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리뷰할 외국어 학습 교재는 명지출판사 세계어학 시리즈 중 하나인 알기쉬운 헝가리어 입문이에요.


제가 갖고 있는 명지출판사 세계어학 시리즈 중 알기쉬운 헝가리어 입문은 꽤 초기에 구입했던 책이에요. 이 책은 나름대로 추억이 많은 책이에요.


어렸을 적 헝가리에 한 번 가보고 싶었어요. 예전에 열심히 우표를 모으던 때였어요. 수학여행 다녀온 누나가 제게 선물로 MAGYAR POSTA 라고 적힌 우표가 가득 담긴 봉투를 사왔어요.


"마갸르? 이거 대체 어느 나라지?"


사회과부도 책을 펼친 후, '마갸르'라고 적힌 나라를 찾아보았어요. 그런 건 당연히 없었어요. 그나마 비슷한 국가 이름이라고는 '마다가스카르'가 전부였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MAGYAR POSTA 라고 적힌 우표가 마다가스카르 우표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우표를 하나씩 살펴보니 이게 아무리 봐도 마다가스카르 우표 같지는 않았어요. 깃발과 풍경을 보면 오히려 헝가리 우표에 더 가까웠어요. 헝가리가 어떻게 생긴 나라이고 뭐가 있는지 잘 몰랐지만, 계몽사 학습그림사회 동유럽 편에서 본 헝가리 풍경과 비슷했고, 우표에 그려진 국기를 보면 헝가리 국기였거든요.


Magyar 가 '헝가리'라는 것을 정확히 알게 된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에요. 그 전까지는 이게 '헝가리'라고 추측하기만 할 뿐, 정확히 헝가리라는 것은 몰랐어요. 그 당시에는 인터넷도 널리 보급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검색해볼 수도 없었어요. 나중에 인터넷이 널리 보급된 후에도 한동안 인터넷에 한국어로 된 다양한 정보는 없었구요. 인터넷에 한국어로 된 정보가 풍부해진 것은 실상 네이버 지식인이 크게 성공하면서부터에요. 그 전에 다음 카페도 자료가 많았다고 하기는 하나, 다음 카페는 인터넷 검색에 매우 안 맞았어요. 오죽하면 뭐 하나 검색하려고 하면 '다음 카페에 가입해서 가입 승인 받고 글 몇 개 남겨서 등급 올려야 찾을 수 있다'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진짜 그러던 때였으니까요.


그때부터 '헝가리'라는 나라에 관심이 크게 생겼어요. 언젠가는 반드시 헝가리에 가보고 싶어졌어요. 이 꿈은 나중에 이루었어요. 발칸유럽과 중부 유럽을 돌아다니던 7박 35일 여행때 헝가리를 가봤고, 그 이후 몰타에 있다가 크리스마스~연말 방학을 맞아 발칸유럽과 중부 유럽을 다시 여행했던 겨울 강행군 여행때 헝가리를 또 갔었거든요.


헝가리 여행을 다닐 때 알기쉬운 헝가리어 입문에 나온 내용들이 나름 도움이 되었어요. 헝가리의 유명한 전통 음식으로는 구야쉬가 있고,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는 흔히 '사슬교'라고 부르는 란츠교가 있다는 것 같은 거요.


이 외에도 이 책은 제게 명지출판사 세계어학 시리즈가 일본에서 출판된 어학 교재를 번역해 만든 책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만든 책이에요. 왜냐하면 본문에 일본 여자 이름이 나오는데 번역은 한국어로 되어 있는 '사상 초유의 이름이 바뀌는 번역'이 있거든요. 그 전에는 이 시리즈가 일본에서 출판한 어학 교재를 번역해 만들었다는 심증만 있었는데, 그 지문과 번역에서 사람 이름이 일본 여성 이름에서 한국 여성 이름으로 바뀌는 것을 보고 이게 일본 것을 번역해 만든 책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 시리즈는 저자가 '감수'로 되어 있든가 아니면 아예 저자가 '외국어연구보급회'라는 단체로 되어 있어요.


그리고 한동안 우리나라에서 헝가리어 교재는 이것밖에 없었어요. 과거에 독일에서 나온 헝가리어 교재를 번역해 출간한 책이라는 말이 있는 두꺼운 교재가 있었는데 그게 단종된 후, 한동안 우리나라에서 한국어로 된 헝가리어 교재를 보려면 좋든 싫든 명지출판사 세계어학 시리즈 알기쉬운 헝가리어 입문을 보아야 했어요. 요근래에는 ECKBOOKS에서 The 바른 헝가리어 첫걸음 책이 나와서 꼭 이 책을 보아야할 필요는 없어졌지만요.


명지출판사 알기쉬운 헝가리어 입문은 이렇게 생겼어요.


명지출판사 세계어학 시리즈 - 알기쉬운 헝가리어 입문


역시나 다른 것과 똑같은 디자인이에요.


머리말


머리말을 보면 '유럽에서는 헝가리어가 상당히 배우기 어려운 언어로 인식되어 있다. 헝가리인들조차도 헝가리어가 배우기 힘든 언어임을 자랑삼아 이야기할 정도인데, 이것은 헝가리어가 영어나 프랑스어와는 문법구조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라는 문구로 시작되요. 이것은 진짜에요. 헝가리인들은 자신들의 언어가 배우기 어려운 언어라는 것에 은근히 자부심이 있어요.


왜 헝가리어가 유럽 사람들에게 상당히 배우기 어려운 언어로 인식되고 있냐 하면 헝가리어는 먼저 교착어에요. 굴절어와 교착어는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굴절어와 고립어, 교착어와 고립어보다 훨씬 더 많이 달라요. 굴절어 관점에서 교착어를 접근하면 지옥이 열리고, 반대로 교착어 관점에서 굴절어를 접근하면 마찬가지로 지옥이 열려요.


두 번째로 헝가리어는 다른 유럽 언어들과 어족 자체가 달라서 단어 자체가 다른 경우가 꽤 되요. 예를 들어 헝가리어에서 '가다'는 megy 에요. 영어의 go, 프랑스어의 aller 와는 접점이 아예 없어요. 이렇게 비슷하지 않은 단어가 많을 수록 배울 때 어렵다고 느낄 수 밖에 없어요. 모국어의 도움을 하나도 못 받으니까요.


구성


구성을 보면 이런 저런 말이 있어요. 사실 이 책의 질은 바로 전에 다룬 '알기쉬운 터키어 입문'과 더불어 상당히 괜찮은 편에 속해요. 왜냐하면 일본어도 교착어거든요. 이런 교착어를 다룬 외국어 교재는 발음 표기 문제만 제외하면 일본에서 출판된 책을 번역해서 출간하는 쪽이 영어로 된 책을 번역해서 출간한 쪽이 훨씬 더 좋아요.


베끼는 것도 뭘 알고 잘 베끼는 게 중요해요. 굴절어 교재는 영어로 된 책을 베끼는 게 좋고, 교착어 교재는 일본어로 된 책을 베끼는 게 좋아요. 반대로 하면 최악의 결과물이 잘 탄생해요. '굴절어와 교착어의 차이점'에 대한 고려 없이 굴절어 화자가 교착어 교재를 쓰고, 교착어 화자가 굴절어 교재를 쓰면 아무리 책이 예뻐도 일주일 안에 예쁜 쓰레기, 책장 장식품으로 전락해요.


목차는 다음과 같아요.





문법 내용이 상당히 빡빡하게 들어가 있어요. 그래도 헝가리어가 교착어이다보니 어느 정도 감당이 되요.


헝가리어 알파벳


목차 바로 다음에는 헝가리어 알파벳이 나와 있어요. 헝가리어 알파벳 중 유의해야 할 것 중 하나는 바로 s 와 sz 에요. 헝가리어 알파벳에서 s 는 영어의 sh, sz 는 영어의 s 발음에 해당해요.


헝가리어 발음


이후 알파벳 발음 및 모음 조화에 대한 설명이 나와요. 헝가리어에는 자음도 장자음이 존재한다는 말이 나와요. 이게 어떻게 되는 건지 제대로 설명을 안 해줘요. '자음을 길게 발음한다'는 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어요. 사실 알고 보면 별 거 아니에요. 같은 자음을 연속으로 2번 발음한다고 이해해도 큰 무리는 없어요. 오히려 '자음에도 장단의 구별이 있는데, 장자음의 표기는 그 자음을 두 번 반복해서 써서 표현한다'라는 말에서 '장자음' 때문에 오히려 감을 못 잡고 어렵게 만들어요. 사실 이 부분이 이 책에서 난이도가 가장 높은 부분 중 하나에요. 설명 보고 이해하기 어려운 발음들이 여럿 있거든요.


헝가리어 알파벳과 발음 다음부터는 본문이 시작되요.


헝가리어 본문


1과부터 10과까지는 이렇게 헝가리어 본문 아래에 한글로 발음이 적혀 있어요.


삽화를 보면 나름대로 꽤 신경을 쓴 것 같은 삽화에요. 만화책에서 본 것 같은 삽화에요.


헝가리어 단어


본문 바로 옆에는 이렇게 단어와 본문에 대한 번역이 있어요.


헝가리어 문법 설명


문법 설명은 괜찮은 편이에요. 약간의 인내심만 있다면 보고 이해할 수 있어요. 문법 내용이 이것저것 빽빽히 들어가 있는 것에 비해 설명은 상당히 친절하고 준수한 편이에요. 문법 설명만 쭉 읽어도 헝가리어 문법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한 편이에요.


문법 설명에도 그림이 등장해요. 장소접미사 의미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그림이 나와요. 고양이의 위치, 움직이는 방향으로 설명해줘서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명지출판사 세계어학 시리즈 중 이렇게 그림까지 동원해서 문법을 설명해주는 책은 알기쉬운 헝가리어 입문이 유일해요.


연습문제


각 2과가 끝날 때마다 연습문제가 있어요. 그리고 연습문제 끝에는 헝가리 문화에 대해 알려주는 내용이 있어요.


이 책은 본문 구성 자체도 괜찮은 편이에요. 민호와 아기, 페테르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번역만 읽어도 그럭저럭 볼 만 해요.


이렇게 민호와 아기, 페테르의 소소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보니 당연히 삼각관계가 이루어져요.


사랑 싸움


명지출판사 알기쉬운 헝가리어 입문은 알기쉬운 터키어 입문과 더불어 꽤 괜찮은 교재에요. 단, 아쉬운 점이 하나 있어요.


헝가리어 어순은 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


헝가리어 어순에 대한 설명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어요. 책을 보면 어순에 대한 감이 잘 안 잡혀요. 헝가리어가 어순이 자유로운 편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기본 어순'이라는 것이 있거든요. 헝가리어 어순에 대한 설명에 대한 보강 설명만 있었다면 훨씬 더 괜찮았을 거에요.


헝가리어에 가볍게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명지출판사 세계어학 시리즈 알기쉬운 헝가리어 입문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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