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10분. 석계역에 있는 24시간 카페에서 나와 화랑대역에 있는 24시간 카페를 향해 걸어갔어요.
중량천 월릉교를 다시 건너갔어요.
어느덧 동이 트고 있었어요.
이날 이렇게 심야시간에 카페를 4곳 돌아다닐 수 있었던 이유는 3곳이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였기 때문이었어요. 처음 가는 카페라면 카페 글을 쓰고, 거기에서 마신 밀크티 글도 써야하기 때문에 카페 한 곳에서 글을 2개 써야 해요. 아무리 글을 후다닥 쓴다고 해도 글 2개 쓰려면 빨라야 40분. 그런데 이날은 다행히 두 곳은 이미 밀크티를 마셔본 프랜차이즈 카페였기 때문에 카페 한 곳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글 쓰는 시간이 길지 않았어요. 그래서 부지런히 커피 식혀가며 글을 쓰고 커피 후루룩 마시고 밖으로 나오는 식으로 두 곳을 둘러보았기 때문에 4곳까지 가볼 수 있었어요.
중량천을 건너자 다시 시간이 빠르게 째깍째깍 흘러가는 땅으로 돌아왔어요. 중량천을 경계로 1호선 쪽은 시간이 멈추어버린 동네 같고, 7호선 쪽은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동네 같았어요. 1호선 쪽은 익숙한 동네고 7호선 쪽은 처음 가보는 곳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진짜로 1호선 쪽은 그렇게 별로 변하지 않았거든요.
해야, 조금만 기다려줘! 제발!
날이 밝아오고 어둠이 사라져가고 있었어요. 이것이 바로 하지가 가까워졌을 때 나타나는 현상. 일출 시각이 계속 빨라져서 걸음도 그만큼 한 번 밤에 나갈 때마다 전보다 더 빨리 재촉해야 했어요.
"화랑대 꽤 괜찮은데?"
화랑대역은 처음 가보는 곳. 아주 처음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어요.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수학여행 갈 때 경로의 마지막은 서울이었어요. 중학교 수학여행인지 고등학교 수학여행인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수학여행때 한 번 육군사관학교를 갔던 기억은 나요. 거기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잘 기억나지 않아요. 왜 여기를 와야하는지도 몰랐어요. 아주 어렴풋 '거기 갔었다'는 기억만 있을 뿐이에요. 중학교 수학여행때 갔던 포항제철이라든가, 고등학교 수학여행때 갔던 설악산 비선대처럼 아주 뚜렷한 기억과 인상이 남아있지 않아요.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육사 안에 있는 어떤 아무도 없는 운동장을 보았다는 것 뿐이에요.
가보기는 했겠지만 기억나는 것이 없는 동네라 처음 와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동네였어요. 여기도 그렇게 크게 발전한 동네는 아닐 줄 알았어요. 와서 보니 녹지가 잘 조성되어 있었어요. 살기에 쾌적한 동네 같아보였어요.
화랑대역을 찾아 쭉 앞으로 걸어가는데 길 옆 둔덕 너머에 제가 가려고 한 24시간 카페가 보였어요.
이렇게 해서 간 곳이 바로 서울 화랑대역 24시간 카페인 H-Cube 에요. 카페 에이치큐브 주소는 서울 노원구 노원로1길 73-12 에요. 지번 주소로는 공릉동 240-243 이에요.
이날 밤에 몸이 별로 좋지 않은데도 바득바득 나온 이유는 바로 이 카페를 가기 위해서였어요. 여기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닌데 24시간 운영하는 카페였거든요. 그래서 꼭 가보고 싶었고, 매우 궁금했어요. 원래는 여기부터 갈까 진지하게 고민했었어요. 7호선을 타고 가는데 태릉입구에서 내리면 여기는 쉽게 갈 수 있었거든요. 그러나 그러면 H-cube에서 오래 머무를 수 없었어요. 그리고 노원역은 태릉입구역에서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어요. 걸어서 갈만한 거리이기는 하나 걸어서 한 시간은 무조건 걸릴 거리였어요. 그렇다고 노원역만 안 가면 노원역 하나가 붕 떠버렸어요. 그래서 억지로 코스를 짠 것이 노원역-공릉역-석계역-화랑대역이었어요.
H-Cube 카페는 화랑대역에 있는 24시간 카페로, 이 주변에는 서울여자대학교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육군사관학교가 있어요. 육군사관학교는 기숙사 생활을 하니 제외하더라도 대학교가 근처에 2곳 있어요. 이 카페의 특이한 점은 대학교 학기중에는 24시간 운영하고, 방학기간에는 24시간 운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이것은 음료를 주문하며 직접 물어보았어요. 겨울방학인 1,2월, 여름방학인 7,8월에는 24시간 운영하지 않는대요.
카운터는 이렇게 생겼어요.
카운터 앞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 있었어요. 시험 기간에 학생들이 매우 많이 찾아오는데 자리를 맡기 위해 가방과 짐만 던져놓고 사라지는 얌체 학생들이 조금 있나 봐요.
1층에서는 이런 간단한 과자도 판매하고 있었어요.
1층에는 좌석이 없다고 해도 될 정도였어요. 그래서 이 카페의 좌석은 특이하게 지하1층과 지상2층에 있었어요.
1층 한쪽에는 카페 설명이 붙어 있었어요.
설명을 보면 에이치큐브 카페는 갤러리카페이자 소모임카페를 지향하며, 2층과 지하에 그려진 벽화는 홍대 미대 작가들과 시안을 맞추어 완성된 작품이래요. 그리고 지하에는 소모임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사전 예약 후 음료를 주문하는 고객에 한해 2시간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었어요.
음료를 받아들고 2층으로 올라갔어요.
"여기 완전 예쁜데!"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햇살이 카페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와 공원. 그리고 그 너머에서 카페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자동차 소음. 왠지 동남아시아 여행을 온 느낌이었어요. 동남아시아에서 맞이한 아침이 이것과 비슷했거든요. 뜨뜻한 햇볕이 아침부터 쏟아지고, 더워서 하루를 일찍 시작하다보니 아침부터 자동차 소리 부릉부릉.
단순히 심야시간에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갈 카페가 아니었어요. 카페 자체가 매우 예뻤어요. 여기는 낮에 지인들과 함께 다시 오고 싶었어요. 화랑대역에 있는 24시간 카페라는 점도 장점이었지만, 그 장점은 이 카페에서 부수적인 것이었어요. 오히려 예쁜 카페인데 무려 24시간 영업이라 하는 게 맞을 거에요.
화랑대역, 서울여대 근처 24시간 카페를 찾는다면 H-Cube가 있어요. 단, 24시간 영업은 방학때 - 1,2월과 7,8월에는 안 한다고 하니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