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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씻고 있는데 리셉션에서 전화가 왔어요. 오전에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친구가 약속시간을 정하기 위해 전화한 것이었어요.


"12시에 만나요."


아침 일찍 만날 줄 알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는데 점심 즈음에 만나기로 해서 무언가 힘이 쭈욱 빠지는 것 같았어요. 그래도 이왕 준비를 시작한 것, 준비를 마치고 아침을 먹고 방에서 시간을 때우다 방 청소할 시간이 된 것 같아 리셉션으로 내려왔어요.


이것이 제가 머물렀던 호텔이에요.


역시나 오늘도 더위는 그칠 줄 몰랐어요. 약속 시간까지 시간이 조금 많이 남아 있어서 길을 걸어볼까 했지만 땀이 비오듯 쏟아질 게 뻔해서 호텔 앞을 조금 서성이다 들어왔어요.


"역까지 어떻게 걸어가냐..."


참고로 아제르바이잔에서 돈이 많고 호텔비가 저렴해서 호텔에서 머문 것은 아니에요. 초청장을 받기 위해 초청장을 발급해주는 회사가 운영하는 호텔에서 이틀 머물게 된 것이었어요. 원래는 3일 머물러야 초청장을 내준다고 했는데 비수기에 여행사 사장님께서 잘 흥정해 주셔서 이틀만 머물고 초청장을 발급받았어요. 이 호텔이 시설도 좋고 당연히 아침도 제공해주고 다 좋았는데 한 가지 안 좋은 점이라면 위치가 참 애매하다는 점이었어요. 전철역에서 걸어가는 길이 어렵지는 않으나 꽤 걸어야 했어요.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뙤얕볕 아래에서 걸어야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꽤 괴로움을 느낄 만한 거리였어요. 택시를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니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택시비가 말도 안 되게 비싸서 차마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전철역까지 걸어가는 것은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 할 가치가 충분히 있었어요. 택시비가 우리나라 돈으로 2~3천원이면 땀에 옷 다 젖고 돌아다니기 전에 체력 다 바닥나는 것보다는 나으니 그냥 잡아 타겠지만 절대 그렇게 저렴하지 않았어요.


전철역으로 걸어가는 길. 어제보다는 시원해진 것 같았으나...


그건 너의 착각!


어제만큼 더웠어요. 그래도 어제는 밖에서 많이 돌아다닌 시간은 별로 없었어요. 버스 안이 불지옥이어서 그랬지 그것을 제외하면 뙤약볕 아래를 걸을 일이 거의 없었어요. 그러나 오늘은 정말 폭우처럼 쏟아져내리는 햇볕을 맞으며 전철역까지 걸어가야 했어요.


"우리 쉬자."


그나마 다행이라면 전철역에서 네프트칠레르 병원 (Mərkəzi Neftcilər Xəstəxanası)을 조금 넘어가자 길 한복판을 공원처럼 꾸며놓아서 앉을 곳은 있었어요. 하지만 그늘이 없어서 앉자마자


"엇~뜨거!"


아주 엉덩이가 후끈후끈 달아오르네!


앉자마자 바로 뛰어오르듯 일어났어요. 깨끗한 자리는 전부 양달이라 앉아있을 수가 없었고, 그늘이 져서 시원한 자리에는 해바라기씨 껍데기가 잔뜩 쌓여 있었어요. 이 나라도 열심히 해바라기 씨앗 까먹는 나라.


조금 의자에 앉아있다 역에 가서 전철을 타고 이체리 셰헤르로 갔어요.


"잘 지내셨어요?"
"예."


한국에서 보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친구. '역시 홈그라운드'라고 생각했어요. 한국에서는 그냥 옷 수수하게 입는 평범한 학생이라고 했는데 여기에서는 패션에 신경 꽤나 쓰는 친구였어요.


"바쿠 많이 돌아보셨어요?"
"아니요. 이체리 셰헤르만 돌아왔어요."
"바쿠 어때요?"
"여긴 정말 유럽같네요."


제 말에 친구가 왜 바쿠가 유럽같이 보이는지 설명해 주었어요. 처음 바쿠에서 석유가 개발될 때 엄청난 부자들이 꽤 많았대요. 그때는 깊게 팔 필요도 없고 조금만 파면 시커먼 원유가 펑펑 쏟아지던 매우 좋은 시절. 그때 석유로 부자가 된 한 사람이 자기가 바쿠에 건물 100채를 짓겠다고 사람들에게 약속했대요. 그 사람은 진짜로 유럽의 건축가들을 불러와서 집을 짓기 시작했는데 99채까지는 지었고 100채가 지어지는 도중 사망했대요. 그래서 유럽의 건축가들이 건물 100채를 지어서 바쿠가 매우 유럽풍의 도시가 되었고, 소련 시절과 소련 붕괴 후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워 매우 후줄근한 도시가 되었다가 석유로 다시 경제가 살아나며 도시를 고쳐 앤틱 제품같은 도시가 되었어요.


"여기 엄청 덥네요. 지금이 가장 더운 거에요?"
"8월은 더 더워요."


정말 7월에 여행오기를 잘 했구나. 7월에 갈까 8월에 갈까 고민하다 학원 쉬는 것도 있고 개학도 있고 해서 그냥 7월에 오기로 했는데 원래 계획은 8월에 가는 것이었어요. 만약 8월에 왔다면 정말 아무리 더위를 잘 참는 저도 힘들었을 거에요.


"저기 성 보이죠?"
"예."


이체리 셰헤르 주위에는 성벽이 아직도 잘 보존되어 있어요.


"저 성벽 벽돌을 달걀로 붙였어요."
"예!"


저 어마어마한 성벽을 달걀로 붙였다고? 도대체 달걀을 얼마나 많이 쓴거야?


구시가지를 돌아다니다 친구가 서점을 알려주어서 서점에 가서 필요한 책을 구입했어요. 책값은 역시나 비쌌어요. 친구가 자기 고국을 방문한 기념으로 밥을 사주겠다고 식당에 데려갔어요. 식당에서 먹은 것은 되네르 케밥. 터키 것보다 약간 매콤하고 맛있었어요. 문제는 가격...엄청나게 비쌌어요. 한 사람당 얼추 1만원 넘게 나왔던 것으로 기억해요. 1인당 15마나트 정도 나왔으니 엄청나게 많이 나온 거에요. 친구가 손님이니 대접하겠다고 해서 가만히 얻어먹기는 했는데 속으로는 꽤 부담스러웠어요.


밥을 다 먹고 친구는 오후에 일이 있다고 돌아갔어요. 그리고 우리는 구시가지에 있는 시르반샤 궁전Shirvanshah을 구경하기로 했어요.


햇볕이 쏟아지고 있었어요. 하필 한국이 이때 너무 이상할 정도로 서늘해서 두 배 더 더운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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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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