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미분류

해외 여행 짐 빨리 싸기

좀좀이 2012. 6. 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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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을 상상하다 드디어 결심하고 행동에 옮기게 되면 패닉에 빠지는 분들이 종종 계시죠. 저도 그랬구요. 정말 무엇부터 해야하는지 감도 안 오곤 하죠.


1박 2일 여행도 짐 싸는 거 어려워하시는 분들도 주변에 종종 계시는데 여행 일정이 꽤 길어지고 언어도 잘 안 통하는 해외로 나가게 되면 정말 정신만 없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처음 나가는 해외여행이라면요.


설레는 마음 절반, 혼란스러운 마음 절반으로 출국일이 다가오는데 아무 것도 준비 못하고 인터넷에서 뒤져봐야 더 나오지도 않는 정보들 찾아보고, 읽었던 글 다시 읽고 하다 보면 어느새 공항에 가야할 날은 당장 내일. 짐을 싸야 하는데 무엇부터 넣어야할지 감도 안 오고 계속 '이거 넣어야 해! 저거 넣어야 해!'하다가 정작 필요한 것은 빼먹고 필요 없는 것만 왕창 집어넣고 가게 되죠.


저 역시 처음 여행할 때에는 종종 그랬어요. 국내 여행이든 국외 여행이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감도 안 잡혀서 탱자탱자 놀다가 운명의 순간이 닥쳐오면 그제서야 정신없이 방을 다 들쑤셔놓고 가방에 필요한지 필요없는지 생각해볼 시간 없이 즉흥적으로 판단해 때려박아넣고 출발하곤 했어요. 어질러진 방은 대충 옷장에 때려넣고 빗자루질 쓱쓱 한 후 끝. 당연히 돌아오면


망했어요.


여행 돌아와서 정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피곤한데 방 정리까지 하고 물건을 어디 두었는지 다시 찾으려면 짜증 폭발. 그래도 자기가 저질러놓은 일이니 어쩔 수 없죠. 돌아와서 짜증나는 것은 둘째치고 여행 중 불필요한 짐이 많거나, 필요한 짐이 없거나, 그리고 둘 다 동시에 일어나거나 하면 여행 중에 짜증이 쫙 치솟아요.


요즘은 여행도 다녀보고 이사도 해 보아서 짐은 빨리 싸요. 저만의 해외 여행 나갈 때 짐 빨리 싸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0. 여행 정보 (숙소, 연락처, 세부 일정 등등)는 미리 자신의 이메일로 보내놓습니다. 정말 사고가 터졌을 때 인터넷 카페 가서 열어보고 출력할 수 있게요. 그리고 빨래는 짐 싸기 전날 미리 다 해놓습니다.


1. 먼저 책상 위를 싸악 치워놓습니다.
- 밤새 인터넷을 하며 여행 정보를 획득했든, 아침 늦게까지 잠을 잤든 짐을 싸기 직전에는 일단 책상 위를 싸악 치워놓으세요. 정리가 어렵다면 일단 한 곳에 다 몰아넣어서라도 책상 위를 깨끗이 치워놓으세요.


2. 책상 위에 여권, 돈, 체크카드(신용카드), 비행기표를 올려놓습니다.
- 여권, 돈, 체크카드(신용카드), 비행기표는 여행 성립을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일단 여권과 비행기표가 없으면 해외여행 자체를 나갈 수가 없습니다. 반대로 팬티 한 장 걸치고 공항에 가더라도 여권과 비행기표만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해외여행을 갈 수 있어요. 단, 정신병자인 줄 알고 경찰이 잡아갈 수 있으니 현실적으로는 아마 안 될 거에요. 추가적으로 기차표가 있다면 기차표도 같이 올려놓으세요. 책상 위에 올려놓아야하는 것은 오직 '모든 게 다 없어져도 이것만 있으면 되고, 반대로 이것들이 없으면 여행 자체가 불가능한 것'들 뿐입니다. 짐을 꾸리기 시작하면 주위가 어지러워지는 것은 당연하고 자기 정신도 어지러워져요. 짐을 넣다가 크기가 안 맞거나 공간이 이상하게 남거나 하면 짐을 빼서 다시 잘 맞추고 그래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당연히 주위가 어지러워집니다. 그리고 '하나 끝낸 후 하나' 이런 식이 아니다보니 더욱 정신이 없어지구요. 짐을 싸다가 틈틈이 책상 위에 있는 것들을 확인하세요. 그리고 아무리 공간이 없다 해도 책상 위에 무언가 놓지 마세요. 저것들을 잘 챙겨가느냐 못 챙겨가느냐가 100점이냐 0점이냐를 결정합니다. 중간 점수 따위 없습니다.


3. 가져갈 전자제품 - 노트북, MP3, 디지털 카메라, 핸드폰 등등 - 및 제품들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전선들, 충전기, 충전지를 한 곳에 모아놓습니다. 캐리어나 배낭에 넣을 게 아니라 노트북 가방, 카메라 가방에 전선, 충전기, 충전지를 넣을 거라면 이때 싸도 괜찮아요. 단, 옷과 같이 집어넣을 것이라면 아직 싸지 말고 한 곳에 잘 모아놓으세요.


4. 양말과 팬티를 준비합니다. 양말과 팬티는 많을 수록 좋은데 제 경험상 일정이 일주일을 넘지 않으면 하루에 한 개씩, 일주일을 넘는다면 양말은 7개 챙겨갑니다. 그리고 빨래를 하죠. 팬티는 7개까지 챙겨갈 필요는 없고 4개 정도 챙겨갑니다. 말려보면 팬티가 양말보다 훨씬 잘 마르거든요. 게다가 양말은 수시로 갈아신을 수 있지만 팬티는 샤워실 아니면 못 갈아입죠. 양말과 팬티는 여행자의 기분과 체력을 가장 꾸준히, 많이 야금야금 갉아먹기 때문에 자주 갈아입어야 합니다. 양말은 돌돌 말아서 뒤집어 공처럼 만들어 놓습니다. 2개 정도 제외하고는 다 쑤셔넣어야 하니까요. 하루에 양말 많이 갈아신어봐야 2~3켤레입니다. 하루에 양말 7번 갈아신을 일은 아직까지 못 들어보았네요.


5. 갈아입을 겉옷 상하의 한 벌씩, 잠옷 한 벌을 꺼내놓습니다.


4번까지 되었다면 이제 80% 준비는 끝난 셈이에요. 이것들만 가방에 집어넣고 옷 챙겨입고 나가도 여행할 수 있어요. 조금 불편하기는 해도요.


이 다음부터는 취향 차이. 저는 여기에 상하의 여벌 2벌 정도 더 집어넣어요. 한 달 여행을 가든 그보다 짧게 가든 거의 똑같아요. 솔직히 일주일 정도 여행 가면 입은 옷까지 해서 세 벌은 필요없지만 두 벌 가져갔다가 입고 있던 옷을 버려서 옷을 갈아입고 '이게 마지막 옷이다'라는 불안감을 느끼고 싶지는 않거든요.


6. 일단 위에 적은 것들을 가지고 짐을 쌉니다. 먼저 옷. 옷은 세로로 한 번 접은 후 가로로 두 번 접습니다. 보통 세로로 한 번, 가로로 한 번 접는데 짐을 쌀 때에는 가로로 두 번 접습니다. 너무 각을 잡을 필요는 없어요. 그냥 너무 무성의하게 우겨넣지 않는 정도면 됩니다. 옷을 접어서 캐리어에 차곡차곡 넣습니다.


7. 옷이 캐리어나 가방 절반 정도 찼다면 양말과 팬티를 틈에 우겨넣습니다. 대충 막 넣었다가는 가방이 꽉 차겠다고 생각이 든다면 옷을 세로로 한 번, 가로로 한 번 접은 후 돌돌 말아 잘 우겨넣으세요. 처음부터 옷을 돌돌 말아 틈에 우겨넣을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그 공간은 양말과 팬티를 위한 공간이죠. 그리고 무조건 돌돌 말아서 넣는다고 많이 들어가는 것 절대 아니에요. 차곡차곡 개어서 넣는 것이 짐 뒤져서 무언가 꺼낼 때에나 물건 집어넣을 때에나 확실히 많이 들어가요. 여행에서 피곤한데 돌돌 말아서 넣은 옷들 다 풀리면 짜증 제대로 납니다. 단, 양말 2개와 팬티 1벌은 이 이후 단계에서 거의 마지막 (8번 거의 마지막)에 집어넣으세요. 당장 짐을 풀게 만드는 이유는 양말과 속옷, 세면도구 때문입니다.


충전기가 신경쓰이는데 캐리어나 가방에 넣어야겠다면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보안검색을 받을 거라면 가장 마지막에 넣으세요. 꺼내보라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부쳐버릴 짐이라면 옷 틈에 집어넣으세요. 부치는 짐은 당연히 '험하게' 다루기 때문에 충격에 민감한 것들은 옷 틈에 집어넣어야 한답니다.


8. 일단 4,5번이 들어갔다면 이제는 적당히 넣고 싶은 것 집어넣으세요. 하지만 너무 많이 집어넣어서 가방에 여유가 없어서는 안 됩니다. 여행 다니다보면 피곤해서 짐을 부실하게 싸게 되기도 하고 이것저것 늘어나면서 짐 부피가 많이 늘어나거든요. 집어넣으면서 가방을 종종 닫아보세요. 그냥 닫아도 여유가 있어야 해요. 꾹꾹 눌러야 닫힌다면 이미 여행 시작 전부터 여행 내내 짐 때문에 피곤해지는 것 확정입니다.


이 단계가 꽤 무책임해보이는데 필수적인 것은 다 되었기 때문에 그 다음부터는 말 그대로 취향 차이입니다. 다른 것을 더 넣을 수도 있고, 안 넣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이 단계에서 안 집어넣었다고 여행이 엄청 불편해지는 것도 없어요. 즉 8단계를 건너뛰고 해외여행 나가도 정말 초 장기 여행이 아닌 이상 그냥저냥 잘 다닐만 해요.


9. 적당히 잘 넣으셨다면 가방을 닫지 말고 시원하게 씻고 나와 수건과 세면도구를 마지막으로 집어넣고 가방을 닫으세요.


10. 이제 카메라 가방, 노트북 가방에 전자제품들을 집어넣습니다. 만약 7번에서 가방에 같이 집어넣으셨다면 여기서는 그다지 할 일이 많지 않죠. 가이드북, 수첩, 필기구도 여기에 같이 넣을 수 있다면 같이 넣으세요.


11. 이제 짐을 다 쌌기 때문에 나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책상 위에 있는 것들을 소중히 잘 챙깁니다. 몸에 소중히 지닙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1. 여권, 비행기표, 돈, 체크카드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다. 이것들은 함부로 짐과 섞어서도 안 된다.
2. 외국 나가서 현지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과감히 줄인다.
3. 하지만 양말, 팬티는 최대 7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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