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서울2019. 11. 16. 08:44

최근 들어 깨닫게 된 사실이 하나 있어요. 제가 서울 여기저기 정말 많이 돌아다녔다는 것이에요. 그것도 밤낮 가리지 않구요. 남들보다 여러 곳을 참 많이 돌아다녔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전까지는 서울 사는 사람들이라면 저 정도는 다녀보지 않았을까 지레짐작했어요. 그러나 어지간한 곳을 밤낮 구분 없이 다 다녀본 사람은 의외로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았어요.


낮에 돌아다닌 사람은 많지만 밤에 돌아다닌 사람은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심야시간에 서울이 어떤 모습인지 동영상으로 촬영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것을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어요. 밤에 혼자 돌아다니는 것이고 좋은 곳만 가는 것도 아니다 보니 장비에는 전혀 관심 없어요. 오밤중에 간단히 손으로 스마트폰 들고 돌아다니며 동영상을 찍은 후 유튜브에 몇 개 올렸어요. 유튜브에 올린 이유는 카카오톡으로 동영상 전송하려고 하면 저도 힘들고 그것을 다운로드해서 봐야 하는 지인들도 힘들거든요. 유튜브에 올리고 유튜브 영상 주소 알려주면 지인들이 알아서 쉽게 볼 수 있어요. 동영상인 만큼 후딱 넘겨보고 싶으면 2배속으로 돌려보면 되고, 잘 보고 싶으면 1배속으로 돌려보면 되구요. 그건 지인들이 알아서 하겠죠.


이렇게 야경도 찍고 이런 저런 것들 동영상을 찍어보니 꽤 재미있었어요. 사진 찍는 것과 동영상 찍는 것에는 차이가 있었어요. 그리고 동영상 찍는 것은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구요.


'나가서 서울 심야시간 밤 거리 동영상 찍어야지.'


오늘 자정이었어요. 집에서 나왔어요. 그동안 서울을 밤에 얼마나 많이 돌아다녔는데 지금까지 동영상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고 심야시간에 서울이 이렇게 생겼다고 보여줄 생각을 못했는지 정말 후회되었어요. 2017년에는 24시간 카페 찾아다닌다고 서울 거의 모든 구를 다 돌아다녔어요. 동대문구와 도봉구 빼고 다 가봤어요. 2018년에도, 2019년에도 심심하면 오밤중에 108번 버스를 타고 서울로 나가서 밤새 걷다 첫차 타고 귀가하곤 했어요.


일단 반드시 가야할 곳이 있었어요.


나 지난 번에 덕수궁 돌담길 심야시간 풍경 동영상 찍은 거 날려먹었어.


동영상 촬영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동영상은 갤럭시노트5 스마트폰으로 아주 잘 촬영했어요.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좋아했어요. 친구들에게 덕수궁 돌담길이 새벽 3시에 이런 모습이라고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동영상을 촬영한 후, 덕수궁 돌담길에서 되돌아나오다 글도 쓰기 위해 사진을 찍었어요. 글을 다 쓰고 나서 동영상을 올릴 차례. 그런데 이날은 무슨 귀신에 홀렸는지 동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하기 전에 사진을 삭제했어요. 별 생각없이 정동길 덕수궁 돌담길 사진 찍은 것을 다다다다 선택해 지웠어요. 그리고 나서 깨달았어요. 사진인 줄 알고 동영상도 같이 삭제해버렸어요. 그렇게 그때 찍은 영상은 사라져버렸어요.


'며칠 안 지났으니 달라진 것도 없을 거야.'


어제 의정부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어요. 비가 내려서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잎이 많이 떨어졌어요. 그래도 아직 나무에 매달려 있는 은행잎이 많았어요. 바람만 거칠게 불지 않았다면 서울 덕수궁 돌담길에도 은행잎이 많이 매달려 있을 것 같았어요.


108번 버스를 타고 동대문으로 갔어요. 동대문 쪽에서 조금 돌아다니다 버거킹 가서 야식을 먹고 덕수궁을 향해 걸어갔어요. 종로에서 덕수궁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울 시청을 거칠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일단 서울 시청 광장을 향해 걸어갔어요.


서울 시청 광장에 다 왔을 때였어요.


"어? 크리스마스 트리 설치하잖아!"


서울광장 크리스마스 트리


서울 시청 광장에서 크리스마스 트리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어요.


"올해도 크리스마스 트리 설치하기는 하네?"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가 떠올랐어요. 작년에는 크리스마스 당일까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았어요. 크리스마스 장식을 예쁘게 꾸며놓은 가게도 별로 보이지 않았어요. 그나마도 꽤 늦게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 길거리 분위기는 우중충하고 어두운 분위기였어요. 일단 크리스마스 캐롤 저작권 문제로 인해 상점에서 크리스마스 캐롤을 안 틀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안 살아난다는 뉴스가 나올 정도였어요. 확실히 길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캐롤이 사라졌어요. 크리스마스 캐롤이 사라지자 크리스마스 특수 분위기가 예전보다 덜 살아났어요.


여기에 작년에는 한국 경제 상황이 꽤 안 좋았어요. 게다가 당장 다음해인 올해에도 최저임금이 폭등할 것이 확정된 상태였어요. 아무리 정부에서 한국 경제 좋다고 거짓말해봐야 사람들 주머니는 찬바람이 불었어요. 모두가 지갑을 굳게 닫아버렸어요. 작년에 최저임금이 폭등하면서 많은 아르바이트생들이 가게에서 쫓겨났어요. 그리고 2019년에 또 최저임금이 폭등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있던 직원과 아르바이트생도 해고하는 분위기였구요. 가뜩이나 길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롤도 사라져버렸는데 여기저기에서 종업원 감축한다고 난리였으니 크리스마스 특수 분위기가 난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었어요.


올해는 1년 내내 시끄러웠고 한국 경제는 작년보다 더 안 좋아졌어요. 그래도 서울광장에 크리스마스 트리는 설치되고 있었어요.


2019년 서울 시청 광장 서울광장 크리스마스 트리


크리스마스 트리 나무는 세워졌어요. 거기에 조명을 설치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어요.


'올해는 크리스마스 분위기 조금 살아날 건가?'


올해 단순히 자기 가게에서 장사하는 자영업자만 크리스마스와 연말 특수를 가뭄철 기우제 지내듯 간절히 잘 되기 빌어야할 상황이 아니에요.


항상 고정수요가 있는 수능 특수조차 얼레벌레 넘어가 버렸어요. 이렇게 수능 특수가 시원찮은 해는 태어나서 처음 봤어요. 아무리 요즘 수시로 대학교 진학을 많이 한다고 하지만 수시라고 해서 무조건 100% 내신으로만 가는 것은 아니거든요. 수능 성적을 최저 기준으로 정해놓은 수시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수능을 포기했든 목숨 걸고 쳐야 하든 많은 고등학생들이 여전히 수능 시험을 치고있어요.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수능 특수는 언제나 항상 고정수요가 확실히 존재하구요.


빼빼로데이는 예상대로 어물쩍 넘어가버렸어요. 여기에 항상 고정수요가 확실하고 튼실히 존재하는 수능 특수까지 어물쩍 넘어가버렸어요. 빼빼로 데이가 11월 11일, 수능일이 11월 14일이라 너무 붙어있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아요. 예전 같았으면 빼빼로도 팔고 찹쌀떡도 홍보하고 팔았겠죠. 그러나 올해는 빼빼로는 구색맞추기로 편의점 앞에 쌓여 있었고, 수능 특수를 노린 특별한 홍보 같은 것은 거의 없었어요. '수험생 여러분 힘내세요' 같은 문구가 적힌 장식조차 별로 못 봤어요. 수능 전날인 11월 13일에 강남 일대를 돌아다니는데도 당장 다음날이 수능일이라는 것을 몰랐어요.


올해 성수기란 성수기는 죄다 망했고 대목이란 대목은 싹 다 망했어요. 진짜 이제 남은 것은 오직 크리스마스와 연말 특수 밖에 없어요. 물론 현재 분위기를 보면 크리스마스 대목은 왠지 글러먹은 것 같은 분위기에요. 연말 특수도 제대로 잘 흥행할 지 모르겠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장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어려울 거라고 예상하고 있거든요. 내년에 좋아질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실제로는 내년에 올해보다 한국 경제가 더 참담할 거라고 예상하고 거짓말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및 연말 특수만큼은 소비재 생산 및 유통 업체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띄워야만 하는 상황이에요. 크리스마스 및 연말 특수에 돈 많이 못 벌면 보릿고개에 굶어죽거든요.


2019 서울 시청광장 크리스마스 트리


하늘에는 달이 떠 있었어요. 달빛이 뿌연 안개를 뚫고 크리스마스 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어요.


시청광장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 전광판에는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영어로 크리스마스 인사와 새해 인사가 나오고 있었어요.


2019년 겨울 서울특별시 서울시청광장 서울광장 크리스마스 트리


서울특별시 서울시청광장 서울광장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며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와 12월 31일 밤이 떠올랐어요. 크리스마스 이브 때는 진짜 이렇게 사람도 예년에 비해 적고 분위기가 안 날 수 있나 경악했어요. 연말에는 사람들이 그래도 크리스마스 이브 때보다는 많았어요. 그러나 값싼 카페만 바글거리고 가격이 조금이라도 있는 카페는 빈 자리가 보였어요. 그냥 길거리 걸어다니는 사람만 크리스마스 이브 때보다 많았을 뿐이었어요. 그것도 다른 해 연말에 비하면 매우 적은 인원이었지만요.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는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해요. 작년처럼 크리스마스 이브 같지 않고 그저 평범한 여느 날과 똑같을 지, 올해는 조금 신나는 분위기가 날 지요.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와 12월 31일에 길거리를 돌아다녀보면 내년 분위기가 어떨지 짐작해볼 수 있겠죠.


올해도 서울 시청광장에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되었어요.


왠지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해야 할 거 같네요. 트리 막 설치되고 있어서 분위기 조금 날 때요.


한 달 더 넘게 남았지만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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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번화가에서 캐롤이 울려퍼지지 않는 크리스마스라니, 올해는 정말 상상도 해보지 못한 크리스마스가 될 거 같아요.
    서울 시청 광장은 조만간 저도 들러볼 건데 집이 먼 관계로 대낮에 들러야해서 촘촘님보다 더 더 전같지 않은 리뷰를
    남기게 되겠네요. ^^;;;

    2019.11.16 17: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작년에 캐롤 없는 크리스마스가 되어서 분위기 정말 안 살았죠. 가뜩이나 사회 전체적으로 분위기 안 좋았는데요. 시간 되면 가보세요 ㅎㅎ

      2019.11.20 05:19 신고 [ ADDR : EDIT/ DEL ]
  2.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지니 이젠 연말 분위기가 나기 시작하겠네요.
    경기가 안좋아서 빼빼로 데이나, 수능 특수도 사라졌다니 상인들이나 제조업 모두 진짜 크리스마스 대목이 걱정이겠어요.
    캐롤이 사라진 이야기는 몇 년 전부터 들었는데 음반업계가 욕심을 많이 부리는 게 아닐까...
    심리적으로 캐롤마저 없으면 크리스마스 흥이 안 나잖아요.

    2019.11.17 13: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직까지는 솔직히 연말 분위기가 나는지 잘 모르겠어요. 연말 특수 노리고 준비하는 모습이라고는 명동 신세계랑 저 트리 정도거든요. 지금 속으로는 난리났을 거에요. 작년까지 번 걸로 올해 버텼는데 이번 크리스마스와 신년 특수 못 살리면 당장 내년 2월부터 엄청난 고비거든요...

      올해는 어떻게 될 지 아직 모르겠어요. 사실 캐롤 틀어주는 것이 음악 홍보 효과가 확실히 있는데요. 요즘 라디오 듣는 사람 없어서 거리에서 음악 소리 들리게 하는 게 꽤 중요해졌거든요. 캐롤 없는 크리스마스는 정말 흥이 안 나죠. 작년 크리스마스는 참 엄숙한(?) 분위기였어요;;

      2019.11.20 05:22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