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2015)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05 벼락치기 여행준비

좀좀이 2015. 7. 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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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도 저도 안 되고 모든 게 계속 꼬여만 가던 상황의 연속이던 4월. 학원 시험 기간은 무사히 잘 넘어갔어요.


'이 학원도 확실히 해야겠다.'


주3일 60만원 받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고 있었어요. 순수하게 학원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지난 해의 두 배. 업무 강도는 줄어들어야 하는 상황인데 오히려 더 강해졌어요. 이제는 주5일 뛰는 것과 별 차이도 나지 않을 지경. 흔히 말하는 주 5일 근무와의 차이라면 5일을 연속으로 일하냐 쉬는 날이 들어 있느냐 정도였어요. 동네 학원에서 크게 바랄 것이 있을 리 없겠지만, 주먹구구식에 근시안적 운영은 오히려 더 심해졌어요. 교무실 들어갈 때마다 모든 게 엉망진창인데 어떻게 굴러는 간다는 생각을 했어요. 3년째 일하지만 어떻게 된 것이 나날이 더 엉망이 되어간다는 느낌이었어요.


"저 7월에 한 달 쉴께요. 그리고 그 후에 주5일에 100만 아니면 학원 그만둘께요."


이대로는 아무 것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년간 월급 인상은 딱 한 번. 주2일에서 주3일로 수업일수가 늘어나며 15만원 오른 것이 전부. 이러다가는 이도 저도 아닌 상태의 지속일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학원에 딱 잘라서 원생들 기말고사 끝나자마자 한 달은 월급 받지 않고 한 달 쉬고, 그 이후에 주5일에 100만원 아니면 이 학원을 그만두겠다고 말했어요. 한 달 무급휴가는 쉽게 승낙받았어요. 어차피 기말고사가 끝나면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까지 보름에서 한 달 정도 어영부영 보내거든요. 하지만 주5일 근무에 100만원은 고민해보겠다고 했어요.


어디로 갈 것인가? 그리고 얼마나 갈 것인가?


막상 7월 무급휴가를 받기는 했는데, 어디를 가야할지 정하지는 못했어요. 가장 가고 싶은 곳은 라오스였어요. 비엔티엔, 루앙프라방, 방비엥 외에 아는 것이 없었지만, 꼭 가고 싶었어요. 라오어를 공부하려다 좌절했던 일들 때문에 오기가 생겼어요. 성조를 급히 배우기는 했지만 아직 잘 몰랐고, 글자도 자음은 다 외웠는데 모음은 다 외우지 못한 상황. 그래도 좋았어요. '가서 익혀야겠다'는 생각에서 이제는 라오어 공부고 나발이고 일단 '라오스' 그 자체가 궁금해졌어요. '싸바이디'만 열심히 외치고 돌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아니, 현지인들에게 '싸바이디'와 '래우 뽑 깐 마이'를 말하기 위해서라도 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라오스만 갔다 오자니 뭔가 돈이 아까웠어요. 직항 노선 가격을 알아보니 7월에는 가격이 저렴하지도 않았어요. 인도네시아 친구와 약속한 것이 있어서 인도네시아를 갔다가 라오스로 가는 비행기표를 알아보았는데, 이것은 가격이 너무 비쌌어요. 가격이 가장 저렴한 노선은 방콕 경유로 라오스를 다녀오는 것. 인도네시아는 친구와 약속한 것도 있고, 보로부두르 사원을 꼭 보고 싶어서 가고 싶었지만, 비행기표도 비싸고 7월은 라마단이라 포기하기로 했어요.


"나 이번에 여행가는데 인도네시아는 못 가. 미안해."

"괜찮아."


인도네시아 친구는 매우 아쉬워했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인도네시아를 일정에 넣으면 비행기표 가격만 100만원을 찍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는 포기해야 했어요.


하지만 비행기표를 잡은 후, 정말 머리 끝까지 화가 나는 일이 연속으로 생겨서 아예 6월부터 학원을 그만두기로 했어요. 인간적으로 도저히 더 이상 같이 일하기 싫은 사람들과 억지로 한 달 더 일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례함의 극치의 파노라마를 보고는 모든 정나미가 다 떨어져서 6월부터 때려치는 것 확정.


6월은 비수기. 대학생은 기말고사, 초중고등학생은 기말고사 준비 기간. 당연히 이렇게 학생들이 움직일 수 없는 시기이다보니 학부모들은 움직일 수가 없어요. 게다가 동남아시아는 이 시가가 우기라서 어쨌든 기후적 요인으로 인한 비수기. 6월에 출국, 귀국하는 비행기표는 저렴한 것이 많았어요. 7월에 예약했던 비행기표의 거의 절반 수준에 가까웠어요.


게다가 '와이페이모어' 사이트에서 예약을 했는데, 이렇게 6월에 갈까 고민하며 비행기표를 알아보던 중, 매우 중요한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어요.


나 표 예약 완벽히 잘못 했어!


처음 7월 비행기표를 예매할 때 입국 장소와 출국 장소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어요. 그래서 억지로 타이 항공을 타고 라오스를 다녀오는 왕복 노선으로 비행기표를 예야했어요. 그런데 이것저것 심심해서 눌러본 결과, 입국지와 출국지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었어요. 더욱 놀라운 것은 7월 비행기표를 취소하면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그렇게 수수료 물고 다시 7월에 출국하는 비행기표를 예매하더라도 오히려 돈이 남는다는 것이었어요. 단지 한 달 후 환불받을 수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요.


언제 여행을 갈까?


표는 어쨌든 취소해야 했어요. 취소하고 7월에 출국해서 7월에 입국하는 표를 구입하는 게 훨씬 이득이었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여행을 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예' 라고 당당히 대답할 자신이 없었어요. 라오어는 모음을 아직 다 못 외웠고, 태국어는 자음도 제대로 다 외우지 못했어요. 6월에 출발하려면 약 일주일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어요. 진짜 초날림으로 준비해야 하는 상황. 이때가 5월 24일.


5월 25일 월요일 석가탄신일. 오후 늦게 눈을 뜨자마자 비행기표를 알아보았어요. 


"어? 에어아시아 표 행사하잖아!"


에어아시아에서 비행기표 할인 행사를 하고 있었어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표 가격을 알아보니 가격이 엄청나게 저렴했어요. 거의 제주도 편도 비행기표 수준이었어요. 이 비행기표를 보니 진지하게 고민되었어요. 게다가 올해 2015년은 6월18일부터 라마단이 시작이니까 6월초에 인도네시아를 다녀온다면 라마단도 피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된다면 원래 3주 다녀오려고 계획했던 여행 기간을 늘려야 하기는 했지만, 한 국가 더 다녀올 수 있었어요. 하지만 1주일 여행을 늘린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적 부담도 있었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어요.


"그냥 6월초에 떠나야지!"


에어아시아에서 6월 7일 자카르타발 방콕행 비행기표를 결제하고, 5월 31일 베트남 항공 호치민 경유 자카르타행, 6월 24일 비엔티엔에서 하노이를 경유해 귀국하는 일정으로 표를 예약했어요. 표를 예약한 후, 앞서 예약했던 타이 항공 표는 환불신청을 했어요. 환불수수료가 무지막지하게 떼였지만 그래도 새로 예약한 표 가격에 환불수수료 더한 가격이 타이 항공 비행기표 가격보다 저렴했어요. 무지막지하게 떼일 비행기표 환불수수료는 그냥 수업료이자 여행을 앞당긴 댓가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일주일만 버티면 끝이다!"


5월 26일 화요일. 이른 새벽 일어나서 책 박스를 뒤지기 시작했어요. 팔 수 있는 책은 모두 알라딘에 가져다 팔 생각이었어요. 이렇게 하면 몇 만 원이 생기는 데에다 방 정리도 어느 정도 되는 효과가 있었어요. 교과서들을 모으기 시작하며 책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에 안 보는 책은 버리거나 팔아서 없앨 필요가 있었어요. 단지 지금까지는 그것을 학원 일 때문에 피곤해서 안 하고 있었던 것 뿐이었어요. 프린트물, 책 등 버린 종이류만 한 박스였고, 알라딘에 판매한 책도 반 박스 정도 나왔어요. 전체적으로 두 박스 정도 줄였어요.


책을 팔기 위해 알라딘에 가서 책을 팔고 있는데 모르는 전화번호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여보세요."

"..."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전화를 끊었어요. 그러자 다시 바로 전화가 왔어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와이페이모어인데요."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잘 들리지 않았어요.


"지금 하나도 안 들리는데 조금 크게 이야기해주실 수 있으세요?"

"고객님께서 어제 예약하신 표가 업무상 휴일에 예약하셔서 결제시간 넘겨서 취소되었어요."


이건 또 뭔 소리야?


와이페이모어에서 비행기표 예약을 하면 일정 시간 내에 결제 관련 문자 메시지가 날아와요. 몇 시간 여유를 주고 그 시간 안에 결제를 하면 확약이고, 결제를 하지 않으면 취소가 되는데, 제가 표를 예약했던 전날 석가탄신일이라 근무를 하지 않아 결제 관련 문자 메시지는 오지 않았고, 문자 메시지가 오지도 않았는데 예약 후 일정 시간이 지나도록 결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 예약이 취소되어버렸어요.


이해가 되면서도 안 되는 상황. 어쨌든 결론은 최대한 빨리 표를 새로 예약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에어아시아 표는 이미 결제를 했기 때문에 이 표까지 날려서는 안 되었어요. 에어아시아 자카르타발 방콕행 비행기표는 최종적으로 99869원이 결제되었어요. 이것까지 날리면 여행 가기 전에 이미 거의 16만원을 날리는 상황. 알라딘 좌석에 앉아 핸드폰 인터넷 테더링을 켜고 다시 와이페이모어에서 비행기표를 검색했어요. 제가 예약했던 표는 이미 매진. 출발 날짜는 변경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귀국 날짜를 변경해서 검색해보니 6월 27일 하노이 경유 비행기표가 있었어요. 이것을 부리나케 예약하고 영풍문고 가서 가이드북을 구매한 후, 지하철을 타러 종각역으로 갔어요. 종각역 도착하는 순간 결제 안내 문자메시지가 날아왔고, 종각역 의자에 앉아 다시 핸드폰 테더링을 켜고 결제를 했어요. 이로써 비행기표 예약 성공.


여행 일정이 졸지에 3일 더 늘어났어요. 어떻게 보면 잘 된 일이고 어떻게 보면 나쁜 일. 돈만 따지고 보면 여행 경비가 늘어나는 것이니 안 좋은 일이지만, 3일 늘어났으니 여행 일정을 조금 더 널널하게 짤 수 있었어요. 이번에는 여행 일정을 힘들게 만들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갑자기 떠나게 된 여행이라 쉴 틈이 전혀 없었거든요. 학원에 사정이 생겨서 원래 주3일 출근하던 것을 주5일 꽉 채워서 출근하고 바로 여행을 떠나야 했어요. 쉬면서 여행준비를 하고 떠나는 게 아니라 여행을 떠나서 쉬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여행 기간도 한 달이다보니 방을 잘 정리하고 떠나야 했어요. 혼자 자취하다보니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방을 잘 정리해놓고 가야 하는데, 한 달 떠나는 여행이다보니 대충 치워놓고 갈 수도 없었어요. 여행 돌아왔는데 세탁기에 빨래가 썩어 있고, 옷가지에는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고, 화장실은 곰팡이 동산이 되어 있다면 여독을 푸는 게 아니라 오자마자 짐도 못 풀고 대청소 시작이니까요.


학원 가는 길에 인도네시아 친구와 태국 친구에게 6월에 인도네시아와 태국으로 여행을 가니 한 번 만나자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어요. 둘 다 좋다고 대답했어요. 일단 이 둘이 추천해준 곳은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와 태국 아유타야. 여기를 일정에 집어넣어야 했어요. 태국 친구는 자기가 주말에만 시간이 된다고 했기 때문에 태국 일정에서 주말에 방콕에서 머무르도록 일정을 짜야 했구요. 이제 남은 시간은 불과 4일.


인터넷으로 동남아시아 지도를 찾아 켜놓고 가이드북을 보며 일정을 고민했어요. 먼저 라오스 일정을 얼마나 길게 잡아야할지가 문제였어요. 태국은 들려가는 곳이었어요. 이번 여행에서 진짜 가고 싶었던 곳은 인도네시아와 라오스. 인도네시아 일정이야 어차피 비행기표 예약 과정에서 사실상 거의 정해졌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거의 없었어요. 말이 좋아 '자바섬'이지, 동서 길이는 우리나라 남북 길이보다 긴 땅이에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섬이기 때문에 도시도 많고, 볼 것도 많은 섬. 이 당시 도착비자 30일을 주었는데, 30일이면 자바섬 주요 도시 및 발리섬 둘러보기에 딱 맞는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비행기표 때문에 실제 머무르는 날은 실상 5일 뿐이었어요. 그래서 인도네시아 일정은 욕야카르타를 구경하는 게 중심이고, 자카르타는 대충 둘러보는 정도만 하기로 하는 것으로 쉽게 정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6월 7일 태국 방콕 도착부터 6월 27일 출국까지 일정을 정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았어요. 일단 제게 성조를 알려주었던 라오스인 말로는 루앙프라방이 정말 아름답다고 했어요. 여기에 예전에 태국 치앙마이가 정말 아름답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어요. 치앙마이는 태국 북부, 루앙프라방은 라오스 북부. 방콕에서 농카이를 통해 비엔티엔으로 들어가서 비엔티엔에서 루앙프라방을 다녀오는 것보다 방콕에서 치앙마이로 올라간 후, 거기에서 루앙프라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동선을 놓고 보았을 때 더욱 깔끔했어요. 이 경우 한 가지 문제라면 치앙마이에서 루앙프라방 들어가는 야간 이동이 최소 하루 종일이라는 것. 이 때문에 고민을 하며 계속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보았어요. 그런데 비엔티엔에서 루앙프라방 들어가는 길도 치앙마이에서 루앙프라방 들어가는 길 못지 않게 상태가 안 좋다는 정보를 발견한 후, 그냥 하루 몰아서 고생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어요. 이렇게 결정을 내리자 여행 일정을 순식간에 다 완성할 수 있었어요.


5/31 인천->호치민

6/1 호치민->자카르타

6/2 자카르타->욕야카르타

6/5 욕야카르타->자카르타

6/7 자카르타->방콕

6/9 방콕->아유타야

6/10 아유타야->방콕

6/15 (야간) 방콕->치앙마이

6/16 치앙마이 (도착)

6/19 치앙마이->루앙프라방

6/20 루앙프라방 (도착)

6/23 (야간) 루앙프라방->비엔티엔

6/24 비엔티엔 (도착)

6/27 귀국


예전 같았으면 전투적으로 이동하도록 동선을 짰을 거에요.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짜고 싶지 않았어요. 여름에 동남아시아 여행이었기 때문에 일단 빨래 문제가 있었어요. 교통 환경 역시 썩 좋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어요. 분명히 연착에 지연이 수시로 발생할 것인데, 이에 대한 대비라고는 그저 여행 일정을 널널하게 짜놓는 것 외에는 없었어요. 그리고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여행 계획을 짜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 강행군 일정은 어지간하면 피하게 된 것도 있었구요.


여행 동선을 짜고 이것저것 알아보다보니 어느덧 동이 텄어요. 오후에 출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잠시 눈을 붙였어요.


눈을 뜨자마자 P형에게 연락을 했어요.


"형, 혹시 5월 29일 밤에 신세 좀 져도 될까요?"

"응. 괜찮아."


출국 비행기는 5월 31일 10시 15분. 귀국 비행기는 6월 27일 20시. 5월 31일 10시 15분 비행기를 타려면 인천 공항에서 밤을 새야 했어요. 5월 30일 토요일에 P형과 T동생을 만나서 놀다가 공항 가고 싶은데 짐을 끌고 돌아다니는 것은 썩 좋은 생각이 아니었어요. 그럴 바에는 P형 집에서 29일 신세를 지고, 짐을 P형 집에 맡기고 놀다가 P형 집으로 돌아가 짐 찾아서 공항 가는 것이 훨씬 좋았어요.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떠나는 여행이었지만, 최소한 출국 전날 배터지게 먹고 출국하고 싶었거든요.


5월 29일 점심까지 해야 할 일을 떠올려보니 방 청소 및 정리, 빨래, 환전 등이 있었어요. 그리고 블로그에 예약발행을 걸어놓을 글을 쓰는 일도 있었구요. 이 외에도 인도네시아 친구 및 태국 친구에게 물어가며 여행 세부 일정도 세워야 했어요. 일단 급한 것은 자카르타에서 욕야카르타로 이동하는 일이었어요. 태국 일정이야 어차피 시간이 많으니까 정 안 되면 현지 가서 결정하는 방법도 가능했어요.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당장 자카르타에 도착하자마자 기차표를 예매해야 다음날 무사히 떠날 수 있었어요. 여기서 일정이 꼬이게 된다면 욕야카르타 일정 전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어요.


인도네시아 친구에게 물어보니 자카르타 공항에서 자카르타 시내로 Damri 버스를 타고 가면 되고, 기차표는 Gambir 역이나 Pasar senen 역에서 구하면 되는데 Gambir 역으로 가서 구하라고 알려주었어요. 친구의 조언에 따라 자카르타 도착한 후 감비르 기차역으로 가기로 한 후, 감비르 역 주변에 있는 숙소를 알아보았어요. 하지만 감비르 역 근처 숙소는 그렇게 많지도 않았고, 괜찮아 보이는 것은 방이 없거나 비쌌어요. 그나마 만만한 거리에 괜찮은 숙소를 찾아보니 므르데까 광장을 넘어가야 있었어요.


블로그에 예약발행을 걸기 위해 글을 쓰려는데 글이 쉽게 써지지 않았어요. 여행으로 인한 설렘, 학원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는 생각까지 드니 글이 제대로 써지지 않았어요. 핸드폰에 글감으로 저장해놓은 사진은 많은데 '이렇게 써야겠다'고 딱 떠오르는 것은 하나도 없었어요. 그냥 정신이 없었어요. 두서없이 방 정리를 하다가 글을 쓰다가 청소를 하다가 여행 계획을 세우다 잠들었어요.


대망의 5월 28일 밤. 짐을 꾸리기 시작했어요. 짐을 꾸리는 데에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았어요. 이제 한 두 번 싸본 것이 아니다보니 대충 무엇을 얼마나 가져가야하는지 바로 계산이 섰어요. 게다가 한국 음식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음식은 하나도 챙길 필요가 없었구요. 양말과 속옷을 넉넉하게 챙겼고, 겉옷도 혹시 모르니 넉넉히 챙겼어요. 카메라 및 충전기 역시 잘 챙겼어요. 이렇게 캐리어에 짐을 넣은 후, 백팩 하나를 위에 올려서 짐싸기 끝. 남은 것이라고는 노트북 가방에 노트북을 넣는 것과 여권을 챙기는 정도였어요.


그 다음에 해야할 일은 방 청소 및 정리. 사실 이게 가장 큰 난관이었어요. 위에서 두서없이 이것 조금 하다 저것 조금 하다 했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서로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방 정리를 하려면 책을 치워야 했는데, 책을 치우려면 방 정리를 하고 블로그에 글을 써야 했어요. 그리고 빨래를 하려면 방 정리가 되어 있어야 했고, 방 정리를 하면서 빨아야할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해야 했어요. 어차피 더 이상 글을 쓰고 있을 시간도 없었기 때문에 과감히 책들을 모두 책장과 박스에 우겨넣자 그제서야 방 정리가 되기 시작했어요. 방 정리가 끝나자 방 청소 시작. 방 청소를 하고 나서 빨래를 세탁기에 모두 집어넣은 후 화장실 청소를 하고 샤워를 한 후 빨래를 돌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빨래가 돌아가는 동안 옷을 갈아입고 은행으로 갔어요. 하루 예산은 일단 모든 경비를 다 포함해서 평균 50달러로 정했어요. 그래서 1500달러를 환전했어요.


'태국 바트와 인도네시아 루피아도 미리 조금 환전해 갈까?'


태국 바트와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화폐들. 다른 나라에 입국했을 때 가장 먼저 고민되는 부분이 바로 환전이에요. 분명 공항에서 나가면 괜찮은 환율로 환전할 수 있는데, 공항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얼마 환전을 해야 하거든요. 한국에서 조금이라도 현지 화폐로 환전을 해서 간다면 이렇게 공항에서 우물쭈물할 시간을 줄일 수 있었어요.



이것이 인도네시아 루피아.



이것이 태국 바트.


환전을 하고 나니 태국 바트와 관련된 궁금증이 풀렸어요. 태국 현지 체류 블로거의 글이나 태국 여행 관련 글을 보면 100바트는 싸다고 표현하는데 300바트는 비싸다고 표현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어요. 그때는 태국에 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바트화 환율을 확인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단지 '고작 3배인데 왜 비싸다고 하지?'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바트화를 환전해보니 1바트는 우리돈으로 약 33~35원. 100바트라면 3300원에서 3500원이고, 300바트라면 9900원에서 10500원 정도였어요. 이렇게 직접 환전을 하니 사람들이 왜 100바트는 저렴하다고 하고 300바트만 되어도 비싸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어요.


환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 널어놓고 방바닥에는 세탁기에서 꺼낸 이불을 펼쳐 놓았어요. 그리고 잠시 쉬다가 마지막 출근을 위해 학원으로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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