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먹어본 외국 과자는 인도 땅콩 과자인 태스티 BIKANO TASTY 에요.


이태원에 놀러갔을 때에요. 모처럼 외국 식료품점을 갔어요. 안 가 본 지 조금 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과자가 들어왔는지 궁금했어요.


'남아시아 과자는 별로 없네?'


과자를 하나씩 쭉 살펴보던 중, 남아시아 과자는 특별히 종류가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남아시아 과자라 하면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에서 생산된 과자를 말해요. 네팔은 과자가 생산될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 들어온 과자가 아직까지 없어요. 우리나라에서 맛볼 수 있는 남아시아 과자라면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것이 거의 전부에요.


동남아시아 과자는 이제 우리나라에 너무 흔해졌어요. 아예 수출용으로 생산한 과자들이 많이 수입되고 있어요. 가끔 수출용으로 만들지 않은 내수용이 풀릴 때도 있구요. 중요한 것은 동남아시아 과자는 흥미를 갖고 말고 할 단계를 벗어났다는 거에요. 너무 흔해서요. 예전이나 진짜 동남아시아 과자들도 신기해서 하나씩 사 먹어보곤 했지, 지금은 오히려 왜 그걸 신기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하지만 남아시아 과자는 우리나라에 아직 많이 풀리지 않았어요. 남아시아 과자들은 외국인 대상으로 하는 식료품 가게에 몇 종류 있을 뿐이에요. 그래서 혹시 남아시아 과자 중 새로 시장에 풀린 것이 있나 살펴보고 있었어요.


일단 종이곽에 들어 있는 포장 잘 된 것 중에서는 새로 나왔다고 할 게 거의 없었어요. 제가 안 먹어본 것이 있기는 했지만, 감히 먹어볼 엄두를 낼 수 없는 것 뿐이었어요. 양이 너무 많아서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 안 되는 것들요.


종이곽에 들어간 포장 잘 된 과자를 지나 비닐 포장된 과자들을 살펴보았어요.


"어? 이건 내가 못 먹어본 건데? 혹시 방글라데시 것인가?"


비닐 포장된 방글라데시 과자는 맛있었어요. 남아시아 과자 중 비닐 포장 되어 있고 믹스넛 비슷하게 생긴 것은 상당히 맛있어요. 카레향 때문에 약간 이질적이지만 아주 이상하지 않아서 즐겁게 맛볼 수 있는 것들이에요.


'이거 맛 괜찮겠지?'


인도 땅콩 과자 - 태스티 BIKANO TASTY


비까노 테이스티. 상당히 조잡하게 생긴 포장.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남아시아 과자는 오히려 이런 것이 맛있어요. 이유는 몰라요. 제대로 종이곽에 들어 있는 것들은 오히려 맛이 영 아니었어요. 어떻게 보면 틈새시장 같은 것일 수도 있어요. 고급 과자는 우리나라 것과 당장 비교되요. 게다가 고급 과자 같은 경우, 맛만 맛있게 잘 만든다고 되지도 않아요. 포장도 상당히 중요해요. 포장 재질이 거지같으면 포장 재질 특유의 냄새가 과자에 베어서 과자 자체를 망치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그에 비해 이렇게 비닐 봉지에 들어 있는 과자는 우리나라에 비슷하다고 할 게 없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일단 없어요. 그래서 먹을만 하다면 '독특함' 때문에 좋은 점수를 주게 되요.


봉지 뒷면을 보았어요.


인도 과자


눈에 힘을 주고 뭐라고 적혀 있는지 보았어요.


인도 땅콩 과자


"인도!"


순간 음찔했어요.


저는 인도 과자와 악연이 있어요. 인도 과자 중 맛있게 먹어본 게 과연 있는지나 모르겠어요. 인도 인구도 10억이라 하는데 이상하게 인도 과자들은 한결같이 맛이 이상했어요. 단맛은 수드라의 카르마 같은 거라 여기는 건지 이상하게 단맛을 무지 탄압했어요. 브라만은 고행을 해야 해서 고급 과자도 무조건 단맛을 난폭하게 제거하고 만드는 것 아닌가 싶을 지경이었어요.


더 기괴한 것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과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이었어요. 이게 오직 인도 과자만 그랬어요. 제 아무리 핵미사일 푸콰푸콰 발사해도 코끼리 뿌우 한 번 뜨면 무조건 정의의 주인공이 승리하는 인도 영화의 고대 인더스 문명 정신과의 악연이라도 있는 건지 인도 과자만 희안하게 이랬어요. 인도 과자는 그래서 일단 움찔하게 만들어요.


인도 과자 중 그나마 성공했다고 할 만 게 믹스넛 비슷한 과자였어요. 이것도 그나마 괜찮게 먹은 것이었지 맛있다고 하기에는 뭔가 애매했어요. 그거 사먹을 바에는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스리랑카 과자 사먹을 것이었으니까요.


일단 제품명부터 공포스럽게 '태스티'였어요. Tasty 를 '태스티'라고 적어놓았어요. 이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한글로 적으라고 한다면 99.99%는 '테이스티'라고 적을 거에요. 그런데 태스티.


이름부터 무서워!


중량 150g, 열량은 900kcal. 열량은 쓸 데 없이 높았어요. 밥 대신 먹어도 될 정도였어요.


원재료는 다음과 같았어요.


땅콩(65%), 이집트콩분말(12%), 식용유지(목화씨유), 옥수수전분(유전자변형가능성있음), 요오드소금(염화나트륨, 정제수, 포도당, 요오드칼륨), 복합향신료(망고분말, 고추, 호로짜잎. 쿠민, 암염, 시나몬, 강황, 아위)


원재료 아래에는 '땅콩함'이라고 적힌 직사각형이 있었어요. 더 무섭게 만드는 문구였어요. 보통 '알레르기 유발성분 : 땅콩' 이렇게 써주기 마련인데 그냥 '땅콩함'이었어요.


"땅콩 믿고 간다!"


아무리 맛이 없어도 일단 땅콩. 땅콩에 뭔 짓을 해놔도 땅콩의 기본 맛이 있으니 중간은 갈 거야. 땅콩을 믿습니다. 나의 구세주 땅콩. 당신은 땅콩 먹기 위해 태어난 사람.


이게 아무리 맛이 없어도 땅콩 하나 믿었어요. 뭔 짓을 하더라도 땅콩 기본 맛은 있으니까요. 땅콩도 상당히 강한 식재료에요. 지배하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침략당하지는 않는 맛이에요. 땅콩 맛은 식재료계의 아테네에요. 전쟁의 신에는 아테네와 아레스가 있어요. 이 중 방어 전쟁의 신이 아테네에요. 땅콩은 다른 식재료 맛을 지배하지는 못하나 자기 영역만큼은 확실히 수호해내는 식재료에요. 땅콩볼이니 땅콩 비율이 당연히 높을 거에요. 그렇다면 최소한 땅콩 맛 때문에 먹을 수는 있을 거에요. 그래서 구입했어요.


인도의 신비


어떻게 땅콩볼을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


짰어요. 카레향과 짠맛이 팍 터졌어요. 땅콩은 자기 영역을 방어해내는 것에 급급했어요. 땅콩 영토를 침공하는 사악한 카레와 암염 맛은 거침없는 공격을 퍼붓고 있었어요.


이게 짜서 혀가 얼얼한 건지 매워서 혀가 얼얼한 건지 분간이 안 되었어요. 약간 매운 맛이 있기는 했어요. 그러나 그 매운맛이 과연 진짜 매운 건지, 짠 맛을 착각해서 맵다고 느끼는 건지 알 수 없었어요.


치토스와 비슷한 계열의 맛이었어요. 그러나 치토스와 절대 같지 않았어요. 치토스를 훨씬 더 짜게 만들고 단맛과 고소한 맛을 철저히 짓밟아 뭉개면 이거랑 일단 기본적으로 비슷한 맛이 날 거에요.


계속 먹다보니 쿰쿰한 냄새도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뭔가 삭힌 커리 같은 냄새요.


땅콩볼마저 괴식으로 만드는 인더스 문명 힌두교 파워! 넌 이미 카레볼을 먹고 있다. 땅콩은 카레맛을 거들 뿐.


진짜 인도를 가보고 싶어졌어요. 어떻게 땅콩볼도 이렇게 만드나 마구 궁금해졌어요. 땅콩은 밑도 끝도 안 보이는 8억 맛살라 병사들 앞에서 홀로 처절하게 칼 휘두르며 버티고 있었어요. 그러나 우리의 인더스 문명 맛살라 전사들 쪽에서 코끼리 뿌우 소리가 울려퍼졌어요. 이건 끝났어요. 외계인이 광선총을 삐융삐융 쏘든, 아임 유어 파더 포스가 함께 하기를 외치며 광선검 휘두르든 소용 없어요. 그렇게 땅콩맛은 8억 맛살라 전사들의 코끼리 뿌우 공격에 무너져갔어요.


왜 인도 과자를 먹으면 진짜 인도 어린이들 맨날 이런 과자 먹나 확인해보러 인도 가보고 싶어질까?


이거 자체가 인더스 문명의 신비에요. 그러니 멀쩡히 흐르던 강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인더스 문명이 폭삭 망했죠.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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