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벚꽃축제 언제지?"
4월이 가까워지자 여의도 벚꽃 축제가 언제 개막하는지 궁금해졌어요. 서울에서 벚꽃 놀이 하기 좋은 장소가 몇 곳 있는데, '서울의 벚꽃'이라고 하면 여의도가 제일 유명해요. 여의나루역-여의동로-윤중로로 이어지는 길고 긴 벚꽃길이 참 멋지거든요. 이 정도로 길게 조성된 벚꽃길은 서울에 아마 여기 외에는 없을 거에요. 그리고 여의도 벚꽃이 필 무렵, 여의도 벚꽃 축제가 개막해요.
"4월 1일? 이거 너무 이른 거 아냐?"
영등포 여의도 봄꽃 축제는 4월 1일 토요일부터 4월 9일 일요일까지라고 나와 있었어요.
'얘들 졸면서 일했나? 단체로 뇌에 포르말린 부었나?'
제가 태어나서 고등학교까지 나온 곳이 바로 제주도. 제주도는 매해 3월 31일을 기준으로 벚꽃이 만개해요. 4월 첫째주까지 벚꽃이 예쁘게 피고 비바람이 불면서 벚꽃이 다 떨어지면서 벚꽃 시즌이 끝나요. 이건 매해 보아오던 것이었어요. 게다가 이 시기에 제 생일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고향을 떠나온 지 10년이 넘었다 해도 까먹을 수가 없어요.
우리나라에서 벚꽃 축제는 크게 3개가 유명해요. 제주 왕벚꽃 축제, 진해 군항제, 여의도 벚꽃 축제에요. 제주 왕벚꽃 축제는 3월 31일부터 4월 9일까지이고, 진해 군항제는 4월 1일부터 4월 10일까지에요.
절대 우리나라는 제주도와 서울에 동시에 벚꽃이 개화하지 않는데?
누가 맞나 외다리 대결이라도 해보자는 거야? 아니면 벚꽃끼리 서로 싸워보라는 거야? 무슨 동족상잔의 비극이냐?
여의도 가면 분홍색 벚꽃이 많이 보이는데 이 벚꽃은 제주도의 왕벚나무에요. 제가 대학교 입학했을 때만 해도 서울에 분홍 벚꽃은 거의 없었어요. 서울의 벚꽃은 흰색이었어요. 그런데 흰 벚꽃보다는 분홍색 제주도 왕벚꽃이 더 예뻐서 제주도 왕벚나무를 여의도에 많이 심었어요. 즉 여의도 벚나무는 제주도 벚나무라 봐도 무방해요. 그런데 위도 차이가 꽤 있는 서울과 제주도에 동시에 벚꽃이 개화한다고? 이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 이상기후로 서울에 벚꽃이 조금 일찍 개화할 수야 있겠지만 올해는 이상기후로 벚꽃이 일찍 만개할 확률조차 없었어요. 3월 중순까지 쌀쌀했으니까요.
이것이 원래 서울에서 많이 보이던 하얀 벚꽃이에요.
이것이 분홍 벚꽃이에요.
흰 벚꽃은 분홍 벚꽃보다 일찍 개화하는데 여의도 벚꽃 포인트의 벚꽃은 모두 분홍 벚꽃이지요.
혹시나가 역시나. 여의도 벚꽃 축제가 시작해서 거의 끝나감에도 서울의 벚꽃은 피지 않았어요. 이제서야 피기 시작했어요.
이건 어떻게 옹호해줄 수 없어요. 제주도 왕벚꽃 축제와 진해 군항제에 맞추어서 서울 여의도 벚꽃축제를 동시에 열겠다는 것은 그냥 생각이 없는 거에요. 동시에 열어서 흥행대결해보겠다는 뇌 따위는 지방이므로 다이어트해서 태워버려야한다는 발상이에요. 정 날짜 잡기 어려우면 제주 왕벚꽃 축제나 진해 군항제 보며 그거 끝나갈 시기에 개막하게 일정을 맞추면 되는 거고, 행정적 이유로 그럴 시간이 없다 하면 4월 7일을 기준으로 벚꽃 축제를 개막하면 되요. 아무리 생각해도 올해 서울 벚꽃 축제 날짜는 이게 머리 속에 뇌를 넣고 있는 건지 비계 덩어리를 넣고 있는 건지 구분 안 되는 사람들이 결정한 게 분명해요. 지우개로 뇌주름 펴도 이렇게 한심하게 날짜를 정하지는 않았을 거에요.
4월 1일에 여의도에 갔더니 당연히 벚꽃이 피어 있을 리가 없었어요. 결국 이 엉터리 벚꽃 축제에 대해 뉴스에 보도까지 되었어요. 뉴스에서는 개나리와 같이 피고 개화 시기 예측이 어렵다고 나왔는데...
이건 또 뭔 뇌가 꽃밭이래? 눈에 벚꽃 꽃잎 붙이시고 사세요? 서울은 미세먼지 때문에 혼자 지구온난화래요? 그리고 서울은 벚꽃 막 개화할 때 개나리가 질 시기라 둘이 겹친 게 한두 해가 아닌데? 이게 더하기 빼기 3일 정도면 그러려니 하지만 애초에 서울에서 4월 1일에 벚꽃축제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니까요? 예전 시허연 벚꽃이면 몰라도 분홍색 제주 왕벚나무 벚꽃은 안 펴요.
4월 1일 이후 여의도를 또 갔지만 역시나 여의도 공원에 있는 하얀 벚꽃만 피고 분홍색 제주 왕벚꽃은 꽃망울을 터뜨릴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어요.
어쨌든 이제 벚꽃이 필 시기가 되어서 오늘 - 4월 7일 여의도로 갔어요.
여의도 벚꽃놀이 포인트는 세 군데에요.
1. 여의나루역
2. 여의동로
3. 윤중로
먼저 여의나루역 벚꽃 상황이에요.
이쪽은 벚꽃 축제가 열리지 않아도 원래 벚꽃 보러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이라 정말 사람이 많아요. 게다가 금요일 및 토요일 오후에는 서울 밤도깨비시장도 이 근처에서 열려요. 그래서 오늘 사람이 정말 미어터졌어요. 아마 내일 - 4월 8일도 이쪽은 사람이 엄청나게 많을 거에요.
여의나루역 벚꽃은 강변쪽은 많이 피었어요. 하지만 강변 맞은편 길은 아직 안 핀 나무가 많아요. 여기는 다음주 월요일인 10일부터 절정일 거에요. 지금도 강변쪽은 벚꽃놀이 분위기를 낼 수 있을 정도의 벚꽃은 피었어요.
그 다음은 여의동로 벚꽃 상황이에요.
이번주 토요일, 일요일에 여의도로 벚꽃놀이 갈 생각이 있으시다면 여의동로를 초강력 추천해요. 벚꽃도 잘 피었고, 개나리도 샛노랗게 피어서 정말로 아름다워요. 게다가 여기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페북,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 찍기도 좋아요. 개나리는 곧 질 테니 이번 주말에 여의도로 벚꽃놀이를 가신다면 인파 많은 여의나루쪽보다는 벚꽃도 잘 피어 있고 개나리도 잘 피어 있고, 개나리와 벚꽃 너머로 갓 새순이 돋아나 연푸른 공중정원을 만들어내고 있는 수양버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여의동로로 가세요.
그리고 여의도 벚꽃축제가 진행중인 윤중로 벚꽃 상황이에요.
폰으로 사진을 대충 찍었기 때문에 여기도 상황이 양호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벚꽃이 이제야 막 피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숨은 벚꽃 찾기 수준이에요.
달님도 여의도 벚꽃놀이를 보러 나왔다가 낚였어요. 기껏 자야 하는 낮에 나온 달님인데 달님도 벚꽃 축제에 벚꽃이 없어서 어리둥절.
윤중로의 벚꽃 상황은 절망적인 상황. 할 말이 없어요. 이건 벚꽃 축제가 아니라 벚꽃 맞이 축제에요. 여기는 다음주 월요일부터 제대로 피기 시작할 거에요.
아주 달집도 태우고 강강수월래도 하지 그러냐?
역대 최악의 벚꽃 축제였어요. 벚꽃 축제 기간 내내 벚꽃이 없었어요. 행사가 열리는 윤중로 뿐만 아니라 여의나루, 여의동로 모두 벚꽃이 없었어요. 이제야 벚꽃이 피기 시작했어요. 이럴 거면 이름을 여의도 벚꽃축제가 아니라 여의도 벚꽃맞이축제나 여의도 벚꽃기원축제라고 해야죠.
세금이 아깝다구요? 아니요. 저는 산소가 아깝고 질소가 아까웠어요. 정말 8할이 인재 人災 라는 표현이 딱 맞는 모습이었어요.
이번 여의도 벚꽃축제는 사람들 모두 개막일과 폐막일이 너무 이른 거 아닌가 우려했는데, 그 우려는 사실이 되었어요. 벚꽃 축제가 끝날 때가 되어서야 벚꽃이 피기 시작했어요.
제주 왕벚꽃 축제랑 진해 군항제 날짜 참고하면 간단히 엇비슷하게 날짜 맞출 수 있는데 대체 뭔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대자연과 맞짱뜨고 싶으셨어요? 무슨 베어 그릴스에요? 인간 대 자연 찍으세요? 아주 벚나무에 설탕물 주사 놔주지 그러세요?
진짜 생각 좀 하고 삽시다.
간단 요약
1. 제주 왕벚꽃 축제, 진해 군항제와 서울 여의도 벚꽃 축제가 거의 동시 개막, 동시 폐막
2. 사람들 어리둥절
3. 당연히 서울 여의도에 벚꽃 안 핌.
4. 여의도 벚꽃은 벚꽃 축제 끝나고나서야 벚꽃 제대로 필 예정
서울 여의도 벚꽃 포인트 정리
4월 8일 토요일 : 여의동로 (벚꽃, 개나리의 조화) - 여기는 이번주 토요일에 가는 것 추천
4월 9일 일요일 : 여의나루역 - 다음주까지 예쁠 듯
윤중로는 일요일은 되어야 볼만할 거고, 수요일이 제대로 예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