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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관광학계에서는 여행에 대해 집을 떠나 하루 이상 머무르는 것이라는 정의를 주로 사용해요. 그러나 이 정의는 요즘 세상에 잘 맞지 않아요. 당일치기 여행은 이 정의에서 완벽히 벗어나니까요.


'여행'이라는 단어는 여러 곳에서 상당히 많이 사용해요. 여러 곳에서 사용하는 '여행'의 용법을 취합해서 정리해보면 하나의 교집합이 나와요.


익숙한 것에서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잠시 이동했다가 돌아오는 것


반드시 물리적인 장소의 이동만을 의미하지 않아요. 당장 올해 유행했던 '랜선 여행'은 여행을 물리적인 장소의 이동으로 제한하면 완전히 단어 잘못 쓴 게 되요. 오늘날 '여행'이라는 단어의 용법은 익숙한 것에서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잠시 이동했다가 돌아오는 것이라 봐야 해요. 익숙하지 않고 어색한 세계로 잠시 갔다 돌아오는 것이 바로 오늘날 '여행'이라는 단어의 실제 의미라 할 수 있어요. 사전에 어떻게 나와있든 간에 사람들이 그렇게 쓰고 있으니까요.


요즘 들어서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 친구들이 제주도는 지금 코로나로 난리라고 제게 말해주고 있어요. 제주도도 사회적 거리두기 이야기가 나오는 모양이었어요.


"거기는 이제야 그래? 여기는 그게 벌써 한달째야."


제 고향 제주도는 뭐든지 다 느려요. 수도권은 11월 24일부터 완전 망했어요. 그동안 검사 제대로 안 하고 K-방역 설레발만 치는 동안 전염병은 퍼질 대로 다 퍼졌어요. 그게 이제 드러나는 것 뿐이었어요. 제가 제주도 사는 친구들에게 말해줄 때는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았어요. 제주도는 지금 멀쩡하고 상관없다는 식이었어요. 하지만 그건 단지 제주도가 매우 느렸을 뿐이었어요. 제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오직 이미 다 퍼질대로 퍼진 게 이제서야 드러나고 있는 거니까 뉴스 보고 확진자 쏟아져나온다고 충격받을 필요 없다는 것 뿐이었어요.


2020년 11월 24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바로 2020년 11월 24일부터 수도권은 죽은 도시처럼 되었어요. 카페 실내취식 전면 금지로 인해 돌아다니기 매우 불편해졌어요. 수도권 길거리 분위기도 매우 나빠졌어요. 연말연시 대목을 노리고 여기저기에서 흥겨운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퍼지고 아름다운 조명이 반짝여야할 이때에 어둠이 도시에 깔리는 순간 도시는 죽은 자들의 공간처럼 변하고 있어요. 이게 벌써 거의 한달째에요.


올해 3월에는 내가 이와 비슷한 모습 보고 인버스, 곱버스를 탔지.


2020년 11월 24일부터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었어요. 그때부터 점점 한국 경제가 다시 큰 위기를 맞아가는 것이 또 확실히 드러나기 시작했어요. 증시는 거침없이 폭주하고 있지만 실물 경제는 엉망진창 수준을 넘어서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어요.


한국 증시가 오르는 이유? 별 거 있나. 돈 엄청 풀릴 거라는 기대 때문이지.


이제 사람들은 학습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면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릴 수 밖에 없어요.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리면 시중에 돈이 엄청나게 많이 풀리기 때문에 유동성의 힘으로 증시를 말아올라가요. 2020년 11월 24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조치 발동부터 사람들 예상과 달리 실물경제는 폭망해가는데 증시가 위로 달린 이유는 이 때문이에요. 주식 시장 용어로는 '선취매'라고 할 수도 있을 거에요. 3차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릴 확률은 100%고, 수혜 범위의 문제만 존재할 뿐이니까요.


지금 당장은 자영업자만 지원하겠다고 확실히 선을 긋고 있지만 모르는 일이에요. 수도권은 벌써 이 거지같은 상황이 한 달째 지속중이에요. 자영업자만 지원해줘봐야 가게에 갈 손님이 계속 줄어들고 있으니 자영업자한테 지원해줘봐야 아무 소용 없어요. 손님 없는 좀비기업만 대거 양산될 뿐이죠. 실물 경제 파탄 상황은 월급쟁이 철밥통 정규직들에게는 아직 그렇게 안 와닿을 수 있지만 국민 대부분의 수입을 점점 고갈시켜가는 거거든요.


여기에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지 않고 오히려 더 강화만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니 돈 벌 방법이 주식 외에 딱히 없어져가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어요. 가게 열어봐야 파리만 날리는데 돈은 벌어야 하고, 자기 자신의 가게만 안 되는 게 아니라 다 안 되는 상황이라 돈 벌기 위해 딱히 뭐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러면 자금력 상관 없이 자신이 갖고 있는 돈에 맞춰서 트레이딩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주식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도 늘어나게 되요.


이번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테마주다.


2020년 3월 상황과 달랐어요. 이번에는 누구나 결국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돈이 더 풀릴 거라는 걸 알고 있어요. 현금을 직접 꽂아주는 대상은 자영업자로 한정될 수 있겠죠. 하지만 자영업자들한테만 돈 줘봐야 좀비기업만 잔뜩 양산하고 결국 대부분 망할 게 뻔한 상황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전염병 확산이 진정되면 전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다시 줄 수도 있고, 또는 여러 쿠폰을 뿌려서 소비를 살리는 간접적인 지원 방식을 택할 수도 있어요. 이걸 모두가 아는데 뭔 수로 증시가 폭락해요. 3월에는 이런 방식을 아무도 못 떠올릴 때니까 증시가 고꾸라질 게 뻔했고 인버스, 곱버스 타는 것이 맞았지만요.


어디 돌아다닐 수도 없어요. 돌아다녀봐야 뭐 하겠어요. 밥 먹고 돌아다니다 추워서 또 몸 녹이려고 밥 먹고 돌아다니다 또 몸 녹이려고 밥 먹는 건 불가능해요. 가능하기야 하겠죠. 음식 다 남기고 버리고 몸 녹이는 데에 의의를 둔다면요. 그러나 그러고 싶지는 않았어요. 낮에도 장사하는 호프집 가서 낮술 마시며 몸을 녹이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제가 술을 참 안 좋아해요. 참 안 좋아하는 수준이 아니라 몸에서 아예 안 받아서 못 마시고 술을 싫어해요.


그렇다, 이번 12월은 사회적 거리두기 테마주 여행이다.


한국 증시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테마주, 작전주, 개잡주 단타죠. 초장기 가치투자요? 그런 건 미국에서나 가능한 일이구요. 한국은 삼성전자 외에는 10년 가치투자해서 제대로 된 사람 하나도 없어요. 이는 비꼬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진실이에요. 한국 주식 세계를 여행해보고 싶다면 무조건 반드시 테마주, 작전주, 개잡주 세계로 여행해야만 해요.


밖에 안 나가고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게임은 한국 주식 투자. 하루만 들고 있어도 초장기 가치투자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한국 주식 세계 여행이야말로 바로 이 시기에 해볼 진정한 여행이었어요. 이럴 때 아니면 또 언제 테마주 여행을 해보겠어요. 지금 이 상황을 제대로 느끼며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뭐니뭐니해도 한국 증시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테마주 여행을 하는 것이었어요.


처음 시작은 아예 연재물을 만들 생각까지는 없었어요. 재미로 게임처럼 깔짝이며 소소하게 노는 정도였어요. 주식 사고 팔고 하는 건 알고 있으니까요. 사회적 거리두기 테마주만 건드릴 생각은 없었어요. 그러나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 테마주 여행에 점점 빨려들어갔어요. 지금 이 상황에서 핫한 테마는 뭐니뭐니해도 사회적 거리두기 테마니까요. 밖에 돌아다니지 않아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금 현재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스토리가 다 담겨 있는 테마주 세계가 바로 사회적 거리두기 테마주였어요.


이럴 때 아니면 또 언제 테마주를 건드려봐?


주식 시장에 존재하는 여러 테마 중 제가 목격하는 지금 이 현실을 보고 들어갈 만한 테마주들이 아주 핫했어요. 테마야 항상 존재해요. 정치 테마주도 있고 대북 테마주도 있고 많아요. 하지만 이런 것 중 제가 직접 체험하고 실시간으로 듣고 보는 것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정말로 여행하는 기분으로 테마주를 건드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면 이보다 더 재미있는 게임도 없다.


반드시 돈을 벌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소소하게 1주만 깔짝이면 주식보다 더 재미있는 게임도 없어요. 승패 확실히 갈리고 채점도 실시간으로 해줘요. 내가 돈을 따면 내가 맞은 거고, 내가 돈을 잃으면 내가 틀린 거에요. 돈을 많이 따면 고득점 대승, 돈을 많이 잃으면 저득점 대패. 얼마나 깔끔해요. 되도 않는 소리 씨부리며 망상이 옳다고 싸울 필요도 없어요. 깔끔하게 자기 생각에 맞는 주식 사서 돈 버나 잃나 따지면 되요. 이러면 쓸 데 없이 박박 우겨가며 말싸움하면서 시간 낭비할 필요도 없어요.


광기에 휩싸인 군중과 함께 할 수 있어요. 방안에서 혼자 트레이딩하더라도 네이버 종토방, 디씨인사이드 코스피 갤러리 등 주식 관련 커뮤니티 가면 광기에 휩싸인 무수히 많은 대중과 함께 할 수 있어요. 물리적 공간에서는 혼자지만 온라인 세계에서는 광기와 열정에 휩싸인 군중과 함께 소리치는 초거대 도박장, 경마장이 바로 한국 주식 시장이에요.


방법도 쉬워요. 오색찬란한 불빛을 뿜어내는 슬롯머신처럼 빨간불과 파란불로 빛나는 주식 종목들 중에서 하나 골라 돈 넣고 땡기면 되요. 오락기에 돈 넣는 것만큼 쉬워요. 게임기에 돈 넣으려면 돈을 투입금액 투입구 설정에 맞게 바꿔야하는 귀찮음이 있지만 주식은 그런 것도 없어요. 계좌에 입금하면 끝이에요. 마음에 드는 종목 하나 골라서 한 판 땡기면 시간 잘 가요. 돈 걸리니까 그만큼 더 다이나믹하게 재미있구요. 욕심 버리고 소소하게 하면 당신도 겜블러가 될 수 있어요.


큰 돈을 벌 생각이 아니라 소소하게 갖고 노는 게임처럼 즐길 생각이었기 때문에 딱 1주만 거래하기로 했어요. 돈을 증권사 계좌에 입금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테마주 세계를 여행했어요. 역시 엄청나게 재미있었어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승부 그 자체에 집중하니 이렇게 재미있는 게임이 또 있을까 싶었어요.


그해 그 겨울 그 테마주 여행 - 에필로그


사회적 거리두기 테마주 여행


(승) 016580 환인제약 - 우울증, 제약

(승) 011200 HMM - 세계적 해운 물류 대란

(승) 015890 태경산업 - 백신 운송 드라이아이스

(승) 006740 영풍제지 - 택배, 골판지

(승) 032620 유비케어 - 원격진료

(승) 067010 이씨에스 - 재택근무

(패) 289010 아이스크림에듀 - 온라인 수업

(승) 004540 깨끗한나라 - 마스크

(승) 057030 YBM넷 - 온라인 교육

(패) 029960 코엔텍 - 쓰레기, 폐기물

(승) 009900 명신산업 - 급등주

(패) 011150 CJ씨푸드 - 간편식, HMR

(패) 003720 삼영화학 - 배달음식 포장


종합 성적 9승 4패 +133원


중간에 명신산업은 사회적 거리두기 테마주는 아니지만 여행을 뭐 계획대로만 가나요. 중간에 계획에 없는 경로 이탈도 한 번 할 수 있죠.


여행은 돈 쓰러 가는 건데 사회적 거리두기 테마주 여행은 오히려 돈 벌어서 돌아왔어요. 제 인생 최초로 돈 벌어서 돌아온 여행이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 테마주 여행 성적은 133원 수익. 여행도 하고 돈도 벌었어요.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우울함 밖에 없는 이 시기, 무채색으로 도배된 풍경 속에서 이렇게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며 여행하고 돈도 벌었으니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12월 8일부터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 테마주 여행이 드디어 끝났어요. 이제 한동안 주식 거래는 안 할 생각이에요. 생각이 바뀌어서 또 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웬만해서는 안 할 생각이에요. 마지막 삼영화학을 건드렸을 때 느꼈어요. 3월달 내내 인버스, 곱버스로 재미보다가 4월초 인버스, 곱버스를 탔을 때 느꼈던 이상한 느낌 비슷한 느낌을 느꼈어요. 뭔가 꼬이고 방향이 바뀌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번 여행을 끝내야될 때가 되었어요.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갈 때가 왔어요.


사회적 거리두기 테마주 여행은 올 한 해 마무리로 아주 좋은 여행이었어요. 올 한 해를 이것보다 더 마음에 들게 정리할 방법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못 찾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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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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