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서울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사동 심야시간 거리

좀좀이 2019. 11. 26.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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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사동을 심야시간에 가는 것을 매우 좋아해요.


2006년이었어요. 친구가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했다고 자랑했어요.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한 친구는 밖에 나가서 사진을 찍고 싶어했어요. 이때 친구가 구입한 디지털 카메라는 니콘 D50 DSLR 카메라였어요. 이 당시 저는 디지털카메라가 없었어요. 사진 찍는 것에 큰 관심도 없었구요. 그러나 한밤중에 나가서 서울을 돌아다니는 것은 매우 좋아했어요. 친구는 사진을 찍고 싶었고, 저는 밤에 돌아다니고 싶었어요. 둘의 욕구가 맞아떨어졌어요.


"야, 밤새도록 걸어보자!"


친구와 둘이 고시원 밖으로 뛰쳐나갔어요. 무작정 동대문을 향해 걸어갔어요. 동대문에는 야시장이 있었거든요. 그 당시에는 동대문 야구장이 서울풍물시장으로 사용되고 있었어요. 그리고 밤이 되면 서울풍물시장 앞에 매우 큰 짝퉁 시장이 열렸어요. 온갖 명품 짝퉁이 다 나와서 판매되는 시장이었어요. 그래서 동대문 야시장을 구경한 후, 밤새도록 걷다가 첫 차 타고 고시원으로 돌아오기로 했어요.


동대문을 지나 계속 걸었어요. 자정 너머 고시원에서 나와 걷기 시작했고, 동대문 야시장까지 다 보고 종로3가쯤 오자 슬슬 동이 트고 있었어요.


"우리 인사동 가볼까?"


인사동에 한 번 가보자고 했어요. 인사동은 서울에서 매우 유명한 관광지. 스타벅스 한글 간판이 있는 곳. 낮에는 관광객들이 몰려서 바글바글한 곳이었어요. 과연 새벽의 인사동은 어떤 모습일지 너무 궁금했어요.


종로3가에서 낙원상가로 가는 길에 조그만 샛길이 있어요. 이 샛길로 가면 인사동으로 갈 수 있어요. 흔히 인사동은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하철 1호선, 3호선, 5호선 환승역인 종로3가역에서도 인사동을 바로 갈 수 있어요. 동대문에서 종로대로를 따라 걷다가 종로3가에 오자 인사동으로 들어가는 조그만 샛길로 들어갔어요.


"야, 이거 뭐야?"


세상에 이보다 더 더러운 길이 있을까 싶었어요. 진짜 더러웠어요. 낮에 보던 화려한 인사동과 완전 반대였어요. 낮시간 인사동이 예쁘게 잘 꾸민 예쁘고 도도한 서울 아가씨 라면 새벽 시간에 간 인사동은 완전 종로3가 탑골공원 노숙자 할아버지였어요. 똑같은 거리인데 어떻게 이렇게 극명하게 바뀔 수 있는지 놀랐어요. 아니, 놀라지 않았어요. 경악했어요. 예쁜 아가씨가 밤이 되면 노숙자 할아버지로 변신한다고 생각해봐요. 딱 그랬어요.


이렇게 극단적으로 변하는 곳은 서울 전체에서 찾아보기 어려웠어요. 낮시간 분위기와 밤시간 분위기는 대충 일치하거든요. 사람이 많고 번화한지 아니면 인적 드문지 정도의 차이 뿐이에요. 분위기 자체가 극단적으로 바뀌지는 않아요. 진짜 많이 분위기가 변한다 해야 가게 다 문 닫았다는 정도의 느낌이에요.


그러나 인사동은 완전 달랐어요. 멋지게 잘 꾸민 아가씨와 땀 썩은 내 풀풀 풍기는 노숙자 할아버지. 무슨 우렁각시 같은 것도 아니고 이렇게 변신할 수 있나 싶었어요.


그때부터 인사동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낮시간은 여전히 안 좋아했어요. 밤 시간을 좋아했어요. 이보다 더 솔직하게 서울의 맨얼굴을 보여주는 곳이 있을까 싶었거든요.


"영상 한 번 찍어볼까?"


올해 초부터 영상을 한 번 찍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러나 영상을 어떻게 찍어야하는지 감이 오지 않아서 계속 못 찍고 있었어요.


'한 번 찍어보면 감이 오겠지.'


아무리 고민해도 감이 안 왔어요. 영상은 사진과 확실히 다르거든요. 영상에는 시간이 있고 동세가 있어요. 시간과 동세가 없다면 딱 한 장면으로 압축되어버리고, 그게 사진이에요. 동영상에서 사진이 미분이라면 사진에서 동영상은 적분. 적분 알면 미분은 쉽게 할 수 있지만 미분 할 줄 안다고 적분 공부 안 하면 수학 시험에서 쌍코피 터지죠. 적분하면 적분 상수가 튀어나오니까요.


아무리 고민해도 감이 안 왔기 때문에 일단 한 번 찍어보기로 했어요.


"인사동 가야지."


사진을 시작했을 때 갔던 인사동. 동영상의 시작도 인사동에서 해보기로 했어요.


야심한 시각. 인사동으로 갔어요. 일단 인사동 길을 따라 걸으며 동영상을 찍었어요. 동영상을 다 찍고 편의점에서 잠시 뭐 좀 먹으며 쉬다가 밖으로 나왔어요.


"사진도 찍어볼까?"


사진을 찍고 싶어졌어요. 동영상은 종로3가역에서 안국역으로 가면서 찍었어요. 사진은 반대로 안국역에서 종로3가역으로 가며 찍어보기로 했어요.


인사동


인사동 안국역 쪽에는 청사초롱이 빽빽하게 매달려 있었어요.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동에도 가을이 찾아왔어요.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 있었어요.


Insadong in Jongro, seoul, korea


동영상을 찍으며 걸어갈 때 쓰레기차가 인사동에 있는 커다란 쓰레기는 다 치워갔어요. 그래도 이렇게 쓰레기가 굴러다니고 쌓여 있었어요. 이래서 제가 심야시간 인사동 풍경을 좋아해요. 낮과 너무 달라서요.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사동 심야시간 거리


쭉 앞으로 걸어갔어요.


韓国 旅行


"너는 왜 거기 숨어있냐?"


ソウル


해태 석상이 좌판 아래에 숨어 있었어요. 숨은 그림 찾기 같았어요.


인사동 야경 사진


사진을 찍으며 앞으로 쭉 걸어갔어요. 인사동에 사람은 없었어요. 심야시간 서울 종로구 인사동 밤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은 오직 저 뿐이었어요. 사회 시간에 배우는 도심 공동화 현상. 심야시간이 되면 도심에는 사람이 적어지는 현상을 말해요. 낮에는 업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실제 거주하는 사람들이 적다보니 밤이 되면 아주 휑해지는 현상이에요. 도심 공동화 현상이 아주 제대로 극심하게 나타나는 곳이 인사동이에요. 낮에는 관광객으로 바글바글하지만 밤이 되면 사람이 진짜 없으니까요.


종로 거리까지 거의 다 왔을 때였어요. 무심코 위를 쳐다봤어요.


"뭐야? 귀신이야?"


나무 위에 시허연 것이 매달려 있었어요. 두 눈을 꿈뻑이며 대체 저게 뭔지 살펴봤어요.


그리고 사진을 찍었어요.


인사동 귀신


어디서 무슨 천쪼가리가 날아와 나무에 매달린 것 같았어요.


"저걸 영상에 찍었어야 했는데."


보면서 웃었어요. 얼핏 보면 목 매달려 있는 귀신처럼 생겼어요. 그러나 종이인지 천조각인지 분간 안 되는 쓰레기였어요. 어쩌다 쓰레기가 저기 매달려 있게 되었는지 참 신기했어요.


마지막에 깔깔 웃으며 인사동에서 빠져나왔어요.



위 영상은 이날 찍은 영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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