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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시 중앙로 맛집 - 독일제빵 (호두파이)

좀좀이 2017. 8. 3.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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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 있는 24시간 카페를 간 날. 카페에서 최대한 오래 버티며 가게들이 문을 열 때까지 버티고 싶었지만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어요. 너무 추웠어요. 몸이 냉장실에서 얼어붙은 생선이 되어가고 있었어요. 춘천 사람들은 덥다고 하고 있었지만 제게는 쌀쌀하다고 느껴질 지경이었어요.


도저히 더 버틸 수가 없어서 카페에서 나가기는 해야겠는데 나가서 갈 곳이 없었어요.


그때 문득 떠오른 곳이 있었어요.


춘천에 '독일제빵'이라고 엄청 유명한 제과점이 하나 있지!


독일제빵은 춘천 토박이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제과점이에요. 춘천 사람들이 제게 여러 번 이야기해주었어요. 춘천에 있는 독일제빵이 엄청 오래된 빵집이고, 여기는 호두파이가 너무 맛있다고 했어요.


다행히 독일제빵은 아침 일찍 문을 열었어요. 카페에서 탈출해도 독일제빵의 호두파이는 먹고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기껏 춘천 왔는데 아무 것도 못 먹고 돌아간다면 참 억울할 것 같았어든요. 가뜩이나 춘천은 24시간 카페가 딱 하나 있어서 24시간 카페 때문에 또 올 일도 없었구요. 그래서 독일제빵의 호두파이만은 꼭 먹고 가기로 결심하고 카페에서 나왔어요.


독일제빵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어요. 춘천시의 유일한 24시간 카페인 엔제리너스 춘천 강원대점에서 춘천역 가는 길에 있었거든요. 이 길은 밤에 걸었던 길이라 따로 다시 찾아볼 필요가 없었어요.


햇볕에 몸을 녹이며 독일제빵을 향해 걸어갔어요. 해가 떴는데도 몸이 녹지 않았어요. 열심히 걸었어요. 중앙로터리가 나오자 하나은행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조금 걸어갔어요. 그러자 독일제빵이 보였어요.


독일제빵


"대체 호두파이가 얼마나 맛있길래 춘천 사람들이 다 저기 호두파이를 추천하냐?"


춘천 사람들에게 독일제빵 호두파이에 대해 들을 때마다 닭갈비, 막국수가 대놓고 유명한 것이라면 독일제빵의 호두파이는 원주민만 아는 숨어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가격이 얼마이든 간에 이건 꼭 먹고 가기로 작정했어요. 다행히 가게 문이 열려 있었어요.


춘천시 독일제빵


가게 내부는 고전적인 빵집이었어요. 어렸을 적 집에서 점심 대신 사서 먹던 빵들이 이것저것 있었어요.


독일제빵 빵


"피자빵 있다!"


아침도 먹어야 했기 때문에 피자빵을 먹기로 했어요.


"호두파이는 얼마야?"


28000원.


한 판 가격이 28000원이었어요.


"이거 사서 다 먹고 가야 하나?"


닭갈비도 못 먹고 가, 막국수도 못 먹고 가, 춘천 와서 한 것이 24시간 카페 한 곳 뿐이라는 것이 너무 억울했어요. 그래서 28000원짜리 호두 파이라도 사서 다 먹고 가야하나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은 저 같이 불쌍한 중생들용으로 만들어놓은 것인지 조각 호두파이였어요. 이것은 3천원이었어요.


빵을 세 종류 골랐어요.


춘천시 독일제빵 빵


독일제빵 안에는 테이블이 세 개 있었어요. 이것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혼자서 여행와서 빵 구입해서 밖에서 빵 갉아먹으면 그게 아무리 맛있는 빵이라 해도 처량해지거든요. 벤치라도 있으면 나은데, 벤치도 없으면 어디 주저앉아서 먹든가 쭈그려 앉아서 먹든가 배고픔에 시달리다 먹어치우듯 서서 먹어야 해요. 그런데 여기는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안에 탁자가 3개 있어서 안에서 앉아서 느긋하게 먹으며 맛을 음미할 수 있었거든요.



내부는 확실히 오래된 빵집 티가 났어요.



빵은 맛있었어요. 그러나 문제는 호두파이였어요.


춘천시 독일제빵 호두파이


이것이 그 유명한 호두파이.


춘천시 맛집 - 독일제빵 호두파이


호두가 정말로 수북히 올라가 있었어요. 두께를 보면 호두파이가 높이의 거의 절반.


기대를 하며 맛을 보았어요.


이것은 호두파이 맛이다.


호두파이가 아닌 것도 호두파이라 해야만 하는 이 홍길동의 시대. 솔직히 먹고 짜증나는 것들 많아요. 이름이 사과인데 사과맛이 아니고, 망고인데 망고맛이 아니고, 멜론인데 멜론이 아닌 것들. 그런데 그것들 이름이 '사과맛', '망고맛', '멜론맛'이라 어쩔 수 없이 그게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고 '사과맛', '망고맛', '멜론맛'이라 불러야 하는 홍길동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어요. 이게 무슨 멜론맛에 멜론향이냐고 멜론을 집어던지고 싶어도 이름이 멜론이라 그러지도 못하는 깝깝한 시대이고, 이게 무슨 사과맛이냐고 사과를 입에 확 만화 속 돼지머리처럼 물려버리고 싶어도 이름이 사과라 그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시대이고, 이게 무슨 망고맛이냐고 망고를 얼굴에 확 발라줘버리고 싶어도 이름이 망고라 그러지도 못하는 갑갑한 시대가 바로 이 시대. 이런 것들이 하도 많아서 툭하면 홍길동 빙의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어요.


이것은 호두파이 맛이었어요.


정말 이름 그대로 호두파이 맛이었어요. 이름과 맛의 싱크로율이 100%.


너무 맛있었어요. 너무 솔직했고, 너무 정직했고, 너무 맛있었어요.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는 그 심정. 호두맛 확실히 나고 호두 씹는 느낌 확실히 나고 그렇게 많이 달지 않았어요. 대한민국 5천만 국민 모두에게 먹여도, 전세계 75억명에게 먹여도 '이것은 호두파이입니다'라는 답이 망설임없이 나올 맛이었어요.


화려한 표현, 자세한 표현, 섬세한 묘사 같은 것이 전혀 필요없었어요. 왜냐하면 이것은 호두파이였고, 호두파이맛이었어요. 호두파이보고 호두파이라고 박수쳐주는 것보다 더 완벽한 극찬은 없으니까요.


독일제빵 호두파이는 매우 맛있었어요. 춘천 가서 사먹을 가치가 있는 맛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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