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오늘의 잡담

코로나 사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적용중인 서울의 밤

좀좀이 2020. 9. 11.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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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에서 친구를 만나서 밥을 먹고 친구와 잠시 같이 산책했다.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매우 많이 없었다. 밤 9시가 넘자 식당들은 불을 끄고 문을 닫기 시작했다. 카페도 테이크아웃하는 카페를 제외하고는 전부 문을 닫기 시작하고 있었다. 밤 9시가 넘자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친구와 헤어져서 노량진역에서 150번 버스를 타고 종로5가로 가는 중이었다.


2020년 9월 10일 밤 9시 50분. 신용산역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사람 진짜 없네.'


신용산역


용산역 앞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해서 별로 놀라지는 않았다. 이쪽은 원래 밤이 되면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버스 안에서 신용산역 풍경 사진을 찍어서 예전에 숭실대 근처에서 같이 살던 친구에게 보내줬다. 숭실대 근처에서 친구와 같이 살 때, 쌀이 떨어지면 대략 이 시각 즈음에 용산역 이마트 가서 장을 보고 돌아오곤 했기 때문이었다.


버스는 어둠 속을 달리고 있었다. 버스에 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 시각에 이렇게 버스에 사람이 없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버스 안에는 나와 버스 기사님까지 포함해서 여섯 명 정도만 있을 뿐이었다. 보통은 버스 안에 사람이 절반 정도는 차 있었다. 이날 내가 탄 버스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때문인지 정말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이상하지는 않았다. 같은 시각이라고 해서 버스에 사람이 항상 많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버스를 타고 서울시청까지 왔다. 노량진에서 서울시청까지는 밤에 사람들이 별로 없다. 여기까지는 거리에 사람이 없다고 해서 별로 놀라지 않았다. 노량진에서 밤에 버스를 타고 종로5가까지 갈 때 창 밖을 보면 노량진에서 서울시청까지는 귀가하는 사람들이나 있지, 그냥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별로 없기 때문이었다. 여기는 코로나 이전부터 나날이 밤에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던 곳이었기 때문에 놀랄 게 없었다.


버스가 광화문 광장을 향해 달려갔다.


'아, 진짜 심각한데?'


광화문 광장에 사람이 없었다. 열 명 채 안 되었을 거다. 버스 안에서 광화문 광장에 사람이 몇 명 있는지 쉽게 셀 수 있었다. 광화문 광장 근처에 있는 할리스커피 24시간 매장은 불이 아예 꺼져 있었다. 광화문 광장에는 경찰이라도 있기 마련인데 그냥 사람 자체가 없었다. 여기는 교보문고가 있고 기업들 빌딩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자정 즈음까지 거리에 행인이 많은 곳이었다.


버스가 우회전을 해서 종로로 진입했다.


종각


버스 창문 밖으로 보이는 광화문광장쪽 종로 대로. 종로1가에 사람이 없었다. 이런 풍경 자체가 어색하지는 않았다. 예전에 심야시간에 돌아다닐 때 많이 보던 풍경이었다. 그런데 그건 심야시간에 돌아다닐 때였다. 최소 새벽 1시는 되었을 때 풍경이었다. 자정 즈음까지는 종로1가에 사람들이 있었다. 이걸 인적이 드물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까 싶었다. 빌딩 전체의 불이 다 꺼진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이 있어서 불을 켜놓은 것인지 그냥 불을 켜놓은 것인지조차 분간이 안 되는 풍경이었다.


'지금 대체 몇 시야?'


몇 시인지 확인해봤다. 불과 밤 10시였다. 2020년 9월 10일 목요일 밤 10시의 서울 광화문 근처 종로1가 풍경이 이랬다. 사람이 없는 순간을 촬영한 것이 아니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뭔 수로 창 밖 사람 많은 길거리에서 사람이 없는 순간을 기다려서 사진을 찍냐. 사진을 잘 들여다보면 횡단보도에서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껴안고 있다. 이 순간이 이 거리에서 사람 제일 많은 순간이었다. 우연찮게 사람 없는 순간을 촬영한 것이 아니라 우연히 사람 제일 많은 순간을 촬영한 것이었다.


버스에 타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버스 정류장마다 사람이 없었다. 종각역부터 종로5가까지 버스가 달리며 정류장마다 멈춰섰다.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더라도 버스 정류장에 있는 사람들은 항상 그래왔듯 사람들이 꽤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조차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내가 노량진에서 타고 가는 버스는 150번 버스로, 종로대로를 전부 지나서 대학로, 미아역, 수유역 등을 거쳐 도봉산까지 가는 버스였다. 이 버스는 사람들이 항상 많이 이용한다. 노량진에서 서울시청까지 갈 때는 사람이 거의 없을 때도 있지만 최소한 종로부터는 사람들이 한둘씩 계속 탄다. 그런데 종각역에서 종로5가 효제초등학교 버스 정류장에 도착할 때까지 이 버스에 탑승한 승객은 세 명 남짓이었다.


길거리에도, 버스정류장에도 사람이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길거리에 사람이 가장 없는 시각은 일요일 새벽 심야시간이다. 요즘은 '불금'이라고 하지, '불토'라고 하지 않는다. 일요일 새벽 심야시간은 길거리에 사람들이 정말 없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코로나 사태 이전 일요일 새벽 심야시간때보다도 사람이 훨씬 더 없었다.


종로5가 효제초등학교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다. 역시나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 자동차조차 별로 없었다. 이렇게 휑한 모습은 원래 자정 넘어서야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종로5가에서 종로5가 효제초등학교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에는 자정 즈음까지는 항상 사람들이 있다. 나처럼 대학로 쪽으로 올라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종로5가 효제초등학교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사람들, 길거리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 종로5가 여관거리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길이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다.


의정부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창밖 풍경 영상 촬영해볼까?'


문득 버스에서 창밖 풍경 영상을 촬영하면 어떨지 궁금했다.


'대학로 한 번 촬영해봐야지.'


버스 안에서 대학로 밤 10시 30분 풍경 영상을 촬영했다.



'진짜 사람 없네.'


대학로는 종로대로보다는 사람이 많았지만 사람이 거의 없었다.


버스에 탑승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없었다. 이 버스도 이 시각에는 원래 사람들이 많이 탄다. 그러나 버스 승객은 평소 이 시각 탑승 인원의 1/4도 안 되었다. 수유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버스 안에는 빈 자리가 많이 남아 있었다.


수유역 근처까지 오자 이번에는 버스 안에서 수유역부터 쌍문역 번화가 밤 10시 58분 풍경 영상을 촬영했다.



'진짜 심각하네.'


수유역은 서울 강북구의 유흥가다. 여기는 자정까지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그런데 역시나 휑했다. 수유역에 있는 24시간 카페인 엔제리너스 커피도 2층은 불이 꺼져 있었다.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은 서둘러 귀가하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중에 여자친구가 내게 집에 도착했냐고 물어봤다.


'지금은 딱히 늦은 시각이 아닌데...'


자정도 안 되었는데 여자친구가 집에 도착했냐고 물어보자 매우 어색했다. 보통 서울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는 자정 넘어서였다. 종로5가 효제초등학교에서 버스를 타는 시간이 자정 넘어서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집으로 매우 일찍 귀가하는 중이었다. 늦은 시각이 아니라 평소보다 일찍 귀가중인데 집에 도착했냐는 질문을 받으니 지금이 진짜 자정도 안 된 시각이 맞나 싶었다. 창밖 풍경만 보면 확실히 예전 새벽 2시쯤의 풍경이었다.


버스가 의정부역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렸다.


'지금 몇 시지?'


주변 풍경을 보고 당황했다. 서울에서만 해도 주변 풍경을 보고 당황하지 않았다. 막상 의정부역에 도착하자 지금 내가 제대로 된 시간에 존재하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분명히 자정을 넘지 않은 시각이었지만 내 스마트폰 시계가 잘못 나오고 있는 것 아닌가 싶었다. 마침 여자친구가 이제 집에 도착했냐고 다시 물어봤다. 여자친구에게 지금 자정 안 넘은 거 맞냐고 물어봤다.


의정부역 버스 정류장 주변은 자정에도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버스를 타고 귀가하는 사람들, 버스를 타고 서울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자정 조금 넘어서까지는 북적인다. 게다가 의정부역 동부광장 근처는 의정부에서 가장 큰 번화가다. 여기는 새벽 1시까지는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곳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없었다. 버스를 타고 귀가하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조차 없었다.


이런 풍경은 새벽 2시에나 볼 만한 풍경이었다. 서울에서 자정 넘어서 108번 버스를 타고 의정부역에 도착했을 때나 보는 풍경이 자정 즈음에 펼쳐지고 있었다.


집을 향해 걸어갔다. 길거리에 불 켜진 가게라고는 오직 편의점 뿐이었다. 모든 가게가 불까지 꺼버렸다.


2시간 후가 아니라 20년 전으로 돌아온 거 같아.


길거리 풍경은 단지 스마트폰 시계가 보여주고 있는 시각에서 2시간 앞선 시각의 풍경이 아니었다. 이건 마치 20년 전 풍경 같았다. 전철 막차가 빨리 끊기고, 버스도 빨리 끊기던 20년 전 풍경이었다. 세상은 자정인데 홀로 새벽 2시 길거리를 걷는 것이 아니라 세상은 2020년인데 홀로 2002년 길거리를 걷는 기분이었다.


'대체 올해 어떻게 될 건가?'


시간이 20년 전으로 돌아가버린 것 같은 풍경. 길거리에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깜깜한 골목길. 풍경은 20년 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는 1주일 더 연장될 수도 있다고 하고 있었다. 올해 2월과 3월 밤 풍경 분위기보다 지금이 상황이 훨씬 더 안 좋아보였다. 2월과 3월 길거리 풍경은 공포가 가득한 풍경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쩌면 날씨가 너무 고약하고 추워서 사람들이 모두 일찍 집으로 돌아간 거였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해도 될 정도의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공포가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시간 자체가 20년 전으로 후퇴해버린 분위기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이건 미친 짓이야.


그냥 다 죽어버렸다. 그런 분위기였다. 이게 옳은 결정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는 미친 짓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이제 와서 대체 왜 유난을 떠는가. 5월에는 없었고 6월에도 없었고 7월에도 없었고 8월에도 없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벽지에 곰팡이가 없다고 집에 곰팡이가 없다고 좋아하다가 장판을 들어보고 옷장을 열어보니 곰팡이가 바글바글 피어있었던 거다. 이미 2월부터 무증상 감염자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었다. 곰팡이가 안 보이는 곳에서 계속 증식해나가듯 무증상 감염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장판을 들춰보고 옷장 문을 열어본 그 순간처럼 8월 16일부터 감염자를 찾아보기 시작하자 그동안 숨어 있었던 무증상 감염자가 쏟아져나오기 시작한 거다. 놀랄 것도, 누구를 비난할 것도 없다. 모른 척 눈 감고 지내야하는 걸 굳이 보겠다고 들춰본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랄까.


정부가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선별적으로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그것 때문에 연일 시끄럽다. 그런데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자영업자들에게 돈을 뿌려서 그들을 살려준다 치자. 그 다음에는 손님들이 돈이 없어서 가게를 안 가는데 이건 어떻게 할 것인가? 또 자영업자한테 돈을 뿌려댈 건가? 아니면 손님들이 돈이 없는 것이 문제니까 이번 차례에는 손님들에게 돈을 뿌려댈 것인가? 손님들에게 뿌려댈 거면 결국 모두에게 돈을 뿌린 셈 아닌가. 찔끔찔끔 여기저기 돈 뿌리다 효과는 안 나고 돈만 퍼부을 바에는 차라리 모두에게 한 방에 돈을 뿌리는 게 효과가 확실하다. 돈도 뿌리려면 돈다발 들고 군중 머리 위에 확 뿌려야 사람들이 열광하지, 누구 하나 간택해서 다른 방으로 불러서 돈 쥐어줘봐라. 그딴 거에 누가 관심이나 갖나. 그런 게 무슨 분위기 살리는 효과가 있나. 아니면 아예 균형 재정을 이유로 모두에게 주지 말든가.


설마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할 때 이 조치를 시행하는 순간 필연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또 다시 줘야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인가? 만약 전혀 몰랐다면 접싯물에 코 박고 죽는 게 우리나라를 위하는 길이다.


애초에 이번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완벽히 틀린 답이었다. 미국, 유럽에서 부작용이 하도 심해서 다시는 안 하겠다고 선포한 락다운을 왜 이제 와서, 그것도 뻔히 실험을 통해 결과가 도출된 걸 지금 왜 하고 있는 건가. 전세계가 이제 코로나 따위는 무시하고 살자고 결론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지금 뭐하는 짓인가. 병 걸려서 죽을 사람 목숨만 목숨이고 돈 못 벌어 죽을 사람 목숨은 벌레 목숨인가. 당장 올해 학교에 다니는 모든 학생들은 교육을 부실하게 받았는데 이들은 어떻게 감당할 건가. 전국민이 정신적으로 크게 스트레스 받은 것에 대한 사회적 비용은 무슨 수로 감당할 건가.


나는 지금 자정에 길을 걷고 있는 걸까, 새벽 2시에 길을 걷고 있는 걸까, 2002년 자정에 길을 걷고 있는 걸까. 혼란스러웠다.


깜깜한 거리에 멈춰서서 다시 한 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늘을 한 번 쳐다봤다.


시계는 멈출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지금 우리들은 시간의 흐름과 반대로 달려가고 있다.


가끔은 아는데 모르는 것이 최고의 답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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