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고향에서 친구가 잠시 서울로 올라왔어요. 친구는 홍대쪽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무르고 있었기 때문에 친구를 만나러 그쪽으로 갔어요.
추운 겨울밤. 친구와 홍대 근처에서 만나 무엇을 할까 이야기하다가 카페 가기로 했어요. 둘 다 저녁을 먹었기 때문에 딱히 같이 할 만한 것이 없었거든요. 게다가 야심한 밤이었고, 저는 홍대에서 버스 타고 의정부까지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술을 마시는 것이 부담스러웠구요.
친구와 잡담을 하며 카페를 찾아 돌아다니다 깔끔한 간판이 보였어요.
"야, 저기는 카페 이름이 카페다!"
"저건 진짜 이름이 카페네?"
전날 친구와 만났을 때 미래 사회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때 제가 친구에게 이야기한 것 중 하나가 미래 사회에서는 무인 음식점, 무인 카페 같은 것이 일반화될 거라는 것이었어요. 지금은 요리를 잘 하기 위해 칼질도 잘 해야 하고 손재주도 좋아야 하지만, 미래 사회에서 음식을 잘 하는 사람이란 맛의 조합을 잘 세팅할 줄 아는 사람일 거라고 했어요.
이 생각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에요. 제가 대학교 다닐 때 학교 구석 컨테이너 같은 작은 매점 안에 라면 자판기가 있었어요. 천원 지폐 넣으면 라면이 끓여져서 나오는 기계였어요. 그리고 커피 자판기를 보면 단맛 조절을 할 수 있는 자판기가 있어요. 기본적인 맛을 세팅해놓고 여기에 사람들이 알아서 자신이 원하는 맛과 재료를 가감한다면 가능하다는 것이에요.
이런 미래 이야기를 나눈 다음날 만났는데 카페 이름이 '카페'라는 곳이 등장하자 둘 다 바로 여기라고 소리치며 안으로 들어갔어요.
하지만 카페에서 실컷 잡담하며 시간을 보낸 후 나와서야 알게 되었어요. 이 카페 이름은 '카페'가 아니라 '카페 서교'였어요.
내부는 이렇게 생겼어요. 노출시멘트를 이용한 인테리어였고, 좌석간 공간이 널찍했어요.
저는 바닐라라떼를 주문했고, 친구는 자몽차를 주문했어요. 진동벨을 탁자에 놓고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탁자를 보았는데 벽에 고정된 등이 탁자에 비쳐서 무늬처럼 보였어요.
이것이 제가 시킨 바닐라라떼에요. 괜찮게 마셨어요.
이 카페의 인테리어가 참 마음에 들었어요. 친구와 잡담 나누기도 좋았구요. 내부 모습 자체가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이 내부 공간이 사진을 참 잘 받는 디자인이라는 점도 분명히 장점이었어요.
이 카페에서도 친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정작 기억나는 것은 별로 없어요. 그 전날 친구와 만나서 미래 사회 모습을 주제로 나눈 이야기가 워낙 강렬했거든요. 그때 나누었던 이야기 내용을 토대로 소설 하나 쓴다면 대박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이것은 저나 친구에게나 너무 무리였어요.
제게 카페 서교는 좋은 분위기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제 여행기 문체 이야기를 비롯해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었던 곳으로 기억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