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책을 사러 모처럼 종각역에 있는 영풍문고로 갔어요. 종각 영풍문고의 좋은 점은 교보문고에 책이 없을 때 영풍문고에서 찾아보면 종각점에 있을 확률이 조금 높다는 점이에요. 제가 사려고 한 책도 교보문고는 너무나 멀고 먼 두 지점에 각 한 권씩 있었는데 영풍문고는 종각점 안에 다 있었어요.
지하철로 의정부로 돌아가는 것이 빠르기는 하지만 지하철 타기 참 싫어서 종로 5가 효제초등학교 정거장까지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날은 더웠고, 걸어갈 수록 배가 고팠어요.
종로에서 밥 먹을 곳이 없는지 머리를 굴려보았어요. 딱히 생각나는 곳이 없었어요. 있다면 버거킹, KFC 정도였어요.
을지로로 가볼까?
순간 을지로로 가면 밥 먹기 좋은 곳이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유독 국밥이 먹고 싶었어요.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거든요. 버스를 타고 가면 편하고 좋기는 한데 시간이 참 오래 걸려요. 그래서 든든히 먹고 버스에서 앉아서 한숨 푹 자고 일어나서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종로2가에서 명동쪽으로 걸어내려가다 청계천을 따라 길을 꺾어서 을지로3가 쪽으로 걸어가는데 국밥집이 있을 것 같게 생긴 골목이 보였어요.
'저기 가면 밥집 하나는 있겠지?'
을지로는 청계천변 상가들도 있고 빌딩들도 많아서 식당 수요는 매우 많은 곳. 밥 먹을 곳 하나는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하며 골목길로 들어갔어요.
"국밥집이다!"
돼지국밥집이 보였어요. 가게 이름이 '부산돼지국밥'이었어요. 돼지국밥을 좋아는 하는데 경상도 갈 일이 없다보니 계속 못 먹고 있었어요. 서울에도 돼지국밥 파는 집이 있기는 한데 친구들이 맛있는 집은 별로 없다고 해서 돼지국밥은 안 사먹고 있었어요. 이날은 워낙 국밥이 먹고 싶어서 여기에서 돼지국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을지로에 있는 식당인 부산돼지국밥은 이렇게 생겼어요. 주소는 서울 중구 수표동 50-1 에요.
식사류 중 돼지국밥, 순대국밥, 내장국밥, 제육덮밥은 7000원이라고 간판에 붙어 있었어요. 이 정도면 무난한 가격. 솔직히 김밥천국 김밥 한 줄이 이제 2000원이다보니 7000원에 국밥 한 그릇 먹는 것이 저렴하게 느껴져요.
안으로 들어갔어요.
안에 들어가서 메뉴를 보니 1000원 더 내면 국밥을 특자로 먹을 수 있었어요. 저는 당연히 1000원 더 내고 특자로 주문했어요.
밑반찬이 먼저 나왔어요.
"뭔 김치를 이렇게 많이 주냐?"
깍두기 양은 1인분 정도. 배추김치는 저 정도면 2인분에서 3인분. 배추김치를 아주 팍팍 주셨어요.
깍두기는 신맛이 조금 있는 평범한 맛. 배추김치는 겉절이였어요. 그리고 부추는 양념이 덜 되어 있고 숨이 살아 있었어요. 배추김치는 겉절이라 맛있었어요.
드디어 돼지국밥이 나왔어요.
돼지 잡내가 별로 안 났어요.
그리고 간이 거의 되어 있지 않았어요. 이거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국밥집 갔을 때 싱거우면 소금 쳐서 간 맞추면 되는데, 이게 짜면 답이 없어요. 저야 짜게 먹는 편이라 짜게 나와도 괜찮은데, 제 주변에 싱겁게 먹는 사람들이 좀 있어요. 그 사람들과 국밥집 갔다가 짜게 나오면 반응이 썩 좋지 않아요.
이건 간이 거의 되어 있지 않았어요. 싱겁게 먹는 사람도 간을 맞추기는 해야 할 정도였어요.
소금을 조금 달라고 해서 소금을 넣고, 고춧가루 다대기도 넣고, 부추도 싹 다 집어넣었어요. 개인적으로 후추를 매우 좋아해서 후추도 팍팍 쳤어요. 원래는 새우젓을 넣어야 하지만 저는 돼지국밥에 새우젓 넣는 것보다 소금으로 간 맞추는 것을 좋아해요.
고춧가루 다대기는 매운 맛이 잘 났어요. 처음부터 돼지 잡내가 별로 없었는데 이것저것 집어넣자 제 입에 딱 맞는 맛이 되었어요.
그리고 과장 하나 안 보태고 공기밥보다 고기가 많았어요.
전부 싹 깔끔히 비웠어요.
특자로 시키니 양이 꽤 많았어요. 배가 꽉 차는 느낌이 들었어요.
여기는 돼지 냄새도 별로 안 나고 맛있었어요. 맛있는 국밥으로 배를 든든히 채워서 정말 기분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