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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하복대 24시간 식당 - 최씨고집 양평해장국 : 짜글이 찌개

좀좀이 2017. 8. 16.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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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카페를 가기 위해 결국 청주까지 내려와버렸어요.


"아, 배고파!"


청주 도착하니 배가 고팠어요.


'뭐 먹을 거 없나?'


터미널 근처에 불이 켜진 식당은 보이지 않았어요. 일단 하복대로 걸어갔어요.


청주에 온 이유는 24시간 카페 두 곳을 가보기 위해서였어요. 둘이 방향이 같았기 때문에 터미널에서 가까운 곳 위치를 확인한 후, 다음에 있는 카페부터 가볼 생각이었어요.


"아, 뭐 좀 먹어야겠다."


커피를 마셔야 하는데 배고파서 커피 먹으면 속이 얼얼할 거 같았어요. 그래서 혹시 주변에 밥 먹을만한 곳이 있나 찾아보았어요.


"저기 괜찮을 건가?"


식당 하나가 보였어요. 거기를 갈까 망설이다 다른 곳이 있나 더 찾아보기로 했어요. 아쉽게도 다른 식당은 보이지 않았어요. 전부 술집이었어요. 선택지가 없었어요. 저기 가서 밥을 먹든가, 아니면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먹고 가든가요.


기껏 시외버스 타고 청주까지 왔는데 아무 것도 안 먹고 가면 억울하잖아!


청주까지 왔는데 심야 시간에 24시간 카페 두 곳만 갔다가 돌아가기에는 너무 억울했어요. 뭔가 하나라도 꼭 먹고 돌아가고 싶었어요.


청주에서 내가 맛있게 먹은 게 뭐지?


곰곰히 생각해보았어요. 제가 청주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것은 바로 피자스쿨이었어요. 피자스쿨 킹소시지피자가 제일 맛있었어요. 하지만 이 시각에 피자스쿨이 문을 열었을 리가 없었어요. 자정을 훌쩍 지난 시각이었으니까요.


그 다음으로 맛있게 먹은 것은?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갈비탕이었어요. 그런데 거기는 어디인지도 모르고, 24시간 영업을 할 거 같지도 않았어요.


식당을 가느냐, 편의점 도시락을 먹느냐의 갈림길 위에서 식당 간판만 계속 바라보았어요.


짜글이 찌개!


청주에서 맛있게 먹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짜글이 찌개였어요. 이건 청주쪽 음식이라 청주에서 먹는 것이 좋은 음식 중 하나였어요.


참고로 짜글이 찌개는 얼핏 보면 김치찌개와 매우 유사해요. 아니, 같아보여요. 그런데 먹어보면 달라요. 짜글이 찌개로 유명한 식당은 청주에 있는 대추나무집이에요. 여기 짜글이 찌개 맛있었어요. 마침 식당에서 짜글이 찌개를 판매한다고 해서 식당 안으로 들어갔어요.


이래서 이번에 간 24시간 식당은 흥덕구 하복대에 있는 양평해장국이에요.


주소는 충북 청주시 흥덕구 2순환로1167번길 13 이에요. 지번 주소는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2830 이에요.



간판 옆에는 아주 작게 '최씨고집'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양평해장국


"우왓! 짜글이 1인분 8000원!"


신났어요. 청주 와서 짜글이 찌개를 먹고 갈 수 있게 되었어요.


하지만 순간 좋다 말았어요. 하단에 작게 2인분부터 가능하다고 적혀 있었어요.


'짜글이 2인분을 혼자 다 먹어, 아니면 다른 것을 먹어?'


다른 것은 먹기 싫었어요. 오직 짜글이만 먹고 싶었어요.


"여기 짜글이 2인분 혼자 다 못 먹나요?"

"짜글이 좋아하시는 분은 2인분 시켜서 드시기도 해요. 남으면 싸가기도 하구요."


나 혼자 다 먹어질건가? 고민되었어요.


'건더기 하나 다 못 건져먹겠냐.'


그래서 짜글이 찌개 2인분을 주문했어요.


"고기 좋아해요?"

"예. 고기 매우 좋아해요. 많이 주세요!"

"단 거 좋아해요? 단맛은요?"

"아니요! 그냥 원래 맛으로 해주세요."


밑반찬은 배추김치와 깍두기 뿐이었어요.



배추김치를 먹어보았어요.


확실히 충청도스러운 맛이네.


젓갈 맛이 적당히 났어요. 강하지는 않지만 존재감은 확실한 맛. 김치가 별로 짜지 않았어요. 그리고 다른 지역 김치보다 매운 맛은 강했어요.


아쉽게도 여기는 고추가 나오지 않았어요. 충청도 특유의 식문화 중 하나가 바로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먹는다는 것. 만약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먹는다면 충청도 사람일 확률이 매우 높아요. 금강을 사이에 두고 충청남도와 전라북도가 마주하고 있어요. 그래서 금강 유역은 말이 비슷해요. 하지만 금강 유역이라 해도 충청도쪽 토박이 분들은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먹어요. 이것은 저의 많은 경험과 주변의 경험에서도 확인한 것이에요. 그래서 고추와 고추장이 나오면 '이거 충청도다'라는 느낌이 확실히 올텐데 그건 없었어요.



이것이 바로 짜글이 찌개. 물론 이것은 식사용보다는 안주용에 좀 더 가까워보였어요. 이 집의 특징은 사각 어묵을 넣어주었다는 점이었어요.


"밥은 얼마나 드릴까요?"

"아...조금만 주세요. 더 달라고 하면 더 주시죠? 저기 공기밥 무한리필이라고 되어 있는데요."

"예, 부족하면 말해요."


솔직히 찌개 2인분 혼자 다 먹는 건 저도 무리에요. 맛있다면 싹싹 긁어먹기는 하지만, 찌개 2인분은 정말로 많아요.


찌개를 끓였어요. 짜글이 찌개는 국물을 졸여가며 자기가 좋아하는 정도의 간이 나왔을 때 먹으면 되요. 이게 참 매력적이에요.


기본적으로 짜글이 찌개는 간이 세지 않은 편이에요. 국물을 졸여가면서 먹으니까요. 원래는 고기 건더기부터 다 건져먹고 나중에 국물 간이 적당히 맞으면 그때부터 찌개처럼 먹어요. 여기도 기본은 그런 방법이었어요. 국물을 졸여가며 건더기부터 먹고, 나중에 국물을 찌개 삼아서 먹구요.



역시 맛있어!


이 맛은 서울에서 절대 맛볼 수 없는 맛이었어요.


예전에는 청주 음식 정말로 싫어했어요. 왜냐하면 너무 밍숭맹숭했거든요. 좀 많이 화날 정도로요. 그런데 백종원씨 때문에 (본인은 그럴 의도가 아니었을 거에요) 전국 식당의 맛이 너무 강해졌어요. 특히 짠맛과 단맛이 전부 초상승해버렸어요. 청주도 예외가 아니었어요.


저는 어려서부터 충청도 음식은 여러 번 먹어보았어요. 충청도 음식의 특징은 딱 두 가지. 첫 번째 특징은 맛이 일단 화려해요. 정말 화려해요. 두 번째 특징은 내가 소금쳐서 먹고 싶다는 것. 굳이 비유하자면 어떤 정말 예쁜 여자가 후줄근한 츄리닝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 막 '야, 너는 옷만 제대로 입음 최고겠구만 왜 맨날 후줄근한 츄리닝만 그렇게 입어대냐?'라고 직접 말해주고 싶을 지경. 어려서는 어른들 앞에서 소금을 직접 쳐먹을 수 없어서 그냥 먹었지만, 성인이 되고 난 후에는 당당히 소금을 조금씩 더 쳐서 먹었어요. 그러면 맛있었거든요.


그런데 전국적으로 맛이 다 강해지면서 청주 식당 음식들도 맛이 조금씩 세졌어요. 그래서 청주 음식이 지금은 상당히 맛있어졌어요. 위의 예시를 활용하면 드디어 정말 예쁜 여자가 츄리닝이 아니라 예쁘게 옷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 이제는 오히려 서울 음식보다 청주 음식이 훨씬 나아요.


맛이 꽤 괜찮았어요. 서울에서 절대 못 볼 음식. 유독 튀는 맛은 없었어요. 전부 적당한 선을 지키며 조화를 이루고 있었어요.


단맛이 없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양파로 낸 단맛이라 자연스러웠어요. 맵지는 않았어요. 다른 손님을 보니 맵게 해달라고 하면 맵게도 만들어주시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저는 원래 맛으로 달라고 했기 때문에 그리 맵지는 않았어요. 물론 고추 조각은 풍성히 들어 있었지만요. 짠맛도 괜찮은 편이었어요. 국물이 걸쭉해졌지만 짜지 않았어요. 물론 당연히 좀 짜기는 했지만 물 켜며 먹어야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신맛은 김치가 낸 신맛이었어요.


짜고 달고 신 맛이 모두 자연스럽고 적당한 선을 지키며 조화를 이루고 있었어요.


화려하고 선이 고운 맛이었어요. 천연 미인을 보는 기분이었어요. '얘는 원래 잘 생겼어'라는 느낌이랄까요? 한편으로는 '아, 진작에 예전부터 이랬으면 아주 옛날부터 충청도 음식 맛있다는 말 들었을 거 아냐'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양도 많았어요. 간신히 다 먹었어요. 스테인리스 그릇에 국물이 국물 투성이인 이유는 제가 식당에서 찌개 먹을 때 그릇에 찌개를 퍼서 옆에서 떠먹는 것이 아니라 밥 위에 그대로 부어서 말아먹거든요.


맛있고 배터지게 잘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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