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2015)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06 인천국제공항에서 밤새고 출국하기

좀좀이 2015. 7. 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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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끝났다!"


학원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집으로 갔어요. 마지막 출근을 조용히 잘 넘겼어요. 속이 시원했어요. 가볍고 신나는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왔어요.


원래 계획은 집에 오자마자 마지막으로 짐을 정리하고 바로 P형네 집으로 가는 것이었어요. 그러나 집에 도착하니 너무 더웠어요. 몸에서는 땀이 나고 있었어요. 샤워를 해야 했어요. 샤워를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어요. 단지 땀이 나기 시작했고, 이대로 P형네 집까지 가면 겉옷까지 모두 땀에 절어버릴 것 같았어요. 속옷과 양말이야 버릴 것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땀에 젖든 뭐하든 상관 없었지만, 겉옷은 이야기가 달랐어요.


샤워를 하고 마지막으로 짐을 꾸렸어요. 캐리어는 학원 가기 전에 다 꾸려놓았기 때문에 건드릴 필요가 없었고, 노트북 가방만 정리해서 가면 되었어요.


'노트북을 들고 갈까?'


한 달 간 방을 비우는 것이라 노트북을 들고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이 되었어요. 단기간 다녀오는 것이라면 노트북을 들고 가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을 거에요. 그러나 이번 여행은 한 달. 노트북을 놓고 가는 게 썩 마음에 드는 일은 아니었어요. 게다가 노트북을 써야할 일이 있을 수도 있었구요. 여행중 만약 카메라 메모리에 문제가 생긴다면? 갔던 곳을 다시 갈 수도 없으니 돌아와서 여행기를 쓸 방법 자체가 없어지는 일이었어요. 카메라 메모리가 부족하면 사진 정리를 해야 하는데 카메라에서 사진 정리를 하려면 카메라 배터리를 많이 소모해야 했구요. 게다가 핸드폰에 여행 기록을 남기는 것은 수시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편한데, 길게 쓰기에는 불편했어요. 한 달 여행이니 노트북을 들고 가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어요.


"노트북은 그냥 들고 가자."


노트북을 꺼낼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았지만 일단 들고 가기로 했어요. 여행 다니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면 그때 꺼내서 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와이파이만 된다면 무언가 검색할 때 노트북으로 검색하는 것이 훨씬 편하기도 했구요. 노트북을 매일 들고 나가는 것이 귀찮은 일이기는 했지만, 노트북 가방 자체가 주는 장점을 생각하면 꼭 나쁠 것도 없었어요. 어차피 노트북 무게는 얼마 나가지 않았고, 노트북 가방은 음료수 및 구입한 것들 보관하는 용도로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으니까요.


노트북을 챙겨들고 지하철 의정부역으로 갔어요. 밤바람이 매우 상쾌했어요. 인천국제공항으로 바로 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하철 막차 시간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어요. 전철역에 들어서서 P형에게 이제 출발했다고 메시지를 보낸 후 전철을 기다렸어요. 전철은 금방 왔어요. 전철에 올라타자 드디어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와닿기 시작했어요. 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학원에서 '이놈의 시간, 제발 좀 빨리 흘러가라' 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이제 학원은 머리 속에서 지워버릴 일. 학원은 그만두었기 때문에 앞으로 어찌 되든 나와 상관 없는 일.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바로 나의 여행. 지하철에 타는 순간부터 여행은 시작되었어요.


이제 결정해야 하는 일은 베트남 호치민에서 어떻게 밤을 보내느냐의 문제였어요. 호치민 도착은 5월 31일 오후 1시 30분. 그리고 호치민발 자카르타행 비행기는 6월 1일 아침 10시. 일단 호치민을 구경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어요. 중요한 것은 잠을 어디에서 자느냐였어요. 공항에서 잔다면 이틀 연속 공항 노숙 확정. 그런데 호치민 탄손누트 공항은 원칙적으로 공항 안에서 밤을 샐 수 없는 공항이라고 했어요. 여기에 호치민 시내에서 탄손누트 공항 가는 버스는 오후 6시 조금 넘어서 막차였어요. 버스 타고 다시 탄손누트 공항 가서 밤을 샌다면 시내 구경은 별로 하지 못하고 공항에서 정말로 긴 시간을 보내야 했어요. 게다가 지금은 여름. 이틀간 아예 안 씻는 것은 매우 안 좋은 일이었어요. 화장실에서 머리 감고 세수하는 것까지야 할 수 있겠지만, 발을 씻는 것은 정말 마땅히 방법이 없었어요.


P형 집에 도착하니 거의 11시였어요. 짐을 P형 집에 두고 밖으로 나왔어요.


"뭐 먹을래요?"

"족발 먹을까요?"


공덕역으로 가서 족발을 먹고 싶었어요. 족발거리에서 먹었던 족발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그 푸짐한 양과 맛! 생각만 해도 침이 넘어갔어요. 이번 여행의 시작을 위해 정말 잘 어울리는 메뉴였어요. 게다가 앞으로 일주일 동안은 돼지고기를 구경할 수 없는 이슬람 국가에 머무를 것이었어요. 일주일간 돼지 고기 못 먹는다고 크게 괴로울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뭔가 닭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었어요.


"그런데 갔다가 어떻게 돌아오죠?"


문제는 P형네 집으로 돌아오는 방법이었어요. 택시를 타고 오는 건 비싸고, 버스와 지하철은 곧 끊길 것이었어요. 피자스쿨도 문을 닫았고, 그렇다고 둘 다 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아니라 술집 들어가기도 그랬어요.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이서방 양념치킨'이었어요.


"이서방 양념치킨이 아직도 있었어?"


어렸을 적에 몇 번 구경만 했던 그 통닭집이었어요. 페리카나, 멕시카나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한때 정말 유명했던 그 양념치킨이 P형네 동네에 있었어요.


"형, 저거 먹죠! 이서방 양념치킨!"


그렇게 이서방 양념치킨에 콜라를 마시고 P형 집으로 돌아왔어요. P형은 여행 잘 다녀오라고 하면서 2천동 짜리 지폐로 96000동을 주었어요. 96000동을 받고 둘이 오랜만에 아시아어락기행을 보았어요. '슬리맛 빠기', '아빠 까바르' 같은 인도네시아어, '사왓디 카', '니 타오라이 카'와 같은 태국어가 P형 컴퓨터에서 흘러나왔어요. 정말 반가웠어요. 나와 P형을 처음 만나게 해준 아시아어락기행.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영상이었어요. 아시아어락기행을 끝까지 보려고 했지만 잠이 밀려왔어요. 일주일 내내 잠을 거의 자지 못했어요. 많이 잔 날이 5시간, 보통 3~4시간만 잤어요. 먹는 것도 거의 먹지 못했어요. 이제 드디어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생각과 드디어 학원을 그만두었다는 생각에 긴장이 쫙 풀리자 그간 쌓였던 피로가 한 번에 몰아닥쳤어요.


눈을 뜨니 점심때였어요.


"형, 족발 먹죠."


족발을 먹으러 공덕으로 갔어요.



공덕역에서 이번에 같이 여행을 가기로 한 친구와 만났고, 셋이 같이 족발집으로 갔어요. 족발을 시키자 서비스로 순대국과 순대가 나왔어요.



그리고 등장한 윤기 좌르르 흐르는 족발. 맛있게 먹다가 혹시 T동생도 올 수 있는지 물어보자 타이완 친구와 만나고 있는데 같이 가도 되냐고 물어보길래 같이 오라고 했어요.


족발을 거의 다 먹어갈 즈음, T동생과 T동생의 타이완 친구가 왔어요. 그래서 족발을 작은 것으로 하나 더 시켰어요. 분위기가 왠지 T동생과 T동생의 타이완 친구가 데이트하다 온 분위기였지만, 그건 그냥 신경쓰지 않았어요. T동생의 타이완 친구는 예전에 한 번 만나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자리가 어색하지는 않았어요. 정말 족발을 배터지게 먹고 오후 5시가 넘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P형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탔어요.



오늘따라 한강이 너무나 아름답구나!


P형은 반상회가 있다고 해서 P형 집에서 짐만 찾아서 서울역으로 갔어요. 아직 인도네시아 친구와 태국 친구에게 줄 선물을 사지 못했기 때문에 서울역 롯데마트에서 선물을 해결하고 인천공항으로 갈 생각이었어요. 둘 다 여자였기 때문에 일단 토니모리에서 나온 복숭아 핸드크림과 더페이스샵의 고양이 핸드크림을 살 계획이었어요. 이것들이 외국인 친구들에게 선물할 때 매우 좋은 제품이라는 것을 지난 번 베트남 여행때 깨달았거든요. 얼굴에 바르는 게 아니니 상대방 피부에 대해 알 필요도 없고, 통이 귀여워서 반응도 좋았어요.


서울역 롯데마트에 도착했는데 P형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지금 서울역이에요?"

"예."

"저도 거기로 갈까요? 오늘 반상회 취소되었어요."

"예, 오세요. 저 지금 시간 많아요."


P형이 올 때까지 서울역 앞에서 가만히 서 있다가 P형이 오자 같이 롯데마트로 들어갔어요. 일단 토니모리의 복숭아 핸드크림과 더페이스샵의 고양이 핸드크림을 구입한 후, 선물로 살 만한 것이 더 없나 매장 안을 둘러보았어요. 매장 안을 둘러보는데 목이 말라서 혹시 음료수 시음해볼 수 있는 곳 없나 카트를 끌고 다니며 천천히 보고 있을 때였어요.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은 '유자차 스틱' 시음이었어요.


'이거 스틱인데 왜 건더기가 있지?'


유자차 스틱이라고 해서 그냥 물만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유자 조각도 있었어요. 게다가 찬물에 타서 마실 수도 있다고 했어요.


"그래, 이거야!"


우리나라 제품들을 인도네시아, 태국에서 못 구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체류자도 많고 관광객도 많아서 어떻게든 퍼져 있을 거였어요. 과자를 사가자니 과자는 할랄인지 확인을 해야 했고, 무사히 잘 가져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어요. 게다가 질소 포장 된 것 선물로 주기도 그랬구요. 게다가 한국에서 동남아시아 과자를 사서 먹어본 결과, 한국 과자를 잘못 사서 선물로 주면 선물 주지 않은 만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다가 인도네시아, 태국 모두 차 및 커피 생산 국가. 이들 나라가 경공업이 정말 낙후되어서 모든 것을 외국에서부터 수입해오는 나라도 아니었어요. 의외로 선물 고르기 까다로운 국가였는데, 물에 타면 유자 조각까지 있는 유자차가 되는 유자차 스틱은 그 나라에 없을 것 같았어요.


유자차 스틱을 구입하고, 목이 계속 말라서 유자차 스틱 시음을 한 잔 더 마셨어요.


이렇게 선물 준비를 마치고 서울역 구석에 있는 롯데리아로 가서 빙수를 시키고 잡담을 나누다 밤 9시 50분이 되자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형, 이만 가볼께요."

"여행 조심히 잘 하고 돌아와요!"


지난 번 베트남 갈 때에는 정신없이 에스컬레이터를 뛰어올라가고 공항철도 입구까지 달리다 숨차서 헥헥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던 그 길. 이번에는 그렇게 달릴 필요가 없었어요. 아직 공항철도가 끊기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어요. 모든 것이 느긋했어요. 두 번째 인천국제공항에서 밤을 새는 것이라 흥분되거나 떨리는 것조차 없었어요. 지난 번에 했던 것처럼 하면 되었어요. 게다가 이번에는 지난 번처럼 막차를 타고 가는 것도 아니고 성수기도 아니니 남들이 자리를 다 차지한 후에 도착할 것 같지도 않았어요. 가서 책 보고 여행기 조금 쓰다 보면 탑승 수속할 시간이 되겠지. 졸리다면 잠시 눈을 붙여도 되기는 했어요. 하지만 잠이 전혀 올 거 같지 않았어요. 잠이야 호치민 가는 비행기에서 자도 되었고, P형 집에서 매우 늦은 시각에 일어났거든요.


11시 30분. 공항철도 인천국제공항역에 도착했어요.



인천국제공항역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는 어느 정도 걸어가야 했어요. 이 역시 두 번째 하는 것이다보니 전혀 어색하지 않았어요. 모든 것이 끝나버린 분위기. 낮에는 그렇게 사람들이 많은 인천공항인데 밤이 되니 정말로 조용했어요.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그 넓은 공간에 혼자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무빙 워크를 걸어서 끝까지 가면 인천국제공항 본 건물.


"어? 저거 카드 공중전화기 아냐!"



혹시 다 쓴 전화카드가 있나 다가가보았어요. 다 쓴 전화카드는 없었어요. 정말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어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다 쓴 공중전화카드를 모았었어요.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다 쓴 공중전화카드 수집을 한 이유는 그 이후에는 공중전화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다 쓴 공중전화카드를 모을 방법이 구입하는 것 외에는 없었거든요. 거의 8년간 다 쓴 공중전화카드를 모았기 때문에 학창시절 일부러 공중전화박스가 있는 쪽으로 등하교를 하곤 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카드 공중전화기가 보이면 그냥 반가워요.


공중전화부스를 뒤로 하고 인천국제공항 본 건물로 들어갔어요.



입국장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있었어요. 겨울에 인천공항에서 밤을 샐 흡연자라면 입국장에서 밤을 새는 것을 추천해요. 입국장이 있는 1층에는 실내 흡연실이 있거든요. 하지만 제가 밤을 샐 곳은 입국장이 아니라 3층 출국장.


비수기여서 그런지 출국장에 자리가 많이 남아 있었어요. 콘센트를 많이 쓸 수 있는 자리를 찾아 계속 걸어가다 아무도 없는 자리를 발견했어요.


"오늘 밤은 저 자리에서 보내야겠다."



자리에 앉아 짐을 풀고 짐을 다시 꾸린 후, 노트북과 핸드폰, 핸드폰 충전기를 꺼내었어요. 핸드폰은 6월 1일부터 정지되도록 신청해 놓았어요. 인천국제공항이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속도가 매우 느리거든요. 인천국제공항 무료 와이파이 믿고 출국 당일부터 정지되게 하면 왜 이렇게 인터넷이 굼벵이냐고 화낼 수 있어요. 특히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하려고 한다면요. 같은 인터넷 사이트라도 모바일 버전이 PC 버전보다 훨씬 용량이 적기 때문에 인터넷 속도 영향은 노트북이 핸드폰보다 크게 받아요. 인천국제공항에서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할 거라면 핸드폰 테더링을 켜고 하는 것이 인천국제공항 와이파이를 이용해 하는 것보다 훨씬 쾌적해요.



저는 밤을 샐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때 탑승을 준비하는 비행기들도 있었어요. 새벽 3시 선전행 비행기는 새벽 5시로 지연. 저 시각에 지연되면 왠지 두 배로 짜증나지 않을까? 대낮에 2시간 지연되면 공항 면세점이라도 구경하면서 시간을 때우겠지만 저 시각에는 면세점도 문을 다 닫을 테니까요.



달이 휘영청 뜬 밤이었어요.


'저 달이 완벽히 저물고 다시 뜰 때면 라마단이 시작되겠구나.'


자리로 돌아와서 호치민에서 머무를 숙소를 찾아보았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탄손누트 공항에서 노숙을 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었어요. 베트남은 15일 무비자라서 비자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어요. 호치민 자체가 그렇게 크게 볼 것이 많은 도시는 아니니까 나가서 느긋하게 보고 숙소에서 씻고 자다가 일어나서 인도네시아를 가면 무난한 일정이라고 할 수 있었어요. 이틀을 공항에서 밤을 새는 것이 힘들어서라기 보다는 공항에서 밤을 새면 포기해야하는 게 너무 많았고, 그 가운데에 호치민시 구경도 포함되어 있었어요. 지난 번 호치민시도 구경하려고 했지만, 그러면 너무 강행군이 되고 각 도시마다 주어지는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호치민은 포기했어요. 북부의 하노이, 중부의 훼까지는 보았으니, 이제 남부의 호치민만 남아 있었어요. 한때 '사이공'이라 불리던 그 도시. 베트남 경제의 중심지. 이번이 아니면 언제 또 호치민시를 구경할 기회가 올 지 알 수 없었어요.


한참 검색하다 매우 저렴한 숙소 한 곳을 찾아내었어요. 바로 예약을 하고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갔어요.



새벽 2시 40분. 밖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껴 있었어요.


공항 안으로 돌아와서 여행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지난 번 베트남 여행기도 다 쓰지 못했는데 새로운 여행기를 작성하게 되었어요. 베트남 여행은 그나마 열흘 남짓 다녀온 것이었지만 이번 여행은 거진 한 달. 여행 중에 여행기를 쓸 확률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0%. 제 경험상 여행중에는 항상 여행기를 쓰기는 커녕 기록 남기기도 빠듯했어요. 진심 여행 다니면서 여행기를 바로바로 써서 올리는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나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쨌든 인천국제공항에서 밤을 새며 작성한 여행기 이후에 작성할 여행기는 여행 끝난 후였어요.


여행기를 쓰고 인도네시아어 교재를 들척이다 출입구 쪽을 바라보니 어느새 동이 텄어요.


"왜 벌써 동이 텄지?"


순간 왜 벌써 동이 텄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곧 하지가 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아침 6시. 하늘은 흐렸어요.


'지난 번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다!'


베트남 여행 때에는 아침을 먹고 탑승 수속 시간에 딱 맞추어 갔다가 시간이 촉박해서 면세점 이용을 못했었어요.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아침 6시가 되자마자 화장실로 가서 세수를 하고 햄버거를 먹으러 1층으로 내려갔어요. 햄버거를 후다닥 먹고 베트남 항공 수속 부스 앞으로 가서 수속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렸어요.


공항에서 밤을 새고 일찍부터 베트남 항공 수속 부스 앞에서 기다린 보람이 있어서 수속을 거의 1등으로 했어요. 수속을 마치자마자 출국심사를 받으러 갔어요.


"도장 찍어주세요."


여권에 도장을 받은 후, 면세점으로 들어갔어요.




제가 타고 갈 비행기는 아침 10시 15분 출발. 한 시간 넘게 시간이 남아 있었어요. 지난 번 여행 때에는 면세점을 뛰어서 그냥 지나쳐야 했지만, 이번에는 느긋하게 하나하나 다 구경했어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은 아무리 보아도 정말 잘 만든 곳. 한때 두바이 공항 면세점이 좋다고 했었지만, 두바이 공항 면세점보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이 훨씬 잘 되어 있었어요.


면세점을 구경하다 탑승구로 갔어요. 제가 타고 갈 비행기 탑승구로 가기 위해서는 전철을 타고 이동해야 했어요.



탑승구 앞에 도착하니 9시 20분.



창 밖에는 베트남 항공 비행기가 보였어요.


'이제 곧 비행기 탑승하라는 방송이 나오겠구나.'


하지만 10시가 되었는데도 탑승 방송은 나오지 않았어요.


'뭐지? 왜 탑승 방송이 안 나와?'


그냥 조용했어요. 직원은 탑승구 앞으로 올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분명히 탑승 예정 시각을 넘어갔는데도 탑승 방송이 나오지 않고 있었어요. 그런데 모든 것이 너무나 정상적인 분위기였어요. 혹시 지연이라고 떴는지 확인을 해 보았지만 그런 것도 없었어요.


10시가 한참 넘어서야 비행기에 탑승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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