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뜨거운 마음 (2011)

뜨거운 마음 - 25 아르메니아 예레반 계단 폭포

좀좀이 2012. 6. 2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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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레반으로 다시 돌아왔어요.


여기는 어제 비가 안 내렸나? 젖은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어요. 아니, 어제보다 더 뜨겁고 더운 것 같았어요. 하늘에 구름 한 점 없고 공기에 산소 하나도 없고 광자로 꽉 찬 듯 숨 쉬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그냥 뜨거웠어요.

첫 사진에 있는 건물이 바로 예레반 기차역인데 뾰족한 탑처럼 생긴 것 꼭대기에 저렇게 소련의 흔적이 깨끗이 남아 있답니다.

그리고 기차역 입구에는 이렇게 소련의 흔적이 잘 남아 있어요. 카프카스 3국 중 소련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국가는 단연코 아르메니아에요.


화가 나서 숙소에 돌아왔어요. 직원이 있으면 귬리는 최악이라고 말해주려고 했어요. 하지만 직원이 없었어요. 그래서 짐을 던져놓고 조금 쉬다가 게미니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시며 노닥거렸어요.


"우리 거기 가볼까?"


예레반 오페라 하우스 쪽에도 볼 것이 있었어요. 여기는 그냥 보고 지나친 곳. 오늘까지 해서 아르메니아에 머물 날은 총 3일. 하루는 에치미아진 Echmiadzin 에 가기로 했으니 예레반을 볼 수 있는 날은 앞으로 이틀. 조지아로의 이동 전날에는 아무래도 마지막으로 정비를 하고 쉬는 게 좋다고 보았기 때문에 웬만한 곳은 이날 다 끝내버릴 생각이었어요. 다행히도 우리가 가야하는 곳은 아르메니아 소비에트 공화국 창건 50주년 기념탑과 조국의 어머니상 정도. 나머지는 굳이 가 보고 싶다는 욕구가 없었어요.


이제 길을 대충 알기 때문에 계단 폭포까지 걸어갔어요.

사람 동상을 지나가면

가운데에는 꽃밭이 펼쳐져 있고, 주변에는 조형물들이 있어요.


걸어올라가기 시작했어요.

아름답기는 한데 폭포라고 하기엔...이런 것도 폭포인가?

계단이 계속 이어집니다.

뒤를 보면 이래요.

끝없는 계단.

분명 내부로 들어가서 올라가는 길이 있는데 문이 잠겨 있었어요. 내부로 들어가 올라가면 최소한 햇볕은 피하니 햇볕 때문에 뜨겁지는 않을텐데 내부로 들어가는 문이 잠겨 있어서 밖에서 올라가야 했어요.

여기까지는 웃으며 올라갔어요.

아직까지는 사진 찍을 여유도 있었구요.

사진 가운데 끝에 보이는 건물이 바로 오페라 하우스에요.

계단 경사는 대략 이 정도에요.

올라갈수록 예레반이 잘 보여서 뒤를 돌아보는 맛이 있었어요. 그러나 계단은 도무지 끝날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아직 끝이 아니다.

계단은 끝났어요...?


아직 완공이 덜 되어서인지 거의 마지막 부분은 제대로 된 돌계단이 아니라 흙길을 따라 돌아가서 허름한 철계단을 다시 올라가는 구조였어요. 사진에서 정말 잘 안 보이기는 하지만 큰 아라라트 산과 작은 아라라트 산도 보였어요. 지평선을 따라가다보면 사진 한가운데에 삼각형의 어두운 부분이 있는데 그게 바로 큰 아라라트에요.

드디어 정상 도착!

이제 가야 하는 곳이 드디어 보였어요.

일단 정상에서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커플을 유심히 쳐다보는 경찰 아저씨.

조국의 어머니상까지 바로 가기에는 너무 힘들고 더웠어요. 역시 저도 저질 체력. 이때는 설악산, 치악산, 월악산을 다녀오고 지리산은 다녀오기 전이었는데 아무리 우리나라 3대 악산을 다 다녀왔다고 해도 저질 체력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어요.


정상 정복 기념으로 아르메니아 코냑 미니어처를 둘이 나누어 마셨어요. 친구가 먼저 한 입 마시고 제가 한 입 마셨어요.


"후우..."


독해서 식도가 확 달라붙는 것 같았어요. 입도 화하고 목도 화했어요.


"이거 향은 정말 좋은데?"


향은 정말 포도향. 냄새는 정말 맛있는 포도향이었는데 도수는 향기가 좋은 만큼 독했어요.


"스탈린은 이런 걸 처칠한테 매일 한 병씩 잡수시라고 보낸 거야?"


아무리 좋은 술이라지만 꽤 독했기 때문에 매일 한 병씩 복용하시라는 것은 술 먹고 죽으라는 이야기로밖에 이해할 수 없었어요.

조국의 어머니 동상 보러 가는 길. 차도를 무단횡단해서 공원으로 갔어요. 이 구간은 차가 빨리 달리므로 무단횡단할 때 주의가 필요한 곳이에요.

공원 내부는 나름 신경써서 꾸며놓았어요.

드디어 조국의 어머니상 도착. 조국의 어머니는 매를 때릴 때 칼로 때리십니다.

아무리 보아도 모성애는 안 느껴지는 얼굴. '조국의 선생님' 상이라고 해야 더 어울릴 것 같은데...


이왕 온 김에 공원을 걸어다니며 구경했어요.



구경을 다 한 후, 다시 내려와 광장에서 분수쇼를 보고 게미니 카페 가서 차를 한 잔 마신 후 숙소로 돌아갔어요. 생각해보면 오전은 귬리 탈출하는 것에 정신이 팔려 있었고, 오후에는 계단 기어올라간 것 외에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는 하루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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