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두 개의 장벽 (2012)

두 개의 장벽 - 프롤로그

좀좀이 2012. 7. 2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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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 비자 받기 어려운 나라란 어떤 나라인가



타지키스탄 여행을 다녀온 후, 몸이 근질거렸어요. 모처럼 '여행'의 맛을 다시 느끼고 몸이 여행에 적응한 순간 여행이 끝나버렸거든요. 친구들은 일주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불살라 버렸지만, 저는 이제야 슬슬 몸이 달구어지기 시작했어요.


여행기를 쓰며 아쉬움을 달래보려고 했지만 그걸로 되지 않았어요. 여행 돌아오자마자 쉬지 않고 바로 여행기를 쓰기 시작해서 열흘만에 여행기를 다 썼지만 그래도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지지는 않았어요.


그러던 차에 갑이 올해 하반기에는 여행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어요.


"야, 그러면 우리 여행 또 가자!"

"또?"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갔다 오는 거야!"


갑이 조금 머뭇거리더니 좋다고 했어요. 갑이 좋다고 하자마자 바로 준비 시작.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이란 어떤 나라인가?


무슨 국가의 역사니 문화니 다 필요없어요. 일단 비자 받기 극악으로 어려운 나라. 일단 비자가 해결되어야 그 나라를 짧은 시간에 많이 보기 위한 준비와 공부가 필요한 것이지, 비자가 해결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아무 소용 없어요. 그 나라에 들어가지도 못하는데요. 그래서 여행 준비에서는 비자가 무조건 최우선이에요. 비자 문제에 대해 답이 나온 후에 항공권을 구하고, 그 다음 짐을 싸고 이런 저런 사전 준비를 하는 게 순서.


그렇다면 비자 받기 극악으로 어려운 나라란 무엇일까요?


비자 받기 제일 쉬운 나라는 돈, 사진, 여권 사본으로 끝나는 나라들. 이런 나라들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대사관에 가서 비자 수수료, 여권 사진, 여권 사본만 제출하고 기다리면 되요.


비자 받기 두 번째로 쉬운 나라는 여행사에 맡겨 버리면 되는 나라들. 중앙아시아는 '초청장'이 있어야만 비자가 나온다고 '초청장'이라는 구시대적 제도를 아직도 운용중이라고 욕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것은 잘 모르고 하는 소리. 우리나라도 초청장이 있어야 비자 찍어줘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즈베키스탄에 가기 위해 초청장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우즈베키스탄 사람들 역시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초청장이 있어야 해요. 우리나라 일반인들이 대한민국 비자를 받는 방법에 대해 그다지 관심 없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 뿐이에요. 우리나라라고 아무한테나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하는 것은 아니에요. 우리나라가 아무한테나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하고 체류하기 그렇게 쉽다면 '불법체류자'가 많다고 하지 않죠. 그냥 '장기 체류 외국인 노동자'가 많다고 하죠.


비자 제도는 원칙적으로는 상호주의에요. 이 '상호주의'가 무슨 말이냐하면 '상호 우대'와 '상호 보복' 둘 다 가능. 즉 '너희가 해주는 만큼 우리도 해주겠다'는 말이에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알바니아 국민들에게 무사증 입국을 실시하자 알바니아도 몇 년 후 우리나라 국민들에 대해 무사증 입국을 허가해 주고, 우리나라가 불법체류자 문제 때문에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국민들에 대해 다시 비자를 받은 사람들만 입국 허가하기로 하자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정부도 우리나라 국민들에 대해 비자를 받은 사람만 입국 허가하기로 한 것 처럼요. 물론 이 원칙이 100%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마케도니아, 조지아 (그루지야)처럼 일방적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무사증 입국을 허가한 경우도 있어요. 대체적으로 '원칙은 상호주의이지만 국력의 강약에 따라 국력이 강한 국가에 관대하다'에요.


돈을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초청장을 개인이 혼자 어떻게 해결해보려고 한다면 난이도가 극악으로 올라가겠지만, 여행사에 맡겨버리면 알아서 해 주는 경우는 비자 받기 매우 쉬운 경우에 속해요. 예를 들어 우즈베키스탄 관광 비자. 간혹 다른 나라 여행하다 계획에 없던 우즈베키스탄에 가고 싶어져서 자기가 체류중인 나라에 있는 대한민국 대사관 가서 우즈베키스탄 비자 달라고 징징대는데 대사관이 안 도와주었다고 우리나라 대사관 욕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건 전적으로 잘못된 행동. 이런 행동은 마치 스타벅스 가서 소주 왜 안 파냐고 화내는 거랑 똑같아요. 비자는 발급해주는 국가 고유의 권한이기 때문에 대사관이 함부로 나설 수 없는 문제에요. 만약 우즈베키스탄 관광 비자를 받고 싶다면 주 우즈베키스탄 대한민국 대사관에 연락해 도와달라고 하거나, 체류중인 나라에 있는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에 가서 도와달라고 해야죠. 대사관이라고 전 세계 모든 국가의 비자법에 대해 잘 알고 이것을 도와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대사관마다 다른 것이 외교관들은 한 국가에 10년이고 20년이고 질펀하게 눌러붙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자기가 전에 있었던 나라라면 잘 알고, 아니면 몰라요. 즉, 대사관에 있는 외교관들의 경력과 인성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약간의 도움을 줄 수도 있고 아예 도움을 안 주거나 못 줄 수도 있는데 이걸 조사하고 가는 게 더 어렵죠.


제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대사관이 일을 잘 한다, 못 한다'는 논쟁에 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에요. 단지, 비자 문제에 관해 해당 국가 비자 관련 문제는 해당 국가 주재 대한민국 대사관, 또는 해당 국가 대사관에 문의를 해야 한다는 거에요. 이것은 대사관이 일을 잘 하고 못 하고와는 전적으로 상관이 없는 문제에요.


여행 중 갑자기 계획에도 없던 우즈베키스탄에 가고 싶어졌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일단 70점 짜리 답은 주 우즈베키스탄 대한민국 대사관에 우즈베키스탄 비자에 대해 문의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썩 좋은 답은 아니에요. 대사관에서 우즈베키스탄 초청장과 비자를 내주지는 않으니까요. 그래도 방법은 알 수 있을테고, 한국어로 이야기할 수 있으니 필요한 정보는 얻을 수 있겠죠. 물론 외국에서 다른 외국인 우즈베키스탄으로 연락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일이겠지만요.


80점 짜리 답은 자신이 체류중인 국가에 있는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에 가서 문의를 하는 거에요. 이러면 확실히 방법을 알 수 있겠죠. 하지만 장담컨데 여행사로 보내버릴 거에요. 초청장 받아오라구요.


90점 짜리 답은 자신이 체류중인 국가에 있는 우즈베키스탄 여행사에 가서 초청장을 사는 것이죠. 만약 언어 문제가 없고, 우즈베키스탄 초청장을 발급해주는 여행사가 어디 있는지 잘 알고 있다면 이게 100점.


100점 짜리 답은 인터넷을 검색해 한국에 있는 우즈베키스탄 초청장 발급해주는 여행사에 연락해서 최대한 빨리 초청장 좀 달라고 하는 것이죠. 검색하면 금방 나와요. 헛심 뺄 필요가 없어요.


이렇게 여행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면 이것도 난이도 자체는 낮아요. 여행 경비를 절약해 보려고 굳이 초청장 없이, 또는 초청장을 스스로 발급받아 보려고 하니까 비자 받기가 극악으로 어려워질 뿐이죠. 초청장을 사고, 여권 사진과 여권 사본과 비자 수수료를 들고 가면 역시나 끝.


그러면 비자 받기 가장 극악으로 어려운 경우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 비자 자체를 안 주는 경우.


투르크메니스탄이 여기에 해당해요. 여기는 굳이 제가 줄줄줄 써놓지 않아도 유명하죠. 관광 비자를 받는 법도 있기는 한데, 시간도 엄청 오래 걸릴 뿐더러 돈도 엄청나게 많이 들어요. 관광 비자를 받을 경우 가이드를 항상 대동해야 하는데 가이드에게 주어야하는 일당은 물론이고 가이드의 일체 경비까지 전부 지불해야 해요. 아무리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쉽다고 하지만 이건 일반 여행자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요. 그렇다고 관광비자 신청이 쉽거나 빨리 나오는 것도 아니구요. 게다가 한국에서 투르크메니스탄 비자를 받는 것 역시 불가능. 그래서 보통 경유 비자를 받아서 가는데 이 경우는 초청장이 필요 없는 대신 많이 받아야 5일에 반드시 자신이 지정한 입국 지점으로 들어가서 출국 지점으로 나가야 하는데다 받는 동안 사람 진 빼버리기로 악명 높죠.


두 번째. 비자법이 자꾸 바뀐 경우.


아제르바이잔이 여기에 해당해요. 작년 아제르바이잔에 갔을 때, 비자법이 막 바뀌어서 저는 예전 비자법으로 다녀왔어요. 즉, 작년에 비자법이 한 번 바뀌었어요. 그리고 올해 5월 1일부터 비자법이 또 바뀌었어요. 단순히 비자 신청시 초청장이 있어야 한다, 없어도 된다 정도의 변화가 아니라 비자 받는 절차 자체가 2년간 두 번 바뀌었어요. 즉,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2012년 상반기까지의 아제르바이잔 비자 획득 정보는 전부 죄다 틀린 것. 게다가 아제르바이잔은 비자 신청시 입출국 항공권을 요구해요. 비자가 거부 당하면 항공권도 날리기 때문에 금전적 피해가 만만찮아요. 제가 작년 아제르바이잔으로 여행갔을 때 아제르바이잔 비자 받는 것은 입출국 항공권이 있어야한다는 것 외에는 비자 받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도 않았어요. 초청장을 발급받는데 초청장 발급 회사에서 운영하는 호텔에서의 2박 (그나마 여행사에서 흥정을 해 주어서 원래 3박인데 2박으로 깎아준 것)해야 했다는 것 정도를 제외하면 그렇게까지 어렵지도 않았어요. 우즈베키스탄 관광비자보다는 난이도가 있으나 그렇다고 어렵다고 하기엔 평이한 수준. 하지만 비자법이 두 번에 걸쳐 엄청나게 까다롭게 변경된 데에다 변경된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변경된 상태라 인터넷에서 정보를 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


게다가 이들 두 나라 대사관의 영사 업무 시간이 고작 하루에 오전 2시간 남짓이라는 것은 보너스. 이런 덤까지 주는 것은 고객 입장에서 필요 없는데 말이죠.


일단 여행 경로는 투르크메니스탄을 경유 비자로 간 후, 아제르바이잔에 가서 비행기를 타고 타슈켄트로 돌아오는 경로로 정했어요. 문제는 비자. 두 나라 모두 지난 타지키스탄 비자 획득시와는 달리 '들이밀어보고 보자'는 게 안 먹히는 나라였기 때문에 비자 획득부터 엄청난 난이도를 자랑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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