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구한 타이완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교과서를 올해는 반드시 끝내야겠다고 다짐해고 열심히 읽고 있었어요.
그리고 드디어 '신년' 단원이 나왔어요.
"쯧쯔쯔...그러게 공부를 똑바로 했었어야지. 글자 거꾸로 매달아놓고 좋댄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이가 듬성듬성 그려진 왼쪽 사내아이 때문이었어요. 이런 캐릭터는 주로 성격은 밝고 명랑하지만 공부는 못 하는 쪽으로 그려지는 것을 많이 보았었거든요.
그런데 이런 그림이 나왔어요.
"어? 이건 장난으로 이렇게 해놓는 것이 아닌가봐?"
친한 동생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봄 춘 春자를 저렇게 뒤집어놓은 것은 처음이라면서, 복 복 福자를 뒤집어놓는 것은 중국에서 종종 볼 수 있다고 알려주었어요.
봄 춘 자는 왜 뒤집어놓았는지 궁금해져서 홍콩 친구에게 물어보았어요. 홍콩 친구는 저것이 동음이의어에서 온 것이라고 알려주었어요.
중국어에서 倒, 到 는 모두 발음이 같아요. 병음으로는 dào, 주음으로는 ㄉㄠˋ 이지요. 하지만 뜻은 전혀 다르답니다.
먼저 倒 는 '뒤집히다, 반대로 되다, 넘어지다' 라는 의미에요.
그리고 到 는 '오다, 도착하다'라는 의미에요.
둘은 뜻이 다르지만 소리만 들으면 '뒤집히다'로 이해할 수도 있고, '도착하다'로 이해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뒤집힌 봄 춘 春 은 '봄이 뒤집어졌다'인데 '봄이 왔다'라는 말과 같고, 뒤집힌 복 복 福 은 '복이 뒤집어졌다'인데 '복이 왔다'라는 말과 같아요. 누군가 저 글자를 보고 중국어로 '어? 뒤집혔네?'라고 말할 때마다 '어? 왔네?'가 되는 것이지요.
春倒 = 春到
福倒 = 福到
인 셈이지요.
이 때문에 중국, 홍콩, 마카오, 타이완 및 화교들은 봄 춘 春, 복 복 福은 뒤집어서 걸어놓는다고 합니다.