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2015)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43 태국 배낭 여행 - 펫부리 카오왕, 카오 여이 동굴 사원

좀좀이 2016. 12. 2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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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앞에는 프라 나콘 키리 국립 박물관 Phra Nakhon Khiri National Museum 이라고 적힌 팻말이 있었어요. 돈 내고 들어왔으니 전부 다 보고 가겠다는 일념으로 올라가 보았어요. 그냥 보수 공사중이고 크게 볼 것은 없었어요.



조금 더 가자 조그만 인공 샘이 나왔어요.



"저기까지 가야되는구나."


멀리 하얀 쩨디가 보였어요. 저 쩨디까지 올라가야 했어요.



"저기까지 언제 가지?"



오르막길을 올라가는데 벌써 숨이 차고 땀이 뻘뻘 나서 옷이 흠뻑 젖었어요. 카오왕은 산 능선을 타고 돌아다니는 곳이고, 입구는 능선을 타고 가는 관람로 중간 지점에 있었어요. 한쪽 끝을 갔다가 다시 돌아와 다른쪽 끝으로 가는 길이었어요. 능선 자체가 험한 것은 아니었어요. 산 아래부터 걸어서 올라왔다면 매우 힘든 길이었겠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왔어요. 딱히 힘들 것이 없었어요. 그런데도 힘들고 땀이 많이 나고 숨이 찼어요.


'피로가 계속 쌓여서 그런가?'


제가 생각해도 부끄러울 정도로 너무 빨리 지쳐버렸어요. '내가 여기 와서 뭐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제의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운동을 지나치게 안 한 것도 있고, 피로를 제대로 푼 날이 없는 것도 문제였을 거에요. 한국에서 동남아시아로 넘어오면서 기온이 갑자기 확 오른 것도 있구요. 어쨌든 중요한 것은 정말 쪽팔릴 정도로 별 것 아닌데 힘들다고 느꼈던 것이었어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여기는 관광객들이 대부분 태국인이라는 것이었어요. 중국인 관광객은 거의 보이지 않았어요. 중국인이 바글대었다면 아마 3배 더 빠르게 피곤해지고 지쳤을 거에요. 만약 아무도 없는 길을 혼자 걷는 것이라면 여기 길이 힘들어서 그런가 착각이라도 할 텐데, 애들도 할머니들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아주 쉽게 이곳을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여기에서 조금 쉬었다 가야지."


태국 원숭이 조심 표지판


원숭이 조심하라는 표지판이 보였어요.


태국 상좌부 불교 불탑


조그만 태국 상좌부 불교 불탑도 있었어요.


손으로 땀을 닦아내며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한쪽 꼭대기에 올라왔기 때문에 주변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었어요.


태국 페차부리


타이 펫부리


"펫부리가 이렇게 생긴 곳이구나."


산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펫부리가 어떻게 생긴 곳인지 잘 파악할 수 있었어요. 여기도 역시나 타이 절인 왓이 참 많은 곳이었어요. 고층 건물은 별로 보이지 않았고, 주황색 지붕이 초록빛 나무와 어우러져 화사한 풍경을 만들고 있었어요. 땀을 흘리며 온 보람이 느껴졌어요. 이렇게 도시를 내려다보니 정상에 왔다고 만세를 불러야 할 것 같았어요. 태국 할머니도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그냥 오시는 곳을 저 혼자 고진감래를 느끼며 좋아했어요.



"이따 저기도 가보아야 할 건가?"


멀리 공사중인 건물 하나가 보였어요. 저기는 왠지 가보아야하는 곳처럼 보였어요.


Thailand temple


저곳이 이제 가야하는 절이었어요.



저기는 절을 다녀온 후 가야할 곳이었어요.


"설마 저기까지 다 이어져 있는 것은 아니겠지?"



저 멀리 산 끝자락에 커다란 금빛 불상이 보였어요. 저기는 왕궁 건물을 넘어서 또 한참을 가야하는 곳이었어요.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서 길이 잘 보이지 않았어요. 왕궁과 저 불상이 이어져 있는 곳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어요. 만약 왕궁과 불상이 이어져 있다면 정말로 많이 걸어가야했어요. 그것도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타고 가서요. 평소라면 길 하나로 다 연결되어 모두 보고 올 수 있기를 바랬겠지만 이번은 아니었어요. 사진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왕궁 건물과 저 불상은 정말로 멀었고, 그렇게 쭉 내려갔다가 다시 쭉 올라가는 것을 두 번씩이나 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다시 열심히 걸어서 왓 프라 깨우 노이 Wat Phra Kaew Noi วัดพระแก้วน้อย 에 도착했어요.


วัดพระแก้วน้อย


이 붉은 탑은 프라 쁘랑 댕 Phra Prang Daeng 이에요. 붉은 탑을 둘러본 후 절당으로 갔어요.


태국 펫부리 왓 프라 깨우 노이


절당 입구를 할아버지께서 지키고 계셨어요.


"안녕하세요. 내부를 사진 찍어도 되나요?"

"응. 그래."




절당 내부는 매우 좁았어요. 불상에 절을 한 후 밖으로 나와 남은 한쪽 끝을 보러 가기 위해 걸어갔어요. 20분 정도 걸어가자 반대편 끝쪽에 도착했어요.




"이제 여기 다 봤다!"



태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었어요. 오른쪽 하얀 쩨디는 내려가는 길이 있는 곳이고, 왼쪽 빨간 탑이 바로 조금 전 갔던 왓 프라 깨우 노이였어요.




여기는 와서 볼 만 했어요. 그렇지만 만약 무지 크고 화려한 '궁전'을 생각한다면 실망할 곳이었어요. 방콕에 있는 태국 왕궁과는 달리 많이 수수한 곳이었어요.


태국 원숭이


원숭이가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경고 표지판이 붙을 정도로 바글대지는 않았어요. 처음 경고 표지판을 보았을 때는 여기가 원숭이 소굴인줄 알았어요. 잘못하다가 원숭이에게 카메라 빼앗기는 것 아닌가 하며 목에 카메라를 걸고 오른손으로 카메라를 꼭 쥐고 있었는데 원숭이가 제 곁으로 오지 않았어요. 일부러 다가가지 않아서인지 제게 먹을 것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케이블카를 탔는데 옆에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앉았어요. 여기를 돌아다니는 중에 이들과 섞였다면 짜증이 많이 났겠지만 케이블카에 제가 먼저 앉은 후에 몰려와 케이블카에 앉기 시작했기 때문에 정말 다행이었어요. 이들은 여기를 다 둘러보지는 않고 아래쪽에 있는 것만 보고 오거나 왓 프라 깨우 노이만 보고 내려온 것 같았어요. 중국인들이 케이블카에 앉으니 갑자기 아주 시끄러워졌어요.



"이제 시내로 들어가야 하나? 그런데 여기 유명한 동굴 사원 있다고 했는데."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이제 무엇을 해야하나 고민했어요. 펫부리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이 카오왕이에요. 가이드북을 보면 카오 왕 말고는 딱히 볼 것이 없었어요. 나머지는 다 절인데, 이 절은 펫부리 시내에 모여 있었어요. 오래된 절들이라고 하는데 절이라면 태국에 우리나라 교회급으로 널린 것이 절이고, 절터라면 아유타야에 널린 것이 절터였어요. 아유타야를 다녀오니 절터를 굳이 일부러 찾아가서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었어요. 어찌 보면 아유타야를 일찍 다녀온 부작용이었어요. 아유타야가 워낙 굉장한 곳이다보니 이제 웬만한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어요. 게다가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절들은 모두 시내에 있었는데, 시내는 어차피 갈 곳인데 그렇게 크지도 않아 보였어요.


펫부리에 꽤 멋진 동굴 사원이 하나 있다는 것을 읽은 적이 있었어요. 그 동굴 사원을 가고 싶은데 태국어로 뭐라고 하는지 나와 있지 않았어요. 그냥 '카오루앙 사원'이라고만 나와 있었어요. 태국어로 하면 '왓 카오루앙'일 건데 태국어는 성조도 있어요. 직원에게 영어로 카오루앙 동굴 어떻게 가냐고 물어보자 못 알아들었어요. 다른 태국인들에게도 물어보았지만 한결같이 못 알아들었어요. 왓 카오루앙도, 카오루앙 템플도, 카오루앙 케이브도 못 알아들었어요.


동굴 사원을 가보고 싶은데 의사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답답했어요. 그때 마침 여기 와서 보니 유명한 관광지가 정리된 것을 발견했어요. 거기에는 제가 가고 싶었던 동굴 사원 사진도 있었어요. 태국어 글자를 어떻게 읽어보려 노력했지만 읽을 수가 없었어요. 태국어 문자를 잘 몰랐거든요. 힘겹게 하나하나 읽어보려 했지만 제가 알고 있는 그 글자체가 아니라 다른 글자체라서 더욱 눈에 안 들어왔어요. 순간 아이디어 하나가 번뜩 떠올랐어요.


이거 사진 찍어서 사람들에게 읽어달라고 하면 되잖아!


사진을 찍은 후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어요. 제가 가려고 한 동굴 사원 사진을 보여주고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보았어요. 동굴 사원 사진에 적힌 글자를 읽어주었어요. 거기는 땀 카오 여이 ถ้ำเขาย้อย 였어요. 거대한 와불이 있는 절도 있어서 물어보았어요. 이 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자 위하라 프라 논 วิหารพระนอน 이라고 읽어주었어요. 땀 카오 여이는 카오 왕에서 멀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가야 하고, 위하라 프라 논은 시내쪽에 있으니 택시 기사에게 땀 카오 여이 갔다가 위하라 프라 논으로 가자고 하면 될 거라고 알려주었어요.


'카오 여이? 카오 루앙 아닌가?'


글자를 자세히 보았어요. ย 는 y 발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그러면 맨 마지막과 맨 마지막에서 3번째가 y 발음이니까 '루앙'이 아니라 '여이'가 맞기는 했어요.


'이 동굴 사원을 이 동네에서는 '카오 여이'라고 부르나?'


어쨌든 사진은 제가 가려고 하는 동굴 사원이 맞았고, 거기 적힌 그 동굴 사원의 이름은 '땀 카오 여이'였어요. 거기는 멀어서 절대 못 걸어간다고 했기 때문에 뚝뚝 기사를 찾았어요. 카오 왕 입구에는 택시 기사가 오직 딱 한 명 있었어요. 택시 기사 할아버지께 찾아가서 다시 사진을 보여드렸어요. 할아버지는 글자를 읽더니 '땀 카오 여이'라고 하면서, 이것은 여기에서 10km 떨어진 곳에 있다고 했어요.


10km?


10km 면 정말로 매우 멀리 떨어진 곳. 10km 자체도 초행길이라면 3시간은 잡아야 하는 거리인데, 이것은 왕복으로 다녀와야 하니 20km. 거기에 시내까지 가는 거리를 또 더해야 했어요. 10km 떨어진 곳이라면 정말로 멀리 떨어진 거에요. 왕복으로 계산하면 20km 니까 절대 걸어서 못 가는 것은 맞아요. 그런데 뭔가 매우 이상했어요. 분명히 다른 글에서 카오 루앙 동굴 사원에 대해 읽었을 때 카오 루앙 동굴 사원은 카오 왕에서 4km 떨어져 있다고 나와 있었어요. 10km 면 그 글에 나와 있는 거리의 2.5배 되는 거리. 아무리 과장을 해도 이건 매우 많이 심했어요. 도로가 중간에 유실되어 빙 돌아간다 해도 4km가 10km 되기는 진짜 어렵거든요.


정말 아닌 것 같아서 다른 뚝뚝을 타고 가고 싶었지만 카오 왕 앞에는 이 할아버지의 뚝뚝 뿐이었어요.


그냥 적당히 속아넘어가주고 동굴 사원을 다녀올까, 그냥 시내로 들어갈까?


속는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속아넘어가자니 뭔가 기분이 좋지 않고, 그렇다고 시내로 바로 들어가자니 기껏 와서 펫부리에서 보고 싶었던 동굴 사원을 포기하고 방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싫었어요.


'어차피 비행기표보다는 싸잖아?'


만약 카오 루앙 동굴 사원을 지금 안 간다면 거기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들 거에요. 그 아쉬운 마음을 풀기 위해서는 다시 펫부리로 가야 하는데, 펫부리를 가려면 한국에서 방콕으로 먼저 가야 하고, 방콕에서 다시 펫부리로 가야 했어요. 이것이 편도가 아니라 왕복 여정이었어요. 그거 생각하면 속는 거 뻔히 알면서 속아주고 동굴 사원 가는 것이 속기 싫어서 시내로 돌아가는 것보다 딱 ICN-BKK 왕복 항공권 가격만큼 나았어요.



뚝뚝이 달리기 시작했어요.


'어? 뭐지?'


뚝뚝은 한적하고 잘 포장된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어요. 이 정도 도로 상황에서 4km 는 순식간에 도착해야 하는 거리였어요. 그런데 할아버지께서는 계속 달리졌어요. 지금까지의 여행 경험, 계기판에 나오는 속도, 거리 표지판 모두 이 할아버지께서 제게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고 알려주고 있었어요.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어요. 이 할아버지께서는 진짜로 10km 를 가고 계셨거든요.


'대체 뭐지?'


인터넷에서 찾아본 정보가 잘못된 건가? 그런데 4km와 10km 는 틀리기 어려워요. 일단 4와 10은 한 글자와 두 글자 차이니까요. 게다가 도착까지의 소요 시간을 적어 놓은 거라면 모르겠는데, 이것은 거리를 길이 단위로 나타낸 것이었어요. 거리를 시간 단위로 표현한 것이라면 이쪽으로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 수준으로 엉터리로 써놓는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 그러려니 하는데, 길이 단위를 자기 멋대로 줄여놓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더욱이 오차가 6km 인데, 이건 태국 전도를 그리지 않는 이상 썩은 동태 눈알이라 해도 내기 힘든 커다란 수준의 오차였어요.



'이 할아버지 말씀이 맞았네...'


할아버지께서 저를 속인다고 의심해서 죄송했어요. 정말로 10km 갔으니까요. 엄한 길을 돌아와서 억지로 10km 만든 것도 아니었어요. 제대로 똑바로 쭉 내달려서 10km였어요.



카오 여이 동굴 사원에 도착했어요.


"여기 완전 원숭이 소굴이네!"



사원 앞에는 원숭이들이 득시글했어요. 원숭이 조심하라는 경고문이 여기 저기 붙어 있던 카오 왕에서는 원숭이를 그렇게 많이 보지 못했는데, 정작 원숭이 경고 표지판이 없는 여기 오니 원숭이가 바글바글했어요.



ถ้ำเขาย้อย


글자를 읽어보려 노력했고, 사진으로 찍어온 것과 맞는지 글자를 대조해 보았어요. '땀 카오 여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맞게 왔어요.



'드디어 그 빛내림이 보이는 멋진 동굴 사원을 보는구나!'


신나서 안으로 들어갔어요.


태국 펫부리 카오야이 동굴 사원


"여기 말고 다른 곳도 있나?"


동굴 사원 자체가 멋지기는 한데 뭔가 이상했어요. 제가 본 그 사진과 많이 달랐거든요. 분명히 카오야이 동굴 사원을 맞게 찾아왔는데 부처님께서 비스듬히 드러누워계셨어요. 앉아계신 부처님과 그 바로 앞으로 떨어지는 빛이 보이지 않았어요. 여기 말고 여기에 또 다른 동굴 사원이 있나? 여기부터 보고 차례대로 하나씩 보아나가는 건가? 일단 여기부터 천천히 둘러보기로 했어요.


태국 펫부리 동굴 사원


안에 계신 분께 인사를 드리고 여기가 카오야이 사원 맞냐고 여쭈어보았어요. 맞다고 대답하셨어요. 여기는 2층 구조로 원래는 2층도 올라가볼 수 있는데 지금은 무너져서 2층으로 못 올라간다고 알려주셨어요. 이 산에는 절이 3개 더 있는데, 제일 가까운 곳이 여기에서 300m 더 걸어올라가야 하는 곳에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분명히 맞게 왔어요. 단지 제가 보고 싶었던 그 장면만 없을 뿐이었어요.


'그것은 무너진 2층 사진이었나? 아니면 여기에서 산 위쪽으로 더 올라가야 볼 수 있는 건가?'


하지만 여기는 카오야이 동굴 사원. 여기가 맞았어요. 관광 안내 표지에 나와 있는 것과 같은 장면을 아무리 찾아보려 해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가 카오 여이 사원이 아닌 다른 사원이 되는 것은 아니었어요. 관광 안내 표지 사진 속 부처님은 옆으로 드러누워계시지 않았어요. 제대로 앉아 계신 부처님이었어요.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어요.


Tham Khao Yoi temple



엄청나게 머리가 혼란스러웠어요.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일단 멋지기는 했기 때문에 좋아하며 구경하기는 했지만 모두가 진실을 말하는데 정작 모두가 거짓말을 한 것 같은 이상한 결과가 도출된 이 현상을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지 몰랐어요. 그나마 합리적으로 생각해낸 것이 '원래 2층은 제가 보고 싶어했던 그곳 맞는데 지금 무너져서 볼 수가 없다'였어요.








"부처님, 대체 진실은 무엇인가요?"


비스듬히 누워 계신 부처님은 아무 말씀도 없으셨어요. 그저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고 계실 뿐이었어요.



카오 여이 동굴 사원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어요.



산 위로 올라가는 길이 있어서 잠깐 올라가 보았어요. 산이 무너진 흔적이 있었어요. 300m 더 걸어올라가면 절이 하나 더 있다고 하는데 산길 300m를 더 올라가고 싶지 않았어요. 이미 오후 4시였거든요. 300m 올라가서 절을 보고 내려오려면 1시간은 잡아야 할텐데 그러면 시내를 둘러볼 시간이 매우 애매해졌어요. 펫부리에서 1박 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방콕으로 돌아가야 했거든요.


혹시 잘 포장된 길이라 후딱 올라갈 수 있는 길인가 보니 그렇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조금 올라가보다 도로 내려왔어요.



이곳도 멋있기는 해. 그런데 내가 원래 보려고 했던 그곳은 대체 뭐지?


여기도 충분히 멋있었기 때문에 잘 왔다고 생각했어요. 단지 원래 목적지가 아니었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었어요. 그 문제가 제 머리 속을 계속 엉킨 실타래로 만들었어요. 뚝뚝에 올라탔어요. 이제 뭐가 어찌 되었든 펫부리 시내를 구경하고 방콕으로 돌아가기는 하겠지만, 이 혼란스러움을 떨쳐낼 수가 없었어요. 뭐가 어떻게 잘못 되었길래 이렇게 모두가 저를 속인 것 같은 결과가 발생했는지 너무 궁금해 미쳐버릴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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