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끓여먹기 싫은데 라면을 끓여먹어야 하는 상황. 라면을 안 끓이고 라면을 먹을 방법이 없을까 찾아보다가 갑자기 떠오른 것이 있었어요.


내 방 어디엔가 베트남 라면 있었어!


친구가 먹으라고 준 베트남 라면이 방 어디엔가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어요. 방을 뒤져보니 친구가 준 라면이 나왔어요. 베트남 인스턴트 라면의 좋은 점은 끓여먹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에요. 사발에 라면을 넣고 포트로 뜨거운 물을 끓여서 부어준 후 가만히 기다리면 알아서 익어요. 냄비에 물을 팔팔 끓여야하는 우리나라 라면보다 방을 훨씬 덜 덥게 만들어요. 겨울에는 장점이 아니지만 뜨거운 여름에는 확실한 장점이에요.



베트남어로 mắm 은 젓갈이에요. 베트남 생선 소스로 잘 알려진 느억맘의 '맘'이 바로 이 맘이에요. 이것은 '젓갈 국수'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라면은 스프가 무려 4개나 들어 있다고 나와 있어요. 그리고 물을 붓고 뚜껑을 덮고 기다렸다가 먹으라고 나와 있었어요.



실타래 같은 면발이었어요. 정말 가늘어서 실뭉치를 보는 것 같았어요. 이 면발은 쌀 면. 군대에서 보급으로 나왔던 인스턴트 쌀국수는 이것처럼 면이 가늘지 않고 굵어서 먹을 때마다 고역이었어요. 일단 면의 굵기가 상당히 가늘은 것을 보니 빠르게 익혀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프는 이렇게 4개 들어 있었어요. 상단 왼쪽은 젓갈 스프, 상단 오른쪽은 건더기 스프, 하단 왼쪽은 고추 기름 소스, 하단 오른쪽은 분말 스프였어요.


"왜 치즈 냄새가 나지?"


이 라면을 선물받을 때 이 라면이 무슨 라면인지 별로 신경쓰지 않았어요. 그냥 베트남 라면 준다니까 좋다고 받았어요. 그런데 이 라면이 젓갈 라면이라는 것을 알고 조금 흠찟 했고, 젓갈 스프를 붓자 치즈 냄새 비슷한 냄새가 스믈스믈 기어올라왔어요. 역한 발효향은 아니었지만, 왜 젓갈 스프에서 치즈 냄새 비슷한 냄새가 나는지 궁금했어요.



뚜껑 덮고 기다리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전기포트로 물을 팔팔 끓여서 붓고 기다렸다가 먹었어요. 뚜껑 덮으면 뚜껑도 설거지해야 하니까요.


역시 믿고 먹는 베트남 인스턴트 라면!


뭔지 몰라도 베트남 인스턴트 라면은 구입해도 된다고 해도 될 정도로 대체로 맛이 괜찮아요. 이것 또한 상당히 맛있었어요. 살짝살짝 향긋한 풀냄새가 혓바닥 위에 내려앉았다 사라졌어요. 치즈 같던 젓갈 냄새는 많이 약해졌어요. 해물라면을 치즈와 같이 먹는다고 생각하면 아마 비슷한 맛일 거에요.


하늘하늘한 면과 잘 어울리는 맛이었어요. 살짝 살짝 스쳐지나가는 풀냄새가 기름의 느끼함을 안고 날아갔고, 건더기도 괜찮았어요. 고추 기름 덕분에 매콤한 맛이 있었지만, 맵다고 말할 수준의 매운 맛은 아니었어요. 이 역시 그냥 혀 위를 지나가는 매운맛이었어요. 전반적으로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가볍게 후루룩 먹을 수 있는 라면이었어요.


야식으로 먹기에 참 좋은 라면이었어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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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선 면이 굉장히 얇네요~ 정말 금방 익어서 후루룩 먹기에도 좋을 것 같아요~
    젓갈 라면이라고 해서..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 오히려 치즈 냄새가 났다고 하니...
    그 맛이 더더욱 궁금해져요~ 베트남 라면에 대한 인식이
    좀좀이님 덕분에 좋게 자리잡아가네요^^

    2017.01.28 14: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 라면 면발 금방 익어요. 빠르게 컵라면처럼 만들어서 먹을 수 있어요. 저도 젓갈 라면이라고 해서 상당히 긴장했는데 의외로 치즈향이 나더라구요. 베트남 라면은 꽤 맛있어요^^

      2017.01.31 03:14 신고 [ ADDR : EDIT/ DEL ]
  2. 가는 쌀국수여서 뜨거운 물만 붓고 기다리면 되는건가요?
    쌀국수여서 맛이 있을것 같아요.

    2017.01.28 16: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뜨거운 물 붓고 접시로 덮어놓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요. 컵라면 끓이는 방법과 똑같아요 ㅎㅎ 저거 맛 괜찮았어요^^

      2017.01.31 03:18 신고 [ ADDR : EDIT/ DEL ]
  3. 젓갈라면,, 이라는 이름만 들었을땐 약간 거부감이 들었는데..
    맛이 괜찮다고 하시니,, 급 궁금해지네요~ㅎ

    2017.01.29 19: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이름을 굳이 해석해보지 않았다면 아무 부담없이 후루룩 먹었을 거에요. 그런데 부담 갖고 먹어도 맛있더라구요^^

      2017.01.31 03:19 신고 [ ADDR : EDIT/ DEL ]
  4. 젓갈과 치즈 둘다 발효식품이라 비슷한 냄새가 난게 아닐까요? 베트남 라면 볼때마다 맨첨 러시아 갔을때 기숙사 생활이 떠올라요. 그때 베트남 라면 참 많이 먹었는데 :)

    2017.01.30 00: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liontamer님의 가설 매우 그럴싸한데요?!! liontamer님께서는 러시아 기숙사 생활하실 때 베트남 라면 많이 드셨군요! 그때 러시아에 베트남 라면 여러 종류 들어와 있었나요?^^a

      2017.01.31 03:22 신고 [ ADDR : EDIT/ DEL ]
  5. 저희 집에도 아직 먹다 남은 베트남 라면이 몇 개 있는데...
    엄청 맛있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전 아직...도전해보지 못했네요. ㅎㅎ

    2017.01.30 15: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헉! 베트남라면까지 구비하고 계세요?!!! 우리나라 라면 종류별로 구비되어 있다는 것은 전에 말씀해주셔서 알고 있었지만 베트남 라면까지 구비하고 계실 줄은 몰랐어요!

      2017.01.31 03:22 신고 [ ADDR : EDIT/ DEL ]
  6. 이름이 좀 그래서 그렇지 생각해보니 엄청 맛있을 것같아요. 한국엔 아직 이런 조합이 없어서 새롭고 좋네요.

    2017.01.31 19: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이름을 번역해보지 않고 먹었다면 그냥 매우 맛있었다고 했을 거에요 ㅎㅎ 베트남 라면이 맛 괜찮은 것 많아요. ^^

      2017.02.01 05:22 신고 [ ADDR : EDIT/ DEL ]
  7. 젓갈라면이라니 참신해요!!!!!!
    그리고 베트남 인스턴트라면이 맛이 대부분 좋다는 건 처음알았어요.
    베트남은 쌀국수와 월남쌈밖에 몰랐는데... 신기하네요:)

    2017.02.02 08:2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베트남 라면이 컵라면처럼 조리하면 되어서 조리하기 편하고 맛도 좋은 편이더라구요. 복권으로 비유하면 긁으면 일단 무조건 500원 당첨되는 복권이랄까요?^^

      2017.02.03 13:15 신고 [ ADDR : EDIT/ DEL ]
  8. 젓갈라면에서 으익! 했는데 뭔가 피쉬소스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비주얼도 생각보다(?) 맛있어 보여서 좋네요 ㅎ
    좀좀이님도 맛있게 평하시니 베트남 라면은 기본은 하는가 봅니다^^

    2017.02.02 16: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만약 진짜 피쉬소스가 팍팍 들어갔다면 비려서 못 먹었을 거에요. 저건 공산품으로 나오며 질이 좀 떨어진 것이 오히려 더 좋아진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베트남 라면은 일단 기본은 해요. 과감히 도전해보셔도 뒷목 잡을 일은 없을 거에요^^

      2017.02.04 19:12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