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우즈베키스탄 동전 사용

좀좀이 2012. 6. 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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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에도 동전은 있다.


이건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있기는 있지만 그 누구도 사용하지 않고, 구경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100숨은 종종 사탕이나 껌으로 받거나 그냥 깎아주거나 더 받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들어 100숨 동전이 종종 보인다. 아직 사람들이 널리 사용하는 것은 아닌데 지하철역 매표소에서도 100숨이 보인다. 그 전까지는 중앙 우체국 앞 카드 판매대에서만 100숨 동전을 볼 수 있었다. 중앙 우체국 입구에 있는 검색대 앞 카드 판매대에는 100숨, 50숨, 10숨 동전이 꽤 비치되어 있고, 원하면 동전으로 거슬러 받을 수 있다.


지하철 매표소에 100숨 동전이 등장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사실. 그런데 이유가 이해는 된다. 100숨 지폐는 더 이상 찍어내지 않아서 찢어지기 직전의 걸레짝 같은 지폐를 사용하는데 지하철 요금은 올해 초 600숨에서 700숨으로 가격이 인상되었기 때문이다. 1000숨을 내면 200숨과 100숨을 거슬러 주어야 한다는 것. 이런 공공시설에서는 100숨이 증발하지 않는다.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인해 예전과 달리 100숨의 필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동전이 보급되는 것 같다.


작년에는 500숨 동전도 나왔다. 그런데 이건 아직 시중에서는 볼 수 없고, 기념품 가게 가면 우즈베키스탄 동전 세트로 포장해 파는 것 속에서 구경할 수 있다.


지하철 매표소에서 동전 때문에 직원과 아주머니가 싸우는 것을 본 적도 있다. 아주머니가 제톤을 사려고 1000숨을 내자 직원이 제톤 1개와 200숨짜리 지폐 한 장, 100숨짜리 동전 한 개를 주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100숨을 지폐로 달라고 했고, 직원은 지폐가 없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동전 필요없으니 너 가져라 하고 직원은 받아가라고 하며 열심히 다투기 시작했다. 현지인들은 동전이 무겁다고 싫어하는 것 같다.


동전 사용이 조금씩 보급되어가면서 새로 고액권 지폐를 찍어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큰 액수의 지폐는 1000숨. 1000숨은 우리나라 돈으로 450원 정도다. 그래서 무엇을 하든 돈뭉치가 오고 간다. 식당에서 밥 먹어도 돈뭉치, 시장에서 장을 보려고 해도 돈뭉치...현지인들도 꽤 불편해하고, 지폐 세는 것은 한국인보다 훨씬 잘 한다. 방법은 우리나라처럼 손가락에 끼워 탁탁 넘기는 방법과 카드 장수 세듯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옮겨가는 세는 방법이 일반적인데 어느 방법을 사용하든 한국인과는 비교도 안 되게 잘 센다. 툭하면 몇십 몇백장씩 세어야하니 자동적으로 훈련이 된 것 같다.


그런데 작년에 500숨 동전이 드디어 나왔다는 것은 이제 지폐만 있는 권종이 1000숨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 인플레이션 때문에 절대 고액권을 찍어내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많지만 500숨 동전이 나오고 100숨 동전이 아주 조금씩 퍼져나가는 것으로 보아, 그리고 환율 상승세가 심상찮은 것으로 보아 2000숨 정도는 새로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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