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희안한 배신감

좀좀이 2012. 5. 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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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와서 매일 보는 프로그램 중 O'zbekiston 채널의 'Assalom O'zbekiston'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아침마당' 쯤 될텐데 아침마당보다는 항목이 더 많아요.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인데 단순히 생활정보만 알려주는 것은 아니에요. 물론 주로 다루는 것은 생활정보이지만요.


간단한 아침체조 (badantarbiya)도 나오고 지금 무슨 과일이 나오는지에 대해서도 나오고, 가정생활의 노하우 같은 것도 나와요. 별 생각 없이 보면 꽤 재미있어요.


이 프로그램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단연코 요리 코너에요.


저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엄청 못하지만 Assalom O'zbekiston 에서 나오는 요리 코너만큼은 엄청나게 좋아해요.


왜냐하면...


너무 간단해!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준비물
마요네즈
토마토
오이
소시지


1. 토마토를 썹니다.
2. 오이를 썹니다.
3. 소시지를 썹니다.
4. 섞습니다.
5. 위에 마요네즈를 뿌립니다.


-끝-


진짜 저런 식이에요. 조금 어려워지면 저것처럼 다 썰어서 솥에 넣고 볶다가 여기 현지 향신료 두어 종류 집어넣고 역시나 끝. 그래서 이거 보는 재미로 봐요. 솔직히 라면 끓이는 것보다 더 쉬운 요리들이 대부분이에요. 아무리 요리를 못 하는 사람도 토마토 썰고 오이 썰고 소시지 썰어놓고 그 위에 마요네즈 치는 정도는 해요. '저건 나도 할 수 있어!'라는 희망과 자신감을 마구마구 심어주는 코너에요.


그런데 이런 초단순 요리를 보는 것을 기대하며 보다 가끔 '지뢰'처럼 어려운 요리가 나올 때도 있어요. 일단 오븐이 나왔다고 하면 무조건 엄청난 배신감. 그리고 밀가루 반죽해서 뭘 한다고 해도 엄청난 배신감. 저런 건 10분 안에 되는 요리가 아니잖아! 솜사도 만들고 빵도 굽기도 하는데 이런 날은 정말 '지뢰 밟았다'는 기분이 들어요.


Assalom O'zbekiston에서 어려워 보이거나 오븐을 쓰는 요리만 나오면 이상하게 배신감이 느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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