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서울

2015년 서울 이태원 모스크 라마단 이프타르

좀좀이 2015. 7. 1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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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우즈베키스탄에서 귀국한 후, 매해 라마단이 되면 한 번은 이태원에 있는 모스크를 찾아갔어요. 그 이유는 저녁이 되어 금식 시간이 끝나고나서 하는 첫 식사인 이프타르를 보기 위해서였어요.


2년간 매해 그렇게 한 번씩은 갔고, 올해 역시 갈 생각이었어요. 4월까지만 해도 친구들이 같이 가겠다고 했어요.


그러나 5월부터 시작된 메르스의 공포. 중동에서 넘어온 메르스로 인해 친구들의 반응은 극도로 싸늘해졌어요.


"모스크 갈래? 라마단인데 이프타르 봐야지."

"거기 메르스 소굴 아니야?"

"가서 메르스 덮밥 먹고 오게?"


친구들의 반응은 최악이었어요. 저 역시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후 한동안은 아예 서울을 가지 않았어요. 그러다 메르스가 잠잠해진 것 같아서 모스크를 가기로 결심했어요.


"너 거기 가면 우리랑 만날 생각 2주일은 하지 마라."


친구들이 장난으로 말했지만, 왠지 100% 장난으로 말하는 것 같지 않았어요. 그래도 올해 역시 이태원으로 갔어요.


올해는 하지때 라마단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이프타르 시각이 매우 늦었어요. 저녁 8시가 되어야 이프타르 시간이 되었어요.


이태원에 도착하니 저녁 8시였어요.



"이프타르는 원래 검은 실과 흰 실이 분간이 안 갈 때라고 하는데 지금은 누가 봐도 구분 다 하겠다."


이태원역 3번 출구로 나와 모스크로 걸어가는데 이미 무슬림들은 이프타르를 시작했어요. 거리 곳곳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무슬림들이 보였어요.


모스크 입구에 도착했는데 너무 조용했어요.



요리사는 비리야니를 만든 솥에서 비리야니를 퍼서 도시락에 다 담은 상태.



이프타르를 먹는 곳에서는 이미 사람들이 무언가 다 먹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자리를 정리하고 있었어요.


'너무 늦어서 이프타르가 끝났나?'


순간 메르스 때문에 올해는 이프타르를 매우 간소하게 하고, 제가 왔을 때에는 이미 이프타르가 끝난 시각이 아닌가 싶었어요. '많이 모여 있으면 메르스가 전염될 수도 있으니 전부 도시락만 받아서 돌아가는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사진 왼쪽에 있는 작은 방 안에서는 여자들과 아이들이 이프타르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희안하게 올해는 아무리 솥 앞에서 서 있어도 도시락을 줄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올해는 진짜 규모를 작게 해서 나누어줄 것이 없나?'


그래도 기껏 왔는데 이프타르 음식은 먹고 가야지, 어차피 다 먹고 남은 비리야니 도시락에 넣어서 쌓아 놓은 것 같은데 그 중 하나 내가 먹어도 괜찮을 거야.


도시락을 줄 생각을 안 하기에 혹시 하나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았어요. 그러자 순간 망설이더니 하나 먹으라고 건네주었어요.



이것이 올해 이프타르 음식으로 나온 비리야니.



사람들이 열심히 자리를 치우고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 급히 먹기 시작했어요. 밥을 빨리 퍼먹고 있는데 흑인 한 명이 다가왔어요.


"너 우유 마셨어?"

"아니요."

"자."


흑인이 멸균 우유 팩을 건네주었어요. 밥을 후다닥 먹고 우유를 쭈욱 들이킨 후 쓰레기를 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어? 왜 이프타르 준비를 또 하지?"


다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사람들이 다시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아까는 우유가 깔려 있었는데, 이번에는 콜라를 깔고 있었어요.


"혹시 오늘 라마단 중 특별한 날이야?"

"오늘? 음...아니야. 오늘은 특별한 날이 아니야."


뭔가 이상해서 인도네시아 친구에게 카카오톡으로 물어보았더니 오늘은 그냥 평범한 날이라고 했어요.


대체 왜 오늘은 이프타르를 두 번이나 제공하는 거지?


마침 한국인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보여서 왜 두 번 준비하냐고 물어보았어요.


"원래 매일 두 번 준비해요. 아까 것은 하루 종일 굶었으니 힘이 없잖아요. 그래서 가볍게 먹는 것이고, 이제 기도하고 나와서 식사할 거에요."


아...쪽팔려!


사람들이 조금 전에 먹었던 것은 단식 후 가볍게 먹는 것인 '수후르'였어요. '수후르'란 라마단 기간 중 금식 시간이 끝나고 나서 가볍게 먹는 음식들을 말해요. 이렇게 가볍게 먹고 마그리브 예배를 드린 후, 진짜 저녁인 이프타르를 먹는 것이지요.



마그리브 예배 (일몰 예배)가 끝나자 무슬림들이 모스크에서 우루루 나와 자리에 앉기 시작했어요. 이제 왜 아까 솥 앞에 서 있는데 밥을 줄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어요. 남은 밥을 도시락에 넣은 게 아니라 이프타르때 도시락을 나누어주는데, 바로 그 도시락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었어요. 제가 모스크에 도착했을 때 무슬림들은 수후르로 우유와 바나나, 대추야자 등을 먹고 있었던 것이었구요. 당연히 이프타르가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게 도시락을 줄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었어요. 메르스니 규모를 줄인 것이니 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었어요. 저는 모스크에 도착했을 때 이미 8시가 넘었고, 오는 길에 이프타르를 먹고 있던 무슬림들을 보았기 때문에 수후르를 이프타르라고 착각했던 것이었구요.



계속 서 있으면 도시락 한 번 더 먹을 판. 그래서 사진을 찍고 나왔어요. 메르스 때문에가 아니라 저의 착각 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어쨌든 올해도 이태원 모스크에서 하는 이프타르를 보았어요. 혹시 이프타르를 보러 가신다면 마그리브 시간에 바로 식사를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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