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패스트푸드

맥도날드 골든 에그 치즈버거

좀좀이 2019. 2. 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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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먹어본 햄버거는 맥도날드 골든 에그 치즈버거에요.


집에서 책을 보고 있는데 친구가 카카오톡 메시지로 말을 걸어왔어요.


"너 햄버거 먹을래?"

"갑자기 웬 햄버거?"


친구가 만나자고 말을 걸어온 것은 아닌 것 같았어요. 친구가 사는 곳은 제가 사는 곳과 멀거든요. 그런데 고작 햄버거 하나 먹자고 제게 만나자고 할 리는 없었어요. 뭔가 다른 것이 있을 것 같았어요.


그때 친구가 쿠폰 하나를 보내주었어요.


"나는 이거 별로라서...너 먹고 싶으면 먹어."

"어? 고마워!"


맛을 떠나서 공짜라면 일단 고마워요. 친구에게 스마트폰 화면 너머에서 큰절을 올렸어요. 보릿고개 구황작물 같은 신성한 햄버거 1개가 생겼어요.


친구가 보내준 것은 맥도날드 골든 에그 치즈버거였어요.


이것이 맥도날드 몰락의 시발점이 된 바로 그 햄버거란 말인가!


한국 맥도날드 대표가 2016년 바뀌면서 이 대표는 맥도날드를 대차게 말아먹었어요. 솔직히 이게 이름값 때문에 버틴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에요. 맥도날드는 이제 버거킹과 맘스터치를 보면 허리를 180도 꺾어 인사하며 '버거킹님', '맘스터치님'이라고 인사해야 할 판이에요. 조선 시대 사진 보면 노비가 양반에게 길거리에서 큰절 올리며 인사하는 사진이 있는데 진짜 딱 그래야할 판이에요.


대표가 바뀐 이후, 맥도날드는 고급화를 추구했어요.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일종의 카페 같은 모습을 꿈꾸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이것은 완벽히 잘못된 구상이었어요. 맥도날드를 주로 소비하는 계층이 누구인지 제대로 파악 못 했던 것이었어요. 초기에는 괜찮았어요. 맥도날드에서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고 홍보하는 마케팅 전략은 괜찮았거든요. 그러나 거기에서 이상한 길로 접어들면서 맥도날드에 망조가 들기 시작했어요. 우리나라에서 맥도날드가 몰락한 이유로는 햄버거 패티 문제로 인한 병 같은 게 컸어요. 그렇지만 그 이전에 맥도날드가 나아갈 길을 잘못된 방향으로 선택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봐요.


그 상징 같은 것이 바로 시그니처 메뉴에요. 맥도날드는 고급화 전략을 추구하면서 시그니처 버거를 내놓았어요. 그러나 모두가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고, 실제로 인기도 별로 없었어요. 그 가격이면 제대로 된 밥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그게 엄청난 포만감을 불러일으키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니었구요. 더욱이 고급화 자체도 상당히 문제가 컸어요. 왜냐하면 맥도날드 대표가 시장을 언제 어떻게 분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그니처 버거가 출시될 때에는 이미 여기저기에서 수제버거를 판매하고 있었거든요.


저는 그동안 맥도날드 시그니처 버거를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어요. 그 이전에 맥도날드 햄버거가 나날이 저질화되어가는 것을 보고 맥도날드를 아예 안 갔어요. 그러다 친구가 쿠폰을 주자 한 번 먹으러 가보았어요.


맥도날드 골든 에그 치즈버거 상자는 이래요.


골든에그치즈버거 상자


일단 고급화를 추구해서인지 평범한 종이 포장이 아니라 상자에 담겨 있어요.


맥도날드 시그니처 버거 상자


상자를 열어보았어요.


맥도날드 시그니처 버거


수제버거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한 것은 보였어요.


골든 에그 치즈버거


맥도날드 홈페이지에서 골든 에그 치즈버거에 대해 '갓 조리한 1+ 등급 국내산 계란에 진한 아메리칸 치즈를 한 장 더! 고소함과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는 버거 * 기존 자사 골든 에그 치즈버거 대비'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맥도날드 골든 에그 치즈버거 영문명은 Golden Egg Cheeseburger 이에요. 중량은 305g, 열량은 707 kcal 이에요.


맥도날드 골든 에그 치즈버거 가격은 원래 단품 7500원, 세트 8900원이었어요. 그런데 1월부터 가격을 인하해서 지금은 단품 7000원, 세트 8100원이에요.


맥도날드 골든 에그 치즈버거


맥도날드의 패착을 느낄 수 있는 맛.


머스타드맛이 강했어요. 양파와 치즈맛도 잘 느껴졌어요.


의외로 햄버거 패티맛은 약했어요. 햄버거 패티는 일차적으로 머스타드에게 한 대 두드려맞고 계란에 또 한 대 맞아서 그로기 상태였어요. 무슨 모든 게 패티한테 달려와 마구 때리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게 계란버거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들었어요. 계란이 정작 이 햄버거의 메인에 가까웠어요.


전체적인 맛은 괜찮았어요. 수제버거 따라잡으려고 한 거 같았어요.


그러나 완벽히 잘못 판단했어요. 쉐이크쉑과 경쟁한다면 경쟁력 있어요. 이건 인정해요.


하지만 수제버거는 쉐이크쉑만 있는 게 아니지.


우리나라에 수제 버거가 쉐이크쉑 버거만 있는 건 아니에요. 뒤져보면 가격 괜찮고 맛 좋은 수제버거 가게 여기저기 있어요. 골든 에그 치즈버거의 경쟁자는 단순히 쉐이크쉑 버거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수제버거 가게들까지 포함되요. 그런 곳과 경쟁하려 한다면 이건 가격과 양에서 모두 꽝이었어요.


게다가 가격까지 고려하면 골든 에그 치즈버거 경쟁 상대는 엄청나게 넓어져요. 편의점 도시락 수준이 아니라 한솥도시락 같은 일반 도시락 전문점, 더 나아가 이 가격이면 일반 식당 밥값과 맞먹어요. 그런 쟁쟁한 경쟁상대들 속에서 경쟁력이 있다? 천만에요. 경쟁력 하나도 없었어요. 양이고 맛이고 모두 처절하게 패배였어요. 단품 7000원, 세트 8100원도 무지 비쌌어요. 이 정도 양과 맛이라면 여기에서 추가로 500~1000원 더 내려가야 해요. 적정가는 단품 6500원 정도였어요. 그 정도라면 그냥저냥 납득하고 먹을 수준이었어요.


올해 물가가 다시 한 번 폭등하고 이게 단품 7100원이라 해도 그렇게까지 경쟁력있을지 모르겠어요. 맥도날드 골든 에그 치즈버거는 맛, 양, 가격 모두 너무 애매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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