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 대학교를 본 후 드디어 알렉산드르 넵스키 교회를 보러 갔어요.
알렉산드르 넵스키 교회 부근의 석상. 무언가 훌륭하신 분의 석상 같았는데 왠지 두 손 들고 서 있는 벌을 서는 것 처럼 보였어요. 이것은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인가...무언가 전도하려는 모습보다는 교회 앞에서 뭔가 잘못을 저질러 십자가 들고 벌 서는 모습이었어요.
"우와...진짜 뚱뚱해 보인다!"
알렉산드르 넵스키 교회는 발칸 유럽에서 가장 컸던 동방 정교 교회에요. 현재는 더 큰 것이 생겨서 두 번째로 커요. 비취색의 지붕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왠지 케이크가 생각나는 모양이었어요.
"이거 이제부터 뚱땡이 교회라고 불러야겠네요."
이 건물이 소피아 여행에서 매우 중요하기는 하지만 '알렉산드르 넵스키 교회'라고 정식 명칭을 다 부르기에는 이름이 너무 길었어요. 그래서 제가 별명을 지어주었어요. 그 별명이 바로 '뚱땡이 교회'. 진짜 딱 어울리지 않나요?
물론 이 알렉산드르 넵스키 교회 입장에서는 좀 억울할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정작 입구에서 보면 날씬해요. 우람하고 뚱뚱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측면이에요. 입구 - 즉 정면에서 보면 이 건물도 꽤 날씬해요.
알렉산드르 넵스키 사원 근처에는 벼룩시장이 있었어요. 시간이 널널해서 벼룩시장에 갔어요. 생각보다 기념품 종류가 다양했어요.
"이거 얼마에요?"
불가리아는 장미의 나라. 주요 수출품이 향수의 원료인 장미유에요. 그래서 그런지 장미유를 많이 팔고 있었어요.
"2레바."
2레바? 2천원?
정말 저렴했어요. 그래서 기념품으로 장미유와 냉장고 자석을 구입했어요. 확실히 예쁜 기념품들이 많았는데 가격도 매우 저렴했어요. 여기는 정말 관광을 키우고 있는 국가라는 느낌이 확 들었어요.
벼룩시장을 돌아다니다 일행들과 다시 만났어요. 일행들에게 기념품 산 것을 보여 주었어요.
"응? 이거 뭔가 이상한데?"
냉장고 자석이 저절로 분리되었어요. 처음에는 불량품을 산 줄 알았어요. 그래서 살짝 기분이 나빠졌어요. 그런데 가만히 보니 불량품이 아니라 2개였어요.
"이게 왠 횡재야?"
저는 1개 샀어요. 돈도 1개 가격만 주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1개 더 붙어온 것이었어요. 이런 행운이 따라오다니 정말 놀랍고 즐거웠어요.
러시아 교회. '러시아 교회'라고 생각하고 보니 러시아 교회 같아 보였어요. 러시아에 간 일이 없기 때문에 이게 러시아식인지 불가리아식인지 구분할 수 없었어요. 왜냐하면 이때 저도 불가리아는 처음이었거든요.
정면에서 보니 이 교회도 꽤 아름다웠어요.
불가리아 국립 은행을 지나고
고고학 박물관을 지나서
네델랴 교회로 갔어요.
이건 다른 각도에서 본 네델랴 교회. 알렉산드르 넵스키 교회와 조금 비슷하게 생겼어요. 알렉산드르 넵스키 교회가 엄청나게 크고 아름답다면 이 교회는 알렉산드르 넵스키 교회보다는 작고 소박했어요.
계속 밖에서 돌아다녔더니 너무 춥고 다리가 아팠어요. 그래서 안에 들어가서 쉬었다 가기로 했어요.
다행히 교회 안에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조용히 자리에 앉아 교회 내부 사진을 한 장 찍고 쉬기 시작했어요.
제 앞에 할머니 한 분께서 앉으셨어요. 무언가 성스러운 분위기. 잡담을 하면 큰 실례를 하는 것 같은 분위기였어요.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었어요. 바깥보다는 따뜻했지만 교회 안도 추웠어요. 덜덜 떨면서 쉬는데 잠이 솔솔 밀려왔어요. 귀중품이 담긴 카메라 가방을 꼬옥 끌어앉고 꾸벅꾸벅 졸았어요.
"일어나요. 이제 나가요."
일행들이 저를 깨웠어요.
"정말 많이 피곤하신가 봐요."
"아니요. 그냥 잠이 밀려와서요."
이제 남은 것은 지하 교회.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볼거리는 다 보았어요.
"이게 지하 교회인가?"
뭐라고 적혀 있기는 한데 불가리아어로 적혀 있어서 알아볼 수 없었어요. 그리고 문도 잠겨 있었고 입구도 없었어요. 가이드북을 보니 지하교회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어요. 가이드북을 뒤져 보았어요. 이것은 성 게오르기 교회였어요.
"지하 교회는 어디 있지?"
가이드북을 가지고 주변을 샅샅이 뒤져 보았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었어요.
하늘에서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지하교회는 포기하죠. 별 것 아닌 거 같은데요."
"그래요. 우리 저녁이나 먹으러 가요."
저녁은 중국 식당에 가서 먹기로 했어요. 일행들이 돼지 고기를 정말 먹고 싶다고 했어요. 중국 식당에 가면 돼지 고기도 먹을 수 있고 가격은 저렴하고 양은 푸짐하다고 했어요. 그 일행들은 다른 것은 하나도 안 알아왔으면서 중국 식당 위치는 어떻게 챙겨왔어요. 그래서 그 식당을 향해 갔어요.
위치를 알아왔다고 해서 그 위치를 찾아가는데 스베타 네델랴 광장에서 한참을 걸어가도 나오지 않았어요.
"이거 주소가 잘못 되었나? 아니면 가게가 망했나?"
일행들이 답답해 했어요. 저도 답답했어요. 아무나 잡고 주소를 보여주었어요. 다행히 사람들은 생각보다 친절했어요. 겉보기에는 매우 무뚝뚝한 것처럼 보였지만 도움을 요청하면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어요. 그래서 간신히 중국 식당을 찾았어요.
"현지화 얼마 있어요?"
주문을 해야 하는데 음식이 생각보다는 비쌌어요. 그래서 현지화를 확인해 보았어요. 모두 현지화가 부족했어요.
"누가 환전해 와야겠는데요..."
일행 중 남자는 저 혼자. 게다가 여기 말을 그나마 할 줄 알고 글자라도 읽을 수 있는 사람도 저 혼자. 그래서 제가 갔다 오겠다고 했어요.
"에휴..."
우산도 없어서 비를 맞으며 환전소를 찾으며 걸어갔어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환전소를 찾았어요. 환전소는 식당에서 절대 가깝지 않았어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가며 비를 맞으며 겨우 환전소를 찾아갔어요. 그런데 그 환전소 문은 닫혀 있었어요. 시간이 늦어서 닫아버린 것이었어요. 하지만 포기하고 돌아갈 수도 없는 일. 그래서 다시 사람들에게 환전소 위치를 물어보았어요. 다행히 근처에 다른 환전소가 있었어요. 정말 천만다행으로 그 환전소는 문을 열어서 돈을 불가리아 레바로 환전할 수 있었어요.
"이제 돌아가야겠네."
비를 맞으며 중국 식당을 향해 뛰었어요. 그러나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 전력 질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어요. 더욱이 신호등도 몇 개 건너야 했어요. 식당에 도착하니 일행들이 왜 이렇게 늦었냐고 물어보았어요.
"환전소가 여기서 멀리 떨어져 있어요."
"음식 다 식었어요. 우리 빨리 먹어요."
일행들은 제가 오자마자 음식을 먹기 시작했어요.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어요. 하지만 비 맞아가며 환전소 가서 환전해서 돈을 지불해야 할 만큼 맛있지는 않았어요.
저녁을 먹고 나오니 비가 그쳤어요. 이제 날이 너무 어두워져서 마땅히 갈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중앙 시장에 갔어요. 터키에서 합류한 일행 두 명은 돼지고기로 된 소시지와 햄을 샀어요. 터키에서는 절대 구할 수 없다며 반드시 사 가야 하는 물품이라고 했어요. 참고로 터키-불가리아 국경에서 터키 국경에서의 수하물 검사는 복불복이에요. 전부 뒤지는 게 아니라 몇 명 찍어서 뒤져보아요. 전부 그냥 보낼 때도 있어요. 두 명은 제발 가방을 뒤지지 않기를 바라며 가방의 가장 깊숙한 곳에 소시지와 햄을 숨겼어요.
시간이 늦어서 택시를 타고 버스 터미널로 돌아왔어요. 두 일행은 오늘 즐거웠고 덕분에 소피아 관광 잘 했다고 인사를 하고 버스에 올라탔어요. 우리가 타야하는 버스는 0시 30분 출발. 버스 터미널 티켓 판매 부스와 가게들이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어요. 사람들도 거의 사라지고 모든 티켓 판매 부스가 문을 닫았을 때, 드디어 우리가 버스에 탑승할 시간이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