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삼대악산 (2010)

삼대악산 - 01 설악산

좀좀이 2011. 11. 1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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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국립공원 : http://seorak.knps.or.kr/


개인적으로 속초를 매우 좋아해요. 2009, 친구와 함께 속초로 여행을 간 적이 있어요. 원래 속초에 갈 계획은 없었지만 강릉에서 차 없이 여행하기 너무 불편하고 크게 볼 것이 없었어요. 더욱이 둘이 조용히 맥주를 마시러 들어간 호프집 안주가 생긴 것은 참 맛있어 보였는데 맛이 아무 맛이 없었어요. 웬만하면 맛있는 소시지도 맛이 없었고 스파게티는 색은 참 그럴싸한데 편의점에서 파는 냉동 스파게티를 전자레인지에 돌린 것보다도 맛이 없었어요. 사이좋게 대분노. 당장 강릉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강원도 왔으면 설악산 정상을 가 봐야하지 않겠어?’라는 친구 말에 무작정 속초로 떠나 울산바위 정상을 올라갔어요. 하지만 울산바위는 설악산의 정상이 아니었어요. 설악산의 정상은 대청봉. 어쨌든 설악산 울산바위 등산을 무사히 잘 마치고 속초시 여기저기를 걸어서 잘 구경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속초를 참 좋아하고 있어요.

 

설악산 정상이나 한 번 가볼까?”

설악산은 고등학교 수학여행때 비선대, 백담사를 가 보았고, 친구와 흔들바위, 울산바위를 다녀왔어요. 사람들이 정말 아름답다고 말하는 설악산. 그리고 험하기로 유명한 설악산. 급히 옷가지만 챙겨 전철에 올라탔기 때문에 여행정보가 충분하지 않았어요. 설악산 정상을 속초에서 설악동 가는 버스를 타고 들어가면 된다는 것 정도는 울산바위 정상을 갈 때 한 번 가 보았기 때문에 알고 있었어요. 가장 좋아하는 도시인 속초, 더욱이 한 번 가 보아서 길도 대충 아는 속초로 간다는 점과 정말 아름답고 험하다는 설악산 등산이라는 점이 다른 지역들보다 압도적인 점수를 획득했어요.

, 설악산이나 지리산 가자. 둘 다 버스 좀 알아봐.”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지리산과 세 번째로 높은 설악산. 사실 이때만 해도 지리산 정상을 가고 싶었어요. 문제는 길을 잘 모른다는 점과 교통비가 너무 많이 든다는 점이었어요. 서울을 기준으로 지리산을 가는 비용은 속초 왕복 비용과 맞먹었어요. 더욱이 지리산은 매우 큰 산. 당일치기 코스를 찾아보니 진주에서 들어가는 길 외에는 없었어요. 한때 친구가 진주에 살아서 진주에 몇 번 가보기는 했지만 진주 지리는 잘 몰랐어요. 그때야 친구가 진주 지리를 잘 알았기 때문에 친구 뒤만 따라가면 되었거든요.

지리산은 너무 비싼데?”

저도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았지만 친구도 주머니 사정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 지리산은 길을 잘 몰라서 포기. 이왕이면 산과 바다 둘 다 즐길 수 있는 코스를 찾다보니 제가 아는 선에서는 설악산과 남해 금산밖에 없었는데 교통비에서 남해 금산은 탈락. 제가 가고 싶었던 산에서 지리산과 남해 금산이 탈락하면서 남은 것은 설악산 하나 남았어요.

 

설악산 가자.”

친구집에 도착하자마자 설악산에 가자고 말했어요.

설악산?”

. 거기 가는 길 내가 알아. 속초에서 들어가면 돼. 일단 오늘 속초로 넘어가서 찜질방에서 자고 내일 등산하고 바로 서울 돌아오든지 아니면 하루 또 머무르면서 구경하고 오든지. 속초 여행하기 좋아.”

속초를 여행했던 일을 이야기해주면서 친구를 설득했어요. 친구는 적당히 북한산이나 다녀올 생각이었거든요. 일단 속초는 정말 눈부시게 아름답고 버스노선도 잘 되어 있고 걸어다니면서 구경하기도 좋은 도시라고 이야기했어요. 강릉은 무조건 버스를 타고 다니든 택시를 타고 다니든 걸어다니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속초는 충분히 하루 정도 걸어다니며 구경하기 좋은 도시라고 이야기하자 친구도 매우 좋아했어요.

 

너 준비는 많이 해왔어?”

산에 갈 계획으로 짐 싸왔어. 그런데 뭐 옷가지만 잘 챙기면 되니까. 신발은 이제 사야하고, 물이나 간식 같은 것도 이제 구입하면 될 거구.”

나머지는 전부 현지조달?”

신발 사러 용산 갈 건데 가서 다 사버리면 되지. 나머지는 그냥 현지조달하구.”

 

예상일정 1: 서울 -> 속초 -> 속초 야경 구경하고 찜질방에서 1-> 설악산 대청봉 -> 속초 구경 -> 서울행 버스 탑승

예상일정 2: 서울 -> 속초 -> 속초 야경 구경하고 찜질방에서 1-> 설악산 대청봉 -> 속초 찜질방에서 1-> 속초 구경 -> 서울행 버스 탑승

 

예상일정은 속초시 구경과 설악산 등산이었어요. 이렇게 다녀오면 동해 바닷가도 잘 구경하고 등산도 잘하고 일정도 길지 않은 님도 보고 뽕도 따는 환상의 여행. 수요일은 학원 출근해야 하는데 이렇게 다녀오면 2안으로 다녀오더라도 화요일에 서울 돌아와 빨래를 세탁기에 돌리면서 푹 쉬어서 다음날 출근에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았어요. 이미 일요일 저녁이었지만 시간 낭비가 없는 환상의 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용산?”

. 나 당장 신발 사야지.”

그런데 너 가방 왜 이리 무거워?”

친구가 제 가방을 열었어요.

아 미친등산 가는데 책을 이렇게 많이 가져오냐?”

급히 집에서 나오느라 옷가지만 가방에 우겨넣다보니 가방에서 책을 뺄 생각을 못했어요. 그래서 책을 잔뜩 가지고 친구 집에 온 것이었어요. 일단 가방에서 책을 빼고 용산에 가서 신발을 찾아보았어요.

별로 저렴한 신발이 안 보이는데?”

신발 매장 가야겠네.”

운동화 매장에서는 신발이 대체적으로 비싸고 모양도 예쁘지 않아서 등산화 매장으로 갔어요. 목표는 트래킹 용으로 나온 신발이었어요. 등산화와 트래킹화의 외관상 결정적 차이라면 등산화는 신발끈을 쇠에 걸게 되어 있다는 점이었어요.

이거 어때? 가격도 괜찮은 편이고 디자인도 좋은데.”

그런 건 안 돼. 학원갈 때 못 신어.”

?”

그런 거 신고 가면 애들이 선생님 등산가세요?’라고 하면서 뭐라 한단 말이야. 진도를 나가야 하는데 애들이 얼씨구나 트집거리 생겼구나 하면서 온통 내 신발 가지고 뭐라고 해서 안 돼. 일단 뭔가 말할 소재를 주면 그거가지고 계속 물어지고 이것저것 다 물어봐서 수업을 못하게 하려고 들기 때문에 아예 애들이 관심을 못 가질만한 걸 찾아야해.”

그렇게 한참 매장을 돌아다니다가 가격도 적당하고 디자인도 괜찮고 운동화처럼 신을 수 있는 신발을 찾았어요. 신발 구입이 끝난 후 등산 준비를 위한 장보기를 시작했어요.

일단 초콜릿. 초콜릿이 없으면 힘들어.”

그건 너무 커.”

친구와 초콜릿을 얼마나 살지 옥신각신하다가 미니 초코바가 들은 가장 작은 봉지를 사기로 했어요. 이왕 마트에 온 김에 시식도 해 보고 이것저것 구경하는데 친구의 들뜬 목소리.

, 소시지 사자.”

좋지!”

소시지를 많이 먹는 편은 아니지만 어릴 때 문방구에서 많이 사먹던 치즈소시지를 보자 바로 결정. 평소라면 약간 고민을 했을 수도 있어요. 등산할 때 소시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설악산은 험한 산. 울산바위 정상 가다가 진짜 어마어마한 고생을 해 보았어요. 폭염 속에 물을 조금만 준비해 갔다가 비싼 물 열심히 사서 마시고 쫄쫄 굶으며 올라가 내려올 때에는 거의 쓰러지다시피 했어요. 거기에 땀과 먼지에 절어 냄새나는 몸을 그대로 심야 버스에 실어서 서울까지 와서 불필요한 택시까지 타야만 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절대 실수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어요. 어차피 심야버스 타고 돌아와서 택시타고 집에 들어갈 돈이면 찜질방에서 푹 쉬고 다음날 아침에 돌아와도 되요. 물론 택시비보다야 찜질방비가 더 많이 나오겠지만 그래도 이것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이에요. 어차피 산에 들고 갈 점심이라고 해봐야 김밥일 것이고 그것만으로는 택도 없이 부족할 것이었어요. 그래서 흔쾌히 동의. 바로 장바구니에 투하.

일단 우리의 목표는 즐거운 산행. 살을 빼거나 정신과 육체를 단련하자는 것이 아니라 가서 즐겁게 산길을 걷고 정상까지 다녀오는 것. ‘등산이 아니라 여행에 가까웠어요. 잘 자고 푸지게 먹고 아름다운 경치까지 구경하기 위해 설악산에 가는 것이었어요.

산에 가면 족발이지. 족발 먹고 싶다.”

족발 코너 앞을 지나가는데 친구가 제안. 저 역시 고기에 굶주리고 있었어요. 고기를 보자마자 침이 꿀꺽꿀꺽. 무조건 사기로 마음먹었어요.

, 족발은 가장 마지막에 담자.”

썰어서 포장한 족발이 팔리고 새로 썰어서 포장한 족발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보통 때 같으면 그냥 족발을 집어넣었겠지만 그날따라 마트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했고 족발이 잘 팔리는 것 같아 보였어요. 그래서 둘이 걷는데 바로 앞에 훈제 바비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고민되네.”

바비큐가 나을까, 족발이 나을까?”

둘 다 진지하게 고민. 이것은 거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난이도의 문제. 하지만 지금은 도전정신이 충만한 때. 말로만 듣던 설악산 대청봉을 올라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거에요. 당연히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바비큐로 하자!”

고기는 골랐어요. 음료수도 대충 구입했고 간식도 구입했어요. 이제 가장 중요한 과일. 처음에는 귤을 고르려고 했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귤을 매우 안 좋아해요. 그리고 산에서 오이를 먹는 것은 거의 상식 수준으로 잘 알려진 것이지만 그런 무미건조한 것을 원하지는 않았어요.

때는 어느 해 여름. 부모님과 한라산을 올라가고 있었어요. 한라산을 올라가다 쉴 수 있는 평상에 앉아 쉬는데 어머니께서 배낭에서 노란 물체를 꺼내 제게 주셨어요.

꼭지는 이로 베어내고 먹어.”

참외였어요. 충분한 수분과 달콤함. 그리고 그 향기! 올라가는 사람들 모두 우리를 쳐다보았어요.

어머, 이게 무슨 향기로운 냄새지?”

산을 올라오시는 분들이 좋은 냄새로 수군거리며 왔어요. 우리가 산에서 참외를 먹고 있는 것을 보고 모두 군침을 꿀꺽꿀꺽 삼키기만 했어요.

참외 사자. 산에서 참외 먹으면 순식간에 왕이 되는 거야!”

참외?”

그래, 참외. 산에서는 참외가 최고라니까!”

산에 갈 때는 오이 아니야?”

친구의 너무나 당연한 질문. 그러나 제 경험상 오이보다는 참외가 나았어요. 걸어 올라가며 오이를 우적우적 먹는 것도 좋지만 쉴 때 참외 하나 우적우적 먹는 것이 훨씬 더 좋았어요. 일단 참외 하나면 먹은 느낌은 들어서 배고픔도 사라지고 당분이 많고 수분도 많아서 좋은 에너지원이 되었거든요.

 

장보기를 끝내고 다시 친구 집에 돌아와서 신발을 갈아 신었어요. 친구도 짐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았어요. 일단 친구 배낭 자체가 무거워서 식량과 물은 제 것에 많이 담기로 했어요. 구입한 것은 바비큐, 500ml 4, 초콜릿 1봉지, 치즈 소시지 1봉지, 참외 4개였어요.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산에 올라갈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친구는 완벽주의자. 준비를 대충하는 일이 절대 없어요. 동네 동산에 간다고 해도 물과 간식을 꼭 챙겨갈 친구에요. 아예 위험한 상황에 닥치지 않게 준비를 철저히 하자는 주의를 가지고 있는 친구라 저거 가지고 가자고 하면 당장 펄펄 뛸 녀석. 저 역시 울산바위 올라갈 때 준비를 대충했다가 돈은 돈대로 엄청 쓰고 고생은 고생대로 진탕 했던 기억이 있었어요. 하지만 모든 것을 다 사갈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속초에 가서 구입하면 되니까요. 무엇을 안 사고 안 챙겼는지 체크만 잘하면 나머지는 속초에서 해결하면 되는 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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