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2015)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30 태국 방콕 부적 시장

좀좀이 2015. 10. 1. 07:36
728x90

'이제 태국도 그저 그런 관광지로 전락할 건가?'


왕궁에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것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왕궁은 태국 전체적으로 보아도 상당히 중요한 곳.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두 번 가는 것은 취향 문제이지만, 처음 간다면 거의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니까요. 왕궁은 단순히 관광객들에게만 중요한 곳이 아니라 태국인들에게도 중요한 곳. 반드시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아니라도 태국에 관광객이 몰려가면 그에 비례해서 미어터질 수밖에 없는 곳이에요. 게다가 중국인 관광객이 미어터진다고 해서 다른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이 안 갈 곳도 아니구요. 워낙 중요도가 높은 곳이다보니 당당히 입장료 500바트씩 받고 있는 것이죠. 태국 바트화 가치를 매우 낮게 쳐서 1바트에 30원이라고 해도 500바트면 15000원이에요.


주목해서 보아야할 것은 바로 마오쩌둥 조각상이었어요. 이건 누가 보아도 중국인을 대상으로 만들어 팔고 있는 것이었어요. 마오쩌둥 조각상을 보자 제주도, 명동이 떠올랐어요. 지금까지 경험해온 것이 있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그 끝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그 결말을 떠올렸어요. 이것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말해야할까? 마오쩌둥 조각상이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 태국 관광 산업이 상당히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해야할 말이 너무나 많아요.


중국 경제는 곧 고꾸라질 것이다?


거진 10년간 꾸준히 제기된 말이지만, 2015년 2 사분기까지 중국 경제는 어찌어찌 잘 굴러가고 있어요. 내부적으로 썩었든 말았든 간에 외부적으로는 일단 0%대 성장률은 아니에요. 아무리 중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이라고 해도 2015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0% 대로 잡지는 않아요.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느냐로 논쟁중이지, 0%대 성장, 또는 더 나아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지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니지요.


중국인들은 과연 유행을 선도해나갈 수 있는가?


단언컨데 아직 중국인들은 유행을 선도해나갈 능력이 없어요. 경제야 덩샤오핑의 개혁정책 이후 꾸준히 고도성장해서 이제 그 규모가 어마어마한 경제강국이 되었어요. 그런데 이건 명목GDP 이야기이고, 1인당 GDP로 들어가면 아직 우리나라와 2만 달러 차이가 나며 (2015년 9월 한국 28,338 달러, 중국 8,154 달러), 내부적으로 빈부격차가 상당히 큰 편이지요. 우리나라로 관광 와서 화장품을 싹쓸이해가는 중국인도 많지만, 그것보다 훨씬 많은 중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불법체류하며 일을 하려고 하는 것에서 명확히 이런 점이 드러나요. 워낙에 불법체류, 불법경제활동을 시도하는 중국인들이 전세계적으로 많다보니 중국인들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지요. '중국인'이라는 말 자체가 전세계적으로 황인종에 대한 멸칭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중국인들이 세계적으로 유행을 선도해나가려면 아직 멀었음을 알 수 있어요. 여기에 지독한 문화지체현상을 겪고 있고, 문화대혁명을 거치며 전통문화가 크게 훼손된 점도 이 문제에서 나쁜 쪽으로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지요.


과연 중국인 관광객의 끝은 언제 나타날 것인가?


중국인 관광객 물량은 어마어마해요. 이들이 몰려오기 시작하면 그 동네는 오직 이들을 위한 곳으로 바뀌어버려요. 이들이 몰려와 쓰고 가는 돈의 총액이 어마어마하거든요. 단체관광객으로도 많이 오구요. 단체관광객이 몰려오면 규모 있는 관광업 관련 회사가 생기고, 가히 '관광산업'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관광업이 크게 발달해요. 이러니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목을 맬 수밖에 없어요.


반드시 기억해야할 것은 '과유불급'이라는 것. 중화사상에 물든 사람들이 꼭 하는 말이 있어요. '이런 거 중국에 다 있어'. 이 말은 웃어넘길 말이 아니에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먹혀버려서 지나치게 중국화되어버린 곳에는 그들이 안 올 거라는 것을 보여주는 말이니까요. 중국인 관광객들도 멍청하지는 않아요. 그들이 아무 때에나 은련 카드를 꺼내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made in china 앞에서는 은련 카드를 절대 안 꺼내요. 이런 제품 앞에서는 오히려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뿐이지요. 중국인 관광객의 끝이 언제 나타날 지는 정확히 몰라요. 그건 마치 언제 중국 경제가 고꾸라지느냐를 논하는 것 같은 것이에요. 하지만 분명 그 끝은 있을 것이고, 그 끝에 가서 지나치게 중국화된 관광지를 어떻게 살려낼지를 생각해보면 눈앞이 깜깜해요. 단순히 중국어 표기를 늘려놓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긴 것이니 이 가게들을 싹 다 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듯이 해야 하니까요. 아직 유행을 창조해낼 능력이 없는 중국인들이 단지 많이 온다는 이유로 지역 전체를 아예 '중국화' 해버린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이에요. 중국화되어버린 곳에서 중국인 관광객의 끝은 단순히 중국인들만 안 온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관광객들이 안 온다는 것이니까요.


꾸준히 많은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먹혀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에요. 사실 이것은 중국인 관광객들의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에요. 어느 관광지든 한 국가에서 온 관광객들의 수와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그 국가에 지나치게 맞추어주려는 현상이 일어나요. 이러다 이들이 확 줄어들면 대책없는 암흑기에 빠져요. 게다가 중국인들은 실상 끝물을 의미해요. 단순히 중국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국화된 곳으로 여행을 갈 바에는 그냥 중국을 가고 만다고 생각하거든요.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것, 중국화되는 것과 중국인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것들이에요. 중국인이 거의 없다고 중국인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 못할 것도 아니며, 중국인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중국화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 또한 아니에요. 은련카드를 꺼내게 만들고 싶으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지, 중국화되어서는 안된다는 거에요. 그런데 방콕 왕궁 근처 시장 입구에서 본 마오쩌둥 동상은 여기도 중국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였어요.


방콕 시내버스 25번


'버스 타고 그냥 숙소로 돌아갈까.'


진지하게 고민이 되었어요. 방콕 여행에 대한 모든 환상이 사라져버렸어요. 굳이 중국화되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것은 썩 유쾌한 구경거리가 아니었어요. 무엇을 기대하든 실망만 계속 커질 것 같았어요. 그렇다고 방콕에서 쇼핑을 하고 좋은 식당 가서 미식을 즐길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태국의 소소한 모습들을 구경하고 싶었는데, 그 기대는 와장창 깨져버렸어요.


'왜 하필 친구와의 약속은 주말인 거야!'


친구와 주말에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당장 방콕을 떠날 수도 없는 노릇이었어요.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는 결국 주말에 방콕으로 돌아와야 했어요. 친구에게 주기 위해 선물을 준비해왔기 때문에 친구와 꼭 만나고 싶었어요. 여행 계획을 짤 때 인도네시아 일정을 길게 잡지 않은 게 마구 후회되었어요. 그리고 사람들 말을 듣고 방콕 일정을 길게 잡은 제 자신이 너무 멍청하다고 느껴졌어요. 생각해볼수록 방콕에 머물러야할 이유는 친구를 만나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없었어요. 카오산 가서 정신줄 놓고 놀 것도 아니고, 시암 가서 사치를 즐겨볼 것도 아니었어요. 방콕이 관광산업이 그렇게 발달한 곳이라 해서 어떻게 발달했는지 보고 싶었는데, 정작 보게 된 것은 중국화.


아직 3시 반 밖에 되지 않았어요. 생각해보니 그냥 숙소로 들어가서 침대에 벌러덩 드러눕는 것도 웃긴 일이었어요.


'그래. 그냥 될 대로 되라지.'


기대도 환상도 없어졌어요. 남은 방법은 하나. 모든 기대를 버리고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었어요. 하루종일 침대에 드러누워 뒹굴거리는 것은 더욱 한심한 선택이었으니까요. 처음부터 휴식을 취하는 것이 목표인 여행은 절대 아니었어요. 여러 모습을 보면서 지금까지 공부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온 것이었어요.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고 노력했어요. 기대도 환상도 없어졌으니 진짜 있는 그대로 보고 배울 수 있겠다구요. 눈 앞에 보이는 것이 실망스럽다고 처음 목표를 버리고 휴식을 취하는 여행으로 바꾸는 것은 더욱 웃긴 일이었어요. 오히려 눈 앞에 보이는 것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것이 원래 목표에 맞는 여행이었어요. 그리고 원래 목표 중에는 태국어를 한 마디라도 제대로 해보는 것도 들어 있었구요.


부적 시장을 향해 걸어갔어요.


buddhism


호신불이 수북히 쌓여 있었어요.


태국 호신불


불상 팬던트도 수북히 쌓여 있었어요.


방콕 부적 시장


charm market in Bangkok



타이 불교 문화


여기 부적 시장 맞아? 불상 시장 아니야?


'부적 시장'이라는 이름을 듣고 꽤 으스스한 것들이 있을 거라 기대했어요. 동물의 사체도 걸려 있고, 기괴한 것들이 바글거릴 줄 알았어요. 이런 것을 예상하고 왔는데 보이는 것이라고는 전부 불교와 관련된 것이었어요. 간혹 힌두교와 관련된 것이 있었구요. 제가 기대하던 그 어떤 것도 없었어요. 구경을 하며 드는 생각이라고는 '정말 태국은 불교의 나라 맞구나' 라는 것 뿐이었어요.




'여기에서 호신불이나 하나 사갈까?'


거리에서 사람들이 직접 상품을 제작하는 모습을 보니 구입할 마음이 생겼어요. 동남아시아 불상은 우리나라 불상과 다르게 생겼기 때문에 선물로 주기 좋아요. 우리나라 인사동에서도 구할 수는 있지만, 인사동에서는 가격이 그렇게까지 저렴한 편은 아니었어요. 종류도 썩 많지 않았구요. 여기는 불상 종류가 상당히 많아서 모양을 보고 마음에 드는 불상을 고를 수도 있었어요.


"요일별 불상이다!"


자신이 태어난 요일에 따라 모시는 불상을 호신불로 만든 것이 보였어요.


'이것을 선물로 사서 들고 갈까?'


일단 제 것은 살 생각이었어요. 제가 태어난 요일은 토요일. 토요일에 태어난 사람이 모시는 불상이 어떻게 생긴지는 알고 있었어요.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 3개를 더 살까 생각을 했지만 친구들이 어느 요일에 태어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어요. 일단 제 것을 사기 위해 가격을 물어보았어요.


"이거 하나 얼마에요?"

"100바트."


주인은 100바트를 불렀어요. 100바트면 3천원 조금 넘는 돈. 흥정이 가능할 것 같았어요.


"50바트."

"안 돼. 90바트."

"비싸요. 60바트."

"안 돼. 90바트."


태국에서 가격을 어디까지 쳐야 하는지 아직 감이 잘 오지 않았어요. 어떤 글을 보면 1/4까지 쳐야 한다고 하고, 어떤 글을 보면 1/2까지 쳐야 한다고 되어 있었어요. 1/2까지 치려면 50바트에 구입하는 것이 맞게 구입하는 가격. 베트남에서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별 어려움 없이 70바트까지는 가격을 깎을 수 있었어요. 가게 주인은 90바트 아래로는 절대 못 판다고 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사기로 하고 왓 마하탓을 향해 걸어갔어요.



거리 군데군데에 길거리 음식을 파는 노점상들이 있었어요. 이것은 생선 튀김.




주변에 무언가 먹을 게 없나 살펴보며 걷고 있었는데 튀긴 돼지고기를 파는 노점상이 보였어요.



"오! 튀긴 돼지고기다!"


튀긴 돼지고기를 보자 갑자기 마구 먹고 싶어졌어요. 닭고기처럼 언제나 맛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었지만, 돼지고기이니 어지간하면 무난한 맛이 나지 않을까 생각되었어요. 아무리 맛 없어도 삼킬 만 하겠지? 돼지고기도 맛없는 곳으로 가면 그 특유의 냄새가 확 나요. 여기에서 파는 돼지고기 질이 얼마나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튀겼으니 그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을 것 같았어요. 왕궁에서 체력소진한 것도 있었고, 점심을 푸지게 먹지 않았기 때문에 슬슬 허기를 느끼고 있었어요. 무언가 좀 먹고 싶었어요. 그러던 차에 튀긴 돼지고기를 발견한 것이었어요.


"얼마에요?"

"10바트."


10바트라고 하기에 바로 구입해서 먹었어요. 맛은 그저 그랬어요. 먹을만 했지만 열광하며 먹을 정도는 아니었어요. 향신료를 조금 쓴 것 같았는데, 그것 가지고 돼지냄새를 완벽히 잡지는 못하고 있었어요. 돼지고기 위에 무슨 소스를 듬뿍 바르면 맛이 훨씬 괜찮아질 것 같았어요. 쌈장이 있다면 밥반찬으로 먹어도 크게 나쁠 것 같지 않았어요. 간식보다는 밥반찬에 가까웠고, 밥반찬이라 해도 소스가 또 따로 있어야될 듯 싶었어요. 맛 자체에 큰 의의를 둘 수는 없는 맛이었어요. 그저 방콕의 길거리 음식 중 하나를 맛보았다는 것에 의의를 가져야 했어요.



"저 스님은 매우 유명하신 스님인가?"



부적 시장에서 스님 조각도 팔고 있었어요. 가부좌를 틀고 계신 스님 조각도 있었지만, 쭈그려서 담배를 태우는 것 같은 스님 조각도 있었어요. 이렇게 조각으로 만들어서 판매할 정도의 스님이라면 태국에서 정말 유명한 스님이시겠지? 조각으로 만들어 파는 것으로 보아 왠지 입적하신 스님이실 것 같았어요. 이 스님이 누구인지 매우 궁금해서 상인에게 어떤 스님이냐고 물어보았어요. 그러나 원하는 대답을 얻을 수 없었어요. 서로 언어가 달라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았거든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