

더욱이 경주는 중학교 정규 교육까지만 제대로 받았다면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먹고 들어가는 게 있어요. 국사책에 경주는 상당히 비중 있게 나와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통일신라시대 수도가 경주였어요. 고려시대 동경이 경주였구요. 제가 학교 다닐 때 경주가 국사책에서 사라지는 순간은 고려 말기 몽골의 침입 때 경주에 있는 황룡사가 소실되었다는 내용이 나올 때였어요. 제가 학교 다닐 때 국사책은 국사(상)과 국사(하)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국사(하)는 임진왜란 이후 비변사 권한 강화부터 시작되었어요. 그러니 국사(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출현 빈도 가장 높은 도시는 당연히 경주였어요. 국사 교과 전체로 보면 비중이 가장 높고 출현 빈도 높은 도시는 당연히 서울이에요. 그 다음이 경주에요. 그러니 과거에 배웠던 국사 내용을 조금만 기억하고 있어도 경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여행 준비 엄청 하고 가는 곳이었어요.

 

그래도 현대 경주는 국사책 속 경주와 매우 달라요. 숙소 사장님께 들은 바에 의하면 경주가 현대 들어서 본격적인 관광도시로 개발된 것은 1970년대라고 해요. 인근에 포항제철 등이 들어서면서 이쪽으로 초청된 외국인 사업가들을 위한 위락지역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경주 관광 산업의 시작이라고 해요.

 

'첫 날은 경주 시내에서 놀아야지.'

 

경주 여행 첫 날은 무리하지 않고 황리단길에서 놀기로 했어요. 경주는 욕심 부리면 끝도 없는 곳이에요. 국사책 전체에서 두 번째 주인공인 도시인데요. 더욱이 서울은 한국전쟁으로 싹 다 갈려나간 후 급조된 날림 도시지만 경주는 한국전쟁의 화마는 다행히 피한 도시에요. 경주는 기차 타고 가면 언제든 갈 수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욕심 안 부리고 적당히 놀다 오기로 했어요.

 

경주에 도착해서 경주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숙소에 짐을 풀고 길을 따라 걸어갔어요. 길 따라 걸어가다보니 어느새 황리단길까지 와버렸어요. 경주역에서 황리단길 찾아가는 길은 매우 쉬웠어요. 여기에 표지판도 매우 잘 되어 있었어요. 길도 단순하고 표지판도 잘 되어 있어서 지도 한 장 없이 대충 표지판 보며 길 따라 걸어가다보니 황리단길까지 도착했어요.

 

요즘 경주에서 제일 유명한 동네인 황리단길까지 왔어요. 경주 분들께 들은 바에 의하면 경주는 원래 커다란 '시내'라고 부르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도시들과 달리 그렇게 온 도시에서 사람들이 싹 몰리는 곳은 아니었다고 해요. 경주 곳곳에 작게 번화가가 있고, 그 중 제일 큰 곳이 '시내'라고 부를 만한 곳인데, 현재는 제일 번화한 상권이 황리단길로 옮겨갔다고 해요.

 

황리단길을 돌아다니며 구경하기 시작했어요. 황리단길 상권은 꽤 컸어요. 여기에 계속 개발중이었어요. 황리단길 중심으로 골목 내부까지 상권이 확장되고 있는 중이었어요. 완전히 완성된 상권이 아니라 계속 옆으로 확장중인 곳이었어요. 큰 길에도 여러 재미있는 식당, 가게가 많았고, 골목 안에도 흥미롭게 생긴 식당, 가게가 많이 있었어요.

 

"어디 괜찮은 카페 없나?"

 

큰 길이 아니라 골목 속에서 돌아다니고 있을 때였어요. 슬슬 카페 가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요. 무리해서 강행군하러 온 곳이 아니라 정말 쉬고 놀려고 온 곳이었어요. 애초에 이날 여행 일정은 '황리단길에서 놀다가 중앙시장 야시장 가서 밥먹기'가 전부였어요. 처음부터 황리단길 가서 구경하다가 괜찮은 카페 있으면 들어가서 쉬며 시간 보낼 계획이었어요.

 

어디가 좋은지 하나도 안 찾아봤다.

 

황리단길에서 괜찮은 카페 보이면 들어가서 시간 보내며 놀기로 정하기는 했지만 그 이상은 하나도 안 정했어요. 일단 가서 직접 보고 결정하기로 했어요. 한 바퀴 대충 돌아다녔어요. 이제 괜찮아보이는 카페를 골라서 들어가야 할 차례였어요.

 

"저기 좋은데?"

 

 

한옥 카페가 하나 있었어요. 오브 스토리지 카페였어요. 담장이 낮아서 내부를 볼 수 있었어요. 내부는 한옥을 개조해 만든 개방형 공간이었어요.

 

"저기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시간 보내야겠다."

 

오브스토리지 카페 안으로 들어갔어요.

 

경상북도 경주시 한옥 카페 오브스토리지 주소는 경상북도 경주시 사정로57번길 9에요. 지번 주소는 경상북도 경주시 사정동 37이에요.

 

 

오브스토리지 카페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여러 과일청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었어요. 과일청이 들어간 커피도 판매하고 있었어요. 실제 메뉴 중에도 에스프레소 수제청 라떼가 있었어요. 수제청 음료가 메인인 것 같았어요.

 

 

제가 갔을 때는 카페에서 시간 보내기에는 약간 애매한 시각이었어요. 슬슬 저녁식사 시간으로 넘어가려고 하던 때였어요. 카페 내부에는 사람들이 군데군데 거리를 많이 두고 앉아 있었어요. 그래서 내부 공간을 잘 보여주는 사진을 많이 찍지는 못했어요.

 

경주 오브스토리지 카페는 기존 한옥 건물을 현대식 목조 개량 한옥 스타일로 개조한 카페였어요. 과거에는 아마 다 방으로 나뉘어져 있었겠지만 벽을 다 트고 넓은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그리고 전면부 벽이 있었던 자리에 미닫이 유리문을 달아서 개방형으로도 사용할 수 있고 폐쇄형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놨어요.

 

제가 갔던 날은 날이 우중충하기는 했지만 비가 내리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유리문을 모두 열고 실내를 개방형 공간으로 만들어놨어요.

 

 

"여기는 정원 야외 좌석에서 시간 보내는 게 좋겠다."

 

경주 황리단길 한옥 카페 오브 스토리지는 실내 공간도 예뻤어요. 내부 공간은 갈색 나무 배경에 장식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내부 공간은 차분하고 안정을 주는 느낌이었어요. 실내에 앉아도 좋겠지만 여기는 그보다는 실외 정원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 더 좋아 보였어요.

 

제가 간 날은 마침 실외 정원 벤치를 이용하기 딱 좋은 날이었어요. 적당히 우중충했어요. 날이 너무 덥거나 춥지 않았어요. 실외 공간의 단점은 날씨와 기상조건에 너무 취약하다는 점이에요. 정원에 있는 벤치에서 바깥을 보며 시간을 즐기면 시원하고 좋아요. 정원에서 커피 마실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요즘 별로 없기 때문에 정원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특별해요. 하지만 문제는 눈, 비가 오면 야외 공간에서 앉아 있을 수 없어요. 여기에 단순히 기상 조건이 안 좋을 때만 야외 공간을 이용하기 힘든 것이 아니에요. 한여름 뙤약볕이 내리쬘 때는 야외 공간 이용하기 힘들어요. 한여름에는 차양을 쳐줄 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 이전에 카페까지 갈 때 이미 더워서 헥헥거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일텐데 그때는 야외 공간이 별로 환영받지 못할 거에요.

 

제가 간 날은 운이 좋은 날이었어요. 야외공간을 이용하기 매우 좋은 때였어요.

 

 

정원 테이블 주변은 꽤 예쁘게 꾸며놨어요. 사진 찍으면 매우 예쁘게 잘 나올 공간의 구성이었어요. 한옥 담장과 정원 구석에 심어진 나무들의 조화가 좋았어요. 너무 덥거나 추운 날에는 야외에서 사진만 찍고 실내로 후다닥 달려들어가면 딱일 거에요.

 

 

저는 여기에서 자몽 에스프레소 라떼를 마셨어요.

 

 

자몽 에스프레소 라떼는 매우 맛있었어요.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자몽향이 원래 커피가 품고 있었던 것처럼 매우 자연스러웠어요. 자몽청을 넣은 커피가 아니라 커피가 원래 자몽향 진하게 풍기는 독특한 종류라는 착각을 불러일으켰어요. '자몽과 커피가 섞인 음료'가 아니라 '자몽향 커피'였어요.

 

 

경주 황리단길 한옥 카페 오브 스토리지는 꽤 괜찮았어요. 정원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시원한 한옥풍 공간을 즐기는 시간도 좋았고, 자몽청이 들어간 커피도 독특하고 매우 맛있었어요.

 

경상북도 경주 황리단길 한옥 카페 오브스토리지에 대한 평은 아마 기상 조건에 따라 조금 크게 갈릴 것 같았어요. 정원을 잘 이용할 수 있을 때 간다면 매우 좋을 거에요. 하지만 날씨 문제 또는 계절 문제로 정원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면 만족도가 조금 떨어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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