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표어의 나라

좀좀이 2012. 2. 26. 20:12
728x90
여기 온지 이제 3주째네요. 빠른 적응을 위해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그 동안 본 것 중 8할은 눈이요, 나머지는 큰 나무와 건물들이에요.

수업 시간 shior (шиор) 라는 단어를 배웠어요. 지금 초급 교재로 배우고 있는데 '표어'라는 뜻인 shior를 배우니 뭔가 이상했어요.

하지만 거리를 돌아다녀보면 저 단어가 의외로 중요한 단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타슈켄트에서 정말 하루에 한 번 이상 보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것은 딱 두 가지 있어요. 하나는 경찰, 하나는 표어에요.

올해 이 나라는 독립 20주년. 그래서 거리 곳곳이 독립 20주년을 축하하는 표어들로 가득해요.

재미있는 것은 표어 내용이 단순히 '잘 살아 보세' 이런 게 아니라 지구 평화를 논하는 것도 많다는 것. 표어만 보면 지구촌 통일할 기세에요. 소련의 영향이 남아 있는 거라고 봐야할 지 아직 잘 모르겠으나 '전 세계에 평화를' 이라는 표어를 보면 소련 표어를 그냥 우즈벡어로 베낀 거 아닌가 싶기도 해요.

덕분에 초급 교재 공부하며 표어는 물론이고 평화 tinchlik тинчлик 도 외웠네요. 저 단어들이 '돌아오다'보다 먼저 나와요. 숟가락, 포크는 아직 배우지도 못했어요. 지구촌의 평화가 숟가락, 포크보다 훨씬 중요해요. 밥이야 맨손으로 퍼먹어도 되지만 지구촌의 평화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건가? 그런데 샤슬릭 맨 손으로 먹으려면 엄청 뜨거운데...식으면 기름 굳어버려서 맛 없어요.

정말 표어를 읽는 것도 재미있는 타슈켄트에요.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반응형

'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날이 풀리고 있어요  (0) 2012.02.26
멜론이 나왔어요  (2) 2012.02.26
타슈켄트에서 눈 내리면 좋은 점  (0) 2012.02.21
돈 세기  (4) 2012.02.19
우즈베키스탄의 문자  (0) 2012.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