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에 일본 도쿄 여행을 갔을 때였어요. 일본 여행 가기 전에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일본 먹거리를 이것저것 사서 먹어봤어요.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에비스 맥주였어요. 일본 에비스 맥주 맛은 예술이었어요. 상당히 아름다운 맛이었어요. 술을 안 좋아하지만 에비스 맥주만큼은 한 번 마시자 또 마시고 싶어졌어요. 단순히 맛있는 정도가 아니었어요.
에비스 맥주가 일본에서도 다른 맥주에 비해 가격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에비스 맥주는 가격이 다른 일본 맥주보다 비싸요. 상당히 도도한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는 맥주에요. 수입 초기에는 정말로 너무 도도하게 가격 정책을 펼치다가 흥행에 완전히 실패했고, 이후 가격을 내리기는 했지만 역시 다른 일본 캔맥주에 비해 비싼 편이에요.
술을 싫어하는 제가 마셔도 에비스 맥주는 너무 맛있었어요. 그래서 도쿄 여행 갈 때 일부러 에비스 맥주 박물관 투어를 신청했어요. 일본 가서 에비스 맥주 박물관도 구경하고 한국어 투어 참가해서 설명도 듣고 에비스 생맥주도 마셔보고 싶었거든요.
작년 8월 일본 도쿄 여행 계획에서 그 전까지 갔던 외국 여행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면 제가 일부러 스타벅스와 술 관련된 곳을 찾아갔다는 것이었어요. 이거 두 개는 원래 제가 절대 스스로 안 찾아갔어요. 그러나 일본 여행 가서, 그것도 하루는 아예 작정하고 스타벅스와 술 관련된 곳을 갔어요. 그것도 이 둘을 다 소화하기 위해 여행 중 절대 안 하는 아침 일찍 일어나기까지 해가면서요.
이른 아침, 일본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를 갔다가 나카메구로를 구경하며 에비스역으로 걸어갔어요. 산책하며 구경하기 매우 좋은 곳이었어요. 그러나 엄청나게 무더운 날이었어요. 이날만큼은 햇볕도 매우 뜨거웠어요. 에비스역에 도착하니 땀에 푹 절어버렸어요.
다행히 에비스 맥주 박물관 한국어 투어에 늦지 않았어요. 에비스 맥주 투어에 참가해 가이드분의 에비스 맥주 설명을 들었어요. 에비스 맥주 투어는 가이드분의 설명을 들으며 박물관을 쭉 둘러본 후, 에비스 맥주를 시음해보는 것으로 끝나요. 박물관을 쭉 둘러보는 중이었어요. 박물관에 전시된 것을 돌다 보니 전시관 출구쪽에는 현재 생산중인 에비스 캔맥주가 전시되어 있었어요.
'어? 에비스가 흑맥주도 있나?'
한국에서 본 에비스 맥주는 죄다 황금빛 캔이었어요. 다른 색 맥주는 별로 신기하지 않았어요. 정말 신기한 것은 바로 흑맥주였어요. 편의점 갈 때마다 일본 편의점은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살펴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에비스 맥주는 일본 편의점이라고 해서 별로 다를 것이 없었어요. 다 황금빛 캔이었어요. 그런데 에비스 캔맥주에 흑맥주도 있다고 전시되어 있었어요.
아무리 봐도 이상해서 시음 시간때 가이드분께 물어봤어요. 진짜 일본에서 에비스 흑맥주 캔맥주도 판매하냐구요. 가이드분께서는 가게 가면 있다고 대답하셨어요. 그러나 슈퍼마켓도 가봤고 돈키호테도 가봤고 편의점도 가봤어요. 다 황금빛 캔 뿐이었어요. 가이드분께 돈키호테도 가봤고, 편의점도 가봤고, 슈퍼마켓도 가봤는데 없었다고 말했어요. 그러자 가이드분께서는 옆에 있는 미츠코시 백화점 가면 판매하고 있다고 알려주셨어요.
투어를 마치고 에비스 흑맥주를 따로 한 잔 더 주문해서 마신 후 미츠코시 백화점으로 갔어요. 가이드분 말씀대로 에비스 흑맥주 캔맥주가 있었어요.
'이거 박스째 사가고 싶은데...'
그러나 관세 문제가 있었어요. 너무 많이 사오면 관세 물거든요. 그래서 에비스 맥주 캔맥주를 종류별로 사왔어요. 에비스 흑맥주 캔맥주도 딱 1캔만 구입했어요.
일본 에비스 흑맥주 캔맥주 YEBISU PREMIUM BLACK ヱビス プレミアムブラック 는 이렇게 생겼어요.
흑맥주라고 배경색은 새까만 색이에요. 흥미로운 점은 캔 앞면과 뒷면 디자인이 똑같다는 점이에요. 그러니까 앞, 뒤 모두 가운데에 크게 적힌 글자는 일본어가 아니라 영어에요.
캔 전면에 적혀 있는 글은 다음과 같아요.
Premium
YEBISU
PREMIUM BLACK
The Premium Roast Malt roasted with care, sends out the deep taste and grand roasted scent
아래에는 일본어로 ヱビス プレミアムブラック 라고 적혀 있어요.
에비스 흑맥주 캔맥주는 5도에요. 맥아 100% 생맥주래요.
에비스 흑맥주 열량은 100ml 당 46kcal 이에요.
캔 한쪽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어요.
ヱビスにしかつくれない黒コク。黒ビールでしか味わうことのできないコクの余韻と、ゆっくり飲んでも続く美味しさをお楽しみください。
에비스 외에는 만들 수 없는 검은 감칠맛. 흑맥주 외에는 맛볼 수 없는 감칠맛의 여운과, 느긋하게 마셔도 계속되는 맛을 즐겨주세요.
절제된 조화.
당연히 에비스 흑맥주 캔맥주도 매우 아름다운 맛이었어요. 생맥주로 마시는 것보다는 맛이 살짝 떨어지지만 역시나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맛이었어요. 저 일본어 설명은 과장된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구수한 흑맥주의 향기. 그리고 절제된 쓴맛과 절제된 단맛. 단맛과 쓴맛, 구수한 향기의 조화가 매우 좋았어요. 과한 부분이 하나도 없었어요. 튀는 부분도 없었어요. 모든 것을 조화롭게 만들기 위해 튀는 부분 없는 맛을 만들었어요. 그러면서 흑맥주 특유의 맛과 풍미은 잘 살렸어요.
절제된 애정의 표현인가.
열정이 끓어오르지만 꾹 참고 표현하는 절제된 애정 표현. 딱 이 표현이 어울리는 맛이었어요.
이걸 후회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지.
일단 에비스 흑맥주 캔맥주를 한국에서 구할 수 없다는 것이 매우 아쉬웠어요. 이건 방에 박스째 쌓아놓고 매일 마시고 싶은 맛이었거든요. 문제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어요.
제 친구들에게 일본 여행 갔다가 에비스 맥주 캔맥주를 사온 것을 보여줬어요. 흑맥주 제외하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선물로 한 캔 주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한결같이 다 에비스 흑맥주만 고르고 있었어요. 모두 에비스 흑맥주만 탐난다고 했어요. 그러나 에비스 흑맥주는 줄 수 없었어요. 이것은 제가 일본 여행 갔다 온 기념으로 사와서 제가 나중에 일본 여행이 너무 그리워지면 그때 마시려고 아껴두는 것이었거든요. 에비스 흑맥주 캔맥주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전부 에비스 흑맥주만 탐냈어요. 에비스 흑맥주는 정말로 진귀한 것이었기 때문에 모두 신기해하면서 탐내고 있었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에비스 흑맥주 캔맥주를 잔뜩 사올 걸 그랬어요. 꼭 다시 사서 마시고 싶은 맥주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구할 방법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