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마셔본 프랜차이즈 체인점 커피는 커핀그루나루 자두 아메리카노에요.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었어요. 집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친구가 카카오톡 메세지를 보내왔어요.


"너 지금 뭐 해?"

"나 지금 집에 있는데?"

"나 거기로 잠깐 놀러가도 돼?"

"여기? 지금?"


매우 늦은 시각에 친구가 갑자기 의정부로 놀러가도 되냐고 물어봤어요. 저야 괜찮았어요. 원래 밤 늦게까지 글을 쓰고 할 거 하면서 시간을 보내거든요. 그러나 친구는 평범한 직장인이라서 다음날에도 당연히 아침에 출근해야 했어요.


"나야 상관없기는 한데...너 여기 오면 몇 시인데?"

"자정 전에는 도착할 걸?"

"차 몰고 오는 거?"

"어. 간만에 드라이브 좀 하고 싶은데 갈 곳이 없어서..."

"아, 그러면 와."


친구는 밤에 모처럼 운전하면서 기분전환하고 싶은데 갈 곳이 없어서 저한테 거기로 가도 되냐고 물어본 거였어요. 친구에게 의정부 오고 싶으면 오라고 했어요. 친구가 온다고 했어요. 그래서 씻고 나갈 준비를 한 후 친구가 의정부 도착하기를 기다렸어요. 친구는 밤 11시 넘어서 거의 자정 다 되었을 때 의정부에 도착했어요. 친구가 차를 몰고 왔기 때문에 카페 가서 간단히 음료 한 잔 마시면서 놀다가 헤어지기로 했어요.


친구와 의정부역으로 갔어요. 의정부역에는 24시간 카페가 세 곳 있어요. 서부 광장에 2곳 있고, 동부 광장에 1곳 있어요. 친구가 주차해놓은 곳은 서부 광장에서 가까운 쪽이었어요. 그래서 서부 광장에 있는 24시간 카페로 가기로 했어요. 의정부에 있는 24시간 카페인 발자크 커피로 갔어요.


"저희 이제 24시간 영업 안 해요."

"예?"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발자크 커피는 24시간 영업이었어요. 서울에서 놀다가 밤 늦게 버스 타고 새벽 1시 넘어서 의정부역으로 왔을 때 발자크 커피가 영업하는 것을 봤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24시간 영업을 안 한다고 했어요. 요즘 카페들이 코로나 사태와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문 닫는 시간이 빨라졌는데 여기도 그거 때문에 24시간 영업에서 자정까지만 영업하는 것으로 바꿨대요.


'어디 가지?'


순간 당황했어요. 발자크 커피는 제가 의정부 처음 왔을 때부터 항상 24시간 영업하던 카페였어요. 의정부의 대표적인 24시간 카페였어요. 이름만 팡도미 카페에서 발자크 커피로 바뀌었어요. 분위기도 좋고 24시간 영업하는 카페라서 제가 심야시간에 종종 가던 카페였어요. 그런데 한동안 안 갔다가 이번에 가자 이제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고 자정에 문을 닫는다고 했어요.


갈 곳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어요. 발자크 커피 바로 옆에 있는 KFC는 24시간 영업하는 지점이거든요. 그러나 친구가 기껏 의정부까지 찾아왔는데 KFC에서 음료 시켜서 잡담하며 놀기는 조금 그랬어요. 떠오르는 곳은 의정부역 동부 광장쪽 출구 넘어서 회룡역 가는 길에 있는 24시간 카페였어요. 여기는 있는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아직 못 가본 곳이었어요. 문제는 거기는 친구가 주차해놓은 곳에서 매우 멀다는 점이었어요. 의정부역 과거 미군기지 자리에 조성된 공원을 넘어가야 있었거든요.


그래도 거기로 가야 했어요. 거기로 가기 위해 의정부역으로 발걸음을 돌리려고 할 때였어요. 커핀그루나루가 보였어요.


"아, 저기도 24시간이었지!"


커핀그루나루를 잊고 있었어요. 의정부역 서부광장에 있는 커핀그루나루 카페도 24시간 영업하는 곳이에요. 발자크 커피만 계속 가서 커핀그루나루가 24시간 영업하는 곳이라는 걸 까맣게 있고 있었어요. 구세주 같았어요. 커핀그루나루가 없었다면 진짜로 의정부역 넘어가서 한참 걸어가야 했거든요.


커핀그루나루 의정부역점으로 갔어요.


'뭐 주문하지?'


커핀그루나루는 진짜 오랜만이었어요. 여기에서 무엇을 마셨는지 아예 기억이 나지 않았어요. 음료 종류는 매우 많았어요. 무엇을 마실까 고민하다가 시즌 메뉴로 나온 음료 중 자두 에이드를 주문하기로 했어요.


"어? 이거 뭐야?"


자두 에이드 한 잔을 주문하려고 말하려는 순간이었어요. 눈에 확 들어온 것이 있었어요.


자두 아메리카노!


아메리카노에 업그레이드해서 뭘 추가하는 것은 많이 봤어요. 그렇지만 자두 아메리카노는 처음이었어요. 아메리카노에 과일 퓨레 같은 것을 집어넣은 것 자체를 보지 못했어요. 보통 커피와 과일은 같이 안 먹잖아요.


이거 미친 듯이 궁금해!


이건 도박이었어요. 과일과 커피의 조합. 사진을 보니 데코레이션으로 자두 조각을 올린 게 아니었어요. 자두를 갈아서 만든 것을 아메리카노에 집어넣은 것이었어요.


이런 건 마셔야 해!


모처럼 끓어오르는 도전 욕구. 바로 주문했어요. 자두 아메리카노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순간은 마치 로또를 구입해 로또 번호 발표 방송을 보며 번호를 맞추는 것 같았어요. 예측 불가, 상상 불가였어요.


제가 주문한 자두 아메리카노가 나왔어요.


커핀그루나루 자두 아메리카노


일단 생긴 것은 아주 평범하게 생겼어요.


자두 아메리카노


자두 아메리카노는 커핀그루나루 홈페이지 메뉴에 없었어요. 커핀그루나루 의정부역점에서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메뉴인지 다른 커핀그루나루 매장에서도 판매중인데 홈페이지에만 없는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커핀그루나루 자두 아메리카노 가격은 작은 사이즈는 5300원, 큰 사이즈는 6300원이에요.


커핀그루나루 커피


"으악, 이거 뭔 맛이야!"


첫 모금 마시자마자 경악했어요. 달콤하고 향긋한 자두향과 상당히 날카롭게 쓴 커피맛이 동시에 확 느껴졌어요. 자두맛도 강하고 커피맛도 강했어요. 아주 희안한 맛이었어요. 자두향과 커피맛이 독자적인 영역을 확고하게 지키고 있었어요. 입 안에서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두 개 맛이 완벽히 따로 구분되었어요. 자두맛 사탕과 아주 쓴 커피맛 사탕을 입에 동시에 집어넣은 기분이었어요.


첫 모금은 충격 그 자체였어요. 두 번째 모금. 역시나 마찬가지였어요. 네 모금쯤 마시자 그제서야 자두맛과 커피맛이 합쳐져서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처음 세 모금까지는 자두맛은 자두맛대로 따로 놀고 커피맛은 커피맛대로 따로 놀고 있었어요. 네 번째 모금부터 둘이 합쳐져서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자두씨에 붙어 있는 과육 갉아먹는 맛


네 번째 모금부터는 자두씨에 붙어 있는 얼마 안 되는 과육을 박박 갉아먹는 맛이었어요. 커피 쓴맛이 아주 자극적이었어요. 커피 쓴맛은 바늘로 혀뿌리를 콕 찌르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나 그 쓴맛이 지속적으로 괴롭거나 고통스럽지는 않았어요. 쓴맛에 팍 찔린 충격을 자두맛이 부드럽게 어루어만져줬거든요. 자두향은 커피향보다 강했어요. 그래서 자두씨에 붙어 있는 과육을 박박 갉아먹는 기분이었어요. 자두 표면 과육은 달지만 씨에 가까워질 수록 시고 쓴맛이 강해지는데 이건 아예 씨에 딱 붙어 있는 과육 맛이었어요.


첫 만남은 악연인데 자꾸 만나다보니 친해진 사람 같은 맛.


1/3까지는 뭐 이런 음료가 다 있냐고 욕하면서 마셨어요. 그런데 점점 묘하게 반하기 시작했어요. 특히 입안에 남는 잔향이 매우 매력적이었어요. 맨 끝에 입 안에 남은 향기는 진한 자두향이었거든요. 커피는 맨 끝에 입 안에 남는 냄새가 매우 안 좋아요. 그런데 이것은 맨 끝에 입 안에 남는 향기가 매우 진하고 향긋한 자두향이었어요.


1/3을 넘어가자 묘하게 중독되기 시작했어요. 욕하면서 정드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그보다는 처음에는 만나자마자 싸웠는데 몇 번 또 마주치고 하다보니 친해진 사람 같은 맛이었어요. 1/3을 넘어가자 그때부터 좋아지기 시작했고, 2/3을 넘어가자 맛있었어요. 맛이 자극이 강해서 중독적인 맛이었어요. 무료한 일상에 자극을 주고 싶을 때 마시면 아주 좋은 맛이었어요. 커피는 커피대로, 자두는 자두대로 맛이 강한 음료였거든요. 커피와 자두가 양쪽에 서서 귀에 대고 고함치는 맛이었어요.


'나중에는 사과 아메리카노, 복숭아 아메리카노도 나오는 거 아니야?'


사과와 복숭아 정도라면 자두 아메리카노처럼 만드는 것도 가능해 보였어요. 망고까지는 될 거 같았어요. 그러나 멜론, 딸기는 아마 안 될 거에요. 자기 향이 강하다고 전부가 아니거든요. 개성도 있어야 하고 과일 자체에 쓴맛이 있어야 어울릴 거 같았어요. 망고는 쓴맛이 없지만 이건 워낙 자기 주장 강하고 조금만 집어넣어도 향이 무지 강하게 나서 될 것 같았어요.


커핀그루나루 자두 아메리카노는 매우 재미있는 음료였어요. 처음에는 너무 충격적이라 욕했는데 나중에는 맛있게 잘 마셨어요. 과일향 커피가 아니라 진짜 과일이 들어 있는 커피여서 매우 신선했어요. 처음의 고통과 엄청난 어색함만 어떻게 잘 넘기면 매우 맛있는 커피였어요.


Posted by 좀좀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비밀댓글입니다

    2020.07.08 19:55 [ ADDR : EDIT/ DEL : REPLY ]
  2. 오 참고 하겠습니당 저도 커피 무지하게 좋아 하그든요 ㅋ

    2020.07.09 13: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