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몰타 방랑기 (2009)

몰타 마스터 코스 - 루카

좀좀이 2012. 5. 1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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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지막, 몰타 마스터 코스군요. 정말 몰타의 마지막까지 다 보겠다고 이곳을 가시는 분은 진정한 몰타 마스터이십니다.


Luqa.


매우 유명한 도시에요. 이유는 여기에 몰타 유일의 공항인 루카 국제공항이 있거든요. 배를 타고 들어오지 않는 한 여기를 통해 발을 내딛게 되요. 그래서 대부분의 관광객이 루카는 꼭 가게 되죠. 비행기 타고 나가야 하니까요.


그래서 몰타의 지명과 달리 Luqa를 '루카'라고 해도 사람들이 매우 잘 알아들어요. 아니, 오히려 '루아'라고 하면 오히려 이상하게 여기기도 해요. 원래 발음은 '루아'지만 여기만큼은 워낙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고 그 사람들이 '루카'라고 해서 '루카'라고 해도 잘 통하는 곳이에요.


왜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가는 이곳이 몰타 마스터 코스이자 배드엔딩이냐구요? 이곳에 온다는 것은 몰타를 떠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래서 슬퍼서 배드엔딩이냐구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루카에 비행기를 타러 왔다면 그건 해피엔딩이에요. 여행 잘 하고 갈 길 가는데 그게 왜 배드엔딩이겠어요.


참고로 제가 몰타를 떠나던 날, 루카는 이랬어요.


비바람이 몰아치는 루카!


가지 말라고 붙잡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왕 가는 거 한 번 더 고생하라고 약올리는 날씨였어요.


혹시 공항 없는 루카 상상해 보셨나요?


루카가 유명한 이유는 오직 공항 때문이에요. 그런데 루카에 공항이 없다면 뭐가 있을까요?


몰타에 있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혹시 만약 친하지 않은 친구가 몰타에 놀러갈 테니 일정 좀 짜달라고 한다면 '몰타인의 마음의 고향 루카'에 보내버릴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이상한 곳만 열심히 보내고 정작 중요한 '임디나'는 절대 볼 거 없으니 가지 말고 딩글리 절벽은 꼭 대낮에 가야만 하고 골든 비치는 딱 모래밭까지만 보고 와야만 한다고 조언해 줄 거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배꼽잡고 웃으며 '너 정말 못 되었다!'라고 말했어요. 왜냐하면 저렇게 가면 진짜 장담컨데 몰타 여행을 완벽히 말아먹을 수 있거든요. '몰타인의 마음의 고향 루카'에 갔다 와서 무슨 영적 충만이라도 느낀 듯 허세를 부릴 모습을 생각하며 깔깔 웃곤 했어요.


루카에서 공항 빼면 정말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은 저 역시 매우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당연히 루카에 갈 생각은 몰타에 들어간 날부터 나오는 날까지 공항 가는 일이 아니라면 절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 일이 제게 일어났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마르사. 몰타에 모스크가 딱 한 개 있다는 말을 듣고 모스크를 찾아 나섰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마르사에서 모스크 비스무리한 것을 본 기억이 났어요. 그래서 그곳에 가기 위해 무턱대고 마르사 버스 정거장에 내린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어요.


마르사에서 내려서 분명히 그 근처에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마르사도 볼 겸 해서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마르사가 워낙 차가 많이 다니고 볼 것은 없는 곳이라서 대충 둘러본 후 그 모스크 비스무리한 것 (터키군 묘지)을 찾아 나섰는데...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이미 루카에 깊숙히 들어와 있었다.



루카에 간 사건과 관련해서 지금 남아 있는 사진은 오직 이것 둘 뿐이에요. 왜냐하면 정말 루카에는 아무 것도 없었거든요. 그나마 아래쪽 사진은 루카에서 마르사를 찍은 사진이에요. 이 두 사진을 남긴 이유는 누군가 제게 '너는 루카를 돌아다녀보지 않았잖아!'라고 한다면 루카에 갔다 왔음을 증명하기 위해 찍은 증거 사진이에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실망하게 될 것이다.


예...정말 아무 것도 없었어요. 돌아다니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음을 깨달을 이유조차 없었어요. 루카에 공항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거야 워낙 유명하니까요. 그래서 급히 버스를 타고 마르사로 가려고 했지만...


버스조차 없어.


정말 그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실망하게 되는 곳이 바로 루카였어요. 몰타 여기 저기 돌아다녀 보았지만 루카는 악평에 악담을 빼면 할 말이 없는 곳이었어요.


버스 정거장이 있기는 했지만 버스가 설 것 같게 생기지 않아서 차도를 따라 계속 걸었어요. 그리고 정말로 버스가 없었어요. 없는 것인지 아니면 극히 제한된 시간에만 다니는 것인지...


루카를 당당히 몰타 마스터 코스로 올려놓은 것은 단순히 여기를 제가 다녀왔기 때문이 아니에요. 여기에서 너무 어이가 없어서 올린 것도 아니구요. 진짜로, 몰타에서 갈 곳 다 가서 도저히 이제 새로운 곳이 없다고 루카를 구경하러 간다면, 그 사람은 진짜로 몰타의 모든 곳을 다 돌아다니고 본 사람이에요. 과장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버스를 타고 가다가 느낌이 오는 곳에 내려서 돌아다니고 말지 루카에 가는 일은 없어요. 몰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공항 빼고는 아무 것도 없는 동네'라고 당당히 말하는 곳이 바로 루카거든요. 그리고 루카에 가서 엄청나게 실망할 것은 뻔한 일이고, 몰타에 더 이상 새로운 곳이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에 우울해지겠죠. 물론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다면 별로 문제될 것도 없고 오히려 몰타의 모든 곳을 다 돌아다녔다는 성취감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몰타에서 있어야할 날이 많은 사람이라면 집에 들어간 순간부터 당장 '내일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하나'라는 무시무시한 질문의 반복 속에 빠지게 되요.


루카, 도전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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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몰타 방랑기를 마칩니다. 지금까지 재미없는 글 읽어주신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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