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예습의 시간 (2019)

[일본 여행] 예습의 시간 - 33 일본 도쿄 아사쿠사 심야 영업 식당 겸 카페 롯지 아카이시 日本 東京 珈琲 ロッジ赤石

좀좀이 2019. 11. 26.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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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상쾌한 아침!

...일리가 없다.


일어나자마자 느껴지는 두 다리의 통증. 전날보다 고통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두 다리는 아팠어요. 종아리부터 시작해서 발바닥까지 뜨거운 핫팩으로 뼈 근처를 지져대는 것 같았어요. 보통 눈을 떴을 때는 잠결이라 고통이 덜 느껴져요. 그런데 잠이 다 깨지도 않았는데 고통이 느껴졌어요. 전날 너무 무리했어요. 술기운으로 잊고 돌아다닌 거였어요. 아니, 잊었다는 것은 거짓말이에요. 이토야 다 둘러보고 나서 길바닥에 진짜 주저앉아버렸으니까요.


'이 무슨 불길한 소리지?'


툭 툭 툭 툭.


뭔가 쉴 새 없이 계속 떨어지는 소리. 귀를 의심했어요. 방에 창문이 있기는 했지만 창문은 장식품에 가까웠어요. 창문이 아예 없으면 방이 너무 깜깜하니까 빛 들어오라고 벽에 구멍 뚫어놓은 것에 가까웠어요. 창문을 활짝 열어볼 수는 없었거든요. 창문 너머로 상당히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어요. 물방울이 계속 쉴 새 없이 떨어지고 있는 소리였어요. 제 귀가 잘못 듣고 있는 것이기를 바랬어요. 아니면 무슨 냉각수 같은 것 떨어지는 소리거나요.


샤워를 하고 옷을 입은 후 숙소 입구로 나가봤어요.


이딴 건 안 정직해도 되잖아!


2019년 8월 30일. 일기예보에서는 도쿄 도착한 날부터 계속 이 날 강수확률 60%라고 내보내고 있었어요. 그 일기예보를 믿고 전날 우산을 구입했어요. 너무 날이 좋아서 우산 괜히 산 거 아닌가 생각하며 돌아다녔어요. 그러나 일본은 지나치게 정직했어요. 쓸 데 없이 정직했어요. 우산 산 보람을 아주 제대로 느껴보라고 빗줄기가 무섭게 떨어지고 있었어요.


이 무슨 정직에 한이 맺힌 귀신의 조화인가.


전날 밤. 아무리 봐도 다음날 비가 내릴 것 같지 않았어요. 밤새도록 하늘이 엄청나게 맑았어요. 롯지 아카이시 카페에서 나와 맥도날드 가서 햄버거 먹고 돌아오는 길에 본 밤하늘. 별이 초롱초롱하게 떠 있었어요. 구름 한 점 없었어요. 그렇게 맑을 수가 없었어요.


'이렇게 지금 하늘이 맑고 구름 한 점 없는데 다음날 비가 와? 강수확률 60%? 오늘 우산 괜히 산 거 아냐? 1000엔 그냥 날려버린 거 아니야?'


흰 바탕에 알록달록 꽃무늬가 촘촘하게 수놓아진 기모노를 입은 일본이 저를 수줍은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어요.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살짝 미소지으며 말했어요.


"네가 우산 산 거 억울해할까봐..."


야, 그딴 천 엔보다 지금 돌아다니는 게 더 중요하다구! 60% 확률이 적중했다는 사실에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와버렸어요.


"좀좀씨가 웃는 모습 너무 좋아."


활짝 미소지으며 기뻐하는 일본. 이건 눈치가 없는 건가, 머리가 나쁜 건가.


나를 진정 위해주고 싶다면 그깟 천 엔 그냥 허공에 날린 셈 치라고 맑은 하늘을 만들어줬어야지. 그 천 엔을 지불한 것에 대한 보람을 느껴보라고 이렇게 비를 좍좍 퍼부어? 오늘 일정은 가뜩이나 하루 종일 밖에서 돌아다녀야 하는 일정인데? 이런 건 좀 거짓말 해도 되잖아. 오늘 강수 확률 60%라고 했지만 비가 안 왔어요. 40% 확률이 딱 맞아버렸네요? 아이쿠, 잇힝! 스미마셍! 이래도 되잖아!


방으로 올라갔어요. 우산을 갖고 다시 내려왔어요. 우산을 쓰고 주차장으로 가서 담배를 태웠어요. 숙소는 전부 금연이었거든요. 담배를 태우며 빗방울 떨어지는 도쿄 하늘을 바라봤어요. 비는 쉽게 그칠 비가 아니었어요. 이 순간만 산다는 각오로 전력을 다해 퍼붓는 비라면 조금 기다리면 곧 그치겠거니 했을 거에요. 그러나 미래도 생각해서 있는 힘을 적당히 배분해가며 비를 쏟아내고 있는 하늘이었어요. 이런 비는 꽤 오래 가요.


담배를 태우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어요. 전날 밤에 피곤하고 그다지 먹고 싶은 생각도 없었지만 억지로 맥도날드 가기를 정말 잘 했어요. 만약 전날 맥도날드를 가지 않았다면 이 빗속에 맥도날드를 가야 했을 거에요. 전날 마지막까지 있는 힘 없는 힘 쥐어짜서 강행군한 결과 일단 비가 내리고 있는 이 시간에 숙소든 어디든 안 돌아다니고 쉬어도 될 시간이 생겼어요.


"밖에 비오지?"

"어."

"새벽에 막 천둥 치고 그러더라."

"분명히 내가 자기 직전까지 엄청 맑았는데..."


불과 몇 시간만에 갑작스럽게 변해버린 날씨. 당황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아침이나 먹으러 가자."

"어디로?"

"롯지 아카이시."


다행히 급히 일정을 시작할 필요가 없었어요. 친구와 방에서 조금 더 쉬다가 롯지 아카이시 가서 아침 식사를 하기로 했어요. 방에서 TV를 보며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비는 계속 좍좍 퍼붓고 있었어요.


2019년 8월 30일 오전 10시 45분. 더 이상 일정을 미루고 방에서 느적거릴 수 없어서 숙소에서 나왔어요.


일본 여름


"야, 저거 봐!"

"헐..."


일본 도쿄 스카이트리 타워


도쿄 스카이트리 타워는 비구름에 끼어 있었어요. 비구름에 가려진 게 아니라 비구름에 껴 있는 상태였어요. 저 구름 속에 무슨 거대한 용이나 고질라 같은 것이 도쿄 스카이트리 타워 꼭대기에서 난리를 피우고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어요.


"진짜 저기서 무슨 괴물 튀어나오는 거 아냐? 막 괴물 튀어나와서 도쿄 막 다 때려부수고."


일본 애니메이션 같은 거 보면 괴수가 등장하면 일단 도쿄를 마구잡이로 다 때려부셔요. 전투기가 날아다니든 탱크가 돌진하든 전혀 신경도 안 써요. 무조건 도쿄를 닥치는 대로 파괴해요. 이제 저 구름이 걷히면 그런 장면이 발생할 것 같았어요.


문득 떠올랐어요. 일본 애니메이션 보면 세상에서 가장 저주받은 도시가 바로 일본 도쿄에요. 뭐 심심하면 외계인이 날아와서 도쿄 다 때려부수고, 외계인 없으면 이번에는 무슨 괴물이 나와서 도쿄 다 때려부셔요. 그래요, 외계인도 없고 괴물도 없다? 이번에는 우주에서 운석이 날아와서 그대로 도쿄 돌진 아 시밤 쾅. 운석도 없다? 그러면 이번에는 무슨 태풍이 불어닥쳐서 도쿄 전멸. 그래도 인간이 남아 있다? 이번에는 무슨 전염병 창궐. 도쿄 인간 대멸종.


일본 애니메이션 같은 것 보면 도쿄 사람들은 대체 어떤 정신으로 살아가는지 의문이에요. 아니, 그냥 여기에 인류가 생존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에요. 무슨 드래곤볼로 죽은 인류 계속 되살려내는 것도 아니구요. 아무리 되살려낸다고 해도 도쿄 멸망의 기억 때문에 맨 정신으로 못 살 거 같은데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 당신은 끔살당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만 모여 있는 곳이 일본 애니메이션 속 일본 도쿄에요.


구름에 낀 도쿄 스카이트리 타워를 보니 일본인들이 이런 상상하는 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롯지 아카이시 입구


롯지 아카이시 입구에 도착했어요.


일본 도쿄 기상


모든 것이 빗물에 축축히 젖었어요. 사진 찍으니 아주 감성 찐득찐득하게 묻어나오는 색 사진이 나왔어요. 사진만 신났어요. 저는 비 때문에 우울했어요.


일본 도쿄 감성 여행


그래도 일본이 이제서야 제 진짜 마음을 알아채고 미안했는지 사진은 예쁜 사진 건질 수 있게 해줬어요.


롯지 아카이시 안으로 들어갔어요.


일본 여행 여행기 예습의 시간 - 33 일본 도쿄 아사쿠사 심야 영업 식당 겸 카페 롯지 아카이시 日本 東京 珈琲 ロッジ赤石


롯지 아카이시는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영업하는 식당 겸 카페에요. 24시간 영업은 아니지만 24시간 영업에 가까운 식당 겸 카페에요.


창가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日本 東京 珈琲 ロッジ赤石


창 밖에는 빗방울이 톡톡 떨어지고 있었어요. 롯지 아카이시 珈琲 ロッジ赤石 안은 조용하고 침착했어요. 전날 밤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어요.


ロッジ赤石


롯지 아카이시에서는 사이폰 커피를 내리고 있었어요.


일본 커피


사이폰 커피를 내려서 판매하는 것이 신기해서 허락 맡고 사진을 찍었어요.


이제 메뉴를 고를 차례. 롯지 아카이시는 아침 메뉴와 저녁 메뉴가 달라요. 아침에는 조식 메뉴를 판매해요. 어떤 것이 있는지 봤어요. 오므라이스가 있었어요.


'일본 왔는데 오므라이스도 먹어봐야지.'


오므라이스와 토스트로 구성된 조식 메뉴를 주문했어요.


일본 오므라이스


커피도 한 잔 주문했어요.


일본 아침 식사


너무나 아름다운 아침 식사야.


정확히는 브런치였어요. 이제 조금 있으면 점심 먹을 시간이었으니까요. 그래도 제게는 엄연한 아침식사였어요.


조용한 분위기. 서양적이면서 뭔가 일본적인 느낌의 실내 분위기. 어쨌든 오늘 일정은 다 소화할 거라는 사실에서 오는 안도감. 감성 터지는 분위기였어요. 일본 여행 가기 전 이런 느낌을 느껴보는 것을 기대했어요. 사람들이 하도 일본 여행이라고 하면 감성 감성 거려서 저도 감성 터지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내심 계속 기대했어요. 그 순간이 지금 펼쳐지고 있었어요.


cafe in tokyo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미소짓는 일본. 지금 창밖에 내리고 있는 비는 이 순간을 위해 준비했대요. 지금만큼은 창 밖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도 괜찮게 보였어요. 이런 선물을 위해 내리는 비라면 좋아요. 평소에는 비 내리는 것을 매우 혐오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직접 비 맞지 않고 비 내리는 것을 구경하는 것이라면 아름다워요. 오므라이스를 먹고 토스트를 먹고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계속 쳐다봤어요.


일본 도쿄 카페


롯지 아카이시에 와서 커피 주문하고 글 쓰는 사람도 있었어요. 밥 먹으러 오는 사람도 있지만 커피 한 잔 하러 오는 사람도 꽤 있었어요. 전날 밤에도, 그리고 이 순간에도요. 밥 먹으러 와도 좋은 분위기였고 커피 마시기 위해 와도 좋은 분위기였어요. 전부 다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일본에서 딱 하나 골라서 가져갈 수 있는 것을 고르라고 한다면 롯지 아카이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가고 싶었어요.


담배를 태우며 창밖을 봤어요. 빗줄기가 아침에 비해 엄청나게 많이 약해졌어요. 이제 우산 없이 돌아다녀도 될 정도로 빗방울이 가늘어졌어요. 우산이 젖어버려서 한동안 가방에 넣지 못하고 손으로 덜렁덜렁 들고 다녀야 하기는 했지만요. 그래도 우산 안 쓰고 다녀도 될 정도로 빗방울이 그쳤다는 것이 천만다행이었어요.


"슬슬 나갈까?"


롯지 아카이시에서 더 앉아 있고 싶었어요. 그러나 일어나야 했어요. 더 앉아 있다가는 이제 진짜로 이날 일정에 차질이 발생하게 생겼거든요.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이따 밤에 또 와야지.'


너무 늦게 알아버렸어요. 너무 아쉬웠어요. 그래도 아직 여기를 한 번은 더 올 기회가 있었어요.


롯지 아카이시에서 나왔어요.


"저기 도미빵 판다."


일본 도미빵 가게


たい焼き 라고 적혀 있는 간판. 영업을 개시했어요.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여성 두 명이 일본 도미빵 타이야키를 사먹는 것을 봤어요.


"우리 도미빵 먹고 갈까?"


일본에 왔으니 붕어빵의 조상인 도미빵도 먹어봐야 했어요. 도미빵 가게로 갔어요.


일본 도쿄 아사쿠사 도미빵 타이야키 가게


가게 내부에서 도미빵을 먹을 수 있었어요. 공간은 딱 2명 들어가서 먹을 수 있을 정도였어요. 그리고 여기도 역시나 일본답게 여백의 미 따위란 없었어요.


도미빵 2개를 주문했어요. 주인 아저씨께서 도미빵 두 마리를 건네주셨어요.


日本 たい焼き


이것은 자연산일까, 양식산일까?


친구가 일본에서는 도미빵도 자연산이 있고 양식산이 있다고 알려줬어요. 한 마리 한 마리 구우면 자연산 도미빵이고, 여러 마리 동시에 구워낼 수 있는 틀로 구워내면 양식산이래요. 한국인 기준으로는 이걸 왜 자연산, 양식산 구분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여러 마리 동시에 굽든 한 마리씩 굽든 다 그게 그거일 것인데요.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걸 자연산, 양식산으로 구분한대요. 혼을 싣는 것을 좋아하는 일본에서는 이렇게 한 마리에 혼을 담아 굽는 것과 여러 마리 동시에 구워내는 것에 차이가 있나봐요. 아무래도 한 마리씩 구우면 혼이 더 실리니까요.


도미빵은 매우 맛있었어요. 붕어빵과 맛이 비슷했어요.


일본 붕어빵 가게


도미빵을 먹고 밖으로 나왔어요.


Trip in Tokyo


이제 아사쿠사역으로 가야 했어요.


日本 東京 写真


日本 東京 旅行


점심 때가 가까워지고 있었어요. 아사쿠사역으로 가는 길은 조용했어요.


일본 도쿄 아사쿠사 여행


오늘도 어김없이 일본 도쿄 아사쿠사 센소지에 출석도장 찍는다.


"다녀오겠습니다!"


센소지를 보며 외쳤어요.


일본 도쿄 아사쿠사 센소지


아사쿠사역 가까이 왔어요. 인력거가 주차되어 있었어요.


일본 인력거


이제 비가 완전히 그쳤어요.


'저 인력거는 오늘 장사 할 건가?'


오전에는 비가 내렸기 때문에 장사를 완전히 공쳤을 거에요. 그러나 이제 비가 그쳤어요. 오후에는 장사가 될 지 궁금했어요. 인력거는 말 없이 가만히 서 있었어요.


日本 東京 地下鉄 浅草駅


아사쿠사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우에노역으로 갔어요.


우에노역에 도착했어요.


Ueno metro station in Tokyo, Japan


"으...뜨거워!"


우에노역에 내리자마자 엄청나게 뜨겁고 습한 공기가 엄습해왔어요. 우에노역을 처음 오는 것도 아닌데 여전히 신기했어요. 적응이 하나도 안 되었어요.


아사쿠사역 내부는 그렇게까지 덥고 습하지 않았어요. 조금 덥기는 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정도였어요. 그러나 우에노역은 아니었어요. 여기는 바깥 날씨보다도 더 덥고 습했어요. 아사쿠사역보다 훨씬 더 덥고 습했구요. 대체 왜 우에노역은 이렇게 뜨겁고 습한지 진심으로 궁금했어요. 역 구조상 문제인지, 워낙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서 사람들 열기 때문에 공기가 감당 못하고 뜨거워져버린 건지 알 수 없었어요.


이제 우에노역에서 닛포리역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환승해야 했어요. 환승 안내를 보며 길을 따라 걷고 있었어요. 갑자기 친구가 저를 툭툭 쳤어요.


"저거 너가 찾던 그 가이드북이잖아!"

"어디?"

"저기!"


우에노역에 제가 그렇게 갖고 싶어하던 무료로 제공되는 얇은 일본 도쿄 가이드북이 있었어요.


"이건 꼭 챙겨야돼!"


바로 하나 집어들었어요. 정말 운이 좋았어요. 너무 갖고 싶은 가이드북이었거든요. 매우 얇은 팸플릿 같은 가이드북이었지만 내용은 정말 알찬 가이드북이었어요. 한국에 있는 일본 도쿄 여행 가이드북보다 이게 훨씬 좋았어요. 들어가 있어야 할 내용은 다 들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얇고 가벼웠거든요. 반으로 접으면 바지 주머니에 부담 없이 집어넣을 수 있는 두께였어요. 그렇지만 섬세한 일본답게 이 얇은 두께에 온갖 정보를 꽉꽉 채워놨어요. 그래서 갖고 싶었던 가이드북이었고, 하네다 공항에서 이걸 왜 집어오지 않았을까 계속 후회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드디어 구한 것이었어요.


"만세!"


가이드북을 가방에 집어넣으며 만세를 외쳤어요. 골치아픈 숙제 하나를 너무 쉽게 끝내버렸어요.


일본 자판기


자판기의 나라 일본답게 우에노역에는 자판기가 있었어요.


"이건 진짜 양심적이다."


자판기에는 패트병과 캔을 버릴 수 있는 쓰레기통이 붙어 있었어요. 일본 도쿄 온 첫날 밤. 자판기에서 음료수 뽑아먹고 쓰레기통 못 찾아서 엄청나게 헤매었던 것이 떠올랐어요. 그때 기억이 떠오르자 이 자판기는 초양심적인 자판기로 보였어요. 일본은 돌아다니며 마시는 것이 큰 결례라고 해요. 그러니까 자판기에서 뽑아 마신 후 자판기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빈 캔이나 빈 패트병을 집어넣으면 깔끔하게 뒷처리도 끝나는 것이었어요.


우에노역 플랫폼으로 갔어요.


일본 도쿄 우에노역


지하철이 오자 지하철을 탔어요.


일본 지하철 애니메이션 캐릭터


지하철에 위와 같은 스티커가 붙어 있었어요.


暑さに負けず

ファイトです!


더위에 지지 않아.

화이팅입니다!


예쁜 만화 캐릭터가 더위에 지지 말라고 응원하고 있었어요. 화이팅이래요.


그러면 우에노역부터 어떻게 좀 해봐. 우에노역의 그 열기와 습기 어쩔거야?


말로만 파이팅하지 말고 우에노역부터 좀 시원하게 만들어보라구!


보면서 웃었어요.


스티커를 보면 흰 바탕에 초록잎이 그려진 기모노를 입은 캐릭터가 자기 얼굴 그려진 부채를 펼쳐들고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어요. 저 캐릭터가 그려진 카드를 판매하고 있다면 반드시 하나 구입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저런 카드는 보지 못했어요. 일본은 확실히 애니메이션이 발달한 나라였어요. 고유의 스타일을 갖고 캐릭터를 만들어 여러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었어요.


이것은 한국도 배웠으면 하는 점이에요. 우리나라도 한국 특유의 느낌이 나는 예쁜 캐릭터 디자인을 만들어서 여러 분야에 활용하면 꽤 괜찮을 거에요. 이런 그림은 진짜 인간 사진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거든요.


한국 만화 캐릭터도 많이 발전했어요. 이제 한국 만화 캐릭터 중에도 예쁜 캐릭터들 여럿 있어요. 웹툰 보면 예쁜 한국풍 만화 얼굴로 그린 웹툰들도 있어요. 이런 예쁜 한국풍 만화 얼굴의 특징은 일본 캐릭터에 비해 얼굴 비율이 보다 사실적이라는 점이에요. 눈을 엄청나게 강조해서 '눈깔 괴물' 소리까지 듣는 일본 만화 캐릭터에 비해 보다 얼굴 비례가 맞는 편이에요.


그러니 이런 일본 느낌 적은 예쁜 한국 만화 여자 캐릭터 디자인을 여기저기 활용한다면 그것도 한국만의 독특함을 만드는 데에 일조할 거에요. 담백하고 정갈하고 보다 사실에 가까운 비례를 보여주는 캐릭터 디자인으로요. 한국 관광의 단점이 외국인들 눈에 대체 한국적인 것이 뭔지 쉽게 분간이 안 간다는 점에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런 쪽으로도 한국적인 것을 만들어 널리 퍼트리는 것도 상당히 중요해요.


2019년 8시 30분. 닛포리역에 도착했어요.


일본어 교육


닛포리역에 내리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광고판이었어요.


外国人に日本語を教えるプロに。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본어 교육 프로그램 광고판이었어요.


'우리도 일본어 만만하지 않은데 외국인들에게는 생지옥일걸?'


한국인이 가장 만만하게 여기는 외국어는 단연 일본어에요. 오죽하면 중학교 생활외국어, 고등학교 제2외국어조차 일본어에 완전히 점령당해버렸어요. 학습량 늘리기 싫어하는 학생들이 일본어를 대거 선택했기 때문이에요. 여기에 한국과 일본은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 보니 일본어를 알아두면 일상생활에서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어요. 최소한 하이테크씨 볼펜 뚜껑에 있는 볼펜 설명 읽을 때라도 사용할 수 있어요.


그러나 각 잡고 제대로 공부하려고 하면 밑도 끝도 없이 어려운 것이 일본어. 적당히 데스까 마스까 할 떄야 좋죠. 그러나 그 이상으로 올라가기 시작하면 무저갱이 펼쳐지는 것이 일본어에요. 한자 폭풍에 겸양어 쓰나미에 자비없어요. 그래서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많지만 정말 제대로 일본어를 잘 구사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한국인에게 비웃으며 들어갔다가 대성통곡하는 언어가 일본어에요.


그래도 한국인들에게는 겸양어 개념도 있고 높임법, 낮춤법 같은 개념도 있는 데다 한자 문화권이라 그나마 쉽게 접근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이런 게 전혀 없는 서양인이라면? 그냥 처음부터 지옥 최하층 사탄에게 질겅질겅 씹어먹히는 거죠.


일본 닛포리역


닛포리역에서 나왔어요.


日本 東京 日暮里駅


매우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였어요.


Nippori Station in Tokyo, Japan


첫 느낌은 무채색. 흰색부터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그라데이션 느낌이었어요. 막 비가 그쳐 아직 흐리고 꾸물꾸물한 날씨 탓이 컸어요.


일본 지하철역 흡연부스


닛포리역 출구 바로 앞에 흡연부스가 있었어요.


일본 도쿄 지하철 닛포리역 흡연실


흡연구역 재떨이 너머로 철도가 보였어요.


이렇게 2019년 8월 30일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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